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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첫 공급 토론회…비아파트·이주비·공공임대 쟁점 부상
[경제일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첫 공개 토론회에서 비아파트 규제 완화와 금융지원 확대 요구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참석자들은 아파트 공급만으로는 전월세 불안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빌라·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기반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김이탁 1차관, 한국부동산원·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관장, 학계·업계·시민사회 관계자, 청년·신혼부부 등 약 60명이 참석했다. 토론은 비아파트, 정비사업, 공공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 규제지역 제도 등 7개 주제를 놓고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과정의 병목이 착공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허가 이후 착공, 분양, 준공, 입주로 이어지는 흐름이 정상적으로 돌아야 하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이 멈춰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공급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금융·세제 지원과 정비사업 활성화, 건축 규제 완화, 임대주택 공급 방식 다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장 구체적인 요구가 나온 분야는 비아파트였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대출 규제와 보증 부족이 겹치면서 신규 공급이 줄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비아파트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인 만큼 공급 기반이 더 무너지면 전월세 시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 사업장이 멈춘 배경으로 규제지역 내 LTV 축소와 금융 조달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비아파트 전용 기금과 보증상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이주비 대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 신길2구역 등 도심복합사업과 재개발 사업 관계자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금융기관이 이주비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주와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 통로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용산정비창 등 주요 부지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공급 일정이 정치 쟁점화되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지자체가 인허가와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설 경우 재정 지원이나 기금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분양에 대해서는 재판매 가격을 제한해 다음 매수자도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공이 최초 분양 때만 이익을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공임대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공공임대 비율을 기존보다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LH가 택지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재정 투입을 늘리고,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임대주택 비중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임대주택 공급을 공공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는 등록민간임대주택 상당수가 비아파트이고 청년·신혼부부가 거주하는 물량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매입형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형 민간임대를 제도권 안에서 키워야 안정적인 임대 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역별 시장 상황이 다른데도 규제가 일괄 적용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와 용인 기흥구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구조가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를 낀 주택 매각이 어려워지고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등 정책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대로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택 공급 못지않게 가격 안정도 중요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가격 상승이 나타난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 논의가 시장 과열을 방치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단순한 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민간 공급은 금융과 세제, 비아파트는 보증과 규제, 정비사업은 이주비와 착공 자금, 공공임대는 재정 투입과 공급 비율이 각각 걸림돌로 제시됐다. 향후 부동산 대책은 공급 유형별 병목을 얼마나 세밀하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윤덕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주택 문제가 가장 어려운 정책 과제 중 하나라며 이날 제시된 의견을 정리해 향후 대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토론회 이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논의를 거쳐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종합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2026-07-14 1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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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정년 연장 청구서, 청년 일자리의 답도 담겼나
[경제일보]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국회 문턱에 섰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까지 밀려나는 상황에서 60세 정년은 은퇴자에게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을 남긴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노후 소득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 제기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정년 연장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 청구서에는 빠진 항목이 없어야 한다. 고령층의 생계 불안만 적고 청년 일자리의 대책을 비워둔 채 국회에 법부터 만들라고 압박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합의라기보다 한쪽의 요구를 입법 문장으로 옮기는 일에 가까워진다. 정년 연장은 고령 근로자에게는 소득 공백을 줄이는 안전판일 수 있지만, 청년들에게는 닫힌 취업문 앞에 또 하나의 자물쇠가 걸리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득 공백의 현실, 그러나 비어 있는 청년 대책 고령층의 현실은 엄연하다. 60세에 회사를 떠난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은퇴 후에도 생활비는 줄지 않고,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은 남아 있다. 60대 초반을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날 나이로 보기도 어렵다. 