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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OSHA,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DTS '안전·보건' 동시 점검
[경제일보]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가스터빈 시장 공략의 핵심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현지 서비스 자회사 두산터보머시너리서비시스(DTS)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안전·보건 점검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건의 조사는 같은 날, 같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됐고 하나의 민원번호로 연결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미국에서 대형 가스터빈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DTS의 현지 정비·서비스 역량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워 온 만큼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3일 본지가 미국 노동부 산하 OSHA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OSHA 휴스턴 사우스 지역사무소는 지난 8월 11일 텍사스주 라포트에 있는 ‘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 Inc.’사업장에 대해 두 건의 점검을 개시했다. 검사번호는 각각 ‘1910460.015’와 ‘1910461.015’다. 두 사건 모두 점검 유형은 ‘Complaint(민원)’, 조사 범위는 ‘Partial(부분)’이며 사전통보 여부는 ‘N’으로 기록됐다. 현재 두 건 모두 사건 상태가 ‘OPEN’으로 표시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사 분야다. 검사번호 1910460.015는 ‘Safety(안전)’, 1910461.015는 ‘Health(보건)’로 각각 분류됐다. 사업장 주소는 두 사건 모두 ‘12000 North P Street, La Porte, Texas’로 동일하다. DTS가 자사 홈페이지와 두산그룹에 공개한 미국 본사 주소도 이곳과 일치한다. 두 조사에는 동일한 민원 활동번호 ‘2474957’이 연결돼 있다. 하나의 민원이 접수된 뒤 같은 날 안전과 보건 분야의 별도 검사번호가 만들어진 것이다. OSHA 데이터상 안전 분야 사업분류는 기계가공업(NAICS 332710), 보건 분야는 터빈 및 터빈발전기 제조업(NAICS 333611)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같은 민원서 ‘안전·보건’ 두 갈래…구체적 내용은 아직 비공개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번 민원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제 법규 위반 여부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OSHA는 근로자나 근로자 대표 등이 사업장의 안전·보건 기준 위반이나 신체적 위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민원을 제기하고 점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원을 토대로 현장 점검을 실시할지를 OSHA가 판단하며, 민원 점검은 일반적으로 제기된 위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사 과정에서 다른 위반 가능성이 발견되면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Complaint’ 유형의 점검이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두 DTS 사건의 OSHA 공개 페이지에는 현재 위반사항이나 과징금이 표시돼 있지 않다. OSHA 역시 미종결 사건의 경우 위반 통지가 발부되더라도 고용주가 통지를 받은 뒤 일정 기간을 거쳐 관련 내용을 게시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DTS가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가스터빈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DTS는 두산중공업 시절인 2017년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업체 ‘ACT Independent Turbo Services’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당시 두산은 ACT가 보유한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인력과 설비, 수주 실적 및 노하우를 확보해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도 DTS를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로 명시하고 있다. 회사는 창원 가스터빈 서비스 공장과 DTS를 연계해 장기 부품 공급, 기술 자문, 정기점검, O&M 지원, 로터 및 고온부품 정비 등을 제공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 자료에서도 사업장의 성격이 확인된다. TCEQ는 DTS가 이 사업장에서 발전소와 정유시설 등에 사용되는 터보기계의 수리·재생·리컨디셔닝 작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DTS는 앞서 이곳에 새로운 쇼트 블라스팅 부스와 열분사 설비를 추가하는 허가 변경도 추진했다. 다만 이러한 사업장의 설비나 작업공정이 이번 민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美 가스터빈 12기 수주 뒤엔 DTS…‘현지 서비스’ 경쟁력 시험대 DTS의 중요성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수주 확대와 함께 더 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대형 가스터빈의 첫 해외수출을 성사시켰다. 당시 두산은 향후 미국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의 정비 서비스를 DTS가 수행할 예정이라며 현지 서비스 역량을 수주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일한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가스터빈 3기를 추가 수주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7기 추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3월 공개한 기준으로 미국 공급계약 물량은 총 12기다.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수주를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검증된 성능, 빠른 납기’와 함께 DTS를 통한 현지 서비스 지원을 직접 꼽았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가 밝힌 가스터빈 전체 수주량은 총 23기였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핵심 무대이기도 하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증설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자들이 자체 발전설비 확보에 나섰고, 비교적 건설기간이 짧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가스터빈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북미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370MW급 스팀터빈과 발전기도 처음 수주했다. 