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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프리퀀시, 수능엔 홈런볼…스타벅스·해태제과, '시즌 공식' 굳힌다
[경제일보] 식음료업계가 계절과 기념일에 맞춘 시즌 마케팅을 통해 특정 시기와 브랜드의 연관성을 강화하고 있다. 겨울철 적립 행사와 수능 시즌 한정 제품처럼 매년 반복되는 소비 수요에 맞춰 상품과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구매와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오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2026 겨울 e-프리퀀시'를 진행한다. 매년 연말 운영하는 e-프리퀀시는 일정 수의 제조 음료를 구매해 e-스티커를 모으면 한정 증정품을 받을 수 있는 행사로, 올해는 '스타벅스와 함께 머무는 순간들(Moments that stay with Starbucks)'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올해 증정품은 포터블 스피커와 가방, 플래너로 구성했다.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제조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e-스티커 17개를 모아 원하는 증정품을 예약할 수 있으며, 이후 추가 구매량에 따라 미니 노트 키링과 북 커버도 신청할 수 있다. 해마다 새로운 협업 상품을 선보이면서 행사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도 이어간다. 포터블 스피커는 프랑스 디자인 브랜드 '렉슨(LEXON)'의 제품을 활용했고, 플래너와 미니 노트 키링은 오랜 기간 협업해온 '몰스킨(Moleskine)'과 제작했다. 가방도 백팩과 토트백 등으로 세분화해 증정품을 단순 사은품보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구성했다. 행사가 장기간 반복되면서 참여 과정의 편의성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예약이 마감된 일부 증정품에 취소 물량이 생기면 순차적으로 예약 기회를 제공하는 '예약 취소 대기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증정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모바일 앱에서 교환을 사전 접수하고 처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스타벅스가 겨울 e-프리퀀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연말 소비와 브랜드 경험을 연결해온 만큼 올해 역시 제품 구매에서 증정품 수령까지 이어지는 반복적인 참여 구조를 강화한 셈이다. 특히 플래너와 가방 등 매년 구성을 달리한 한정 증정품을 앞세워 행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연말까지 고객 방문을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번 겨울 e-프리퀀시는 스타벅스와 함께한 순간들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로벌 브랜드인 렉슨, 몰스킨 등과 협업해 일상에서 사용하기 좋은 증정품들로 기획했다"며 "올해는 증정품 예약 취소 대기부터 불량 접수까지 고객 편의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연말이라는 계절적 시기를 자체 행사와 연결했다면 해태제과는 수능이라는 연례 행사를 대표 제품인 홈런볼과 결합하고 있다. 2024년 처음 수능 에디션을 선보인 이후 3년 연속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홈런이라는 제품명을 수험생 응원 메시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능 시즌 한정판 '만루홈런볼'을 출시한다. 기존 홈런볼보다 초코크림 함량을 10% 늘려 속을 더욱 풍성하게 채우고, 모든 수험생이 자신만의 '홈런'을 날리길 바란다는 의미를 제품명에 담았다. 수능과 홈런볼의 연결은 상품 구성에도 반영했다. 해태제과는 2024년 첫 수능 에디션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응원 메시지를 담은 대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올해는 만루홈런볼 6봉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를 마련해 수험생 자녀나 친구에게 응원의 의미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세트는 오는 28일부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2만개 한정 판매된다. 제품 출시와 함께 수험생이 속한 학교 단위로 참여 범위도 넓혔다. 해태제과는 오는 25일까지 '2026 홈런볼배 전국 고교수능응원전'을 진행한다. 학부모와 동문, 재학생 등이 인스타그램에 학교 이름과 응원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참여하며 최종 상위 3개 고등학교에는 전교생이 하나씩 받을 수 있는 만루홈런볼을 수능 전에 전달한다. 기존 제품명이 가진 '홈런'의 의미를 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응원 메시지와 연결하고, 한정 제품과 선물세트, 학교 단위 이벤트까지 연계하면서 수능철에 반복적으로 브랜드를 노출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야구장에서 승리를 응원하는 홈런볼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도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저마다 바라던 결실을 거두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2026-10-15 10: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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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도 '본업 특화' 시대…유통업계, ESG에 인프라·전문성 더한다
[경제일보] 유통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단순 기부를 넘어 본업 인프라와 사업 역량을 사회적 과제 해결에 직접 연결하는 '운영형'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BBQ는 본사 공급망과 전국 가맹점 조리 역량을 지역사회 나눔에 활용하고 쿠팡은 직매입·물류망을 인구감소지역 농가의 판로로 연결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여행과 맞닿은 업종 특성을 살려 관광약자의 문화체험을 지원하는 등 기업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사회공헌에 접목하며 일회성 지원보다 지속 가능한 ESG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BQ는 전국 가맹점 및 본사의 식품 공급망, 치킨대학의 조리 인프라를 지역사회 나눔에 활용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은 추석을 앞둔 이달 '찾아가는 치킨릴레이', '치킨대학 착한기부', '패밀리와 함께하는 치킨릴레이' 등을 통해 전국 아동·청소년과 어르신에게 치킨 1000마리를 전달했다. '찾아가는 치킨릴레이'는 BBQ가 직접 현장을 찾아 갓 조리한 치킨을 전달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나눔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지역사회에 기부한 치킨은 약 1만8000마리에 달한다. 