건강수명은 길어졌고, 숙련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정년 연장을 세대 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법정 정년 숫자만 60에서 65로 바꾼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정년 연장은 누군가의 퇴직 시점을 늦추는 제도다. 기업의 인건비 총량과 정원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그 부담이 신규 채용 축소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공공기관일수록 정년 연장의 혜택은 기존 정규직에게 집중되고, 채용 감소의 부담은 취업 준비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이 답답해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이미 청년들은 입시 경쟁, 취업 경쟁, 주거 경쟁을 거쳐왔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채용 문은 좁아졌고, 서울 집값은 월급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부모 세대가 올라탔던 성장의 사다리는 희미해졌는데, 이제는 그 사다리 위쪽에 있는 이들의 체류 기간까지 더 늘리겠다는 말로 들린다. “너희도 나중에 나이 들면 혜택을 본다”는 설명은 지금 취업 문 앞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기 어렵다. 그들에게 문제는 30년 뒤의 정년이 아니라 올해의 채용 공고다. 노동계는 이 불편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청년 채용 축소 가능성에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연공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자는 것인가. 임금피크제, 직무 재설계, 근로시간 조정, 신규 채용 유지, 세대 간 고용 배분 문제를 함께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한 채 정년 연장만 입법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개혁안이 아니라 기득권의 연장 신청서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년의 혜택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한국 노동시장의 모순은 모두에게 같은 정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법정 정년의 보호를 실제로 누리는 사람은 안정된 직장에 오래 남아 있는 근로자들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에게 60세 정년이라는 말은 종종 남의 회사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65세 정년보다 다음 계약 연장, 다음 달 매출, 내년 고용 유지가 더 절박하다. 정년 연장 입법의 직접 수혜자가 노동시장 내부에서도 비교적 강한 위치에 있는 집단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논쟁은 단순한 노년 대 청년의 감정싸움이 아니다. 이미 안정된 자리를 가진 사람과 그 자리에 들어가려는 사람 사이의 충돌이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약한 사람은 반드시 60대 정규직만은 아니다. 아직 회사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한 청년, 계약 갱신을 기다리는 비정규직, 중소기업에서 정년이라는 말을 체감하지 못하는 근로자도 노동시장 안팎의 약자다. 조직된 노동의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이들의 불안이 지워져서는 안 된다. 위쪽이 오래 머물면 아래쪽은 늦어진다 법정 정년의 숫자를 바꾸는 순간 인사·임금·승진·채용 질서가 함께 흔들린다. 부장과 차장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 대리와 사원의 승진은 늦어진다. 정원이 묶인 조직에서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다. 공공기관에서는 청년 채용 확대를 말하면서 내부 인력의 퇴직은 늦추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민간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경력직 중심 채용이나 자동화 투자로 대응할 수 있다. 그 결과가 다시 청년에게 돌아간다면 정년 연장은 세대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법으로 굳히는 일이 된다. 이미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에도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 고령층 고용은 늘었지만 청년층 고용이 줄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물론 고령자와 청년이 늘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정원이 제한된 일자리, 승진 사다리가 있는 일자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위쪽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 아래쪽의 진입과 이동은 늦어진다. 노동계가 이 대목을 불편해한다고 해서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년 일자리 없는 정년 연장은 미봉이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 방식은 훨씬 정교해야 한다. 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률적 65세 정년 의무화가 유일한 답일 수는 없다. 퇴직 후 재고용, 계속고용, 시간제 전환, 직무 전환, 임금 조정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고령층에게 일할 기회를 주되 기업의 부담을 조정하고, 청년에게는 채용 통로를 남겨야 한다. 어느 한쪽의 고통을 다른 한쪽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연공급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 부담은 커지고 청년 채용 여력은 줄어든다. 고령 근로자의 숙련을 인정하되 직무와 성과, 근로시간에 맞는 임금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노동계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면 정년 연장 논의는 국민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년은 늘리고 임금체계는 그대로 두자는 주장은 결국 비용 부담을 기업과 청년에게 넘기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청년 채용을 지키는 장치도 필요하다. 정년 연장 혜택을 받는 기업에는 신규 채용 유지 의무나 청년 채용 확대 유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공공기관이 청년 채용 확대를 말하면서 정작 내부 정년 연장으로 신규 채용 여력을 줄인다면 청년들은 그 말을 믿기 어렵다. 청년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 정년 연장이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한쪽의 고통만 말하는 것이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만 말하면 청년의 고용 공백이 지워진다. 청년의 분노만 말하면 은퇴자의 생계 불안이 가려진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입법 논의는 표 계산과 조직의 압력에 흔들리기 쉽다. 고령층 유권자는 많고, 조직 노동은 목소리가 크다. 반면 청년 구직자는 흩어져 있고, 아직 직장 안의 교섭권도 없다. 국회가 누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정년 연장 논의는 더 엄격해야 한다. 강한 조직을 가진 노동계의 요구가 곧 사회적 약자의 요구로 등치돼서는 안 된다. 노동시장의 약자는 안정된 대기업 정규직만이 아니다. 취업준비생, 계약직 청년, 중소기업 근로자, 경력 단절자,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시장 안팎의 약자다. 