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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장관 청문회, 이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원 법무부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연다. 경제정책과 사법행정, 중소기업·벤처정책을 책임질 세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국회의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8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인사청문 슈퍼위크’다. 문제는 청문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하루에 장관 후보자 세 명을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세 후보자에게는 각각 검증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와 미래대응기금·세제개편 등 경제정책, 김승원 후보자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소영 후보자는 부동산·용역계약 논란과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등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문회가 이런 의혹을 확인하는 데만 그쳐서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는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재정 운용과 부동산·세제 정책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검찰·경찰 관계,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소상공인 부채와 벤처투자,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따져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본질은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맡길 능력과 판단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세 청문회는 각각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같은 날 몰리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국민의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의 중요한 정책 답변이나 새로운 의혹이 다른 청문회의 정치적 공방에 묻힐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자극적인 한두 장면이나 여야 충돌만 부각되고 정작 정책과 자질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흠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도 문제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도 야당은 다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한 증인마저 정쟁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증인은 여당이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야당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정책적 판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나 자료 부존재 등을 이유로 맞서는 일이 반복된다. 청문회 당일 새로운 자료를 들이밀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도 제대로 된 검증은 어렵다. 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검증과 직접 관계없는 가족의 사생활이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자료 제출을 놓고 며칠씩 싸우다 정작 정책 검증 시간을 잃는다면 청문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균형도 되찾아야 한다. 장관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재산 형성 과정과 이해충돌, 법 위반 여부, 공직 윤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정책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만이 아니라 장관이 된 뒤 무엇을 할 사람인지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되풀이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야당은 어떻게든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후보자의 능력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래서는 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승패를 겨루는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 일정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속한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같은 날 한꺼번에 검증하는 것이 관행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정의 효율성보다 검증의 충실성이 우선이다. 최소한 경제·사법·산업처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는 국민이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가 ‘통과시켜 주는’ 절차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자를 흠집 내는 정치무대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역량을 확인하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 장치다. 오늘 세 청문회에서 여야가 누구를 더 몰아붙였고 누가 더 잘 방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원칙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에 장관 세 명을 불러놓고 몇 시간씩 공방을 벌인 뒤 ‘청문회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의 성패는 몇 명을 통과시키고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사람에게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를 얼마나 제대로 밝혀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2026-09-15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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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임팩트, 'AI 시민성 교육' 나선다…11년 디지털 교육 AI로 확장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미래 세대의 일상과 학습 환경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교육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카카오임팩트재단이 11년간 운영해 온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AI 영역으로 확대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시민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AI 시민성 교육' 구축에 나선다. 29일 카카오임팩트재단은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지난 28일 AI 시민성 교육 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 '사이좋은 AI 네트워크' 출범 기념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AI 시대 미래 세대 교육의 방향성과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임팩트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해 온 청소년 디지털 시민성 교육 프로그램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을 AI 영역으로 전면 확대한다. 단순히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청소년들이 AI를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AI 시민성 교육' 모델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AI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인간과 AI의 역할을 구분하는 역량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카카오임팩트재단은 AI 시대에는 기술 활용 능력과 함께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시민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새로운 교육 모델 마련에 나섰다. 