추석을 앞두고는 원주시청소년쉼터와 이천시청소년쉼터, 용인청소년쉼터 등 9곳을 찾아 현장에서 조리한 치킨을 전달했다. BBQ는 가맹점 교육 시설인 치킨대학도 사회공헌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착한기부'를 통해 치킨대학에서 교육받는 패밀리와 구성원이 직접 조리한 치킨을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연계해 그룹홈, 청소년복지센터,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전국 가맹점주가 참여하는 '패밀리와 함께하는 치킨릴레이'도 운영하고 있다. 본사가 신선육을 지원하면 각 지역 패밀리가 이를 직접 조리해 지역아동센터와 종합복지관, 아동보육원, 요양원 등에 전달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본사의 식자재 공급 역량과 가맹점의 조리·지역 네트워크를 결합해 전국 단위 나눔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BBQ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치킨 한 끼가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되고 함께 나누는 정까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활동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가까이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했다. 쿠팡은 전국 단위 직매입과 물류망을 활용해 인구감소지역 농가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유통망 확대에 힘입어 올해 1~8월 해당 지역 8곳에서 매입한 과일은 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연간 매입량인 약 7600톤에도 근접한 수준이다. 매입 지역은 전남 영암·함평과 경북 성주·의성·영천·고령, 대구 군위 등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지역이 대부분이다. 쿠팡은 이들 지역에서 사과·참외·자두·수박·딸기·무화과 등 30여종을 직매입해 전국 소비자에게 새벽배송한다. 지역 농산물 매입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인구감소지역 등의 과일 매입량은 2022년 3400톤에서 2023년 5600톤, 2024년 6000톤, 지난해 7600여톤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회사는 연말까지 매입량이 8400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매입 확대에는 전국으로 넓어진 새벽배송망이 큰 역할을 했다. 쿠팡이 호남·경상·강원 등으로 배송 지역을 확대하면서 과일 구매 수요가 늘었고 이에 맞춰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산지 매입도 함께 늘렸다. 올해 경북 고령의 매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전남 함평은 138%, 대구 군위는 73% 증가했다. 확대된 판로는 농가 매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군위 지역 자두 농가 130여곳이 참여하는 '군위농협자두공선출하회'의 쿠팡 매출은 올해 현재까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대형 유통사 직매입이 기존 공판장 거래의 가격 변동과 판로 불확실성을 일부 보완하면서 농가의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인구감소 지역 농가들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농가 매입과 상생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여행 산업과 맞닿은 업종 특성을 관광약자 지원과 연결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17일 초록우산에 장애아동의 해외 문화체험을 지원하는 '배리어프리 글로벌 문화체험' 기부금 16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사업은 교통·숙박·관광시설 접근성 등의 제약으로 해외여행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아동에게 보호자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애아동 3가정이 참여하며 아동과 보호자가 1대1로 동행한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이동과 숙박 환경을 지원하고 여행지도 휠체어 이동과 현지 접근성을 반영해 선정할 예정이다. 신세계디에프가 관광약자를 지원 대상으로 정한 배경에는 면세점이 여행 과정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기존 아동·청소년 사회공헌에서 범위를 넓혀 자사 사업 영역과 연관된 '여행 접근성'을 사회적 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여행의 출발점에 있는 기업으로서 여행 접근성은 우리 업과 가장 가까운 사회적 과제"라며 "장애아동과 가족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함께 추억을 쌓는 데 이번 지원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09-21 17: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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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잃고 빚까지 떠안았다…전세사기 피해자 89%가 2030
[경제일보] 전세사기 피해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특례채무조정을 이용한 사람이 4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떠안은 채무는 3942억원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이용자의 약 90%가 20·30대에 집중돼 청년층의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례채무조정 제도가 시행된 2023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3898명으로 집계됐다. 제도 이용자는 해마다 급증했다. 2023년에는 94명에 그쳤지만 2024년 797명, 2025년 1507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7개월 만에 1500명이 이용해 지난해 연간 이용자의 99.5%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이 떠안은 총 채무액은 394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채무조정을 받은 금액은 2943억원으로 1인당 평균 채무액은 약 1억원이었다. 