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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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AI·기업금융으로 성장전략 확대
[경제일보] 강태영 행장이 이끄는 NH농협은행이 인공지능(AI)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지만 기업여신은 183조8112억원으로 6.7%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은 1.74%로 0.04%포인트(p) 상승했다. 강 행장은 올원뱅크사업부장과 디지털전략부장, DT부문장 등을 거친 디지털 전문가다. 취임 이후 AI 전환을 조직과 영업 현장으로 확대하는 한편 향후 5년간 65조30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해 첨단산업과 지역특화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디지털 전문가’ 강태영…AI 은행 전환 속도 강 행장은 올해 AI 전환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추진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에 분산돼 있던 AI전략과 데이터 분석,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능을 묶은 AI데이터부문도 신설했다. 지난 6월에는 ‘NH AGENTIC AI BANK’ 비전을 선포했다. 직원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 ‘NHAIS’를 구축하고 금융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한편 외부 AI기업과 투자·사업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실행 조직도 별도로 꾸렸다. 농협은행은 77명 규모로 ‘AX프런티어’를 출범해 AI 기반 업무 전환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AI 전문기업 애자일소다를 인수해 AI 기반 사업협력을 본격화했고 지난달에는 차세대 AI 컨택센터를 열었다. 고객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금융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과 올원뱅크사업부장, 디지털전략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DT부문장과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부문을 맡았고 NH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농협은행장에 올랐다. ◆생산적 금융 65조…기업금융 중심 성장축 확대 AI와 함께 강 행장이 힘을 싣는 분야는 생산적 금융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은행장 직속 생산적 금융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향후 5년간 65조3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 △농식품·애그테크 △지역특화산업 △창업·벤처기업 △기술금융 등이다. 포용금융 등을 포함한 전체 신규 금융공급 계획은 76조8000억원이다. 지원도 빠르게 집행됐다. 지난 5월 기준 생산적 금융 지원액은 8조5363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67.6%에 도달했다.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에 3조421억원, 창업·벤처기업에 2조1962억원이 공급됐다. 기업금융 거점도 넓혔다. 판교에서는 AI·데이터·IT·반도체, 송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강화했다. 기업과의 직접 협력도 이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3년간 1조원 규모의 금융협력을 체결했고 OCI와도 3년간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여신 184조…NIM 개선에도 ROE 9.01% 기업금융 확대는 자산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말 농협은행 총여신은 342조22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다. 이 중 기업여신은 172조2060억원에서 183조8112억원으로 6.7%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은 1.6% 증가한 148조854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기반도 확대됐다. NIM은 1.70%에서 1.74%로 상승했고 원화예대금리차는 1.94%에서 1.98%로 높아졌다. 은행계정 기준 순이자손익은 3조91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순수수료손익은 4531억원으로 16.6%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 지표는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총자산이익률(ROA)은 0.55%에서 0.51%,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43%에서 9.0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도 1882억원에서 2960억원으로 57% 넘게 늘었다. 은행계정 기준 영업이익은 1조80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도 일부 후퇴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47%에서 0.52%로 상승했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14.26%에서 172.07%로 낮아졌다. 다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에서 0.59%로 하락했다. 자본비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상반기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5.83%, 기본자본비율은 17.41%, 총자본비율은 18.79%를 기록했다. ◆농업·지역금융 정체성에 디지털 입힌다 기업금융과 AI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농업·지역금융에도 디지털을 접목한다. 지난 4월에는 농업정책자금 가운데 처음으로 후계농육성자금의 영업점 무방문 대출을 도입했다. 고객이 올원뱅크에서 신청부터 실행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농식품 기업 대상 금융도 늘렸다. 농식품 관련 162개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NH특화 기술금융’ 공급액은 올해 5000억원을 넘어섰다. 