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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덜 쓰게 요금제 바뀐다…데이터 다 써도 카톡·지도는 된다
[경제일보] 정부가 하반기부터 이동통신 요금제 개편에 나선다. 데이터가 생활 필수재가 된 만큼 월 제공량을 모두 써도 기본적인 인터넷 이용을 막지 않고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안내해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하반기 통신3사와 함께 모든 LTE·5G 데이터 요금제에 ‘데이터 안심옵션’을 기본 적용하는 요금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1일부터 먼저 시행했고 KT는 7월 1일, SK텔레콤은 7월 2일부터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소진 이후 이용 방식이다. 기존에는 월 제공 데이터를 모두 쓰면 데이터가 차단되거나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제공량을 모두 사용해도 약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고화질 영상 시청에는 부족하지만 메신저, 지도 검색, 간단한 웹페이지 확인 등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는 가능한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AI·디지털 시대의 통신 접근권을 넓히는 성격이 강하다. 은행 업무, 교통, 병원 예약, 공공서비스 신청까지 모바일 데이터 이용을 전제로 움직이는 생활 영역이 늘고 있다. 데이터가 끊기는 순간 단순 불편을 넘어 정보 접근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만 65세 이상 이용자를 위한 혜택도 확대된다. 어르신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 제공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2만원대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를 기본 제공하고, 1만원대 요금제는 음성 30분과 문자 50건을 추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되는 구조로 추진된다. 10월부터는 ‘최적요금제 고지’도 시행된다. 통신사가 이용자의 실제 데이터, 음성, 문자 사용 패턴을 분석해 현재 요금제보다 더 유리한 요금제가 있으면 문자나 이메일 등 이용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안내한다. 장기간 같은 요금제를 쓰면서 실제 사용량보다 비싼 요금을 내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통신 민원 처리 절차도 바뀐다. 11월부터 전화, 방문, 우편 등으로 접수된 통신 사업자 관련 민원 처리 과정이 단계별로 안내된다. 정부는 노후화된 통신민원 처리시스템을 재구축하고 AI 상담지원 기능을 도입해 민원 처리 상황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AI 활용 격차 해소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전국 697개소의 AI디지털배움터를 운영해 기초 디지털 역량과 AI 활용 교육을 제공한다. 수강을 희망하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학습자 수준에 맞춘 교육과 생활 속 AI·디지털 서비스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전국민 AI 경진대회도 7월부터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열린다. 정부는 기존 4개 경진대회를 통합해 일반 국민, 초·중·고 학생, 대학생, 연구자, 고령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AI 활용 역량과 아이디어를 발굴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개편의 효과는 실제 안내 품질과 요금제 구조 단순화에 달려 있다. 데이터 안심옵션은 최소한의 연결권을 보장하지만 속도 제한이 분명한 만큼 이용자가 기대하는 품질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최적요금제 고지도 단순 알림에 그치면 체감 효과가 작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면 정부 발표보다 이용자가 실제로 더 싼 요금제로 옮길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디지털 접근권은 선언이 아니라 매달 내는 통신요금 고지서에서 확인된다.
2026-06-30 10: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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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를 넘었더니, 이번엔 QR이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말할 때 늘 익숙한 문장을 반복한다. 기술은 더 편리해졌고, 사람은 곧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어떤 세대에게 기술은 편리함의 확장이지만, 다른 세대에게는 생활의 입구를 가로막는 벽이 된다. 키오스크가 그랬고, 이제는 QR 주문이 그렇다. 겨우 무인 주문기에 익숙해질 만하면, 이번에는 스마트폰으로 테이블의 QR코드를 찍고, 메뉴를 고르고, 결제를 마쳐야 하는 방식이 일상이 되고 있다. 기술은 한 걸음씩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요구가 된다. 최근 서울AI재단의 ‘2025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조사’ 결과는 이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시민의 생성형 AI 이용 경험은 43.2%까지 올라섰고, 키오스크 이용 경험도 87.7%에 이르렀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 사회는 디지털 일상화에 상당히 익숙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고령층의 생성형 AI 이용 경험률은 12.2%에 그쳤고, 고령층의 63.3%는 여전히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고 답했다. 선택 사항 적용의 어려움, 뒤에 선 사람의 눈치, 조작 미숙이 주요 이유였다. 기술의 보급 속도와 인간의 적응 속도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를 단순히 “어르신들이 기술에 약하다”는 상식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읽혀야 한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률 자체는 높아졌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고령층도 필요하면 배운다. 문제는 배움의 의지가 아니라 기술 변화의 방향이다. 어렵게 한 단계를 익히면 곧바로 다음 단계가 나타난다. 현금에서 카드로, 대면 주문에서 키오스크로, 키오스크에서 QR로, 검색에서 생성형 AI로 넘어가는 이 속도는 ‘적응하지 못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사회’의 문제에 더 가깝다. QR 주문은 단순히 주문 방식 하나가 바뀐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생활 서비스가 점점 더 ‘플랫폼형 진입 절차’를 요구한다는 신호다.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고, 카메라 사용에 익숙해야 하며, 화면 전환과 결제 과정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어야 한다. 키오스크는 그래도 눈앞의 기계를 누르면 됐지만, QR은 개인 단말기와 네트워크 환경, 각종 앱 사용 경험까지 전제한다. 기술을 설계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개선일지 몰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상 전체의 난도가 다시 올라가는 일이다. 이는 특정 세대의 느림이 아니라, 기술이 평균적인 사용자를 지나치게 젊고 능숙한 존재로 상정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장벽이 단순한 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이미 정보 검색을 넘어 일상 대화와 문서 작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생성형 AI 활용 목적은 정보 검색이 가장 많았고, 일상 대화와 문서 작업이 그 뒤를 이었다. 즉 앞으로는 단순한 주문과 결제만이 아니라 정보 접근, 민원 처리, 금융, 건강 상담, 학습, 일자리 탐색까지 AI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고령층이 이 출발선에서 밀려난다면,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기기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참여와 경제 활동, 정보 접근권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시니어의 디지털 격차를 복지의 언어로만 다루는 것은 부족하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과 접근권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전체의 손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고령층을 기술의 수혜 대상으로만 보지만, 사실 그들은 기술 안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오랜 생애 경험, 직업적 노하우, 관계와 생활의 지혜는 콘텐츠가 되고, 지식이 되고, 공동체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가로막는 것은 거창한 능력 부족이 아니라 로그인, 인증, 화면 전환, QR 촬영 같은 생활 속 문턱이다. 가장 값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얇지만 가장 질긴 장벽 앞에서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해법은 “더 열심히 배우라”는 말만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기술의 속도를 늦추자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에게 맞추어 설계되는 방향이다. 하나의 서비스를 더 적은 단계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대체 수단을 남겨두고, 고령층이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교육을 생활 가까이 배치해야 한다. 서울시가 디지털동행플라자, AI디지털배움터, 1대1 교육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은 사람을 바꾸지만, 설계는 사회를 바꾼다. 키오스크를 넘었더니 QR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기술 문명이 누구의 속도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진짜 선진적인 기술은 가장 빠른 사람을 더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가장 느린 사람도 생활에서 밀려나지 않게 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디지털 전환의 수준은 최신 기술의 도입 속도가 아니라, 가장 늦게 적응하는 사람을 끝까지 데려가는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QR코드가 아니라, 기술 앞에서 돌아서지 않아도 되는 인간적인 속도다.
2026-05-01 17:5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