특례채무조정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최장 20년 분할상환과 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의 특례를 제공한다. 제도 시행 이후 3784명이 최장 20년 분할상환을 이용했고 2016명은 상환유예를 적용받았다. 이자를 감면받은 금액은 총 24억4000만원에 달했다. 피해는 청년층에 집중됐다. 전체 이용자 3898명 가운데 30대가 2023명으로 51.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20대는 1455명으로 37.3%였다. 20·30대를 합치면 3478명으로 전체의 89.2%에 달했다. 이어 40대 318명, 50대 77명, 60대 24명, 70대 1명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52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673명, 인천 668명, 대전 642명, 부산 421명이 뒤를 이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역의 이용자는 2293명으로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별도로 제공하는 금융지원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급된 주택보증 금융지원은 모두 1만4563건, 지원 규모는 약 1조189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피해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기존 대출을 저금리 버팀목전세대출로 갈아타는 특례갱신보증이 1만2337건, 1조928억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91.9%를 차지했다. 피해주택이나 신규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특례구입자금보증은 2160건, 930억원이었다. 피해주택의 경·공매 이후 다른 임차주택으로 옮기기 위한 특례전세자금보증은 66건, 3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일반 보금자리론과 달리 소득 제한을 두지 않고 주택가격 요건도 9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등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잃은 것도 모자라 수천억원의 빚까지 피해자 몫으로 남은 상황”이라며 “피해자의 90%가 2030세대인 만큼 청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채무 경감과 재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6-09-13 17: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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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임금표 너머 '미래 일자리'를 봐야
[경제일보] 현대자동차 노사가 길었던 줄다리기를 일단 멈췄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밤샘 교섭 끝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00%와 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등이 담겼다. 내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새로 뽑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오는 3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임금협상은 마무리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보상이다. 노조는 올해 조합원 1인당 임금 인상 효과를 4084만원 정도로 추산한다.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이 그 과실을 노동자와 나누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도 자연스럽다. 숙련된 노동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 역시 기업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이다. 기업의 성과가 주주와 경영진에게만 돌아가고 현장을 지킨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를 ‘얼마를 더 받았느냐’의 문제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현대차 노사가 마주한 진짜 협상은 오히려 이제부터다. 자동차 산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60시간 파업했고, 생산라인 기준 가동 중단 시간은 120시간에 달했다. 지난 21일에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하루 8시간 전면파업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약 5만5200대가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를 판매단가로 환산한 매출 차질 규모가 2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실제 영업손실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갈등의 비용이 회사와 조합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고객·지역경제로 번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다. 회사가 비용과 경쟁력을 따지는 것도 경영의 책무다. 문제는 두 요구가 해마다 파업을 거친 뒤에야 절충되는 구조다. 임금협상의 승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동안 생산이 멈추고 협력업체가 일감을 걱정한다면 노사 모두가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잠정합의에서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성과금 400%보다 다른 곳에 있다. 현대차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같은 미래 기술의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제조 경쟁력 강화와 제도 개선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임금표 밖으로 노사협상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이 합의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올해 임협에서 가장 값진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자동차 회사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서열작업부터 시작해 검증을 거쳐 조립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노조 역시 이번 교섭 과정에서 AI·자동화 확산에 따른 고용안정을 주요 문제로 제기했다. 