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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논란' HD현대오일뱅크 "공개된 가격정보"…교환 시점은 공정위서 소명
[경제일보] HD현대오일뱅크가 가격정보 교환·담합 혐의와 관련해 거래처에 공지한 입금가가 시장에 신속하게 전파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은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 경영진·준법감시 부서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사무처는 지난 7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두 회사에 송부했다. 심사관은 두 회사가 202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입금가·확정가·판매정책 등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초에는 두 차례 입금가를 합의한 것으로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심사관의 판단으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은 향후 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된다. 심사관이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두 회사 합계 약 44조1000억원이다. 이는 혐의와 관련된 매출 규모로, 부당이익이나 소비자 피해액을 뜻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한 경제일보의 질의에 HD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세금 등을 고려해 입금가를 정하고, 결정 즉시 주유소·대리점 등 거래처에 알린다고 답했다. 이후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격정보가 시장에 빠르게 퍼진다는 설명이다. 입금가는 주유소와 대리점이 석유제품을 공급받기 전에 지급하는 대금의 기준이 되는 잠정 공급가격이다. 회사는 거래처에 공지된 가격을 경쟁사도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경쟁사와 교환한 정보가 이미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였으며, 가격과 판매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입금가 합의 혐의도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이라며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확인할 대목은 가격 공지와 경쟁사 정보교환의 시간 순서다. 거래처에 가격을 알린 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교환 당시 시장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등을 대조해야 회사의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설명을 검증할 수 있다. 회사는 이번 답변에서 구체적인 교환 시점이나 사례를 제시하지 않고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한 정보의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문제 삼은 대상은 입금가뿐 아니라 확정가와 판매정책도 포함한다. 반면 회사의 이번 답변은 입금가의 산정과 시장 전파 과정에 집중됐다. 확정가와 판매정책의 공개 시점, 경쟁사와 직접 정보를 교환한 목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경쟁사 접촉을 경영진이나 준법감시 부서가 알고 있었는지, 관련 보고·점검 절차가 있었는지도 물었다. 회사는 이 역시 정식 심의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답했다. 조사 이후 경쟁사 접촉 기준이나 가격 결정 절차를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준수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행한 조치나 변경 기준, 적용 시점은 답변에 담기지 않았다. 이번 회신만으로는 경쟁사 접촉 경위와 내부 보고·점검 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답변 유보 자체가 혐의나 내부통제 부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식 심의에서 관련 자료와 의견을 제출해 혐의를 다툴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검토한 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6-10-15 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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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생성형 AI로 금융사기 탐지…11월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
[경제일보] 우리은행이 다음달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사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금융사기 수법이 피그부처링과 리커버리 스캠 등으로 고도화되자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결합해 사전 차단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사기 수법과 피해예방 성과, 향후 대응 계획을 공유했다. 이날 발표는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전재홍 총괄수석이 맡았다. 전 수석은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한 뒤 총경으로 퇴직한 금융사기 수사 전문가다. 보이스피싱 1세대 '김미영 팀장' 조직 총책 등 운영진 검거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 등을 이끈 이력이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처음으로 경찰 출신 금융사기 전문가를 영입하고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개별 직원의 경험이나 판단에 의존하던 대응을 조직 차원의 상시 예방체계로 바꾸기 위한 조치다. 국내 금융사기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 조사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지난 2022년 7911억원에서 지난해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 범죄 방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한 조직이 전화 중심으로 범행을 저질렀지만 최근에는 기술개발, 유인·실행, 자금이동·세탁 등이 분업화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등 디지털 기술도 금융사기에 활용되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주의해야 할 수법으로 피그부처링과 리커버리 스캠을 꼽았다. 피그부처링은 SNS나 메신저로 접근해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다. 소액 투자와 수익 경험으로 신뢰를 높인 뒤 투자금을 키우고 최종적으로 출금을 막는 방식이다. 