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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2만5000명 유출·173억 대출사기…흔들리는 신한은행 정상혁號
[경제일보] 신한은행이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외부 공격으로 고객 2만5000여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앞서 발생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 사고 규모도 조사 과정에서 173억원까지 확대됐다. 두 사건 모두 은행 임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개인정보 유출은 외부 비인가자의 공격, 대출사기는 외부인의 사기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외부에서 발생한 위험을 은행의 보안·여신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신속하게 탐지하고 차단했는지가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는 최근 외부 비인가자가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일부 서비스에 접근하면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일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범위,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체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모집인 서비스가 공격 통로…금감원 조사 착수 이번 사고는 신한은행의 핵심 전산망이나 고객용 모바일뱅킹 시스템이 아닌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서비스는 대출모집인이 자신이 접수한 고객의 대출 진행 상황 등을 조회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공격자는 정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해 고객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공격 방식과 보안상 취약점, 이상접속 탐지·차단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전산망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 자체가 침해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2일에는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 중국어 기반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도구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해당 도구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사고 인지 이후 외부 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과문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이번 사고로 고객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사기 29억→69억→173억원…사고 규모 계속 늘어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인이 개입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도 발생했다. 신한은행이 최종 정정 공시한 사고 금액은 173억4355만원이다. 지난해 12월 최초 공시 당시 29억6440만원이었던 사고 규모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올해 6월 69억6890만원으로 늘었고, 8월 다시 173억4355만원으로 확대됐다. 최초 공시액의 약 5.9배다. 신한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추가로 확인돼 사고 금액을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외부인이 허위 서류 등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으로 신한은행 역시 피해자다. 다만 사고 금액이 조사 과정에서 세 차례 확대되면서 대출심사와 이상거래 탐지, 사고 발생 이후 유사 거래 점검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대출사기는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발생했다. 공개된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권에서 확인된 관련 사고는 136건, 1091억원 규모다. 금융회사별로는 IBK기업은행 182억원, 신한은행 173억원, 우리은행 99억원, KB국민은행 36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고 책임과 별도로 허위 분양·재직·소득서류 등을 이용한 이른바 '작업대출'에 대한 은행권 여신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 실효성도 도마…정상혁 행장 연말 임기 만료 최근 사고는 신한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2024년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정 행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화한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자체보다 담당 임원이 자신의 책무 범위에서 필요한 관리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대출모집인 관련 서비스의 보안점검과 접근권한 관리, 이상접속 탐지체계 등이 적절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연말 신한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추가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향후 인선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 행장 개인의 책임이나 제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정 행장은 금융권 관련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와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남아 있어 여야 협의 결과에 따라 증인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한은행의 외부채널 보안과 개인정보 접근권한, 이상거래 탐지 체계 등이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출모집인 등 외부채널을 통한 고객정보 접근 관리와 이상접속 차단, 대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비정상 거래 탐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2026-10-02 1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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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號' 민주당, 민심 일치가 먼저다
