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
예술가 장한나와 기업 유나이티드제약, '축적'이라는 한 길에서 만나다
[경제일보] 최근 문화예술계와 산업계에서 각각 들려온 소식은 우리 시대가 잊고 지낸 ‘본질’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장한나가 예술의전당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소식, 그리고 약가 인하와 규제의 파고 속에서도 개량신약의 외길을 걸어온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견고한 성장 소식입니다. 얼핏 보면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장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들이 서두를 때 서두르지 않고, 기본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축적을 선택했다’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존재합니다. 익숙한 악보를 넘어선 '지독한 해석' 장한나는 이미 첼리스트로서 정점에 섰을 때 안주하는 대신 ‘지휘’라는 새로운 출발선을 택했습니다. 독주자가 개인의 완성에 집중한다면, 지휘자는 수십 명의 소리를 조율해 하나의 하모니를 빚어내는 리더십의 영역입니다. 이는 이미 얻은 명성에 기대지 않고 더 넓은 시야와 무거운 책임을 기꺼이 짊어진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성장사 역시 이와 닮아 있습니다. 많은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제네릭)이라는 익숙한 악보를 연주하며 단기 매출에 급급할 때, 이들은 기존 약의 효능과 복용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개량신약’이라는 자신들만의 변주곡을 써 내려갔습니다. 화려한 신약 개발의 구호보다 환자의 실질적 삶을 바꾸는 기술 축적에 집중한 결과, ‘실로스탄CR정’과 같은 독보적인 제품들을 탄생시키며 기술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두 세계를 잇는 또 다른 핵심은 예술적 영감이 어떻게 조직의 품격과 시스템으로 치환되는가에 있습니다. 장한나가 예술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경영 전면에 나선 것처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008년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상설 오케스트라와 갤러리를 운영하며 기업 경영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기업에 있어 문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 단원들을 하나의 하모니로 묶어내듯, 유나이티드의 문화 경영은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화학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숭고한 가치”라는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예술을 아는 리더와 기업은 당장의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품격 있는 경영’을 실천합니다. 선율과 과학이 만나는 '축적의 힘' 혁신은 대개 극적인 사건으로 기억되지만, 현실의 혁신은 소리 없이 자랍니다. 장한나가 활을 내려놓고 지휘봉을 든 19년의 세월, 그리고 유나이티드제약이 개량신약의 데이터를 쌓아온 시간은 결국 ‘방향’이 정답임을 증명합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AI 전환(AX)과 디지털 혁신을 외치지만,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근원을 건드리는 '문화의 힘'과 '기본의 가치'는 오히려 더 강력한 차별점이 됩니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 완벽한 하모니를 빚어내듯, 차가운 과학과 뜨거운 감성을 한 그릇에 담아낸 행보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혁신의 모델을 보여줍니다. 더 빨리, 더 쉽게를 외치는 시대에 오래 남는 성취는 늘 다른 자리에서 나옵니다. 시간을 견딘 축적, 흔들리지 않는 원칙, 그리고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이들의 발걸음 끝에서 말입니다. 마에스트로의 선율과 제약사의 과학이 만나는 그 접점에서, 우리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선 대한민국 산업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2026-04-16 15:19:02
-
-
-
19년 만에 빗장 풀린 '한국 지도'…구글에 조건부 반출 허가, 네이버·카카오 '비상'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장고 끝에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1:5000 축척)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2007년 구글의 첫 요청 이후 무려 19년 만의 결정이다. '안보'를 이유로 굳게 닫혀있던 공간정보의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 지도 플랫폼 시장을 독점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빅테크들은 무한 경쟁의 파도 앞에 서게 됐다. 27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고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승인했다. 단, 군사·보안 시설에 대한 영상 보안 처리(블러링), 국내 서버를 통한 데이터 가공, 비상시 서비스 중단(레드버튼) 시스템 구축 등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급변하는 기술 패권 경쟁과 통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성을 들어 구글의 요청을 거절해왔다. 위성 사진에 정밀 지도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주요 군사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AI(인공지능),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정밀 지도를 계속 틀어쥐고 있는 것이 오히려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데이터 쇄국(갈라파고스)' 비판이 거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글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겪는 불편함도 국가적 손해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결국 구글이 국내 보안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선회했다. ◆ '방패' 사라진 네이버·카카오…지도 주권 흔들리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그동안 두 기업은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 덕분에 글로벌 공룡 구글의 진입을 막고 내수 시장을 과점해 왔다. 구글지도는 한국에서만 유독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물렀기 때문에 길 찾기나 내비게이션 시장은 토종 기업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1:5000 정밀 지도가 반출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도보 길 찾기, 3D 지도, 정밀 내비게이션 등 고도화된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와 유튜브 등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가진 구글이 지도 서비스까지 결합할 경우 사용자의 이탈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동안 누려온 '규제에 의한 점유율'은 끝났다"며 "이제는 서비스 품질과 디테일로 구글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자본력과 데이터 분석 능력에서 구글을 당해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도 데이터가 구글의 AI 학습에 활용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간 정보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자율주행·커머스 산업 지각변동 예고 산업계 전반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배송 등 미래 산업은 cm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정밀 지도가 필수적이다. 구글이 한국의 정밀 지도를 확보하게 되면 웨이모(Waymo) 등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함을 의미한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구글지도가 활성화되면 국내 스타트업이나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들이 해외 이용자를 유치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 또한 구글과의 경쟁이 국내 지도 플랫폼 서비스의 고도화를 촉발해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구글에 '한국 지도 전담관' 상주와 보안 사고 대응 프레임워크 수립을 의무화하며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데이터 국경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한국 ICT 생태계에 '메기'가 될지 아니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2026-02-27 14:25: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