리커버리 스캠은 이미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피해금을 되찾아 주겠다고 접근해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2차 사기다. 수사기관이나 환불 전문가를 사칭해 수수료, 세금, 보증금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대응체계의 중심에 FDS를 두고 있다. FDS는 계좌이체, 출금, 입금, 카드결제, 해외송금 등 고객 금융거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징후를 포착한다. 필요할 경우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본인 여부와 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위험도가 높으면 거래를 지연하거나 차단한다.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와의 협업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FDS에서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정보 639건을 AML 부서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83건은 추가 분석을 거쳐 의심거래보고(STR)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타행 의심계좌 664건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 분석 AI 플랫폼(ASAP)을 통해 전 금융권에 공유했다. 타행 의심계좌 정보를 해당 금융회사와 공유해 거래 모니터링과 피해예방조치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예방체계를 3단계로 고도화한다. 우선 AI 기반 탐지역량과 전문 대응조직, 외부기관 협력·교육체계를 정비하고 이후 탐지·분석 업무 표준화와 전문인력·교육 확대, 정보공유·신고 연계를 강화한다. 차세대 FDS 구축도 추진한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 중심 탐지체계에서 벗어나 △전자금융 FDS △로그인 정보 △상품 이용 정보 △ASAP 위험계좌 정보 등을 폭넓게 연계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금융사기 유형과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신규 탐지 시나리오와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 뒤 연말까지 안정화할 계획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인 만큼 최우선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2 12: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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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해 피해 가계·중기 긴급 금융지원 나선다…대출 상환유예·자금 공급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가계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금융지원에 나선다. 생활안정자금과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보험료 납입유예 등을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유관기관, 업권별 협회 등을 중심으로 수해피해 긴급금융대응반을 구성하고 수해 피해 가계·중소기업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15일부터 경남 거제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확대된 집중호우 피해 가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높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한 바 있다. 수해 피해 가계에는 △긴급 생활안정자금 △기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보험료 납입유예 및 보험금 신속지급 △카드 결제대금 청구유예 △연체채무 특별 채무조정 등이 지원된다.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공급한다. 신한·우리·KB국민·아이엠·부산·경남은행은 피해 개인고객에게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최대 5000만원, IBK기업은행은 최대 3000만원의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피해액 범위 안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농협은 피해 조합원에게 세대당 최대 3000만원의 무이자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한다. 수협은 피해 입증 고객에게 1인당 최대 2000만원, 새마을금고는 1인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도 이뤄진다.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카드사는 수해 피해 가계에 대해 3개월에서 1년 동안 △대출원금 만기연장 △상환유예 △분할상환 등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만기연장과 함께 최고 1.5%p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연체이자를 면제한다. 우리·하나·경남은행은 최대 1년 만기연장, 최고 1.0%p 금리우대, 상환유예 등을 지원한다. NH농협은행은 최대 12개월 이자 및 원리금 상환유예를 실시한다. 보험업권은 수해 피해 고객의 보험금 청구 시 심사와 지급 우선순위를 높이고 보험금을 조기 지급한다. 재해피해확인서 등을 발급받은 경우 손해조사 완료 전 추정 보험금의 50% 범위 안에서 보험금을 먼저 받을 수 있다. 보험료 납입의무는 최장 6개월 유예된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한 경우 침수 등으로 차량에 발생한 손해도 보장받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수해 피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최대 6개월 청구 유예한다. 일부 카드사는 △결제대금 유예 종료 후 분할상환 △수해 피해 이후 발생한 연체료 면제 △연체금액 추심유예 등을 추가로 지원한다. 특별재난지역 피해자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특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채무조정과 달리 연체 발생 전에도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최대 1년 무이자 상환유예와 채무감면 우대 혜택도 제공된다. 수해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과 기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체채무 채무조정이 지원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 상호금융권은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복구소요자금과 긴급운영자금을 공급한다. 기업은행은 기업당 3억원 이내, 산업은행은 기업당 한도 안에서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중견기업 특례보증을 지원한다. 