[경제일보]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됐다. 지난 17일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종 54.08%를 얻으며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에서 집권당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작동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이제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 섰다. 당청 관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없이 익숙한 조합이다. 김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도 통합과 민생이었다. ‘먹고사는 문제(Affordability)’, ‘외연 확장(Broadening)’, ‘유능함(Competence)’을 묶은 이른바 ‘ABC 플랜’을 제시했고, 당청 관계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의 언어, 정책, 태도와 문화까지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라진 당을 수습하고, 강성 지지층 밖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집권 2년차 여당에 필요한 문제의식이다. 국정의 성패를 놓고 대통령과 여당이 매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권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리 없다. 부동산, 민생, 산업정책, 지역균형발전처럼 정부와 국회의 손발이 맞아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김 대표가 총리 경험을 살려 정부와 국회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인다면 그것 자체로 국정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당청이 ‘안정된다’는 것과 당청이 ‘한 몸이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응원단이 아니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때는 누구보다 강한 지원군이어야 하지만, 민심과 정책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경고음을 울려야 할 조직이기도 하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는 대통령의 결정을 설명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이미 충분하다. 집권당까지 그 역할만 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현장의 경고를 권력의 중심으로 전달할 정치적 통로 하나가 사라진다. 여당에는 정부가 갖지 못한 ‘귀’가 있다. 지역구 의원은 시장에서 상인을 만나고,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을 만나며, 기업과 노동자, 자영업자와 매일 부딪친다. 통계가 움직이기 전에 생활물가의 압박을 듣고, 정책 당국이 부작용을 인정하기 전에 현장에서 불만을 접한다. 그 목소리를 걸러내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 집권당의 중요한 존재 이유다. 김 대표가 말한 ‘창조적 수평 관계’의 진정성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험받을 것이다. 첫 시험대는 부동산이다. 새 지도부 앞에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보완과 주택 공급 문제가 놓여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 통합과 야당과의 협치 역시 새 지도부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부동산은 특히 청와대의 정책을 여당이 그대로 받아 적어서는 곤란한 분야다. 무주택자에게 집값은 절망의 크기이고, 1주택자에게 집은 생애 가장 큰 자산이며, 청년에게는 월세와 대출이 곧 생활비다. 같은 정책도 세대와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충격을 준다.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여당은 정부보다 먼저 이를 발견하고 수정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을 당청 갈등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말을 하는 것과 대통령의 국정을 흔드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문제가 커진 뒤 대통령이 직접 수습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집권당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작은 균열일 때 발견하고 고치는 것이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은 참모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민심까지 전달하는 일은 정치적 신뢰를 가진 여당 대표가 해야 한다. 김 대표에게는 그 역할을 할 조건도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초대 총리였고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적 신뢰를 쌓아왔다. 김 대표 스스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토론하고, 직언하고, 방패가 되는’ 정당을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세 단어의 순서다. 방패가 되기에 앞서 토론하고 직언해야 한다. 직언 없는 방패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 당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과제는 더 선명해진다. 이번 대표 선거에서 김 대표는 54.08%, 정 후보는 45.92%를 얻었다. 최고위원 다섯 자리 가운데 정 후보와 가까운 인사 세 명이 당선돼 지도부 내부의 정치적 색깔도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압승한 대표가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내에서부터 다른 목소리를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 대표가 내건 외연 확장 역시 말보다 어려운 과제다. 중도층은 ‘중도’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고, 자신과 다른 생각까지 들으려는 정치세력에 움직인다. 핵심 지지층이 박수치는 정책이라도 중산층과 자영업자, 청년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면 다시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야당과의 관계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협치는 야당 요구를 절반씩 받아주는 정치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먼저 합의하고, 끝내 합의하지 못한 문제는 다수결로 결론을 내는 과정이다. 여당이 숫자의 우위만 앞세우기 시작하면 국회는 토론의 공간이 아니라 표결의 공간으로 쪼그라든다. 새 지도부를 두고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태종 때 위징은 군주가 어떻게 해야 현명해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 여러 의견을 두루 들으면 밝아지고 한쪽 말만 믿으면 어두워진다)’고 답했다. ‘자치통감’ 당 태종 정관 2년조에 전하는 말이다. 1400년 전 황제에게 필요했던 경계가 민주주의의 대통령에게 필요하지 않을 리 없다. 오히려 권력 주변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목소리의 가치는 커진다. 김 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국회에 전달하는 데만 능하다면 총리에서 당대표로 자리를 옮긴 의미는 크지 않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반대 방향이다. 시장과 골목, 지방과 국회에서 올라온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때로는 정책의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하고, 때로는 멈춰 다시 보자고 말해야 한다. ABC 플랜의 성패 역시 거기에서 갈릴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풀려면 보고서보다 생활 현장을 봐야 하고, 외연을 넓히려면 자기편의 환호보다 반대편의 우려를 들어야 한다. 유능함을 증명하려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능력뿐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제때 고치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유능한 집권당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정당이 아니다. 민심이 대통령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정당이다. ‘김민석호(號)’ 민주당이 ‘대통령의 당’을 넘어 국민의 집권당으로 평가받으려면 그 역할부터 증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면 언제나 같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당청 일치’보다 어려운 정치이고, 집권당 대표에게 맡겨진 더 무거운 책임이다.
