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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의 가치'로 키운 46년…이랜드, 옷가게서 종합 소비기업으로
[경제일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2평 남짓한 옷가게에서 시작된 '반값의 실험'이 46년 만에 패션·유통·외식·호텔을 아우르는 사업으로 확장됐다. 출발점은 1980년 박성수 이랜드 창업자가 문을 연 보세 옷가게 '잉글런드'였다. 당시 내세운 '절반 가격에 두 배 가치 제공'이라는 원칙은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옷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으로 이후 이랜드의 사업 전반을 관통하는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는 이러한 경영철학을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전반으로 확대했다. 스파오·미쏘 등 자체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는 한편 뉴코아·NC백화점으로 유통망을 넓히고 애슐리퀸즈와 켄싱턴호텔앤리조트를 통해 외식·숙박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랜드의 46년을 관통하는 핵심 DNA는 '가치의 대중화'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성장 전략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과거 신규 브랜드 출시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외형 성장을 추구했다면 최근에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합리적 가격' 앞세워 패션에서 유통·외식으로 영토 확장 이랜드의 초기 성장은 대중적인 캐주얼 의류를 앞세워 패션시장의 빈틈을 공략한 결과였다. 1983년 브렌따노, 1985년 언더우드, 1988년 헌트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1986년에는 패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해 매장 운영과 상품 공급을 표준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994년에는 도심형 아울렛 '2001아울렛'을 열며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류와 생활용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2004년 뉴코아 인수로 전국 유통망을 확대하며 패션기업에서 유통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외식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적용하며 1994년 피자몰을 시작으로 2003년 애슐리를 선보이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외식 모델을 구축했다. 의류에서 시작된 가치 대중화 전략이 쇼핑과 식생활로 확장된 것이다. 뉴발란스 1조 브랜드로 육성…패션·외식 경쟁력 강화 이랜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동시에 해외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브랜드 육성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뉴발란스로 이랜드는 2008년 당시 연매출 약 250억원 수준이던 국내 사업을 맡아 상품기획과 유통망 확대, 마케팅을 강화하며 2024년 매출 1조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특히 국내 소비자 수요에 맞춰 뉴발란스키즈를 선보이며 성인 스포츠 브랜드를 아동복 시장으로 확장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자체 브랜드 육성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2009년 출시한 스파오는 상품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방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장해 2024년 연매출 6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이랜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쏘·후아유 등도 고객층별 수요에 맞춰 상품을 세분화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 상반기 미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가운데 이랜드월드 패션 부문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9%, 29% 늘었다. 외식 부문에서는 애슐리퀸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뷔페 모델을 강화했다. 운영 효율화도 병행하면서 이랜드이츠의 상반기 매출은 3061억원으로 10.7%, 순이익은 230억원으로 50.6% 증가했다. 패션과 외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략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경험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맞춰 상품과 운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저가 전략을 넘어 소비자의 반복 구매와 방문을 이끄는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몸집 불리기에서 내실 다지기로……'선택과 집중' 본격화 이랜드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성장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잇따른 인수합병(M&A)은 외형 확대의 동력이었지만 차입금 증가와 재무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이후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등 일부 사업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최근에는 신규 사업 확대보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이랜드월드는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조8398억원, 영업이익 23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48% 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최근 10년간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로 매출 증가를 웃도는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유통 부문에서도 사업 효율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이랜드리테일은 주요 점포의 상품 구성 개편과 신규 브랜드 유치, 오프프라이스 매장 'NC픽스' 확대 등을 통해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243% 늘었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누적 순이익 흑자도 달성했다. 다만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업별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패션 부문은 뉴발란스 본사가 2027년부터 한국법인을 운영할 예정인 만큼 향후 사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스파오·미쏘·후아유 등 자체 브랜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외식 부문 역시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며, 유통 부문은 온라인 쇼핑 확대에 대응해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랜드의 향후 성장 관건은 '절반 가격에 두 배 가치'라는 창업철학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다. 외형 확대보다 브랜드 경쟁력과 운영 효율을 높여 소비자 가치와 기업의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2026-10-15 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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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편집숍에서 패션 플랫폼까지…무신사 성장과 도약의 역사
