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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고·입고·달리고…브랜드, 소비자가 '직접 써보는 순간' 공략한다
[경제일보] 식품·패션·유통업계가 일방적인 브랜드 노출보다 제품이 실제로 사용되고 체험되는 현장을 새로운 마케팅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카자흐스탄 식품 축제에서 현지 소비자에게 주요 수출 제품의 시음 기회를 제공했고 코오롱FnC는 국가대표 선수의 경기 환경과 동작을 반영한 유니폼과 장비를 공급했으며 롯데백화점도 트레일러닝 대회를 앞두고 러너들이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팝업을 마련했다. 세 회사 모두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경험하는 현장에 브랜드를 배치해 맛과 기능, 활용 방식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K-밀크 페스티벌(K-Milk Festival)'에 참가해 현지 소비자에게 주요 수출 제품을 직접 선보였다. 한국유가공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남양유업을 포함한 국내 유업체 6곳이 참여했다. 남양유업은 현장에서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맥스·몬스터를 비롯해 '맛있는우유GT'와 '맛있는두유GT' 멸균 제품, 컵커피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을 소개하고 시음 부스를 운영했다. 남양유업이 현지 소비자와 직접 만난 배경에는 수출 품목과 시장을 동시에 넓히려는 전략이 자리한다. 기존 조제분유 중심의 수출 구조를 동결건조(FD) 커피와 커피믹스, 컵커피, 단백질 제품 등으로 다변화하는 가운데 제품을 직접 맛볼 수 있는 현장을 활용해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나선 것이다. 해외 사업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올해 4월 베트남, 7월 몽골에서 현지 유통 대기업과 수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카자흐스탄에서는 소비자 대상 행사에 참가하며 신규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현지 소비자들에게 단백질과 커피, 멸균 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수출 품목과 시장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해 글로벌 사업의 성장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FnC는 소비자 체험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제품을 실제 경기 수행 과정에 투입한다.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양궁과 골프 국가대표팀에 유니폼과 장비를 지원하며 선수들의 경기 환경과 움직임에 맞춘 기능성을 직접 구현한다. 이 가운데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양궁 대표팀에 긴소매·반소매 상의와 바지, 이너 티셔츠, 모자 등 경기용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공급한다. 현지의 고온 환경과 양궁 경기 특성을 반영해 발수·속건·쿨링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상의에는 고농도 세라믹 입자를 함유한 기능성 원단을 적용해 햇빛의 열 전달을 줄이고 땀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목과 등에는 통풍 기능을 배치했으며 옷깃에는 심지를 넣어 슈팅 순간에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양궁 전용 기능성 모자 역시 선수의 실제 동작에 맞췄다. 챙이 활 시위나 장비에 걸리지 않도록 길이와 곡률을 조정했으며 챙 끝에는 와이어를 넣어 선수의 슈팅 자세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선보인 양궁화 '아처삭스'의 2세대 모델 '아처삭스2'도 이번 대회에서 처음 공개한다. 약 20개월간 선수들의 조준 자세부터 격발 직전까지 압력 중심과 분포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했으며 실전 필드 테스트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골프웨어 브랜드 왁은 2021년 도쿄올림픽부터 이어온 골프 국가대표팀 후원을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간다. 선수단과 캐디, 코치진에게 셔츠·바지·모자·벨트·골프백 등을 제공하고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스윙과 신체 움직임에 맞춘 입체 패턴을 적용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1mm의 오차로 승부가 갈리는 양궁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골프 모두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목"이라며 "국가대표 선수단이 최선의 경기력을 펼쳐 아시안게임에서 영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코오롱FnC의 최고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러너들이 실제 대회를 준비하는 시점에 맞춰 16일부터 21일까지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에서 '2026 서울 100K X 아디다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플랫폼 내에 러닝 현장을 구현한다.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SEOUL 100K)'와 연계한 행사다. 서울 100K는 서울의 산과 강,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레일러닝 대회로 올해 100㎞·50㎞·20㎞ 3개 종목에 국내외 러너 약 2700명이 참가하는 행사다. 롯데백화점은 대회를 앞두고 팝업을 열어 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을 매장 방문과 제품 체험으로 연결했다. 팝업은 아디다스의 '로드 투 트레일(Road To Trail)'을 콘셉트로 꾸몄다. 트레일러닝과 전문 러닝에 특화된 신발·의류·용품 115여 종을 선보이고 구매 고객에게 원하는 문구나 디자인을 제품에 새길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니게임과 자동판매기 이벤트를 통해 암슬리브와 반다나 등 러닝 용품도 증정한다. 러닝 대회를 앞둔 시기에 실제 참가자와 러닝 관심층이 장비를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스포츠 커뮤니티의 관심을 유통 매장으로 연결한 셈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서울 100K는 서울의 도심과 산, 강을 가로지르는 국내 대표 트레일러닝 대회로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러닝의 열기를 미리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16 0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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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집 안으로…동서식품이 설계한 한국의 커피생활