농식품·푸드테크·애그테크 분야에서는 8개 펀드 3441억원을 운용하며 향후 3년간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용금융도 병행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말까지 서민과 소상공인, 폐업자 등을 대상으로 1조9126억원을 지원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에 100억원을 특별출연해 마을기업 등 지역기반 기업에 1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도 추진했다. 강 행장은 농업·지역금융이라는 농협은행의 기존 사업 기반에 AI와 첨단산업 기업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더하고 있다. 기업여신 확대와 NIM 개선을 이어가는 동시에 자산 성장 과정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22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22 08: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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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나보타', 글로벌 매출 5000억 정조준…치과까지 영토 확장
[경제일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 규모를 키운 데 이어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로 시장을 넓히면서 단일 품목 연매출 3000억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2030년 연매출 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19일 대웅제약은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 디스커버리 카르티카 플라자 호텔에서 열리는 ‘24th AAOT & 4th IACMD Scientific Meeting’에 참가한다. 이번 학회는 구강안면통증, 측두하악장애, 이갈이·이악물기, 저작근 통증 및 기능장애 등의 진단과 치료를 다루는 전문 학술대회다. 대웅제약은 행사에서 나보타의 구강안면통증 및 측두하악장애 분야 활용 가능성을 소개하고 의료진 대상 강연과 핸즈온 워크숍을 진행한다. 나보타의 양성교근비대(사각턱) 시술법도 공유한다. 김성택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의 구강안면통증 및 측두하악장애 적용’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나보타를 활용한 양성교근비대 시술법을 중심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술기를 의료진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 제품 홍보를 넘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 영역을 넓히는 학술 마케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나보타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으로 입지를 넓혀왔다. 최근에는 치과 분야를 포함해 치료 영역으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뚜렷하다. 나보타는 지난해 매출 2289억원을 기록하며 단일 품목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수출 매출은 약 1930억원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57%에 달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출시 12년 만에 누적 매출 1조원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대웅제약의 올해 2분기 나보타 매출은 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했다. 1분기 424억원을 합친 상반기 매출은 1537억원으로 대웅제약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의 약 21%를 차지했다.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선적 시점 효과 등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나보타의 성장 배경에는 해외 판매망 확대가 있다. 나보타는 국내에서는 나보타, 미국에서는 ‘주보(Jeuveau)’, 유럽에서는 ‘누시바(Nuceiva)’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약 80개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69개국에서 품목 허가를 확보했다. 미국·유럽뿐 아니라 중남미와 중동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지난해 에콰도르 출시를 통해 진출국을 13개국으로 늘렸다. 브라질 파트너사와는 기존 계약보다 약 10배 확대된 18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멕시코와 29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도 맺었다. 중동 시장에서도 판매국을 늘리고 있다. 올해에는 쿠웨이트에 첫 물량을 공급하면서 중동 지역 진출을 확대했다. 국가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전략이 나보타의 수출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능력 확대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톡신 전용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신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연간 500만 바이알 수준의 생산능력을 향후 총 1600만 바이알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무균 충전과 자동화 설비, 디지털 품질관리 시스템 등을 적용해 글로벌 규제 기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중심으로 에스테틱 사업 포트폴리오도 넓히고 있다. 화장품과 스킨부스터, 필러, 차세대 톡신 등을 추가해 단일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종합 에스테틱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재조합 톡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의 전체 실적에서 나보타가 차지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5709억원, 영업이익 19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4%,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나보타를 비롯한 고수익 제품의 해외 판매 확대가 이익 개선에 기여했다. 나보타의 다음 과제는 지금의 고성장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가느냐다.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데다 국가별 허가와 유통망 확보가 필요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특정 파트너사나 지역의 판매 환경 변화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웅제약은 이 같은 변수를 생산능력 확대와 진출국 확대, 의료진 교육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9월 인도네시아 학회 역시 이런 글로벌 확장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미용 분야에 머물지 않고 치과·구강안면통증·측두하악장애 등 의료진 접점을 넓혀 나보타의 임상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2026-09-1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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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더마·헤어 글로벌 성장축 육성…2035년 매출 15조원 도전