보증비율은 90%, 고정 보증료율은 0.1~0.5%, 보증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은 보증비율을 85%에서 100%로 높이고 최대 5억원까지 보증한다.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의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지원된다. 신보와 농신보도 피해 기업, 소상공인, 재해 농어업인이 이용 중인 보증상품의 보증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수해로 채무를 연체한 경우 새출발기금을 통한 이자감면 등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유관기관, 업권별 협회 등과 수해피해 긴급금융대응반을 운영해 피해 상황 파악과 금융지원 대응을 점검한다. 금감원은 각 지원에 상담센터를 열고 피해 복구를 위한 대출 실행과 연장, 보험료 납입유예 등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해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는 필요시 금융상담 인력을 현장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재해피해확인서를 먼저 발급받아야 한다. 관할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 등을 방문하거나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지원 가능 여부와 조건은 금융회사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먼저 해당 금융회사나 업권별 협회에 문의한 뒤 창구를 방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정부나 금융회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정부나 금융회사가 먼저 전화나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해피해 대출상품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며 대출 알선을 빙자한 자금이체 요청과 개인정보 제공은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6-08-20 14: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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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위, 29일 KT 펨토셀 해킹 심의…소액결제 피해가 수위 가른다
[경제일보] KT의 불법 초소형 기지국인 펨토셀 해킹 사고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제재 수위가 이르면 이번 주 결정된다.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SK텔레콤이나 쿠팡보다 작지만 유출 정보가 무단 소액결제에 악용돼 금전 피해로 이어진 점이 주요 변수다. 개인정보위는 오는 29일 전체회의에서 KT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시정명령 등 제재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날 의결이 마무리되면 처분 결과는 30일 공개될 전망이다. 위원 간 추가 논의가 필요하면 결론이 차기 회의로 미뤄질 수도 있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을 심의할 때도 첫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후속 회의에서 최종 제재안을 의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불법 펨토셀을 통해 KT 이용자 2만2227명의 가입자식별번호(IMSI)와 단말기식별번호(IMEI), 전화번호가 유출됐다. 이 가운데 368명에게 777건, 약 2억4300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불법 펨토셀에는 KT망 접속에 필요한 인증서와 인증서버 IP 정보가 저장돼 있었으며, 해당 장비를 거치는 통신 트래픽을 외부로 전송하는 기능도 확인됐다. 공격자는 탈취한 가입자·단말기 정보와 다른 경로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를 결합해 ARS와 문자 인증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위는 KT가 불법 장비의 내부망 접속을 차단할 안전조치를 충분히 마련했는지, 이상 징후를 적시에 탐지하고 신고했는지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정보 유출을 넘어 개인정보가 실제 결제 범죄에 이용된 점은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전체 매출액에서 위반행위와 무관한 매출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3%까지 부과할 수 있다. KT의 최근 3년 무선서비스 연평균 매출 약 6조6689억원에 3%를 단순 적용하면 약 2000억원이지만 실제 부과액은 이보다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위는 위반 정도와 기간, 피해 규모, 안전조치 의무 위반 내용과 사고 이후 대응 등을 종합해 과징금을 산정한다. 9월 시행되는 반복적·대규모 침해사고 대상 최대 10% 징벌적 과징금은 이번 KT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에 1347억9100만원, 쿠팡에 총 62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는 유출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2차 금전 피해가 확인됐다는 차이가 있다. 반면 피해액 보전과 위약금 면제, 보안 투자 확대 및 재발 방지책은 감경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한편 이번 결정은 통신사가 코어망뿐 아니라 펨토셀과 같은 접속 장비의 인증정보와 접근권한까지 어느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26-07-27 17: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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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개인정보 유출 제재 이달 말 윤곽…'2000억 과징금설' 따져보니
[경제일보] 불법 초소형 기지국인 펨토셀을 통해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고 무단 소액결제 피해까지 발생한 KT에 대한 정부 제재가 이르면 이달 말 확정될 전망이다. 법정 과징금 상한을 단순 계산하면 2000억원 안팎에 이르지만 실제 부과액은 위반 행위와 관련된 매출 범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정도, 피해구제 노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KT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시정명령 등 제재 안건을 오는 29일 전체회의에서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19일 현재 개인정보위가 공개한 회의 현황에는 지난 15일 제14회 제1소위원회와 지난 8일 제13회 전체회의까지만 올라와 있다. KT 안건의 29일 상정 여부는 공식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추가 검토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 피해 회선 2만2227개, 정보주체는 1만6000여명 KT는 지난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불법 펨토셀이 내부 통신망에 접속하면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불법 펨토셀에 접속한 가입자를 2만2227명으로 파악했다. 