가스터빈 단품을 넘어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결합한 복합발전 솔루션으로 미국 전력시장 공략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미국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수주를 두산에너빌리티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증권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수주와 체코 원전 사업 등이 올해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미국 현지 서비스 거점의 안정적인 운영은 가스터빈 판매 이후의 장기 서비스 사업까지 연결되는 두산의 사업모델과 직결된다. 가스터빈은 수십 년간 운전되는 발전설비라 신규 제작만큼 정기점검과 부품 교환, 성능개선, 장기유지보수 계약이 중요하다. 미국 고객 입장에서도 현지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능력이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은 공식 EHS 방침에서 임직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글로벌 기준을 준수하는 안전·환경·보건 경영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가스터빈 시장의 전면에 서 있는 DTS에 대해 OSHA가 같은 민원을 토대로 안전과 보건 두 분야의 점검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원칙이 미국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원번호 2474957에 어떤 안전·보건 문제가 제기됐는지, OSHA가 실제 위반사항을 확인했는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가스터빈 공급을 본격 확대하고 현지 유지보수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시점에서 DTS의 OSHA 점검 결과는 단순한 미국 자회사 한 곳의 산업안전 이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미국 수주의 강점으로 내세운 ‘현지 서비스 경쟁력’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현장 운영과 안전관리 역량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3 0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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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이 끌었다…2분기 영업익 16%↑
[경제일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복합발전 프로젝트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2분기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상반기 신규 수주가 7조원을 넘고 수주잔고도 26조원대로 불어나면서 중장기 실적 기반도 두꺼워졌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두산에너빌리티가 2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분기 연결 매출은 4조7248억원, 영업이익은 314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3%, 1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264억원으로 14% 늘었고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5%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8조9859억원으로 8%, 영업이익은 5478억원으로 32.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5.0%에서 6.1%로 높아졌다. 회사는 에너빌리티 부문의 프로젝트 공정 확대와 두산밥캣의 가격 정책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고, 에너빌리티의 이익 개선과 밥캣의 관세 환급 효과가 수익성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발전설비를 담당하는 에너빌리티 부문의 회복이다. 해외 자회사를 포함한 내부관리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은 2조233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74억원으로 404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3.0%에서 4.4%로 높아졌다. 대형 가스발전 프로젝트와 원자력 기자재의 공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다. 수주 흐름은 실적보다 가파르다. 에너빌리티 부문의 상반기 수주는 7조1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6% 늘었다. 미국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7기와 사우디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오만 두큼 가스복합발전소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말 수주잔고는 26조3509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2조1038억원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는 13조3000억원이다. 상반기에만 이미 53.6%를 채웠으며 하반기에는 대형 원전 2조7000억원,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자재 1조원, 해외 복합발전 EPC 1조1000억원, 해상풍력 1조2000억원 등을 주요 후보로 제시했다. 체코 신규 원전과 SMR 기자재 계약 성사 여부가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가스터빈 사업은 실적 개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상반기에 가스터빈 12기와 스팀터빈 6기, 장기서비스계약 5건을 확보했다. 회사 집계로는 올해 미국 대형 H급 가스터빈 발주 18기 가운데 7기를 수주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단기간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발전원을 찾으면서 가스복합발전 설비와 유지보수 수요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원전과 SMR은 중장기 수주 확대를 뒷받침할 사업으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달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전 최대 10기의 장기 제작품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계획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보글 원전 등에서 AP1000 핵심 기자재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SMR 전용 제작공장은 2028년 하반기 완공해 연간 20개 모듈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늘어난 재무 부담은 점검할 대목이다. 2분기 말 연결 순차입금은 4조10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4907억원 늘었고 부채비율은 129.1%에서 136.4%로 상승했다. 수주잔고가 매출 가시성을 높이더라도 대형 원전과 가스터빈 생산 확대에는 선투자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이익을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속도가 실적 개선의 질을 가를 전망이다.