[경제일보] 아모레퍼시픽이 더마뷰티, 클리니컬 스킨케어, 헤어케어를 새로운 글로벌 성장축으로 키워 오는 2035년 그룹 매출 15조원 달성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에스트라·일리윤·아이오페 등 주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2026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글로벌 성장 전략과 주요 사업별 목표를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우선 더마뷰티에서는 에스트라와 일리윤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BY30(2029년 7월~2030년 6월)까지 관련 브랜드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스트라는 대표 제품 '아토베리어365'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36개국에 진출한 데 힘입어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9개국에 추가 진출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일리윤은 세라마이드 성분을 활용한 '아토크림'을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육성한다. 미국 아마존과 틱톡샵 등 주요 온라인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해외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클리니컬 스킨케어에서는 아이오페를 성장 브랜드로 키운다. 피부과 시술 연구와 연계한 제품 개발과 PDRN·레티놀 등 고기능성 성분을 앞세워 미국 세포라에 진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유럽 시장에도 진입한다. 회사는 아이오페를 2035년 매출 5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헤어케어도 글로벌 사업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삼는다. 려, 미쟝센, 라보에이치, 롱테이크, 아윤채,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브랜드를 바탕으로 BY30까지 헤어케어 매출 1조원,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중국·일본·브라질 등 주요 시장에서 프리미엄 헤어케어와 두피 관리 제품을 확대하고 브랜드별 대표 상품을 집중 육성한다. 대표적으로 미쟝센의 '퍼펙트세럼'은 미국 아마존 헤어 스타일링 오일 부문에서 판매 성과를 내며 글로벌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별 해외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디지털 경쟁력도 강화한다.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국가와 브랜드별 마케팅 전략을 세분화하고 특정 시장에서 성과가 확인된 판매 방식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중장기 전략과 함께 단기 실적 목표도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BY27(2026년 7월~2027년 6월) 매출을 전년 대비 10% 늘리고 영업이익률을 11%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주와 유럽, 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 확대와 더마뷰티·클리니컬 스킨케어·헤어케어 사업 육성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함께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는 "기존 주력 브랜드의 성장을 가속하는 동시에 더마뷰티와 클리니컬 스킨케어, 헤어케어를 새로운 글로벌 성장축으로 키울 것"이라며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변화에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4 17: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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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다시 3위…세종이 판을 뒤집은 방법
[경제일보] 2025년 국내 대형 로펌의 순위가 바뀌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 4363억원을 기록하며 광장과 율촌을 앞섰다. 2007년 광장에 자리를 내준 뒤 19년 만에 매출 3위로 돌아왔다. 2021년 말 455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순위 하나가 바뀐 것보다 그 과정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세종은 대형 로펌 경쟁에서 성장 속도가 더딘 곳으로 꼽혔다. 2007년 광장에 밀렸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뒤졌다. 최근 5년 사이 세종은 조세와 정보통신기술(TMT), 송무와 형사, 공정거래 등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이며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왔다. 1983년 문을 연 세종은 올해로 43년째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춘 종합로펌은 아니었다. 출발점에는 증권과 금융이 있었고 성장 과정에는 몇 차례 합병이 있었다. 최근의 세종은 여기에 인재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더했다. ◆ ‘증권법 1호 박사’가 만든 로펌 세종의 출발에는 신영무 변호사가 있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지만 2년 만에 법복을 벗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에서 증권법을 공부했고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연수와 뉴욕 로펌 근무를 거쳤다. 