유출 정보에는 전화번호와 국제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368명에게서 총 777건, 약 2억4300만원 규모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개인정보위가 KT에 보낸 처분 사전통지서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보주체가 1만6000여명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불법 펨토셀 접속 이력이 있는 회선을 기준으로 조사한 반면 개인정보위는 법인용 회선과 중복 회선 등을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살아 있는 자연인에 관한 정보를 보호 대상으로 삼으며 법인이나 단체 자체의 정보는 개인정보에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2만2227명 유출’과 ‘1만6000여명 유출’은 어느 한쪽이 틀린 수치라기보다 조사 목적과 산정 기준이 다른 결과에 가깝다. 제재 처분에서는 개인정보위가 산정한 정보주체 규모가 직접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 단순 계산하면 2000억원…실제 과징금은 별개 KT에 적용되는 사고 당시 개인정보 보호법상 과징금 상한은 위반 행위와 관련된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의 3%다. KT의 최근 3년간 무선서비스 매출은 연평균 약 6조6689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단순히 3%에 대입하면 약 2000억원이 나온다. 그러나 이 금액을 예상 과징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정보위는 전체 무선서비스 매출 가운데 어느 범위를 위반 행위 관련 매출로 볼 것인지 정한 뒤 위반의 중대성과 기간, 유출 규모, 실제 피해, 사후 조치 등을 반영해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이후 가중·감경 절차도 거친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약 2300만명의 유심 관련 정보가 유출된 사고로 법정 상한에 가까운 과징금이 거론됐지만 최종 부과액은 1347억9100만원이었다. 개인정보위는 당시 핵심 네트워크 관리 소홀과 안전조치 의무 위반, 유출 통지 위반 등을 처분 근거로 제시했다. KT의 피해 규모는 SK텔레콤보다 작다. 다만 개인정보가 실제 범죄에 이용돼 368명의 금전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개인정보위가 단순 유출 인원보다 사고의 발생 구조와 실제 피해를 얼마나 무겁게 판단하느냐가 제재 수위를 가를 전망이다. ◆ 펨토셀 관리 부실이 핵심…사후 투자만으로 면책 어려워 KT에 불리한 대목은 통신망의 말단 설비인 펨토셀 관리 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다. 민관합동조사단은 KT가 펨토셀 인증서와 제작 외주업체, 비정상 인터넷주소(IP) 접속, 제품 형상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법 장비가 내부망에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불법 펨토셀이 통신 트래픽을 가로채 제3의 장소로 전송할 수 있었고 일부 통신 과정에서는 문자와 음성통화 정보가 탈취될 위험도 확인됐다. 이는 외부 공격자의 범죄만으로 사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입자 정보를 보호해야 할 기간통신사업자가 핵심 네트워크 장비의 인증과 접속통제 체계를 제대로 관리했는지가 개인정보 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판단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가 사고 이후 피해액을 보상하고 유심 무상 교체, 펨토셀 접속 차단, 망 보안 강화 등을 시행한 점은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없는 해지도 허용했다. KT는 지난해 정보보호 분야에 1276억원을 투자했고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와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도 잇달아 출범시켰다. AI 기반 공격과 제로트러스트, 랜섬웨어 대응 등을 포함한 보안 거버넌스 강화에 나선 상태다. 투자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사고 당시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위가 살필 부분은 예산의 총액보다 사고 이전에 필요한 보호조치가 실제 작동했는지, 사고 이후 피해 확산을 막고 보호체계를 실질적으로 바꿨는지다. 한편 이번 처분은 피해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면 과징금도 작아지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다. 국가 기간통신망의 관리 부실로 식별정보가 범죄에 이용됐을 때 그 책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개인정보위의 결론은 KT 한 기업의 비용을 넘어 통신사가 네트워크 보안을 어디까지 경영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26-07-19 11: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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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사법정의는 어디에 있었나
[경제일보] 친족상도례라는 말은 어렵다. 한자로 쓰면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처벌을 삼가거나,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 절차로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은 오래전부터 가족 안의 돈 문제에 형벌권을 들이대는 일을 조심스러워했다. 가정의 평온을 지키고, 가족 사이의 일을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사소한 금전 다툼까지 모두 경찰서와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신뢰의 이름이지만, 범죄자가 그 신뢰를 이용하면 피해자는 가장 늦게 구조된다. 남이 훔치면 절도이고, 남이 속이면 사기인데, 가족이 훔치고 속이면 “집안일”로 밀려나는 순간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다. 친족상도례 논란의 본질은 가족 해체가 아니다. 피해자를 법 밖에 세워 둔 제도의 문제다.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절차에서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한다면 사법정의는 출발선에서 멈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형법은 절도, 사기, 공갈, 횡령·배임 등 여러 재산범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해 왔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한 조항에 머무르지 않고 친족 간 재산범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온 셈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친족상도례가 왜 더 이상 옛 논리로 버틸 수 없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청구인 측은 친족상도례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적 재산범죄의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을 기대하는 사이, 현실의 피해자는 고립됐다. 