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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백화점에서 프리미엄 유통의 상징까지…신세계 성장의 역사
[경제일보] 서울 도심의 소비 지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강남의 랜드마크 강남점과 본점이 자리한 명동, 지역 핵심 상권마다 자리 잡은 대형 점포까지 신세계백화점은 오랜 시간 한국 소비 문화의 중심을 지켜온 브랜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유행이 시작되고 생활 수준의 변화가 드러나며 도시의 흐름이 읽히는 장소였다. 신세계백화점의 역사는 곧 한국 근대 유통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신세계의 출발은 다른 유통 기업과 결이 다르다. 뿌리는 1930년 국내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으로 문을 연 미쓰코시 경성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 이후 동화백화점을 거쳐 삼성그룹 산하에서 신세계백화점으로 재편됐고 이후 독립 경영 체제를 갖추며 오늘의 신세계로 이어졌다. 한국 백화점 산업의 시작과 성장 과정이 한 기업 안에 압축돼 있는 셈이다. 창업기의 방향을 잡은 인물로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이명희 총괄회장을 빼놓기 어렵다. 삼성그룹 시절 신세계는 제조 중심 대기업 안에서 소비와 유통의 가능성을 시험한 사업이었다. 이후 이명희 총괄회장은 신세계를 독자 기업으로 키우며 백화점과 할인점, 패션과 식품, 복합쇼핑몰로 사업 지형을 넓혔다. 유통은 제조의 보조 산업이 아니라 생활 산업의 중심이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시기는 소비 고급화 흐름과 맞물린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소비자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서 벗어나 더 나은 브랜드와 서비스, 쾌적한 공간 경험을 찾기 시작했다. 신세계는 이 변화를 빠르게 읽고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와 점포 고급화, 식품관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대표 사례가 강남점이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상권과 맞물린 강남점은 단순 점포를 넘어 전국 최고 수준 매출을 올리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패션과 명품, 식품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한 강남점은 백화점이 지역 대표 상권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본점 역시 상징성이 크다. 서울 중구 도심에 자리한 본점은 오랜 역사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수요까지 흡수하며 서울 쇼핑의 대표 공간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전통성과 현대적 리뉴얼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쟁력은 상품 구성 능력에서 나온다.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에서 강점을 보여 왔고 식품관과 디저트, 미식 콘텐츠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백화점 식품관이 단순한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찾아가는 목적지’가 된 배경에도 신세계의 기획력이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가 백화점을 찾는 이유를 상품 구매에서 경험 소비로 넓힌 것이다. 물론 유통 환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백화점 업태의 미래를 두고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가격 비교는 쉬워졌고 배송 속도는 빨라졌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넓은 공간과 입지 만으로 고객을 붙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신세계는 오히려 공간 경쟁력 강화로 대응했다. 스타필드와 복합쇼핑몰, 프리미엄 아울렛 확대는 그 연장선에 있다.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보내는 체류형 공간, 가족 단위 여가 공간, 쇼핑과 외식·문화가 결합된 장소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도 주요 과제다. 온라인몰 강화와 멤버십 데이터 활용, 맞춤형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고객은 모바일에서 상품을 확인하고 매장에서 체험한 뒤 다시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유통 채널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장에서 고객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관광 수요 회복도 신세계백화점에는 중요한 변수다. 명동 본점과 강남점, 주요 도심 점포는 외국인 방문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K뷰티와 패션,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백화점은 한국 소비문화를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신세계백화점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입지와 브랜드, 콘텐츠 경쟁력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이미지와 핵심 입지, 강한 식품관 경쟁력, 충성 고객층, 콘텐츠 기획 능력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패션과 면세점, 호텔, 복합쇼핑몰 사업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과제도 있다. 고정비 부담이 큰 오프라인 점포 운영 특성상 소비 둔화기에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젊은 소비층은 가격과 재미, 새로운 콘텐츠에 민감하다. 점포별 경쟁력 격차를 줄이고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향하는 길은 단순한 백화점 운영을 넘어 도시형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확장에 가깝다. 상품 판매를 넘어 경험을 제공하고 점포를 넘어 상권을 키우며 오프라인 공간을 넘어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한국 최초 백화점의 계보를 잇는 신세계가 앞으로도 국내 유통 산업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04-22 1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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㉒신춘호 농심 창업주 "내 이름 걸고 팔 수 없다면, 제품이라 할 수 없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결단으로 산업의 지형을 바꿨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정적 순간을 되짚으며, 위기와 전환의 시대에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1930년 겨울, 울산에서 태어난 신춘호 회장은 한국 식품 산업사의 한 페이지를 홀로 새겼습니다. 1965년, 그는 롯데공업, 지금의 농심을 세우며 “한국에도 우리 입맛에 맞는 라면을 만들겠다”는 결심 하나로 창업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당시 국내 시장은 일본 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했고, 제조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일본 기술을 모방하거나 그 흐름을 따르던 시절, 신 회장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개발실 회의 자리에서 그는 “내 이름을 걸고 팔 수 없다면,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품질 중심 경영을 더 강화했습니다. 이 발언은 이후 농심 연구·생산 전 부문의 기준이 됐습니다. 