[경제일보] 한때 젊은 세대가 옷을 사는 방식은 백화점 매장이나 대형 쇼핑몰을 찾는 일이었다. 브랜드가 정한 시즌 상품을 보고 판매 직원의 설명을 듣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수백 개 브랜드를 비교하고, 이용자 후기를 읽고, 원하는 스타일을 바로 검색해 주문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무신사가 있다. 무신사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한국 패션 소비 방식과 신진 브랜드 성장 경로를 바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출발은 커머스가 아니라 커뮤니티였다. 2000년대 초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 있는 이용자들이 스타일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던 온라인 공간이 무신사의 시작이었다. 특정 브랜드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취향을 나누는 집단에 가까웠다. 이 출발점은 훗날 무신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누가 모여 있는가를 먼저 확보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거래 수요도 생겼다.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한곳에서 사고 싶어 했고, 신생 브랜드는 자신들을 보여줄 무대가 필요했다. 무신사는 이 둘을 연결했다. 단순 입점몰이 아니라 취향 기반 소비자와 브랜드를 이어 주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무신사의 성장에는 타이밍도 작용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고 SNS 문화가 확산되면서 패션 정보는 매장보다 화면에서 먼저 소비되기 시작했다. 누가 입었는지, 어떻게 코디했는지, 실제 후기가 어떤지가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무신사는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이 흐름을 빠르게 흡수했다. 플랫폼의 힘은 상품 수보다 브랜드 생태계에서 나온다. 무신사는 대형 패션기업 상품만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신생 스트리트 브랜드, 중소 패션 업체가 소비자를 만나는 대표 창구가 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 어려운 브랜드도 무신사를 통해 전국 단위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 패션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자본력이 큰 기업 중심으로 유통망이 형성됐다면, 플랫폼 시대에는 디자인과 기획력만으로도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무신사가 K패션 생태계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름 없던 브랜드가 베스트셀러로 올라서고, 온라인 인기를 바탕으로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무신사는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콘텐츠 기업의 성격도 갖고 있다. 랭킹과 추천, 스타일링 콘텐츠, 시즌 기획전, 이용자 후기 시스템은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패션 플랫폼에서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무엇을 파느냐’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일찍 보여준 사례다. 자체 브랜드(PB)와 단독 상품 확대도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다.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어떤 상품이 팔리고 어떤 가격대가 반응이 좋은지 알려준다. 이는 상품 기획 역량으로 이어진다. 유통 플랫폼이 제조와 브랜드 사업까지 확장하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오프라인 진출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온라인 강자가 오프라인 공간을 여는 이유는 분명하다. 옷은 직접 입어 보고 소재를 만져 봐야 구매가 쉬운 상품이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편집숍 형태 매장과 체험 공간을 통해 온라인 트래픽을 현실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채널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의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해외 시장 역시 다음 무대다. K팝과 K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며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다면 무신사는 단순 내수 플랫폼을 넘어 K패션 수출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무신사의 경쟁력은 여러 갈래에서 나온다. 취향 기반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충성 고객층, 다양한 입점 브랜드, 콘텐츠 운영 능력, 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 빠른 상품 반응 속도, K패션 생태계와의 연결성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단순 쇼핑몰과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플랫폼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 입점 브랜드와의 수수료 구조, 검색 노출의 공정성, 품질 관리, 고객 서비스 수준은 지속적으로 점검받는 영역이다. 패션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지금의 인기가 내일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글로벌 경쟁 플랫폼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무신사는 지금 온라인 패션몰을 넘어 패션 산업 인프라 기업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브랜드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키우고 시장을 만드는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앞으로의 평가는 매출 규모만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었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공간은 어느새 한국 젊은 세대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제 시장이 지켜보는 다음 장면은 무신사가 국내 유행의 중심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K패션의 관문이 될 수 있느냐다.
2026-04-30 07: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