가족 안에서 돈을 빼앗긴 사람은 가족 안에서 침묵을 요구받는다. 가해자는 경찰서 앞에서 가족을 말하고, 법정 앞에서 화해를 말한다. 피해자는 생활비, 주거, 간병, 정서적 의존 때문에 끝까지 싸우기 어렵다. 형사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폭행처럼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장, 인감, 위임장, 법인카드, 가족회사, 명의신탁, 생활비 계좌 같은 이름 뒤로 숨어 있다. 처음에는 부탁처럼 시작된다. “가족인데 믿어라”, “내가 관리해 주겠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이 이어진다.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계좌가 비어 있거나, 회사 돈이 빠져나갔거나, 명의가 옮겨져 있다. 그때 가해자는 다시 가족을 앞세운다. “고소까지 할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가족의 이름은 한 번은 범행의 도구가 되고, 또 한 번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된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씨 친형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6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인 자금 횡령이 중심이어서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본 것은 가족회사, 가족 간 신뢰, 돈 관리, 내부 감시 부재가 맞물릴 때 재산범죄가 얼마나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항소심은 피해 회사가 가족회사로서 내부 감시체계가 취약했고 형제 관계의 신뢰가 악용됐다는 점을 특별가중 요소로 봤다. 국회도 헌재 결정 이후 움직였다. 2025년 12월 31일 공포된 형법 개정으로 과거의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 제한을 배제했다. 친족 아닌 공범에게는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받던 시대는 끝났다. 아버지 돈을 자식이 훔쳐도, 형제의 돈을 다른 형제가 빼돌려도, 배우자가 상대방 재산을 횡령해도 이제 “가족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갈 수 있다.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의 입을 막던 낡은 문은 닫혔다. 그러나 여기서 칼럼을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형 면제가 사라졌다고 친족 특례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리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사이의 일률적 처벌을 피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 사건까지 국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친고죄는 피해자가 자유롭게 고소하고 자유롭게 고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족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재산 관리를 친족에게 맡겨 왔다면 어떠한가. 배우자나 형제가 집안 여론을 동원해 “네가 가족을 감옥 보낼 셈이냐”고 몰아붙이면, 피해자의 고소 취소가 정말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형 면제의 시대에는 법이 피해자를 밀어냈고, 친고죄의 시대에는 가족 내부 압박이 피해자를 다시 밀어낼 수 있다. 대법원의 2026년 4월 판단은 이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와 현금, 상품권,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대법원은 개정 형법상 친족 간 절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고소가 취소된 이상 공소기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현행법 체계상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친고죄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개정 이후의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그 의사가 가족 내부의 압박, 두려움, 생계 의존, 정서적 굴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피해자는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6031건이었다.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었다. 학대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71.1%였고, 학대 유형 중 경제적 착취는 18.6%를 차지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면은 냉정하다.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과 노동력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학대도 가정 안에서 많이 발생한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2025년 학대피해노인이 797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도 포함된다.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가져가고, 기초연금이나 예금을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빼 쓰고, 부동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일도 가족 안에서 벌어진다. 가족은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위험할 때 더 무섭다. 타인의 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가족의 범죄는 신고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왜 가족을 고소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사람인데도 가족을 깨뜨린 사람처럼 몰린다. 가해자는 범행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내세운다.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 “부부 사이”라는 말이 피해 사실 위에 덮인다. 사법정의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형사법의 목적은 국가가 벌을 주고 끝내는 데만 있지 않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말을 공적 절차 안으로 들여오며,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형사사법의 역할이다. 