새롭게 도입되는 AI 시민성 교육 모델은 기존 디지털 시민성의 7대 핵심 역량인 감정 및 공감과 디지털 에티켓, 사이버폭력 예방, 디지털·AI 리터러시,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온라인 정체성에 AI 시대의 핵심 역량인 메타인지와 회복탄력성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메타인지는 인간과 AI의 역할을 구분하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은 AI가 빠르게 정답을 제시하는 환경에서도 시행착오를 학습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실패를 성장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역량이다.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인간 고유의 사고 능력과 판단력을 함께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재단은 AI 기술과 교육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이좋은 AI 네트워크'를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는 자문위원과 전문위원으로 구성되며 AI 기술과 교육 현장을 균형 있게 반영해 AI 시민성 교육의 방향성과 커리큘럼을 연구하게 될 계획이다. 자문위원으로는 KAIST 전산학부 교수를 역임했던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을 비롯해 이상욱 한양대 철학·인공지능학과 교수, 김은솔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전문위원에는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와 옥현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 김봉제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연구는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등 3개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특히 AI 시민성의 개념과 핵심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시민성 역량 측정 도구 'AQ' 개발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청소년의 일상에 AI가 깊숙이 들어왔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시민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진단하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AI 시민성의 개념과 핵심 역량을 정립하고 이를 진단하는 측정 도구 AQ를 개발해 학교 현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임팩트재단은 올해 전국 1000개 학급, 약 2만명을 대상으로 기존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AI 시민성 교육 모델과 AI 시민성 역량 측정 도구를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11월부터 12월까지 학교 현장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2027년부터 AI 시민성 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가 미래 세대의 일상과 교육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기술로 이해하는 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임팩트재단은 11년간 축적한 디지털 시민성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마련하고 미래 세대의 AI 시민성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AI 시대에는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시민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11년간 축적한 디지털 시민성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시민성 교육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29 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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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연령은 낮추고, 국가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소년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나이는 첫 번째 질문이 아니다. 흉기에 다쳤다면 상처가 남고, 집단폭행을 당했다면 학교에 다시 가는 일부터 두려워진다.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이와 가족에게는 일상이 무너진다. 가해자가 열세 살이라는 사정이 피해의 크기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현행 형법은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부 심리를 거쳐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형사재판을 받는 것과 같은 무게의 책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 가족의 눈에는 법이 가해 소년의 나이부터 살피고, 자신들이 겪은 고통은 뒤로 미루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촉법연령은 낮춰야 한다. 살인과 강도, 성폭력, 흉기 사용, 집단폭행처럼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라면 더욱 그렇다. 보호처분을 받고도 폭력과 절도를 반복하는 소년에게도 마찬가지다. 범행의 결과를 알면서도 타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입히는 행위까지 나이 하나만으로 형사사법의 바깥에 둘 이유는 약하다. 소년에게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열세 살의 판단력과 책임 능력을 성인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수사와 재판, 형의 집행도 소년의 발달 단계와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책임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누군가의 삶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그 행동에 왜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가르치지 않는 교화는 훈계에 그치기 쉽다. 형벌에는 재범을 막고 사회를 지키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응보 역시 형벌의 중요한 목적이다. 응보는 피해자의 분노를 대신 풀어주는 보복이 아니다. 국가가 범죄의 위법성과 피해의 무게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가해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일이다. 법원이 책임을 선언할 때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사적인 불운이나 아이들 사이의 다툼으로 축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소년범죄 논의에서는 가해 소년의 성장 가능성과 교화 필요성이 자주 강조된다. 그 원칙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해 소년의 장래를 살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상처와 불안을 주변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 피해자 보호는 소년사법의 부수적 과제가 아니다. 소년사법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준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법의 문턱만 낮춰 놓고 소년을 다시 방치한다면, 제도는 또 다른 실패를 낳는다. 가해 소년은 더 깊은 비행으로 들어가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다. 소년분류심사원의 현실은 국가가 소년범죄에 얼마나 임시방편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드러낸다. 지난해 새로 위탁된 소년은 5489명이었다. 4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2025년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460명으로 정원 410명을 넘어섰다. 