2026-07-28 08: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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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산 타이어 관세 본격화…한국·금호·넥센, 누가 웃을까
[경제일보] 국내 타이어업계가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반덤핑 관세 부과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유럽 생산거점과 생산 여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실제 점유율 확대 여부는 업체별로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중국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에 4.3~45.3%의 확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산 제품은 EU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시장의 약 28%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중국 생산 물량 기준으로 한국타이어가 4.3%,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24.4%의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타이어는 EU 조사 과정에서 표본조사 대상에 포함돼 개별 관세율을 적용받았고,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표본에 포함되지 않은 협조 기업으로 분류돼 ‘기타 협조 기업’에 적용되는 평균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중국산 타이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와 유통업체들의 공급선 재편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대전·금산과 중국 가흥·강소·충칭, 헝가리, 미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 8개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헝가리 공장은 유럽 시장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1조2090억원으로 전체 타이어 매출의 약 4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장 평균 가동률은 95.6%, 해외 공장은 90.6%를 기록했다. 해외 공장의 가동률이 국내보다 낮아 추가 생산 여력이 있다는 점은 관세 시행 이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넥센타이어는 양산·창녕과 중국 청도, 체코 자테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375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생산능력은 1158만2000본, 생산실적은 1072만1000본으로 평균 가동률은 92.8%다. 공장별 가동률은 양산 90.6%, 창녕 94.1%, 청도 87.8%, 체코 98.9%다. 넥센타이어는 유럽 판매 물량 가운데 중국산 비중을 지난해 약 15%에서 올해 약 4%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체코와 국내 공장을 중심으로 공급을 전환하며 관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 다만 체코 공장 가동률이 98.9%에 달해 단기간 생산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광주·곡성·평택과 중국 남경·천진·장춘, 미국, 베트남 등 8개 생산거점을 운영한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3373억원으로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올해 1분기 생산능력은 국내 414만8000본, 해외 970만본이며 실제 생산량은 각각 409만1000본과 948만9000본을 기록했다. 국내외 공장 모두 가동률이 100% 안팎으로 기존 생산설비를 대부분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유럽 판매 물량의 약 절반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한국과 베트남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전환하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폴란드 공장을 통해 유럽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덤핑 관세는 국내 업체들에 단기적인 반사이익보다 유럽 시장에서 거래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실적 개선 여부는 관세 자체보다 중국산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하고 신규 완성차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2026-07-20 17: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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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 앞세워 A급 복귀…사업 체질 바꿨다
[경제일보] 2020년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그룹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고강도 자구책도 뒤따랐다. 석탄화력과 대규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비중이 높았던 국내 대표 발전 기자재 기업이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년이 지난 올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채 시장에서 A급 신용도를 되찾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고, NICE신용평가도 6월 같은 등급을 부여했다.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전망 등이 반영됐다. 등급 상향의 배경에는 단순한 수주 증가를 넘어선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다. 과거 수익성이 낮았던 석탄발전 물량을 줄이고 원전 주기기와 가스터빈,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비중을 높인 결과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회사 사업은 원자력과 SMR, 가스터빈, 풍력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원자력과 가스터빈 사업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지난 6월 29일 공개한 투자자 대상 NDR 자료에도 이런 변화가 담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장기 전략을 ‘원자력·가스 중심 고수익 사업 전환’으로 규정했다. 