응보라는 말도 거칠게만 볼 필요가 없다.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범죄로 무너진 질서에 대해 공동체가 “그 일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절차다. 피해자는 그 선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당한 일이 집안일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확인을 받는다. 가족 안의 재산범죄에서도 그 확인은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가족관계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사건도 있다. 부모 지갑에서 소액을 가져간 미성년 자녀 사건과, 장애가 있는 친족의 보조금과 예금을 장기간 빼돌린 사건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술김에 벌어진 일회성 절도와, 가족회사를 이용해 수년간 돈을 빼낸 횡령도 다르다. 법은 차이를 봐야 한다. 과거 친족상도례의 잘못은 그 차이를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 규모, 범행 기간,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의 취약성, 가해자의 지배관계, 피해 회복 정도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의 과제도 그 지점에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서 고소 취소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화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독립된 상태에서 의사를 밝혔는지, 가해자와 주거·생계·돌봄 관계로 묶여 있지는 않은지, 피해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다른 가족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노인, 장애인, 질병이 있는 피해자라면 진술 조력, 국선변호인, 피해자 보호명령, 후견제도, 임시 재산관리 장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소권을 법전에 적어 두는 일과 피해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다르다. 입법도 한 번 더 손봐야 한다. 친고죄 일원화는 헌재 결정 이후 급한 불을 끈 절충안에 가깝다.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모두 일률적으로 친고죄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계속 따져야 한다. 피해액이 크거나 범행 기간이 길거나, 피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한 지위에 있거나, 가해자가 재산관리 권한을 이용한 사건이라면 고소 취소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도록 별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가족 내부 해결을 존중하더라도, 가족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범죄까지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 문제를 연예인 가족 분쟁이나 자극적인 집안싸움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친족상도례 논란은 유명인의 불행담이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이 가족 안의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 가구와 재혼가정, 사실상 돌봄 가족, 가족회사, 가족 간 재산관리 관계가 복잡해지는 시대다. 예전처럼 “가족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는데 법의 감각만 오래된 사진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법정의는 조항 하나를 고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를 취소할 때도 그 결정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순간, 법은 가장 가까운 곳의 약자를 놓친다. 가족의 평온은 범죄의 침묵 위에 세울 수 없다. 진짜 평온은 가해자의 책임을 덮는 데서 오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있고, 국가는 그 말을 절차 안에서 듣고, 법원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가족도 사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친족 특례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법정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2026-07-09 0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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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경찰청, AI로 보이스피싱 서버 475개 찾아냈다
[경제일보] SK텔레콤과 경찰청이 인공지능(AI) 보안 기술을 활용해 통신·금융사기 대응 체계를 고도화한다. 피싱 악성 앱을 분석해 범죄 서버를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수사기관과 통신사가 실시간에 가깝게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과 경찰청은 AI 기반 피싱 악성 앱 분석 및 수사 협력을 통해 3개월간 범죄 서버 475개를 식별하고 643명의 금전 피해를 예방했다고 17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평균 피해액을 건당 5024만원으로 적용하면 3개월 기준 약 323억원, 단순 연환산 기준 약 1292억원 규모의 피해를 막은 셈이다. 양측은 시범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악성 앱 분석과 수사 협력 체계를 공식화하기 위해 16일 부속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0월 체결된 범정부 민관 협력 업무협약의 세부 실행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SKT의 AI 보안 기술과 경찰청의 수사 역량을 결합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핵심은 악성 앱이 연결되는 명령제어 서버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다. 명령제어 서버는 악성 앱에 지시를 내리거나 개인정보·금융정보 탈취, 원격 제어 등을 수행하게 하는 범죄 조직의 핵심 인프라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이를 통해 금융거래를 통제하거나 수사기관·금융기관 사칭을 이어간다. 경찰청이 확보한 피싱 악성 앱은 SKT가 자체 개발한 악성 앱 분석 AI 에이전트를 통해 분석한다. AI 에이전트는 앱 내부 통신 구조와 명령제어 서버 정보를 추출하고, SKT는 분석 결과와 해당 서버 접속 고객 정보를 경찰청에 제공한다. 