원칙상 한 달인 위탁 기간도 절반가량이 연장됐다. 심사원은 이미 정원을 넘긴 인원을 안고 돌아가고 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단순히 소년을 머물게 하는 시설이 아니다. 법원이 처분을 정하기 전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또래관계, 정신건강, 중독 문제를 살피고 재비행 위험을 판단하는 기관이다. 심사관이 작성한 분류심사서는 소년의 처분을 정하는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 전국 심사관은 22명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해마다 250건 안팎을 맡아야 한다. 정신질환과 약물·도박 문제, 가정 해체와 학대 경험, 학교 부적응까지 겹친 소년을 짧은 기간에 파악하고 적절한 처우를 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심사원에 들어오는 소년 세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안고 있다는 현장 진단까지 나온다. 상담과 치료, 교육을 맡을 인력은 부족하고, 심사관들은 사건 처리와 행정 업무, 야간근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심사원 안에서 달라지는 소년도 적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배우고, 끼니를 챙겨 먹으며,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밖에서 굶거나 약물에 손댔던 소년이 생활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균 44일의 변화는 심사원 문을 나서는 순간 흔들리기 쉽다. 소년은 다시 가출을 반복하던 집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는 이미 낙오자로 취급받고, 범행을 함께했던 또래는 연락을 기다린다. 도박과 폭력, 성착취와 마약에 닿는 온라인 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심사원에서 재비행 위험을 진단해 놓고도 가정과 학교, 보호관찰소와 지역사회가 뒤를 잇지 못하면 심사 결과는 보고서에 머문다. 재위탁률이 40%를 넘는 현실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심사원에 여러 차례 드나드는 소년이 생기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보호관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학교 출석이 무너진 소년에게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생활 기반부터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돌볼 여력이 없고, 학교는 손을 놓으며, 보호관찰관은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맡는다. 지역사회 상담기관은 도움을 청하는 소년에게만 문을 연다. 가장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소년에게 스스로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관리 실패는 결국 새로운 피해로 돌아온다. 재비행은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폭행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공포다. 가해 소년을 제대로 붙들지 못한 국가는 다음 피해자를 막을 기회도 놓친다. 재범 방지는 가해 소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피해자 보호 정책이다. 촉법연령을 낮춘다면 처벌 뒤의 관리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중대 범죄나 반복 비행으로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받은 소년에게는 전담 사례관리자가 필요하다. 보호관찰소와 학교, 지방자치단체, 상담기관이 각자 공문만 주고받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한 명의 담당자가 소년의 출석과 치료, 가정환경, 또래관계, 직업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보호자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모의 방임과 폭력, 중독과 가정 붕괴가 비행의 배경이라면 소년만 교육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보호자 상담과 교육, 필요한 경우 가정에 대한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 아이를 심사원에 맡긴 뒤 집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두고 “다시 잘해 보라”고 돌려보내는 방식은 재비행을 막지 못한다. 학교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재적만 유지한 채 교실에서 사실상 밀려난 소년이 적지 않다. 일반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다면 대안교육과 직업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업을 듣지 않고, 일할 곳도 없으며, 집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소년에게 보호관찰 준수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소년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더 이른 시점에 책임을 가르치고, 그 책임이 다음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더 오래 관리하자는 요구다. 피해자에게는 “당신이 겪은 피해를 법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 소년에게는 “나이가 책임을 지워주지는 않지만, 국가는 당신을 다시 범죄로 밀어 넣지도 않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촉법연령을 낮추는 일은 출발일 뿐이다. 심사원에서 44일을 보낸 뒤에도 국가가 소년의 삶을 붙들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묻되 방치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되 소년의 재기를 포기하지 않는 제도. 그 두 가지를 함께 해내지 못한다면 촉법소년 논쟁은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만 맴돌게 된다.
2026-07-05 14: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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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정 2년차 참모진 개편…홍보 성기홍·민정 한찬식 발탁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2년차를 맞아 청와대 핵심 참모진 개편에 나섰다. 홍보소통, 민정, 사회, 외교안보 라인을 동시에 손보며 집권 2년차 국정 운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신임 홍보소통수석비서관에 성기홍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민정수석비서관에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사회수석비서관에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 제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에는 강건작 대통령직속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 제3차장에는 송기호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이 발탁됐다. 강 실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국정 2년차 비전인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속도감 있게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집권 1년차가 국정 정상화와 시스템 정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2년차에는 정책 성과를 구체화하고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기홍 신임 홍보소통수석은 30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다. 강 실장은 성 수석에 대해 “취재 현장의 감각과 보도 책임자로서의 균형감, 판단력을 겸비한 인물”이라며 “국민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피고 정부의 응답과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국민 소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2년차 정책 드라이브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여론 흐름을 관리할 소통 라인에 정통 언론인을 배치한 셈이다.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은 법무부 인권국장과 일선 검찰청 지휘부를 지낸 법조인이다. 