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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살리고 사람 잃는 전환은 안 된다
[경제일보] 철강의 위기가 공장 담장을 넘어 일자리로 번지고 있다. 충남 당진이 지난 21일부터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이 됐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기업들이 밀집한 이 도시에서 철강업과 금속제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나타나자 정부가 고용 충격이 더 커지기 전에 안전망을 가동한 것이다. 23일 충남도는 정부 지원과 자체 일자리 정책을 연계해 고용 유지부터 직업훈련, 전직·재취업, 생계 지원까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단순한 지역 고용대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기업 손익계산서를 넘어 지역사회에 청구서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당진은 포항·광양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도시다. 공장 하나가 철강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운송업체, 정비업체가 붙고 식당과 상점이 생긴다. 공장이 벌어들인 돈으로 지방세가 걷히고, 그 돈이 다시 지역의 학교와 도로, 복지에 쓰인다. 주력기업의 생산이 줄면 협력업체 매출이 먼저 꺾이고 채용이 줄며, 그 여파는 골목상권과 지방재정까지 이어진다. 당진은 이미 그 징후를 겪고 있다. 지역 주요 철강기업 5개사의 영업이익은 2023년 262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44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진의 국세 납부액 역시 2022년 5063억원에서 2024년 1228억원으로 급감했고 법인 지방소득세는 같은 기간 317억원에서 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철강기업의 실적 악화가 지역경제의 체력을 얼마나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철강시장이 건설수요 감소와 글로벌 공급과잉, 수출 부진이 겹치며 20년 만의 최저 수준의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설비의 폐쇄와 가동 중단, 인력 조정 압력에 더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탄소중립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값싼 범용재를 대량 생산해 중국산 철강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자동차·조선·방산·에너지용 고부가 강재로 올라가고,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확대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공정에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더 깊이 넣어야 한다. 유럽의 탄소규제와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생각하면 선택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문제다. 정부가 경쟁력이 떨어진 모든 설비와 일자리를 세금으로 영원히 붙들어둘 수도 없다. 시장에서 수요를 잃은 생산시설까지 고용을 이유로 계속 유지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더 큰 구조조정을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기업은 오래된 설비를 닫으면 재무구조가 좋아질 수 있다. 국가는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면 탄소배출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공장 주변의 협력업체, 지역 상인에게는 ‘산업 고도화’라는 말이 당장의 생계 문제로 돌아온다. 국가와 기업이 전환의 편익을 얻으면서 비용은 노동자와 지역에만 남기는 구조라면 공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당진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 대상 노동자의 국민내일배움카드 한도는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나고 생활안정자금 융자 한도도 2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확대된다. 기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은 66.7%에서 80%로 높아진다. 충남도는 내년 최대 60억원 규모의 ‘당진 철강산업 버팀이음프로젝트’ 국비 확보도 추진한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생계자금과 훈련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산업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숙련을 버리지 않는 전환이다. 철강공장에서 20년을 일한 노동자에게 새로운 직업을 찾으라며 몇 달짜리 일반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제철소의 설비와 공정, 품질관리, 안전관리 경험은 산업의 자산이다. 이를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친환경 설비,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운영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의 출발점도 실업 이후가 아니라 재직 중이어야 한다. 구조조정 대상자가 확정된 뒤 교육기관을 찾는 것은 너무 늦다. 기업의 설비 전환 계획과 함께 향후 줄어드는 직무와 새로 필요한 직무를 예측하고, 노동자가 기존 일자리에서 일하는 동안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도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국가가 탄소중립 설비에 세액공제와 정책금융을 제공한다면 해당 기업은 고용 전환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어떤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떤 직무가 새로 생기는지, 기존 노동자를 얼마나 재배치하고 협력업체 고용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친환경 설비 투자계획은 수십 년 뒤까지 세우면서 사람에 대한 계획은 구조조정 직전에 만드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지역 정책은 더 크게 봐야 한다. 당진의 철강 노동자를 모두 다른 철강회사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지역의 산업구조 자체를 넓혀야 한다. 당진을 저탄소 철강의 거점으로 만들면서 수소·에너지, 철강 자원순환, 친환경 소재, 산업자동화와 같은 연관 산업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도 철강 집적지역의 대응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과 탈탄소 설비·부품 산업, 제조 AX, 자원순환 분야로의 다각화를 제시했다. 그래야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같은 지역 안에서 연결될 수 있다. 과거 제조업 구조조정의 실패에서 배울 것도 있다. 주력기업이 떠난 뒤에야 도시재생과 창업지원 사업을 시작하면 이미 숙련인력과 젊은 가족은 지역을 떠난 뒤다. 사람과 기업이 빠져나간 도시를 다시 일으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정부가 고용 충격이 통계에 완전히 나타나기 전에 당진을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그래서 평가할 대목이다. 이 제도 자체도 기존 고용위기지역이 실업과 고용 감소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작동한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이제 ‘선제’라는 말을 정책의 시간표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 실직하기 전에 훈련하고, 협력업체가 폐업하기 전에 사업 전환을 돕고, 지역의 청년이 떠나기 전에 새로운 기업을 불러들여야 한다. 