저수익 석탄 물량을 소진하고 원전과 가스터빈 기자재, 서비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23조원이던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잔고가 올해 말 29조원, 2030년 47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사업 수주잔고 비중도 지난해 75%에서 2030년 81%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는 확정 실적이 아닌 회사의 중장기 목표다. 매출은 올해 7조4000억원에서 2030년 11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5.4%에서 9.9%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4조2611억원, 영업이익은 23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3.7%, 63.9%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부문 영업이익도 5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원전과 가스터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적을 뒷받침한다. 대형 원전은 장기간 공장 가동과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기반이고, 가스터빈은 기자재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를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원전에서는 체코 두코바니를 비롯한 해외 사업과 국내 신규 원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SMR 분야에서는 X-에너지와 핵심 소재 예약계약을 체결했고, 테라파워와 주기기 제작계약을 맺었다. 다만 프로젝트마다 예약계약과 제작계약, 공급 참여 검토 등 단계가 달라 이를 모두 확정된 양산 수주로 보기는 어렵다. 가스터빈은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1분기 북미 데이터센터용 7기와 국내 복합화력용 3기 등 총 10기를 수주했다. 미국 누적 수주도 12기로 늘었다. 두산에너빌 관계자는 “특정 시장을 정해놓기보다 수요가 있는 시장에 최대한 공급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회사는 가스터빈 누적 수주를 지난해 13기에서 2034년 110기로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연간 서비스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한 터빈이 늘수록 장기 정비와 부품 교체 대상도 누적되는 구조를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A급 복귀는 원전과 가스터빈 업황 개선뿐 아니라 수주잔고의 구성을 바꿔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2030년 수주잔고 47조7000억원과 영업이익률 9.9%는 경영 목표다. SMR 사업이 본계약과 양산으로 이어지고 가스터빈 공급이 장기 서비스 매출로 전환돼야 체질 변화가 실적으로 완성된다. 늘어난 수주를 이익과 현금으로 바꾸는 실행력이 향후 신용도 개선을 가를 전망이다.
2026-07-20 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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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손흥민은 침묵했고, 케인은 잉글랜드를 구했다
[경제일보]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를 흔들었던 두 공격수의 월드컵 운명이 엇갈렸다. 한국의 손흥민과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두 선수는 ‘손케 듀오’로 불리며 리그 역사에 남을 호흡을 자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해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을 세운 조합이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무대는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른 표정을 남겼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간판이자 주장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풀타임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반면 케인은 잉글랜드가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았고, 결국 두 골로 팀을 다음 라운드에 올려놓았다. 끝까지 남은 케인, 믿음에 멀티골로 답했다 잉글랜드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브리앙 시펭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30분과 41분 케인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케인의 첫 골은 전형적인 해결사의 장면이었다. 후반 30분 앤서니 고든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끌려가던 잉글랜드의 숨통을 튼 동점골이었다. 이어 후반 41분에는 수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든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콩고민주공화국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의 선방에 막히던 잉글랜드는 케인의 결정력 하나로 탈락 위기에서 살아났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이다.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매끄럽지 않았다. 측면 공격은 답답했고, 중원 연결도 흔들렸다. 투헬 감독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지만 최전방의 케인만큼은 끝까지 남겼다. 주장이자 골잡이, 위기의 순간 한 번은 해줄 선수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두 골로 돌아왔다. 손흥민의 월드컵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했고, 결국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 활용법은 대회 내내 논란이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조기 교체됐고, 남아공전에서는 월드컵 본선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특히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을 벤치에 둔 결정은 국내외 축구 팬들의 의문을 불렀다. 