이 변화 앞에서는 ‘자동화를 막을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는 식의 논쟁부터 낡았다. 자동화를 막으면 일자리가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한국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물량 자체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로봇을 많이 넣으면 기업이 자동으로 경쟁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공정을 이해하고 로봇을 운용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품질을 관리할 숙련된 사람이 없다면 첨단설비도 비싼 쇳덩이에 불과하다. 결국 미래의 노사협상은 ‘사람이냐 로봇이냐’가 아니라 ‘사람이 로봇과 함께 어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냐’를 다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산직 500명 신규채용 합의는 반갑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열고 세대교체의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숫자를 채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새로 들어올 인력의 직무가 앞으로 10년 뒤에도 필요한 일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미래 공장에 필요한 생산직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로봇과 자동화설비를 다루고, 설비 데이터를 읽어 고장을 예측하며 품질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는 노동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직원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감소부터 걱정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통해 새로운 공정으로 이동할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안정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없어지는 일을 억지로 붙들어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기존 노동자가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임금 문제 역시 이제 생산성과 떼어놓고 논의하기 어렵다. ‘임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순 공식은 맞지 않는다. 높은 임금을 받는 숙련인력이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만들어낸다면 기업에는 오히려 이익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받는 구조는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 반면 생산성과 무관하게 고정비만 계속 높아지고, 파업에 따른 생산중단이 반복되며, 해외 공장보다 국내 생산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은 결국 어디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산한다.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의만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현대차 역시 녹록한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중국 업체와 가격·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요구된다. 원자재와 공급망, 관세, 환율까지 경영환경을 흔드는 변수도 적지 않다. 회사와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생산성을 함께 말해야 하는 까닭이다. 성과급을 생산성과 기계적으로 연동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동차 품질과 기술개발, 브랜드 가치처럼 단순한 시간당 생산대수로 계산하기 어려운 성과도 많다. 하지만 노사가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협상한다면 동시에 ‘다음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도 협상해야 한다.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품질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신기술 도입으로 줄어드는 직무와 늘어나는 직무가 무엇인지, 직원 재교육에는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국내 공장의 역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까지 노사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협력업체도 빠져서는 안 된다. 현대차 공장이 파업하면 부품업체 생산라인도 영향을 받는다. 완성차 노동자는 성과금을 받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원청의 생산중단으로 일감을 잃는 구조라면 산업 전체의 노사 상생이라 부르기 어렵다. 노사협상의 비용이 공급망의 가장 약한 곳으로 전가되지 않게 하는 책임도 대기업 노사에게 있다. ‘주역’ 계사전에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는 구절이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노사가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는 목표만큼은 함께할 수 있다. 올해 임협은 아직 잠정합의다. 조합원 투표라는 마지막 절차도 남아 있다. 가결된다면 노사는 길었던 갈등을 수습하고 다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산라인이 다시 돌아간다고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기차와 로봇, AI가 공장을 바꾸는 속도는 임금협상 주기보다 빠르다.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매년 기본급 몇 만원과 성과금 몇 퍼센트를 놓고 싸우는 데 머물 수 없다. 청년을 어떤 일자리로 뽑고, 기존 숙련인력을 어떤 기술자로 바꾸며, 자동화로 높아진 생산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더 큰 의제가 돼야 한다. 좋은 성과를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눌 성과가 계속 만들어지는 회사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현대차 노사의 다음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표와 함께 생산성, 직무전환, 청년고용, 로봇과 AI의 시간표가 나란히 놓여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의 몫도 지키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지키는 길이다.