[경제일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다방에서 주문하던 커피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직접 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가 됐고, 커피와 설탕·크리머를 각각 덜어 넣던 과정은 한 봉의 커피믹스로 단순해졌다. 카페에서 마시던 아메리카노는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옮겨왔고, 이제는 캡슐과 머신을 이용해 집에서도 추출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동서식품이 있었다. 동서식품은 1968년 설립 이후 맥심과 맥심 모카골드, 카누를 차례로 내놓으며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장소와 방식을 바꿔왔다. 새로운 음료 종류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시대마다 달라진 커피 취향과 음용 방식을 더 간편한 제품으로 구현하는 전략이었다. 동서식품의 성장 DNA는 '일상화'와 '재설계'로 요약된다. 다방 중심이던 커피를 가정과 사무실로 가져왔고,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스틱 한 봉에 담았다. 최근에는 카누 바리스타를 앞세워 캡슐과 머신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소비자가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까지 직접 설계하려 하고 있다. 다만 커피믹스로 구축한 시장 지배력이 다음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도 커졌다. 머신을 보급한 뒤 캡슐의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홈카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동서식품의 새로운 시험대가 됐다. 카페를 나온 커피, 한 봉에 담기다 동서식품이 한국 커피시장에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커피를 특별한 기호품에서 일상적인 음료로 바꾼 것이다. 인스턴트커피가 보급되기 전 커피는 주로 다방이나 음식점에서 누군가 타주는 음료였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마시더라도 커피와 설탕, 크리머의 양을 각각 조절해야 했다. 동서식품은 이를 한 봉에 담아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 형태로 단순화했다. 커피믹스의 경쟁력은 세 가지 재료를 합친 데만 있지 않았다. 누가 어디서 타더라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커피 한 잔의 제조법을 표준화했다. 소비자는 별도의 계량이나 기구 없이 컵과 뜨거운 물만으로 일정한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1980년 출시된 맥심은 동서식품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맥심 모카골드는 달고 부드러운 맛을 앞세워 가정과 사무실, 식당과 사업장 등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았다. 커피믹스는 접객용 음료이자 식사 후의 습관, 잠깐의 휴식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정착했다. 동서식품은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 입맛과 음용 습관 변화에 맞춰 원두 배합과 향, 당도, 패키지를 조정하고 제품 용량과 구성을 세분화했다. 신제품을 빠르게 교체하기보다 장수 브랜드의 기본적인 맛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동서식품에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적인 입지를 안겼다. 맥심 모카골드를 앞세운 동서식품은 현재도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평가된다.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유통망, ‘커피믹스=맥심’이라는 소비자 인식은 경쟁사가 쉽게 넘보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됐다. 하지만 시장을 장악한 성공은 새로운 과제도 남겼다. 2010년대 이후 커피전문점이 일상화되고 소비자 취향이 믹스커피에서 아메리카노와 스페셜티 커피, 디카페인, 캡슐커피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축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RTD 커피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동서식품에는 견고한 커피믹스 시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블랙커피와 홈카페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압도적인 1위라는 지위가 강점인 동시에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 한 잔을 스틱에 담다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 커피 소비의 기준도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달고 부드러운 커피믹스뿐 아니라 원두의 향과 산미, 로스팅을 따지기 시작했다. 설탕과 크리머가 없는 블랙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대중화되면서 인스턴트커피는 저렴하지만 품질이 낮은 제품이라는 인식과도 맞서야 했다. 동서식품은 커피전문점 문화와 아메리카노 소비가 확산하던 2011년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를 출시했다. 기존 커피믹스가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에 담아 달고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면 카누는 설탕과 크리머를 빼고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파우더에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를 배합해 뜨거운 물만 부어도 아메리카노에 가까운 맛을 내도록 설계했다. 카누는 커피전문점까지 이동해 주문하고 기다려야 했던 아메리카노를 사무실과 가정에서 스틱 한 봉으로 마실 수 있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짧은 제조 시간, 휴대성을 앞세우면서도 기존 인스턴트커피와는 다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브랜드 메시지는 카페에서 경험하던 커피와 휴식의 순간을 개인의 책상과 집 안으로 옮기겠다는 전략을 압축해 보여줬다. 카누의 의미는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추가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커피믹스 중심이던 스틱커피 시장을 설탕과 크리머가 없는 블랙커피 영역으로 넓히고, 커피전문점으로 이동하던 일부 수요를 다시 가정용 인스턴트커피 시장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맥심 모카골드가 달고 부드러운 믹스커피 수요를 지키는 동안 카누는 아메리카노와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맡았다. 