대표팀의 상징이자 가장 큰 경험치를 가진 선수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 됐다. 후반 교체 투입 이후에도 손흥민은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한국은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재능, 다른 자리…스타 활용법이 승부를 갈랐다 물론 손흥민 부진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월드컵은 한 명의 스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대가 아니다. 더구나 손흥민은 이미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대표팀은 세대교체와 전술 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관리’와 ‘배제’의 경계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몸 상태를 고려한 출전시간 조절이었다면 언제 어떻게 승부처에 투입할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은 손흥민을 아껴 쓴 것도, 확실히 중심에 세운 것도 아닌 어정쩡한 운영 끝에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다. 케인은 달랐다. 잉글랜드도 완벽하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전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우승 후보답지 않은 불안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흔들리는 경기에서도 마지막까지 믿고 맡길 9번이 있었고, 그 9번은 감독의 신뢰를 골로 증명했다. 손흥민과 케인의 차이는 결국 ‘현재의 폼’만이 아니라 ‘팀 안에서의 자리’에서 갈렸다. 토트넘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을 증폭시켰다. 케인이 내려와 패스를 뿌리면 손흥민이 뒷공간을 찢었고, 손흥민이 수비를 끌고 가면 케인이 박스 안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각자의 처지가 달랐다. 케인은 여전히 잉글랜드 공격의 최종 종착지였고, 손흥민은 한국 전술 안에서 확실한 사용법을 찾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두 선수의 위상을 바꿔놓았다기보다, 스타를 대하는 팀의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케인은 팀의 중심에 있었고, 손흥민은 중심과 관리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 사람은 감독의 신뢰 속에 경기를 뒤집었고, 다른 한 사람은 벤치와 교체 사이에서 대회를 마쳤다. 축구에서 에이스는 이름값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스를 살릴 구조 없이 이름값만 기대하는 팀도 성공하기 어렵다. ‘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한때 같은 팀에서 서로를 빛나게 했던 두 별은 북중미의 여름, 각자의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결말을 받아들였다. 케인의 월드컵은 아직 계속되고 있고, 손흥민의 월드컵은 질문만 남긴 채 끝났다.
2026-07-02 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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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류는 제조업이 끌고, 유럽 폭염은 냉방가전을 불렀다
[경제일보] 중국 물류시장이 제조업과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급 제조업과 자동차, 전자부품 관련 물류가 늘어난 데다 유럽의 이른 폭염까지 겹치면서 냉방가전 주문도 증가하고 있다. 대형 설비와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산업 물류, 작은 생활가전을 해외 소비자에게 곧장 보내는 전자상거래 물류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다. ◆ 고급 제조업이 물류 수요 이끌어 29일 중국물류구매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 사회물류 총액은 146조60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사회물류 총액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이동한 상품의 가치 규모를 뜻한다. 중국 경제에서 실제 물동량이 어느 분야에서 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산업재 물류는 5.4% 증가했다. 전자부품 제조와 특수장비, 자동차 수출이 물류 수요를 끌어올렸다. 반면 광업과 비금속 광물 제품처럼 전통 산업에 가까운 분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중국 제조업 안에서도 물류 수요의 중심이 고부가가치 제품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생자원 물류도 5.4% 늘었다. 폐금속과 폐가전, 재활용 원료가 산업 현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을 키우면서 원료 확보와 재활용 체계도 함께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는 배터리와 신에너지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 유럽 폭염이 만든 냉방가전 주문 유럽의 고온 현상은 중국 제조업에 예상 밖의 수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과 체코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온 기록이 새로 쓰였고, 중부·동유럽 여러 나라가 폭염 경보를 내렸다. 냉방기기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지 않은 지역까지 에어컨과 선풍기, 이동식 냉방기기, 제빙기 수요가 번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이 수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저장성 이우 국제상무시장에서는 선풍기와 분사 기능을 결합한 양산, 휴대용 냉방용품, 야외용 제빙기 등이 해외 구매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닝보의 한 제빙기 수출기업은 올해 1~5월 유럽으로 나간 제품 출고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우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같은 기간 811억75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3% 증가한 수치다. 전통적인 수출은 해외 바이어가 대량 주문하고, 선적과 통관을 거쳐 현지 유통망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수요가 곧바로 제조업체와 판매자에게 전달된다. 