그 정신은 1986년, 신라면 개발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연구진이 매운맛과 진한 국물 비율을 놓고 수십 차례 의견 충돌을 겪던 어느 저녁, 그는 개발실을 찾아와 “한국인의 맛은 결국 고추와 정성에서 나온다”며 ‘진한 고추장식 매운맛’을 최종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선택은 농심의 역사를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식 담백한 라면이 주류였던 시장에서 신라면은 이례적인 맛이었으나,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을 재편하고 농심을 업계 1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신 회장의 별의 순간은 국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설립을 놓고 그룹 내부 의견은 갈렸습니다. “라면이 어떻게 해외에서 팔리겠느냐”는 회의론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는 1997년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임원회의에서 “라면도 하나의 요리다. 제대로 만들면 세계 어디서도 통한다”며 ‘고급 라면 전략’을 공식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매운맛을 낮추라는 현지화 압력에도 그는 “정체성을 잃으면 시장도 없다”며 끝까지 국산 레시피를 유지했습니다. 이 결단은 훗날 신라면을 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결정적 전환점이 됐습니다. 물론 실패도 있었습니다. ‘후루룩국수’, ‘보글보글’ 등 기대보다 성과가 저조한 제품들이 연이어 나와 내부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 그는 “실패는 과정일 뿐, 포기는 실패다”라는 말을 남기며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확대했습니다. 그의 장기적 시각은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 같은 장수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배신하지 않는다.” 신 회장이 평생 강조한 이 문장은 연구소·공장·경영진 누구에게나 일종의 철학처럼 받아들여졌고, 농심의 문화가 됐습니다. 신 회장의 별의 순간은 단순히 제품을 만든 시점이 아니라, ‘품질 중심’이라는 한마디 철학이 한국 라면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고 세계 식탁을 향한 문을 연 그 결단에 있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말은 여전히 농심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장인정신, 품질 중심, 그리고 정체성을 지키는 고집. 고(故) 신춘호 회장이 남긴 별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신라면 한 그릇”을 통해 빛나고 있습니다
2025-11-22 11: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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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위기, '경영 실패'보다 유통규제가 만든 구조적 족쇄
[이코노믹데일리]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둘러싼 회의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재무 불안, 온라인 전환 지연, 투자 부진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 대형마트를 둘러싼 유통 규제 체계가 홈플러스의 회복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적 변화 속도보다 규제 충격이 더 큰 산업은 버티기 어렵다. 그리고 홈플러스는 그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유통 규제 중 의무휴업 규제의 부담은 이제 ‘매출 감소’ 문제가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준이다. 대형마트는 주말 매출 비중이 30~40%에 이르는데, 이 핵심 골든타임이 막혀 있다. 소비 패턴이 주말 중심에서 온라인·배송 중심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법으로 ‘고객이 가장 원하는 시간에 문을 닫게 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경쟁력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홈플러스는 도심형 매장이 많아 가족 단위 주말 방문에 따른 매출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타격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심야영업 제한 역시 대형마트의 차별화 시도를 막고 있다. 24시간 운영을 통해 ‘야간 특가·직장인 고객·새벽형 소비자’ 등을 공략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운영 시간대로 묶여 타사 대비 혁신 실험이 막혀 있다. 오프라인 유통이 살아나려면 고객 동선을 다시 잡아야 하는데, 규제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싶은데 열 수 없는 구조’는 경영혁신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다.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 아래 도입된 규제가 실제로는 지역 상권을 더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고객층은 이미 상당히 분리돼 있고, 경쟁 축도 다르다. 하지만 규제는 여전히 10년 전의 구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 사이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결과적으로 타격은 대형마트만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가정간편식·생활용품 등 ‘도심형 종합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였지만, 규제로 인해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규제 환경은 투자 유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리스크다. 대형마트 기업을 인수하거나 정상화에 자본을 투입하려는 투자자는 항상 묻는다. “규제가 언제 완화되는가?”, “영업시간 실험이 가능한가?”, “온라인 경쟁에 대응할 자율성이 보장되는가?” 등이다. 여전히 정치·지역 이슈에 따라 유통 규제가 완화와 강화 사이를 오가며 불확실성이 크다. 규제 안정성이 낮으면 투자자는 보수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고, 홈플러스 같은 회생 단계 기업은 그 여파를 그대로 맞는다. 끝으로 유통 규제가 ‘구조조정의 효과’까지 제한하는 문제도 있다. 대형마트는 점포 리뉴얼·복합몰 전환·체험형 공간 확대 등 다양한 회복 전략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은 이 전략들조차 충분히 실험하고 성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인다. 탄탄한 자본력이 있는 기업도 버거운 구조인데, 이미 경쟁 우위가 약해진 홈플러스가 이를 돌파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홈플러스의 어려움은 단순히 영업 부진이나 경영 전략 실패가 아니라, 규제 구조 속에서 혁신의 기회를 원천 차단당한 산업 모델의 한계가 핵심 원인이다. 온라인은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편의점·창고형 마트는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유독 대형마트만 ‘법적 제약이라는 족쇄’를 차고 달리고 있다. 정상화 논의가 반복될 때마다 시장이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미래는 단순한 오너 교체나 투자 유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달려 있다. 대형마트 산업이 다시 경쟁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 한, 어떤 기업도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의 재건은 경영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2025-11-2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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