국내에서 증권법을 전공한 법률가를 찾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980년 귀국한 신 변호사는 남산합동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1983년 사무실을 광화문 교보빌딩으로 옮기면서 세종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김두식 변호사의 성을 더해 영문 이름도 지금의 ‘SHIN & KIM’으로 정착했다. 창업 초기부터 금융과 증권을 주력 분야로 잡았다. 자본시장 개방이 시작되면서 세종은 외국인전용수익증권과 코리아펀드 설립을 자문했다. 삼성전자 해외 전환사채(CB), 삼미종합특수강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삼성물산 해외 주식예탁증서(DR), 포스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도 관여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세종은 그 길목에서 금융과 증권을 다룬 경험을 쌓았다. ◆ 창업자 혼자 가져가는 로펌을 만들지 않았다 신영무 변호사가 신경 쓴 것은 사건만이 아니었다. 로펌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운영할지도 중요하게 봤다. 당시 국내 법률사무소 상당수는 창업자의 영향력이 강했고 젊은 변호사가 일정 기간 일한 뒤 독립하는 일도 흔했다. 신 변호사는 미국 로펌에서 경험한 파트너십을 세종에 도입했다. 연공과 성과를 배당에 함께 반영하고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운영 방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종은 지분 파트너들의 직접 투표로 경영위원을 선출하고 현재 오종한 경영대표를 비롯한 5명의 경영위원이 주요 경영 판단에 참여한다. 한 명의 창업자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집중시키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신 변호사는 2013년 세종에서 물러났다. 창업자가 조직을 떠난 뒤에도 로펌 이름과 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개인의 이름으로 시작한 법률사무소를 구성원들이 이어가는 조직으로 바꾸려 했던 초기 선택이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 외환위기가 증권·금융 로펌을 바꿨다 1997년 외환위기는 세종에도 큰 전환점이었다.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법률시장의 일도 달라졌다. 새로운 투자와 증권 발행보다 부도와 회생, 워크아웃, 채권 회수가 급해졌다. 세종은 대농과 한일합섬, 쌍방울그룹, 미도파, 국제상사, 삼성자동차, 기아자동차, 진로 등 당시 도산 절차를 밟은 기업들의 사건에 관여했다.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하이닉스·SK글로벌 구조조정에도 참여했다. 금융과 증권을 다루던 변호사들이 부실기업의 채권관계와 구조조정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세종의 기업법무 영역도 M&A와 도산, 기업분쟁으로 넓어졌다. 외환위기가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을 종합 기업법무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와 구조조정, 소송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자문만 잘해서는 기업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맡기 어려웠다. 세종은 2000년대 초 송무를 크게 보강하는 선택을 했다. ◆ 국내 첫 로펌 간 합병…송무를 붙였다 2001년 1월 세종은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쳤다. 열린합동에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황상현 당시 부장판사와 이건웅 부장판사 등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금융과 기업자문에 강했던 세종에 송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국내 법무법인 사이에서 이뤄진 첫 합병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 뒤 세종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2위권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웠다. 제조물 책임 소송 등 대형 송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에는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설립했던 에버그린을 다시 합쳐 국내외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280여명으로 늘렸다. 금융·증권이라는 기존 기반에 송무와 기업분쟁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됐다. 광장도 2001년 한미와 합병하며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 세종은 합병 이후에도 금융·증권을 중심축으로 두고 송무와 기업분쟁을 계속 보강했다. 지금의 세종에는 창립기의 금융·증권과 2000년대 이후 강화한 송무가 함께 남아 있다. 다만 몸집을 키운다고 순위가 계속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 2위권에서 밀려난 뒤 길었던 정체 2000년대 초 세종은 김앤장 다음을 다투는 로펌이었다. 이후 경쟁사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2007년 광장이 세종을 앞섰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추월당했다. 기업법무 시장이 M&A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지식재산권, 국제중재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인력 확보 경쟁도 거세졌다. 세종은 오랫동안 상위권을 지켰지만 순위에서는 4~5위권에 머물렀다. 금융과 증권이라는 전통적인 강점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격차를 다시 벌리기 어려웠다. 변화가 빨라진 것은 2021년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경영을 맡으면서부터다. 오 대표는 1989년 세종에 입사해 기업분쟁과 M&A를 맡아온 내부 출신 변호사다. 취임 이후 세종은 부족한 분야를 외부 인재 영입으로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2020년 말 434명이던 세종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5년 동안 169명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3% 늘었다. 대형 로펌 가운데서도 빠른 외형 확장이었다. ◆ 사람을 데려와 팀째 키웠다 세종의 최근 성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입 방식이다. 