폭염처럼 시기를 놓치면 수요가 사라지는 상품일수록 이런 속도가 중요하다. ◆ ‘싸게 만드는 힘’에서 ‘빨리 보내는 힘’으로 중국산 냉방가전의 경쟁력은 낮은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우의 소상품 공급망, 저장성과 광둥성의 가전 생산기지, 항공·해운 물류망,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한데 연결돼 있다. 주문이 몰리면 생산라인을 돌리고, 포장과 통관, 해외 배송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짧다. 유럽 폭염은 계절적 변수다. 날씨가 정상화되면 냉방가전 주문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기후 변화로 극단적 고온 현상이 잦아질수록 냉방기기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더 이상 선택 소비재로만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기업에는 단기 특수일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을 넓힐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수요가 늘었다고 수출 환경이 마냥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은 에너지 효율 기준과 안전 규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가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빨리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효율과 품질, 애프터서비스까지 갖춰야 장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 물류가 보여주는 중국 경제의 변화 최근 물류 지표는 중국 경제의 온도차를 보여준다. 전통 산업 물류는 힘이 약하지만, 전자부품과 장비, 자동차 수출, 재활용 자원,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는 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과 철강, 시멘트 같은 기존 산업에만 기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제조업 고도화와 수출, 디지털 유통망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유럽 폭염에 따른 냉방가전 수출 증가는 그 흐름을 압축해 보여준다. 해외의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거쳐 이우와 닝보의 생산·물류망으로 전달되고, 중국 공장과 항만이 곧바로 움직인다. 중국 제조업의 힘은 생산 규모에만 있지 않다. 수요를 감지하고 제품을 만들고 해외 소비자에게 보내는 과정이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다만 이런 수출 증가가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냉방가전 주문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제조업 수출이 늘어도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지방정부 재정 부담까지 한꺼번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물류는 중국 경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지표다. 고급 제조업과 자동차, 전자부품은 물류 수요를 만들고,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는 해외 소비자와 중국 공장을 직접 연결한다. 유럽의 폭염은 그 연결망이 얼마나 빠르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한 장면이다.
2026-06-29 16: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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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패착, 협회의 무책임, 악플의 폭주
[경제일보] 48개국이 겨루고 32개국이 살아남는 월드컵이었다. 한국 축구는 그 넓어진 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1승 2패, 조 3위, 최종 34위. 12개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에게까지 주어진 기회는 한국을 비켜 갔다. 대표팀은 체코전 승리로 출발했다. 그러나 멕시코에 무너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스스로 운명을 끝낼 기회를 놓쳤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갈 수 있었다. 상대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이었고, 한국은 지지 않아도 되는 팀이었다. 그런데 경기는 한국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흘러갔다. 홍명보 감독의 패착은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데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후반에 상대 체력이 떨어지고 공간이 생기면 손흥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감독은 선발을 정할 권한이 있다. 누구를 앞세우고 누구를 아낄지, 어느 시점에 승부를 걸지는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그러나 권한에는 결과가 따른다. 월드컵 32강이 걸린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자원을 벤치에 두는 선택은, 그만큼 치밀한 경기 설계와 대비책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한국은 전반부터 중원에서 밀렸고, 공격은 상대 수비를 흔들 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손흥민이 들어온 뒤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실점 뒤에는 조급함만 커졌고, 한국은 끝내 한 골을 만회하지 못했다. 축구에서 패배의 책임을 선발 명단 한 장에만 돌릴 수는 없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집중력, 상대의 전술, 경기 중 변수도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경기에서 누가 먼저 뛰고,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설계했는지는 감독의 판단이다. 남아공전은 홍명보호가 이번 대회에서 보인 한계를 압축한 경기였다. 상대보다 먼저 준비하지 못했고, 경기가 틀어진 뒤에도 판을 바꿀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홍 감독에게 이번 실패가 더욱 무거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탈락 뒤 물러났다. 12년 뒤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 사이 한국 축구는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더 많이 배출했고, 손흥민·김민재·이강인 같은 자원도 갖췄다. 