2026-08-18 1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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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바꾸고도 또 사망사고… 포스코이앤씨, 구호만 남은 안전쇄신
[경제일보] 포스코이앤씨가 다시 안전관리 책임론에 휩싸였다. 지난해 잇따른 사망사고 이후 대표이사가 물러났고, 후임 대표로 최고안전책임자 출신인 송치영 대표가 선임됐지만 올해 신안산선 현장에서 또 근로자가 숨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중대재해 반복 이후 경영진 교체와 전사 안전점검, 안전조직 정비를 내세웠다. 고용노동부 특별감독도 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송치영 대표 체제의 안전관리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 근로자가 약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이앤씨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고 다음 날 회사는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동안 신안산선 현장 전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 점검을 진행했으나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안전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작업 중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지난해 여러 차례 중대재해를 겪었다. 사고 때마다 안전점검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결국 정희민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후임 대표로 송 대표가 선임됐다. 송 대표는 포스코그룹 내에서 안전 분야를 맡아온 인물이다. 당시 인사는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문제를 경영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고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송 대표는 일반적인 관리형 대표보다 안전 쇄신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취임했다.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대표 교체 자체가 시장에 내놓은 강한 쇄신 카드였다. 그런데 송 대표 체제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표 교체 이후 현장 안전관리가 실제로 개선됐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신안산선 사업 구간은 이미 사망사고가 반복된 곳이다. 지난해 4월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에서는 터널 붕괴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같은 해 여의도 구간에서도 철근 구조물 붕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관악구 현장 사고까지 더하면 신안산선 사업 구간에서만 세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력이 있는 사업 구간이라면 일반 현장보다 더 촘촘한 관리가 요구된다. 위험 공정 점검, 작업허가 절차, 추락 방지 조치, 하청 근로자 보호 체계가 실제 작업 단계에서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회사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신안산선 현장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고는 점검의 실효성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 안전 논란은 신안산선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김해 공동주택 신축현장, 대구 주상복합 건설현장, 함양~울산고속도로 건설현장 등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여러 지역과 공종에서 사고가 이어졌다는 점은 특정 현장 관리 부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부 감독 결과도 부담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감독을 벌였다. 당시 전국 62개 현장 가운데 55개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258건이 적발됐다. 안전난간과 작업발판 미설치, 통로 미확보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이행 사례도 포함됐다. 한두 현장의 문제라기보다 회사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대표 교체 이후에도 사고가 반복되면서 책임론은 현장 관리자 선에서 끝나기 어려워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최고경영진의 주요 책무로 다뤄지고 있다. 안전 예산과 조직, 매뉴얼을 갖췄는지뿐 아니라 그 체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가 중요해졌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최고경영자의 관리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송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도 이 지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이앤씨가 그를 대표로 세운 배경에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끊어내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렇다면 송 대표 체제의 성과는 실적이나 수주 성과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중대재해 감소 여부, 위험 현장 통제, 본사 지침의 현장 이행 여부가 함께 따져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다시 사과했고, 작업중지와 안전 확보를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사고 이후 조치보다 지난해 이후 내놓은 안전혁신 대책이 실제로 어느 정도 실행됐는지를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신안산선 현장에서 어떤 위험 요인이 확인됐고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사고 이력이 있는 구간에서 관리 체계가 어떻게 보강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기존 방식의 사과와 점검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대표 교체와 특별감독, 전사 안전점검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새로운 구호보다 기존 대책이 왜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시공사의 브랜드뿐 아니라 공사 수행 능력, 재무 안정성, 안전관리 역량까지 함께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와 조사, 공정 지연, 평판 악화가 뒤따를 수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안전 리스크가 사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경쟁력은 신뢰와 분리되기 어렵다.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회사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조합원 설득에도 부담이 생긴다. 고급 설계와 금융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현장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수주전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도 이런 흐름 속에서 거론된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최종 시공권은 IPARK현대산업개발이 가져갔다. 수주 결과를 특정 사고와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안산선 사고 이후 안전 논란이 확산된 시기와 맞물리면서 건설사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이번 사고의 파장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점검·감독에 나서면서 단일 현장 사고를 넘어 회사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가 다시 검증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포스코이앤씨가 주관하는 신안산선 건설현장 7개소를 노동부와 합동 점검하고 안전관리조직과 의사결정체계의 적정성까지 심층 진단하기로 했다. 노동부도 이번 사고 이후 회사에 대한 강제수사와 전국 시공현장 기획감독 방침을 밝혔다. 단일 현장 조사를 넘어 회사 전체의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향후 쟁점은 사고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 작업 지시, 추락 방지 조치, 작업발판 설치 여부, 관리감독자 역할, 하청업체 안전관리 체계 등은 조사 과정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동시에 포스코이앤씨 본사의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까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표 교체 이후에도 사고가 반복됐다면 최고경영진 책임론도 커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대표 교체로 책임을 정리했다. 후임 대표는 안전 전문가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같은 방식의 사과와 점검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송치영 대표 체제가 현장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지, 포스코이앤씨가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을 갖췄는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은 건설사의 평판과 브랜드 가치, 수주 경쟁력, 경영진 책임을 좌우하는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대형 정비사업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우려면 현장 안전에 대한 신뢰 회복이 먼저다. 반복되는 중대재해 앞에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약속보다 실제 현장의 변화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6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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