유명한 전관 한두 명을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세와 TMT, 공정거래, 송무·형사처럼 경쟁력이 부족했던 분야에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붙였다. 조세에서는 2022년 백제흠 변호사를 영입한 뒤 인력을 확대했고 송무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을 보강했다. 방송·통신과 개인정보 분야에도 정부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들어왔다. 결과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영풍·MBK 연합을 대리했고 한미약품과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사이의 2500억원대 계약금 소송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해 대법원까지 승소했다. 송무와 기업분쟁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M&A에서도 대형 거래가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과 아워홈 경영권 지분 매각,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등에 참여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부동산·SOC 법률자문에서도 거래금액과 건수 기준 선두에 올랐다. 외부에서 데려온 인력이 기존 금융·기업자문 조직과 맞물리면서 업무 폭도 넓어졌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는 금융과 자본시장, 공정거래, 기업자문·M&A, 국제중재, 송무, 노동, 부동산, 조세, TMT 등 11개 분야가 최고등급인 Band 1을 받았다. 김앤장 다음으로 많은 숫자였다. 초기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에서 여러 분야를 함께 가져가는 조직으로 업무 구성이 달라졌다. ◆ 19년 만의 3위…격차는 39억원 인재 영입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세종은 2025년 매출 4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성장했다. 태평양은 4402억원, 광장은 4309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세종의 차이는 39억원, 세종과 광장의 차이는 54억원에 불과했다. 세종에는 19년 만의 3위 복귀지만 안심할 만한 격차는 아니다. 한두 건의 대형 M&A나 송무 수임만으로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몸집을 키운 만큼 새로 들어온 변호사들과 기존 조직을 얼마나 잘 묶느냐도 중요해졌다. 외형 확대 다음 단계의 문제다. 고객 평가에서는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나타난다. 2025년 한국경제·한국사내변호사회 조사에서 세종은 종합평가와 전문성에서 각각 3위, 서비스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M&A·IPO와 금융 일반, 경영자문에서는 2위였고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에서는 3위였다. 1위 김앤장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김앤장의 2025년 추정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세종을 포함한 2위권 로펌들이 4000억원대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는 것과는 시장 규모가 다르다. 세종의 경쟁 상대는 당장 김앤장보다 태평양과 광장, 율촌 쪽에 더 가깝다. ◆ 변호사만 늘리는 경쟁은 끝나고 있다 세종도 다음 단계에서는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오종한 대표는 최근 로펌이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회계사와 세무사, 변리사, 컨설턴트 등이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은 방산·국방과 통상 분야에 비변호사 전문가를 늘리고 AI·디지털 경쟁법팀과 통상산업정책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AI도 업무 안으로 들어왔다. 세종은 글로벌 법률 AI 서비스 ‘하비’ 사용 계정을 기존 30개에서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약서 검토에 주로 사용하던 AI를 소장과 준비서면 등 송무 업무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를 더 뽑는 방식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다. 6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같은 고객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서로 사건을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영입한 스타 변호사의 개인 실적이 조직 전체의 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매출 4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넘어가려면 인력의 숫자뿐 아니라 협업과 생산성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오 대표는 2026년 목표로 5000억원을 언급하면서 외형보다 조직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률 수요 상당 부분이 현지 로펌으로 흘러가는 한계도 직접 거론했다.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사건을 가져오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이다. ◆ 밀린 순위를 사람으로 되찾았다 세종의 43년에는 앞선 대형 로펌과 다른 굴곡이 있다. 신영무 변호사는 증권법을 들고 로펌을 만들었고 자본시장이 열리자 금융과 증권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업무를 넓혔고 송무가 부족해지자 2001년 열린합동과 합쳤다. 그 뒤 경쟁사들이 더 빨리 성장하면서 세종은 2위권에서 밀려났다. 2021년부터는 방향을 바꿨다. 부족한 분야를 하나씩 오래 키우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외부에서 데려와 기존 조직과 묶었다. 조세와 TMT, 기업송무, 형사, 공정거래에서 사람이 늘자 사건도 따라왔다. 2025년 세종은 19년 만에 다시 3위에 올라섰다. 창업기의 무기는 증권법이었고 최근의 무기는 사람이다. 한 번 밀린 순위를 되찾는 데 19년이 걸렸다. 세종이 다시 치고 올라온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부족한 곳에 사람을 넣었고 그 사람들이 가져온 사건을 조직의 일로 만들었다. 43년 전 금융과 증권에서 시작한 로펌은 이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다시 순위를 올리고 있다.
2026-09-14 0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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