2026-08-26 08: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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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할 사람도 못 정한 중수청, 10월 문부터 연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2일 문을 연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을 두고 정원 2874명 가운데 2567명을 수사관으로 채운다. 부패와 경제범죄,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까지 맡는다. 정부가 발표한 직제만 보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거대 기관은 이미 완성돼 있다. 사건을 맡을 사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8월 들어서야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시작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지원 규모를 확인한 뒤 부족한 자리를 외부 채용과 다른 기관 파견으로 메워 9월 말까지 배치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출범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람을 모집해 한 달여 만에 2800명이 넘는 수사기관을 꾸리겠다고 한다. 요리사도 못 구한 식당이 개업일부터 못 박은 꼴이다.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옮기면서 누가 그 일을 맡을지 확인하지 않은 채 출범일과 직제부터 정했다. 중수청이 맡을 사건은 정원표의 빈칸을 채운다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 회계장부에서 비자금을 찾아내고 수백 개 계좌의 흐름을 연결해야 한다. 압수수색 범위를 정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의 조사 순서를 짜며 디지털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맞춰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금융과 가상자산, 방위사업, 담합 사건은 관련 산업과 거래 관행을 익히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든다.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자금 흐름을 찾아내고 말 맞추기와 허위 진술을 가려내려면 여러 사건을 직접 다뤄본 검사와 수사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임용장을 나눠주고 업무 지침을 읽힌다고 이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 검찰에서 반부패·공공·증권범죄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은 7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수사관 정원 2567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존 직접수사 인력이 모두 옮겨도 부족하지만 정부는 그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중수청을 선택할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중수청으로 자동 배치되지 않는다.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임용을 신청해야 한다. 공소청에 남아 기존 경력을 이어갈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관으로 옮길지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 수사 역량의 승계를 개인의 지원에 맡겨 놓은 것이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기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직급과 보직, 승진 경로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봉급과 정년이 보장돼도 검사로 쌓아온 경력과 향후 보직 체계는 달라진다. 실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저연차 검사에게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검찰수사관도 지휘 체계와 승진 기준, 근무지와 담당 업무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원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검사 출신과 검찰수사관, 외부 채용 인력의 역할을 정하겠다고 한다. 담당 직무와 지휘 관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었다. 중수청의 업무는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보다 줄지 않는다. 서울청에는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반독점, 반부패, 마약, 첨단수사 부서를 두고 보이스피싱과 가상자산, 국가재정범죄를 다루는 조직도 설치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처리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까지 맡는다. 이처럼 넓고 전문적인 업무를 검찰의 희망 전입자와 신규 채용자, 다른 기관의 파견 인력을 출범 직전에 섞어 만든 수사팀에 맡기게 된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누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할지, 신규 인력을 누가 교육할지,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의견 충돌은 어떻게 조정할지 실무에서 검증된 적도 없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면 두 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의 적법성과 공소 유지 가능성을 협의할 절차를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중수청이 수개월 동안 수사한 뒤 공소청이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정에서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다시 흔들린다. 보완수사 요구가 되풀이되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면 피해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채용해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방안도 수사 경험의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다. 법률과 회계 지식은 필요하지만 자격증이 복잡한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경험을 대신하지 않는다.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고 증거 사이의 연결을 짚는 능력은 여러 사건을 직접 처리하면서 쌓인다. 경찰 인력을 빼 중수청을 채우면 경찰 수사 현장이 비게 된다. 경찰은 이미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미제 사건을 안고 있다. 수사 인력을 늘린다는 계획도 충분한 신규 채용보다 다른 부서 경찰관을 옮기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경찰의 부족한 인력을 다시 중수청으로 돌리는 것은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람을 옮겨 앉히는 데 그친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의 인계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형 경제·부패 사건은 기록이 수만 쪽에 이르고 계좌 자료와 압수물, 디지털 증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담당 수사팀이 바뀌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관련자들의 관계와 진술의 의미, 추가로 확인해야 할 단서는 문서만 넘겨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검찰청 폐지 이후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공소청에 남으면 새 수사팀은 사건을 사실상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늦어지고 피의자는 증거를 숨기거나 말을 맞출 시간을 벌게 된다. 범죄수익이 여러 계좌를 거쳐 빠져나간 뒤에는 사람을 보충해도 되돌리기 어렵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행정 일정으로 계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자료는 사라지며 범죄수익은 계속 이동한다. 수사팀 교체와 기록 재검토로 몇 달을 허비하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독자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출범일까지 갖춰지지 않는다. 당분간 경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일부 기능은 개청 이후 추가할 계획이다.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 처리 방식도 다듬지 못했으며 전산망마저 임시로 빌려 써야 하는데 정부는 10월 2일 개청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폐지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검찰이 맡던 부패와 금융, 방위사업 수사를 누가 이어받아 어느 수준으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면서 수사 경험과 전문성까지 흩어버리면 그 부담은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원 2874명을 채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사가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인지 공개해야 한다. 중수청 이동을 신청한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숫자, 경제·부패·금융·마약 사건을 직접 맡아본 인력의 규모, 신규 채용자의 교육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을 기존 수사팀과 함께 넘길지도 답해야 한다. 10월 2일에 문을 여는 것보다 검찰청이 사라진 다음 날에도 중대범죄 수사가 이어지도록 준비하는 일이 급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지휘 체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날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숙련 수사관이 몇 명인지조차 밝히지 못한 채 출범을 밀어붙이면 국가의 수사 역량 전체가 검증되지 않은 행정 실험의 대상이 된다. 그 실험이 실패했을 때 수사를 놓친 책임은 흐려지겠지만 범죄 피해와 장기 미제 사건은 그대로 남는다.
2026-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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