피해 확산 우려가 큰 사안은 우선 분석·공유해 신속한 차단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번 협력은 보이스피싱 대응 방식이 사후 수사에서 선제 차단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악성 앱 분석은 난독화, 실행환경 탐지, 통신 은닉 등 분석 방해 기법 때문에 전문성과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SKT는 AI 기반 자동 분석 체계를 구축해 분석 시간을 약 81%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앞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악성 앱 분석을 넘어 악성 URL 탐지, 보이스피싱 의심번호 사전 탐지 등으로 대응 영역을 확장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문자, 앱, 전화, 원격제어, 가짜 금융 사이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지능화되는 만큼 통신망과 수사망을 함께 활용하는 대응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오창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SKT의 우수한 AI 기술 덕분에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범죄 인프라를 발견하고 많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지난 5월 6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송금 직전 직접적으로 예방한 것은 민관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종현 SKT 통합보안센터장은 “SKT의 차별화된 AI 보안 기술을 통해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범죄 서버를 발견하고 실제 피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전국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단순 전화 사기가 아니다. 악성 앱, 가짜 URL, 원격제어, 대포통장, 해외 서버가 결합된 디지털 범죄 산업으로 진화했다.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 데이터와 AI 분석 역량, 경찰의 수사 권한이 결합될 때 피해 차단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SKT와 경찰청의 이번 협력은 AI 보안 기술이 기업 내부 방어를 넘어 국민 생활 범죄 대응 인프라로 확장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6-06-17 15: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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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은 왜 항상 노인을 고르나 — 통신사의 책임
2025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30.6%가 60대 이상이었다. 2020년 16%에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감소했다. 범죄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고령 피해자 비율은 매년 올랐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고령층을 집중 표적으로 삼는 방향으로 범행 전략을 고도화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주체가 있다. SKT, KT, LGU+ — 이동통신 3사다. 피해액의 무게는 더 무겁다. 1억 원 이상 고액 피해자의 44%가 60대였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5,000만 원을 넘어섰다. 한 번의 전화 사기로 노후 자금 전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2025년 한 해 전체 피해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숫자들 앞에서 통신 3사는 여전히 침묵한다. 범행의 출발점은 통신망이다 보이스피싱의 핵심 기술은 발신번호 변작이다.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청 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실제 발신번호는 해외 VoIP 서버나 조작된 번호로 표시되도록 한다. 피해자가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범죄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실제 기관 번호 80여 개를 목록화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모든 조작은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발신번호 변작을 기술적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는 통신사업자에게 발신번호 거짓표시 방지 기술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장검사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발신번호 변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는가. 법적 의무는 있다. 기술도 있다. 그러나 고령 피해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이 모순의 중간 어딘가에 통신 3사가 있다. '신청해야 쓸 수 있는 차단' — 구조적 방조 SKT, KT, LGU+ 모두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다. 신청하면 문자 발신번호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작동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앱을 켜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이용자가 이 절차를 자발적으로 밟을 가능성은 낮다. 통신 3사는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신청자에게만 제공'되는 보호는, 보호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닿지 않는 구조다. 기본값을 '차단 없음'으로 설정해 놓은 채, 개인의 선택 실패를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경찰청이 2025년 말 SKT·KT·LGU+·삼성전자와 협력해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통신망 접속 즉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술 협력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협력이 왜 범죄가 정점에 달한 뒤에야, 그것도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느냐는 것이다. 고령층은 수익성 높은 고객이자 보호받지 못하는 이용자다 통신 3사의 60대 이상 고객 비중은 전체 이용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요금제를 자주 바꾸지 않고, 해지율이 낮으며, 장기 고객으로 남는다. 통신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안정적인 고객군이다. 그러나 디지털 보안 서비스의 혜택은 가장 늦게, 가장 좁게 닿는다.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는 무료지만 자동 적용이 아니다. 