정부도 최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신속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된 뒤 지원하던 방식에서 위험이 보일 때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중용’에는 ‘범사예즉립 불예즉폐(凡事豫則立 不豫則廢)’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하면 서고, 준비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의미다. 산업 전환도 그렇다. 철강의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술도 바뀌고 시장도 바뀐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생산방식은 결국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누구의 희생 위에서 이뤄질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는 일이다. 기업에는 친환경 설비와 고부가 제품 전환을 지원하고, 노동자에게는 숙련을 이어갈 직업과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에는 다음 산업을 심어야 한다. 세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산업정책의 성공을 공장의 생산성만으로 평가하던 시대도 지나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지었는데 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기업은 살아났는데 지역 상권과 인구가 무너졌다면 그것을 온전한 산업 전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철강은 한국 산업화를 떠받친 산업이다. 당진과 포항, 광양의 노동자와 지역사회 역시 그 성장의 비용과 과실을 함께 감당했다. 새로운 철강으로 넘어가는 비용 역시 함께 나눠야 한다. 산업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버리는 전환은 오래갈 수 없다. 공장을 바꾸는 것과 사람의 삶을 이어주는 것, 그 둘을 함께 해내야 진짜 산업 전환이다.
2026-08-2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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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화학 줄이고 재활용 소재 키운다…석화 3사 생존전략
[경제일보] 국내 주요 화학사들이 범용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고 재활용·바이오 기반 고부가 소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탄소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기존 대량생산 중심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케미칼이 최근 발간한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3사의 공통 키워드는 ‘저탄소’와 ‘순환소재’다. 범용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재활용 원료, 바이오 원료, 고기능 소재, 제품별 탄소 데이터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압박을 받았고,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고부가·친환경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LG화학, 고부가 소재와 탄소 데이터 대응에 방점 LG화학은 고부가 소재와 고객 대응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 밀착형인 고부가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 등 첨단 산업용 소재와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LG화학은 이미 반도체와 모빌리티 소재 분야에서 매출을 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반도체·모빌리티 등 소재 매출을 현재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은 현재 매출이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데이터 대응도 핵심 과제다. LG화학은 현재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정하는 Scope 3 배출량을 향후 해외 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내년까지 해외 사업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부 선진국과 고부가 소재 관련 고객사들의 데이터 제출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중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LCA는 제품의 원료 조달부터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PCF는 이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만 따로 계산한 제품 탄소발자국이다. 화학사가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탄소 성적표까지 함께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롯데케미칼, 리사이클·바이오 소재 수익성 강조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제품의 사업화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롯데케미칼의 2025년 리사이클·바이오 제품 판매량은 10만1680t, 매출액은 3553억원이다. 2024년보다는 줄었지만 2023년 판매량 9만1000t, 매출액 3126억원과 비교하면 중기적으로는 확대된 수준이다. 2025년 재생원료 사용량은 2만3480t이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소재를 단순한 환경 대응 제품이 아니라 스페셜티 영역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판매량 변동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리사이클·바이오 소재는 스페셜티 소재 영역이기 때문에 범용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에코시드(ECOSEED)는 롯데케미칼의 리사이클·바이오 소재 통합 브랜드다. 물리적·화학적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아우른다. 롯데케미칼은 ABS, PC, PP 등 44개 제품에 대해 ISCC PLUS 인증을 취득했고, UL ECV 인증도 확보했다. 친환경 소재 시장은 단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재활용 소재를 많이 요구하는지, 소재 채택의 주요 기준이 무엇인지는 고객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적용처에 따라 가격, 물성, 인증, 재생원료 함량, 탄소 데이터 요구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SK케미칼, 자동차·식음료로 적용처 확대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화학적 재활용 소재, 바이오 기반 소재를 중심으로 특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제품군, CR-PET, 바이오매스 기반 제품 판매량 중 재활용 원료 포함 제품과 바이오소재 비율을 2040년까지 9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 그린 소재 판매 비중은 28%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 소재는 화장품 패키징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스카이펫씨알(SKYPET CR)은 식품·음료용 패키징 분야를 비롯해 자동차 분야에서도 적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자동차 분야 확대도 주목된다. SK케미칼은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카펫 제조사 듀몬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SKYPET CR을 적용한 자동차 카펫 및 매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자동차 품질 기준 검증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 주요 완성차 브랜드 적용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에코트리아씨알(ECOTRIA CR)은 현재 화장품과 프리미엄 패키징 시장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스카이펫씨알이 식음료·자동차 쪽으로 확장성을 보여준다면, 에코트리아씨알은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구조다. 