동서식품은 두 브랜드를 통해 서로 다른 취향과 음용 장면을 포괄하며 고객 기반을 넓혔다. 이후 카누는 디카페인과 라떼, 아이스, 프리미엄 제품에 이어 캡슐과 머신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카누가 블랙커피와 라떼, 원두, 캡슐, 머신까지 아우르면서 브랜드의 역할도 복잡해졌다. 맥심과 카누의 소비층과 음용 장면을 구분하고, 카누 안에서도 스틱과 캡슐 제품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제품군 확대가 브랜드 외연 확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신규 수요와 재구매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졌다. 커피가 아닌 경험을 팔다…홈카페의 시작 동서식품의 최근 변화는 캡슐커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회사는 2023년 2월 카누 바리스타 전용 머신과 캡슐을 출시하며 캡슐커피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같은 해 원두커피와 에티오피아·콜롬비아·인도네시아 싱글오리진 캡슐을 추가했고, 2024년에는 소형 머신 ‘카누 바리스타 페블’을 출시했다. 타사 머신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캡슐도 내놓으며 전용 머신 구매자뿐 아니라 기존 캡슐커피 이용자까지 고객층을 넓혔다. 2025년에는 카누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 머신과 캡슐 판매 채널을 강화했다. 2026년 6월에는 아이스 커피 수요를 겨냥한 전용 캡슐 ‘카누 라이블리 브리즈’와 ‘카누 인피니트 피크’를 출시했다. 로스팅 강도와 디카페인, 싱글오리진, 라떼·아이스 전용 등 취향과 음용 상황에 맞춘 캡슐 제품군을 늘리며 홈카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카누 바리스타는 기존 스틱커피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 커피믹스와 카누 스틱은 컵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바로 마실 수 있어 개별 제품 판매가 곧 소비로 이어진다. 반면 캡슐커피는 소비자가 먼저 전용 머신이나 호환 기기를 갖춰야 한다. 초기 기기 구매라는 진입 장벽을 넘어야 캡슐의 반복 구매가 가능하다. 사업의 성패도 머신 판매량 자체보다 설치된 머신이 실제 캡슐 소비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머신을 구매한 뒤 다양한 캡슐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도록 제품군과 유통 채널,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전용 캡슐뿐 아니라 호환 캡슐까지 확대한 것도 머신 보급 속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잠재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 봉의 커피를 반복 판매하던 사업에서 기기와 소모품, 브랜드 경험을 연결하는 사업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에서 쌓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캡슐 재구매로 옮길 수 있느냐가 카누 바리스타의 성장성을 가를 핵심 변수다. 매출 1조8000억원에도 커진 원가 압박 동서식품은 커피믹스와 카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감소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이면에서는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2025년 매출원가는 전년보다 9.3% 증가했고 매출원가율도 66%에서 71.4%로 높아졌다. 반면 판매관리비는 전년보다 21.4% 감소했다. 특히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큰 폭으로 줄면서 원가 상승에도 영업이익을 방어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가 부담의 중심에는 커피 원두와 환율이 있다. 커피 원두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만큼 국제 원두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매입 부담이 커진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비용 일부를 반영할 수 있지만 잦은 가격 인상은 소비 위축이나 저가 제품으로의 이동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 원두 가격은 2025년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2026년 상반기에는 다소 진정됐다. 국제커피기구 종합 커피가격 지표는 2026년 1월 파운드당 296.89센트에서 6월 248.90센트로 낮아졌다. 다만 원두 매입과 재고 투입 사이에는 시차가 있어 국제 시세 하락이 곧바로 제조원가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광고와 판촉을 지나치게 줄이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노출과 신제품 확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머신 보급과 캡슐 재구매를 동시에 늘려야 하는 카누 바리스타 사업은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과 판매 채널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한 봉의 성공' 다음 시대에도 이어질까 동서식품의 역사는 복잡한 커피 경험을 더 간편한 방식으로 바꿔온 과정이었다.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에 담았고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스틱커피로 옮겼다. 이제는 머신과 캡슐을 통해 소비자가 집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까지 사업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 봉을 잘 만드는 능력과 기기·소모품 생태계를 운영하는 능력은 다르다. 커피믹스에서는 제품 자체의 맛과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가 시장 지위를 결정했다면 캡슐커피에서는 머신 보급, 캡슐 호환성, 제품 다양성, 반복 구매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와 기존 캡슐커피 사업자들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 사업의 기반도 지켜야 한다. 커피믹스는 여전히 동서식품의 핵심 시장이지만 젊은 소비자의 선택지는 원두커피와 캡슐, 저가 카페, RTD 음료 등으로 넓어졌다.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 변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관건은 맥심의 고객을 지키면서 카누가 새로운 소비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카누 바리스타 머신 구매자를 캡슐의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고, 전용 머신이 없는 소비자에게도 호환 캡슐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스틱커피와 캡슐커피 사이의 가격과 브랜드 역할을 분명히 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는 구조도 필요하다. 