고령 이용자를 위한 보안 기본값 설정 강화, 이상 발신 패턴 탐지 시 선제적 알림, 고위험 번호 자동 차단 등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조치들이다. 통신 3사가 이를 자발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수익 구조를 보호하면서 책임은 피하는 선택의 결과다. '개인 부주의' 프레임을 걷어내야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보도될 때마다 따라오는 문장이 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암묵적으로 소환하는 이 프레임은, 범행의 구조적 조건을 만든 주체들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6만 명 이상의 금융감독원 직원이 전화를 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는 것은, 발신번호가 실제 금융감독원 번호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인지 실패가 아니라 통신망 인프라의 실패다. 법원은 이미 일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통신사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개별 소송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해자에게 이중의 부담이다. 제도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지금 당장 가능한 제도적 조치 세 가지 방향이 즉각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의 기본값을 '적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이용자가 해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고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다. 둘째, 국제 발신 전화에 대한 실시간 변작 탐지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의 '기술적 조치' 의무를 구체적인 탐지·차단 기준으로 명문화하고, 미이행 시 실질적인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 60대 이상 고령 이용자에 대한 보안 알림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 이상 발신 패턴이 탐지될 경우 이용자와 지정 보호자에게 선제적으로 고지하는 체계는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다. 2025년 피해액 1조 원. 60대 이상 피해 비율 30.6%. 이 숫자들은 캠페인 예산이나 홍보 문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인프라 책임을 묻는 것, 보호의 기본값을 바꾸는 것 — 이것이 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어르신들이 전화 한 통에 노후 자금을 잃는 동안, 통신 3사의 면피는 너무 오래 계속됐다.
2026-05-10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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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투쟁'에 갇힌 삼성 노조, 상생의 가치 망각했나
[경제일보]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의 노사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천문학적인 피해액을 뒤로한 채 파업에 돌입하더니, 삼성전자 노조마저 반도체 부문의 막대한 성과급을 내세우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참담하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넘어 우리 사회 연대의 가치를 허무는 ‘극단적 실리주의’의 민낯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서 터져 나온 ‘노노(勞勞) 갈등’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조 지도부가 다수 조합원이 속한 반도체(DS) 부문의 이익 대변에만 몰두하자, 적자 위기에 놓인 가전·모바일(DX) 부문 조합원들이 연쇄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동료의 고통은 외면한 채 반도체 업황 회복의 과실만을 독식하겠다는 행태는, ‘노동 형제애’라는 노조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과연 그들만의 전유물인가. 위기 때마다 고통을 분담한 다른 사업부 동료들의 인내, 위험을 감수하며 공급망을 지켜온 수많은 협력업체의 헌신,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이 밑거름되었음을 정녕 잊었단 말인가. 성과의 그늘에 가려진 이들의 기여를 외면한 ‘성과급 잔치’ 요구는 그래서 공허하고 위태롭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절을 맞아 강조한 “상생의 생태계”와 “과도한 요구에 대한 지탄”은 우리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를 직시하라는 엄중한 경고다.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1차 노동시장’의 기득권자들이 자신들만의 성채에 안주할수록, 그 성벽 아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2차 노동시장’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을 타사에 대한 언급이라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경제의 상징이다. 삼성 노조의 행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격(格)과 사회적 책임의 수준을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지금처럼 수억원대 성과급을 위해 동료와 협력사를 외면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진정한 노동운동의 힘은 ‘나만 잘사는 투쟁’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할 때 발휘되는 법이다. 노조는 이제라도 닫힌 연대의 빗장을 풀어야 한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무리한 요구를 거두고, 성과의 온기가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전향적인 상생 모델을 사측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또한 기업 단위 교섭 체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사회적 대화의 틀을 통해 이익 공유를 제도화할 방안을 진지하게 강구해야 할 때다. 삼성 노조가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벗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주체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것이 삼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은 선택이자, 무너진 노사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04 09:5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