정년 연장 입법이 이들의 몫을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그 법은 보호가 아니라 배제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노동계가 진정으로 일할 권리를 말하려면 청년의 일할 권리도 함께 말해야 한다. 60대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대의 채용 공백을 키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 부담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나눌 것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그 답 없이 국회에 법부터 만들라고 압박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회적 대화가 아니다. 청년들은 이미 많은 것을 양보해왔다. 더 오래 공부했고, 더 늦게 취업했고, 더 늦게 결혼하고, 더 늦게 집을 마련하거나 아예 포기했다. 그런데도 사회는 청년들에게 또 기다리라고 말한다. 앞선 세대가 더 오래 일해야 하니 너희의 차례는 조금 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정책이라고 부르려면 최소한의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 청년 일자리 대책 없는 정년 연장 입법으로는 그 공정성을 설명할 수 없다.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일 수 있다. 그러나 숙제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제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의 청구서에는 고령층의 생계 불안은 적혀 있지만 청년의 답답함은 충분히 적혀 있지 않다. 국회가 그 청구서를 그대로 받아 적는다면 청년들은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사회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은 참여가 아니라 대기이고, 공정이 아니라 순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년 65세 논의가 세대 전쟁으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살까지 일하게 할 것인가만 물을 일이 아니다.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청년 채용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노동시장 밖의 고령층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임금체계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년 연장 입법은 개혁이 아니라 미봉이다. 고령층의 노후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름으로 청년의 출발선을 더 뒤로 밀어서는 안 된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청년 일자리의 답까지 함께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빠진 입법은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힘 있는 쪽의 요구를 법률 문장으로 옮기는 일에 그칠 수 있다.
2026-06-17 07: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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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조 가계부채와 금리 폭탄의 전방위 압박, '파국' 막을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의 초입에 들어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물가가 춤을 추자, 미국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채권 금리가 일제히 치솟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3% 넘게 폭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 민생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가계부채는 마침내 20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둔 1993조 1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과 ‘빚투(대출로 주식 투자)’의 불길이 꺼지지 않은 결과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의 질적 악화다. 정부가 은행권 문턱을 높이자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전형적인 ‘풍선 효과’가 확인됐다. 1분기 비은행권 주택 대출은 전 분기보다 배 이상 급증했다. 제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고 부실 위험이 큰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의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가계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저하됐음을 뜻한다. 여기에 증권사 신용공여와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까지 가세했다. 만약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글로벌 긴축 충격과 맞물려 터진다면, 과연 이를 무엇으로 막아낼 것인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내수 파탄과 시스템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결코 과장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구두 경고나 사후약방문식 대처에서 벗어나 즉각적이고 선제적인 차단책을 집행해야 한다. 첫째, 비은행권으로 향하는 우회 대출 통로를 철저히 차단하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제2금융권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예외 없이 강화하여 갚을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대출은 원천 봉쇄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명확한 선을 긋고, 필요하다면 추가 인상까지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의 ‘깜빡이’를 켜 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이자 부담이 3조 2000억 원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 차주들을 위한 선별적 채무조정 및 고정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의 확대 등 정밀한 미시적 보완책도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대 초반 북유럽 국가들이나 가계부채 비율이 높았던 네덜란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위기를 극복했다. 미국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신설하고 대출 심사의 엄격성을 제도화함으로써 가계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았다. 우리 정부도 이처럼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리스크를 전방위로 모니터링하고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규율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제도적 제동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의 행보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민생을 돕겠다며 공언한 확장재정 기조와 올해 예정된 110조 원의 적자국채 발행은 오히려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려 시중 금리를 상승시키는 모순을 낳고 있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냄으로써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가계, 기업, 정부 모두가 대외 긴축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뼈를 깎는 위험 관리에 나설 때다. 가계부채 2000조 원이라는 임계점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가 끊어지고 난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는다. 파국을 막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6-05-20 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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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포용금융추진단' 이달 출범…금융 소외 해법 찾는다