동서식품은 지난 반세기 동안 커피를 마시는 번거로움을 줄이며 성장했다. 하지만 다음 성장은 단순히 더 간편한 제품을 내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어떤 기기를 선택하고 어떤 캡슐을 반복 구매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커피 한 봉으로 한국인의 일상을 바꿨던 동서식품이 머신과 캡슐의 시대에도 다시 소비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카누 바리스타는 그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믹스와 카누, 카누 바리스타는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거쳐 선보인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맛있는 커피를 누구나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7-30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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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엘지, 라면 물 줘"…LG전자, AI 냉동얼음정수기 출시
[경제일보] LG전자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냉동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AI홈 가전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음성 명령만으로 물과 얼음을 출수하는 것은 물론 가전 제어와 생활 정보 제공까지 가능한 AI홈 허브 기능을 앞세워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AI 기능을 강화한 'LG 퓨리케어 AI 냉동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신제품은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물과 얼음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용자는 "하이 엘지"를 호출한 뒤 "차가운 물 200밀리리터 줘", "얼음 한 컵 줘" 등 자연어 명령만으로 원하는 양과 종류의 물을 받을 수 있다. 출수 중 "스톱"이라고 말하면 즉시 작동을 멈춰 물이 넘치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 제품은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학습하는 AI 기능도 적용했다. 'AI 맞춤 출수' 기능은 약 4주간의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사용하는 물 온도와 출수량을 학습한 뒤 개인별 맞춤 출수 옵션을 최대 3가지까지 추천한다. '레시피' 기능도 새롭게 탑재됐다. 커피믹스와 원두커피, 녹차, 홍차, 캐모마일, 루이보스, 페퍼민트, 보리차, 라면, 분유 등 10가지 메뉴에 맞춰 적정 온도와 용량의 물을 자동으로 제공한다. 사용자가 "라면 2개 끓일 물 받아줘" 또는 "녹차 한 잔 준비해줘"와 같이 말하면 별도 설정 없이 최적의 출수 조건을 적용한다. 이번 신제품은 AI홈 허브 역할도 수행한다. 음성 명령을 통해 LG 씽큐(ThinQ)에 연결된 세탁기와 건조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가전을 제어할 수 있으며 "세탁기 몇 분 남았어", "에어컨 켜줘" 등 생활 밀착형 기능을 지원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주요 뉴스와 날씨 등 생활 정보도 제공한다. LG전자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연동 가능한 가전제품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위생 관리 기능도 강화했다. '올 퓨리(All Puri)' 필터 시스템은 중금속 9종과 노로바이러스를 제거하며, 직수관은 주 1회 자동 고온 살균 기능을 지원한다. 출수구와 얼음 토출구에는 UV nano 자동 살균 기능을 적용해 위생성을 높였다. 사용 편의성도 개선했다. 컵 인지 센서를 적용해 컵이 없는 상태에서는 음성 명령을 내려도 물이나 얼음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며, 전면 디스플레이는 기존 4.3인치에서 6.8인치로 확대해 주요 기능과 날씨, 에너지 사용 정보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구독 서비스도 함께 운영한다. 6년 계약 기준으로 케어 매니저가 6개월마다 방문하는 구독 상품의 월 이용료는 5만3900원이다. 구독 고객에게는 필터 교체와 직수관·출수구 살균, 얼음 보관실 관리, 무상 A/S 등 정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냉장고와 세탁기 중심에서 정수기 등 생활가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음성 인식과 개인 맞춤형 기능을 앞세운 AI 가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제품 기능을 넘어 AI 플랫폼과 연계한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이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AI홈 플랫폼 씽큐를 중심으로 생활가전 간 연결성을 확대하고 고객 맞춤형 AI 서비스를 지속 강화해 AI 가전 생태계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재일 LG전자 HS사업본부 키친솔루션사업부장은 "주거 공간과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정수기 라인업을 확대하고 AI를 기반으로 더욱 편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AI 맞춤 출수 기능은 제품 전체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 자주 사용하는 물의 온도와 출수량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며 "다만 가족 구성원별로 '아빠 물', '엄마 물'처럼 자주 사용하는 출수 설정을 별도로 등록할 수 있어 음성으로 호출하면 각자 설정한 조건에 맞춰 물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시피 기능은 특정 문구를 외워 말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자연어 인식을 적용해 '라면 2개 끓일 물 받아줘'처럼 다양한 표현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며 "또 컵 인지 센서는 컵이나 그릇이 출수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감지하는 방식이어서 재질이나 크기와 관계없이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음성 출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과 물 넘침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2026-07-16 13:4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