경험과 선수층을 말할 조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결과는 두 번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모든 패배가 감독 사퇴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지휘봉을 잡고도 두 번 모두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면, 사퇴는 선택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다. 홍명보 감독은 떠나는 것이 맞았다. 다만 감독 한 명의 퇴장으로 한국 축구의 책임까지 정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홍 감독은 처음부터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선임 논란을 안고 출발했다. 문체부 특정감사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상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면접에 관여했고, 절차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그 판단에 이견을 보였지만, 선임 과정이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없앨 수는 없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로 선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자리다. 홍 감독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축구협회가 “감독이 책임지고 물러났으니 끝났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감독을 뽑은 사람, 감독에게 권한을 주고 대표팀 운영을 관리한 사람, 월드컵을 앞두고도 국민을 설득할 만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 사람들도 각자의 몫을 져야 한다. 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새 감독 이름부터 꺼내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감독 후보를 검증했고, 전력강화위원회는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으며, 왜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까지 일관된 경기력을 만들지 못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사퇴한 감독을 앞세워 책임의 장부를 덮는다면, 다음 감독도 같은 의심과 불신 속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번 사태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패배 뒤 쏟아진 악성 댓글과 협박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공적 비판의 대상이다. 선수 선발, 전술, 교체, 경기 운영, 인터뷰는 모두 국민이 평가할 수 있다. 손흥민을 왜 선발에서 뺐는지, 남아공전에서 왜 그런 전술을 택했는지, 두 번째 월드컵에서 무엇을 남겼는지 묻는 일은 정당하다. 표현이 불편하더라도 경기 내용과 사실에 근거해 판단을 비판하는 것은 막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비판에는 대상과 근거와 한계가 있다. 공항에서 살해하겠다는 식의 글, 확인되지 않은 사퇴설과 합성 이미지, 선수와 가족을 겨냥한 욕설과 허위사실 유포는 축구 비평이 아니다. 이런 행위는 공적 사안을 두고 의견을 제시하는 차원을 벗어나 협박, 명예훼손, 모욕의 법적 책임이 문제 되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표현의 자유는 권한을 가진 사람을 비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타인의 신변을 위협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릴 자유까지 보장하는 면허가 아니다. 공적 인물은 일반인보다 넓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까지 공격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전술 실패를 따지는 일과 인격을 짓밟는 일은 전혀 다르다. 선수의 부진을 분석하는 일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찾아가 협박성 글을 남기는 일도 다르다. 설영우 측이 악의적 비방,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이 선을 넘은 공격이 실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는 경기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 평가가 가족을 끌어들이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위해를 예고하는 데까지 번진다면 그것은 스포츠를 향한 애정이 아니라 집단적 분풀이에 가깝다. 한국 축구는 패배할 때마다 한 사람을 골라 세우는 데 익숙했다. 감독이 패하면 감독 하나를 내보내고, 선수가 실수하면 그 선수의 이름을 조롱거리로 만든다. 그 사이 감독을 선임한 사람들의 판단, 대표팀을 운영한 사람들의 무능, 실패를 되풀이하게 만든 관행은 뒤로 숨는다. 이번에는 책임의 순서를 뒤바꾸지 말아야 한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패착의 책임이 있다. 손흥민을 벤치에 둔 선택과 남아공전의 무기력한 경기 운영, 두 번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모두 그의 성적표에 남아야 한다. 축구협회에는 더 큰 책임이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 선임 과정, 불신을 키운 운영, 결과가 나쁠 때마다 감독 교체로 사태를 봉합해 온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같은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살해를 예고하고,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선수와 가족을 향해 모욕을 쏟아낸 이들에게도 책임은 남는다. 분노가 컸다는 사정은 타인을 위협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홍명보는 떠났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실패가 함께 떠난 것은 아니다. 감독의 패착은 기록으로 남고, 협회의 무책임은 해명과 쇄신으로 답해야 하며, 악플의 폭주는 법과 상식의 선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세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또 한 사람을 내보내고, 또 다른 사람을 향해 돌을 던지는 일로 실패를 끝낼 것이다.
2026-06-29 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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