원료 확보도 경쟁력 변수로 떠올랐다.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를 곧바로 사업 확대의 병목으로 보기는 어렵다. SK케미칼은 원료 기반 강화를 위해 에프아이씨(FIC)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FIC는 폐플라스틱을 수거·선별·전처리해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 적합한 원료로 가공하는 시설이다. 폐이불과 PET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분까지 원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재생원료 규제, 친환경 소재 시장 키운다 제도 환경도 화학사의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환경부는 2026년 1월부터 무색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26년 의무사용률은 10%이며, 2030년까지 의무 대상과 의무율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공시 규제도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2028년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와 목표 등이 핵심 공시 항목으로 꼽힌다. 결국 3사의 방향은 한 곳으로 모인다. 석유화학 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LG화학은 첨단 산업용 소재와 탄소 데이터 대응에,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소재의 수익성에,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소재의 적용처 확대에 각각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친환경 소재가 곧바로 실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재생원료 확보, 인증 비용, 고객사별 요구 조건, 기존 범용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 등이 모두 변수다. 석유화학 불황이 길어질수록 친환경 소재는 선택지가 아니라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을 사업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6-07-14 13: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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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에서 백신까지…SK케미칼,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변곡점을 지나오다
[경제일보] 국내 제약업계에서 SK케미칼은 조금 독특한 위치에 있다. 전통 제약사처럼 일반의약품 중심 이미지가 강한 것도 아니고 바이오 기업처럼 특정 신약 하나로 설명되기도 어렵다. 대신 오랜 시간 화학과 제약, 소재와 백신 산업 흐름이 한 회사 안에서 함께 움직여 왔다. 한국 산업화 과정과 궤적을 같이해 온 기업에 가깝다. 출발은 선경 계열 화학 사업 흐름과 연결돼 있다. 당시 국내 산업은 섬유와 화학, 원료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SK케미칼 역시 화학과 원료 기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갔다. 초기에는 원료의약품과 합성의약품 비중이 컸다. 국내 제약 산업이 아직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던 시기 생산 기반과 기술 경험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완제의약품과 헬스케어 사업까지 흐름을 확대했다. SK케미칼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제품 가운데 하나는 ‘기넥신’이다. 은행잎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혈액순환 개선제 이미지로 오랫동안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했다.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기넥신은 단순 일반의약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내 천연물 의약품 시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로 자주 언급됐다. 화학 합성 의약품 중심 흐름 속에서 천연물 기반 치료제 시장을 키운 제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기넥신 성장 흐름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출은 12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조인스와 리바스티그민 등 주요 품목 성장도 이어졌지만 시장에서는 기넥신 흐름에 특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넥신은 지난해 은행잎 추출물 의약품 시장에서 37%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단일 제품 매출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44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고령화와 경도인지장애 시장 확대 흐름 속에서 혈액순환 개선뿐 아니라 인지기능 관련 수요까지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혈액순환 개선제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저하, 뇌혈류 개선 영역까지 시장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관련 임상 근거 축적이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역시 SK케미칼을 대표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천연물 기반 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키운 제품으로 꼽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절과 순환기 질환 관련 시장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도 SK케미칼 제약사업 성장 배경으로 거론된다. 회사의 흐름을 크게 바꾼 장면 가운데 하나는 백신 사업 진출이다. SK케미칼은 비교적 일찍 백신 분야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이후 독감백신과 세포배양 기술 개발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히 세포배양 방식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다른 기술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생산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차세대 백신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어지는 백신 사업 흐름 역시 여기서 출발했다. 코로나19 시기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안동 백신 공장은 국내 바이오·백신 산업 상징처럼 언급되기도 했다. SK케미칼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백신 기반 기술과 생산 경험이 다시 조명된 순간이었다. SK케미칼은 이후 사업 재편 과정도 거쳤다. 