대통령실은 한 수석이 법 집행의 엄정성과 인권 감수성을 함께 갖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확립과 검찰개혁 후속 과제 관리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한 수석이 공직사회 책임성을 강화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등 검찰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사회수석에는 약사 출신 보건의료 전문가인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가 임명됐다. 김 수석은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활동을 거친 인물로 소개됐다. 대통령실은 복지, 노동, 보건의료, 교육 등 사회정책 현안을 조율하고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보실 인선은 국방과 경제안보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강건작 신임 1차장은 육군 장성 출신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 자주국방 역량 강화, 군 구조개혁에 대해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해 온 안보 전문가로 평가된다. 송기호 신임 3차장은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 등 경제안보 현안을 다뤄 왔다. 경제와 안보가 결합되는 국제 환경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인사로 읽힌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일부 보직 교체를 넘어 국정 2년차 운영 체제 전환의 신호로 해석된다. 홍보·민정·사회수석과 안보실 1·3차장까지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청와대 참모진의 상당 부분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강 실장도 AI수석 후속 인선까지 감안하면 중폭 이상의 개편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AI미래기획수석 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기혁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총괄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강 실장은 “확정된 사실이 없고 일부 보도에 관해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세운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후속 인선 역시 국정 2년차 개편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민생정부, 일하는 정부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정 2년차는 성과를 설명하는 시간인 동시에 책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참모진 개편은 출발점일 뿐이다. 새 수석들이 국민이 체감할 정책 성과와 공직사회 개혁, 외교안보 대응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인사의 의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이번 개편의 평가는 이름이 아니라 속도와 실행에서 갈릴 전망이다. ▷성기홍 신임 홍보소통수석비서관 △1968년 7월생 △경남 △창원고△서울대 사회학과 △연합뉴스 정치부장△연합뉴스 논설위원 △연합뉴스TV 보도국장 △연합뉴스TV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비서관 △1968년 7월생 △서울 △서울 성남고 △서울대 사법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석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 △법무부 인권국장 △사법연수원 21기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경자 신임 사회수석비서관 △1966년 11월생 △전북 임실 △성심여고 △이화여대 제약학과 △가천대 행정학 석사 △경희대 의료경영학 박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현 우석대 교양대학 객원교수 △현 ESG코리아 이사 ▷강건작 신임 국가안보실 제1차장 △1966년 8월생 △부산 △안산 신성고 △육군사관학교 45기 △육군 제6군단장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육군 제28보병사단장 △현 대통령직속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 ▷송기호 신임 국가안보실 제3차장 △1963년 9월생 △전남 고흥 △광주제일고 △서울대 무역학과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산업통상부 통상교섭 민간자문위원회 위원 △사법연수원 30기 △현 국가안보실 제3차장실 경제안보비서관
2026-06-21 11: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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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우문현답보다 중요한 것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제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빠르다. 예전에는 사람이 질문을 잘해야만 그에 맞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의 AI는 다소 어설프거나 엉성한 질문에도 꽤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 기술은 점점 ‘우문현답’에 가까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AI가 좋아질수록 정말 중요해지는 것은 오히려 인간 쪽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답이 왜 좋은 답인지 알아보는 능력이다. 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이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물었을 때 아무 말도 못 하던 순간이 있다. 단지 창피해서가 아니다.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 질문은 완전한 무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질문도 생긴다. AI와의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누구나 AI에게 무엇이든 물을 수는 있지만, 그 답이 얕은 정보인지 깊은 통찰인지, 내 삶에 실제로 쓸 수 있는 판단인지 분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같은 답을 두고도 반응은 다르다. 어떤 이는 “신기하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바로 이거다” 하고 무릎을 친다. 그 차이는 AI의 성능이 아니라 답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다. 아이는 계산이 빠르면 감탄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조금 살아본 사람은 관계에 대한 문장, 실패를 견디는 태도, 돈과 선택의 현실을 짚는 표현 앞에서 더 깊은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정보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의미에 대한 감탄이다. 이 지점에서 AI 시대의 역설이 드러난다. 우리는 흔히 기술이 인간을 대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좋아질수록 인간 내부의 경험과 해석 능력은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답을 만드는 일은 기계가 점점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의 무게를 재고, 어디까지 믿을지 판단하고, 자기 삶의 맥락 속에 제대로 꽂아 넣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결국 AI 시대에 경쟁력이 되는 것은 단순한 정보량이 아니라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진 판단력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만약 좋은 답을 알아보는 능력이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면, AI를 가장 깊이 활용할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기술에 가장 익숙한 젊은 세대일까, 아니면 세월 속에서 이미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겪어본 사람들일까. 이 질문은 곧 다음 문제로 이어진다. 정작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 AI와 플랫폼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2026-04-26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