[경제일보]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을 출범시키고 금융의 공적 역할 강화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 대통령실이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와 금융기관의 공공성 부족을 잇달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신용평가 체계 개편, 중금리대출 확대, 인터넷전문은행과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 등을 주요 의제로 올려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안에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열기로 하고 분과 구성과 안건 조율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진단에는 금융정책국을 비롯해 금융산업국, 금융소비자국, 디지털금융정책관 등 금융위 내 주요 부서가 참여할 전망이다. 특정 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통상적인 태스크포스와 달리 금융위 주요 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논의체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외부 참여 폭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민단체, 사회활동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를 논의 테이블에 앉혀 금융의 공적 역할을 사회적 의제로 다루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금융권 내부의 제도 개선 논의에 그치지 않고,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추진단 출범은 최근 대통령실의 강한 문제 제기와 맞닿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를 “치밀하게 방치된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금융이 단순한 사적 수익 산업을 넘어 국민 경제의 혈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서 커진 셈이다. 추진단의 핵심 의제는 신용평가 체계 개편이 될 전망이다. 현행 신용평가 체계가 과거 연체 이력, 기존 금융거래 기록, 담보와 소득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작동하면서 중저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소득 형태가 불규칙한 자영업자, 청년, 플랫폼 노동자 등은 실제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받거나 대출 문턱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의 미래 상환 능력과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보다 폭넓게 반영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요금 납부 이력, 공공요금 납부 정보, 매출 흐름, 직업 안정성 등 기존 금융권 신용평가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정보를 활용하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신용평가 완화가 부실 확대와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중금리대출 공급 축소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업권이 공급한 중금리대출은 27조81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1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은행권 공급액은 8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줄었다. 전체 감소분의 40% 이상을 은행권이 차지한 셈이다. 중금리대출은 고신용자에게 적용되는 낮은 금리와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고금리 대출 사이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상품이다. 중저신용자가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경기 둔화, 연체율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금융회사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대출 공급을 줄여왔다. 금융위가 포용금융추진단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 혁신 금융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비대면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통해 기존 은행권에서 소외된 고객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추진단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이 같은 설립 취지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와 실제 공급 실적이 적정한지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서민금융기관의 정책 방향 재설정도 논의 범주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전통적으로 중저신용자와 서민층 금융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 업권 역시 대출 문턱을 높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금융 공급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정부 보증이나 재정 지원을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용금융 확대에는 비용 문제가 따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면 부실률 상승으로 나머지 고객의 금리가 오르는 등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외부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더라도 그 비용을 금융회사, 정부, 이용자 가운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 대출 확대 압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경기 상황과 연체율에 민감하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대출을 늘리면 부실이 커지고, 이는 결국 전체 금융소비자의 비용으로 돌아갈 수 있다.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단순한 대출 총량 확대보다 정교한 신용평가와 리스크 분담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추진단 출범은 금융정책의 무게중심이 ‘건전성 관리’에서 ‘접근성 회복’으로 일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회사 건전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중저신용자 금융 소외가 심화되면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연체 위험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 접근성 확대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거시경제 안정과도 연결되는 이유다. 금융위는 포용금융추진단을 통해 금융회사, 시민사회, 전문가, 정책당국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용평가 체계 개편,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인터넷은행 역할 재정립, 서민금융기관 정책 방향 조정 등이 향후 금융정책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05-10 16: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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