제약과 백신, 친환경 소재와 화학 사업 흐름이 각각 전문 영역으로 나뉘며 현재 모습으로 이어졌다. 단순 제약회사보다 헬스케어와 친환경 산업을 함께 가져가는 형태에 가깝다. 친환경 소재 사업 역시 최근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 소재, 친환경 화학 기술은 글로벌 산업 흐름과 맞닿아 있다. SK케미칼은 헬스케어와 화학 기반을 동시에 가진 기업 특성을 이 영역과 연결하고 있다. 이 회사의 특징은 특정 분야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약과 백신, 화학과 친환경 소재 흐름이 함께 움직인다. 산업 변화 흐름에 따라 사업 방향을 조정하며 외연을 넓혀 온 회사에 가깝다. 반면 시장에서는 정체성이 다소 복잡하게 보인다는 시선도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기넥신 이미지가 강하고 산업계에서는 백신과 소재 사업 비중이 더 자주 언급된다. 사업 영역이 넓은 만큼 집중도가 약해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 복제약 경쟁보다 백신과 바이오, 예방의학과 친환경 기술 흐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원료 경쟁력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SK케미칼의 강점은 오랜 생산 경험과 기술 기반에 있다. 원료와 소재, 의약품과 백신까지 이어지는 경험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도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흐름을 보면 방향은 비교적 일정하다. 단순 전통 제약사보다 헬스케어와 친환경 기술 기업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백신과 바이오, 친환경 소재 흐름이 함께 연결되는 모습이다. SK케미칼은 한국 산업화 시대 원료 산업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다. 그리고 지금은 백신과 친환경 기술, 미래 헬스케어 산업 흐름 안에서 다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화학과 제약, 백신과 친환경 기술이 함께 언급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SK케미칼은 그 변화의 시간을 가장 오래 통과해 온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26-05-15 07: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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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 녹색경제 협력 본격화…EPMA·KOVECA '2030 로드맵' 시동
[경제일보] 한국과 베트남의 민간 협력 기관이 녹색경제 분야의 중장기 협력에 나선다. 양국 정부가 참여한 경제사절단 공식 일정에서 관련 협약이 체결되면서, 한·베 산업 협력이 교류 중심을 넘어 실행 단계로 확장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친환경제품 제조업협회(EPMA)와 한베트남경제문화협회(KOVECA)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이어지는 녹색경제 협력 로드맵 구축에 합의했다. 이번 협약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응우옌 반 탕 베트남 재무부 장관이 함께 임석한 가운데 체결됐다. 양국 정부 고위급 인사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협약이 이뤄진 만큼, 민간 차원의 산업 협력이 정책 협력과도 맞물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력의 핵심 분야는 녹색경제, 스마트농업, 친환경 산업, 넷제로(Net Zero) 전환이다. EPMA와 KOVECA는 오는 2030년까지 단계별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기술 이전과 공동 프로젝트 발굴, 투자 연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협약식에는 KOVECA 권성택 회장, 박종남 고문, 이종현 부회장, 딘 티 타잉 마이(Dinh Thi Thanh Mai) 홍보대사와 EPMA 부 민 리(Vu Minh Ly) 부회장, 부 티 반 호아(Vu Thi Van Hoa) 사무국장, 응우옌 티 짱(Nguyen Thi Trang) 녹색생산기술 연구개발센터(GREEN TECH)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권성택 회장은 “이번 협약은 한·베 양국이 녹색경제라는 공동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실질적 출발점”이라며 “KOVECA는 한국의 기술과 투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베트남의 성장성과 결합해 지속가능한 산업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부 민 리 부회장은 “베트남은 현재 녹색경제 전환과 넷제로 실현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친환경 제품 산업, 스마트 농업, 순환경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국제 협력을 통해 베트남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KOVECA는 2014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경제·문화·교육·산업 협력을 연결하는 민간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양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연구기관을 잇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 기술 협력, ODA 사업 등을 추진해왔으며, 최근에는 스마트농업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로 협력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베트남 현지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실질적인 경제 협력 가교 역할을 수행해왔다. EPMA는 베트남 친환경 제품 산업을 대표하는 사회·직능 단체다. 친환경 제품의 연구개발과 생산, 유통에 참여하는 기업·기관을 연결하고, 정책 자문과 산업 지원, 국제 협력 업무를 수행한다. EPMA 산하 GREEN TECH는 과학기술부 등록 기관으로 에너지 진단, 탄소배출 측정, 친환경 인증, 탄소크레딧 등 기술 기반 실행 업무를 맡고 있다. 이번 협력은 한국의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신에너지 기술과 베트남의 생산 기반·시장 잠재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양 기관은 농업 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 친환경 소재 생산, 디지털 탄소관리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인 산업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 기준과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도 이번 협력의 배경이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생산체계와 탄소관리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녹색산업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구축할 경우, 양국 기업의 해외시장 대응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EPMA와 KOVECA의 협약은 한·베 협력이 기술, 산업, 투자, 환경 의제를 결합한 실천형 협력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 기관은 2030년까지 이어지는 실행 로드맵을 바탕으로 녹색경제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2026-05-08 13: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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