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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천재의 펀드는 왜 한 달 만에 무너졌나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틀리지 않았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의사 부모 밑에 태어났다. 학년을 여러 번 건너뛰어 열다섯에 고등학교를 마쳤고 곧바로 미국 컬럼비아대로 갔다. 2021년 열아홉에 경제학과 수학통계학 학사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효과적 이타주의 모임에서 활동했다. 인류를 돕기 위해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실리콘밸리 일각의 철학이다. 이 인맥이 그의 이력을 만들었다. 예일 로스쿨을 포기하고 그가 간 곳은 샘 뱅크먼프리드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였다. 자선 부문인 FTX 퓨처 펀드에서 일했으나 2022년 말 FTX가 사기 사건으로 무너지며 회사를 떠났다. 이듬해 오픈AI에 들어갔다. 일리야 수츠케버가 이끌던 슈퍼얼라인먼트 팀, AI가 인류를 해치지 않게 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직이었다. 2024년 4월 해고당했다. 회사는 기밀을 부적절하게 공유했다고 했고 그는 회사 보안이 중국의 정보 활동을 막기에 부족하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두 달 뒤 그는 165쪽짜리 에세이 '상황 인식: 향후 10년'을 온라인에 올렸다. 초지능 AI가 2027년까지 나올 수 있고 각국 정부가 그 속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 확장의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가 되리라는 것이 요지였다. 그는 "지금 상황 인식을 갖춘 사람은 수백 명 정도이며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와 AI 연구소에 있다"고 썼다. 이 글이 실리콘밸리의 필독서가 됐다. 스물두 살 저자에게 돈이 몰렸다. 스트라이프를 만든 콜리슨 형제, 깃허브 전 최고경영자 냇 프리드먼, 투자자 대니얼 그로스가 출자했다. 피터 틸의 헤지펀드를 거친 칼 슐먼이 공동 설립자로 합류했다. 최소 투자금은 2500만달러였고 외부에 좀처럼 돈을 맡기지 않는 대형 퀀트 회사 제인스트리트까지 출자자로 들어왔다. 운용 경력은 없었다. 그가 가진 것은 AI 연구소 안에서 본 것과 그것을 글로 옮긴 165쪽뿐이었다. 실리콘밸리는 그 정보 우위에 돈을 걸었다. 2024년 7월 2억2500만달러로 출발한 펀드는 지난 6월 말까지 1년 수익률 439%, 설립 이후 1551%를 냈다. 운용자산은 450억달러로 불었다. 그리고 지난 7월 한 달에 67%를 잃었다. 무너지는 데는 사흘이면 충분했다. AI 인프라 주식이 무너지자 자산 가치가 담보 기준을 밑돌았다. 돈을 빌려준 프라임브로커들이 증거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9일 그는 마진콜을 막으려 월가에서 가장 공격적인 트레이딩 회사들에 전화를 돌렸다. 협상은 자정을 넘겼고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자가 직접 개입했다. 다음 날 새벽 시타델이 계약을 따냈다. 160억달러 규모의 상장 포트폴리오가 통째로 넘어갔다. 창업 2년 만이다. 흔한 오독은 AI 거품이 꺼져서 그가 망했다는 것이다. 사실은 다르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전망이 아니라 그 전망을 실어 나른 자금 조달 구조였다. 시작은 배율이었다. 그는 최대 400%의 레버리지를 썼다. 변동성이 큰 인프라 주식에 붙이기에는 과한 비율이다. 자산이 빠지면 자기자본 완충 장치가 먼저 얇아진다. 현금을 만들려면 떨어지는 주식을 더 팔아야 하고 그 매도가 주가를 밀어내 다시 담보 요구를 부른다. 한 번 돌기 시작하면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헤지가 헤지 노릇을 못 한 것도 컸다. 그의 전략은 AI 인프라를 사고 AI에 잡아먹힐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었다. 7월에는 산 것이 반토막 났는데 판 것이 올랐다. 양쪽에 걸어 위험을 나눈다는 구조가 양쪽에서 지는 구조로 뒤집히면 손실은 상쇄되지 않고 두 배가 된다. 결정타는 패가 펼쳐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상장주식 1억달러 이상을 굴리는 기관에 분기마다 보유 내역을 공시하게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다. 펀드가 작을 때는 아무도 보지 않지만 450억달러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의 보유 종목은 분기마다 전 세계에 공개됐다. 여기에 그의 성격이 겹쳤다. 그는 자기 논리를 숨기지 않았다. 에세이로 방향을 밝혔고 강연과 대담으로 되풀이했다. 어느 종목을 왜 사는지가 시장에 알려져 있었다. 확신을 공유하는 일이 자금을 끌어모으는 힘이었지만 같은 정보가 반대편에도 넘어갔다. 월가는 그 지도를 읽었다. 그가 어디에 얼마나 걸었는지, 어느 선에서 담보가 부족해지는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 경쟁 펀드들은 그의 판단이 틀렸다는 데 건 것이 아니라 그가 언젠가 팔아야 한다는 데 걸었다. 주력 종목을 공매도해 주가를 눌렀고 그것이 마진콜을 앞당겼다. 시장은 그의 판단이 옳은지 묻지 않았다. 누가 먼저 팔아야 하는지만 물었다. 그 자신도 투자자 서한에 "본질적으로 뱅크런과 같다"고 썼다. 취약성이 더 큰 취약성을 낳았다는 것이다. 방향을 맞히는 일과 그 방향이 실현될 때까지 버티는 일은 다른 문제다. 버티는 힘은 통찰이 아니라 자본 구조에서 나온다. 450억달러를 굴리던 조직의 투자 인력이 일곱 명이었다는 사실은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였다. 한국 증시도 같은 달에 같은 병을 앓았다. 7월 낙폭은 33%를 넘었다. 28일과 2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렸고 이틀 만에 시가총액 865조원이 사라졌다.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열세 번뿐이던 서킷브레이커가 올해에만 일곱 번 발동됐다. 31일에는 외국인이 6조7000억원을 사들이며 코스피가 하루에 1000포인트 올랐다. 이 급락과 급등을 만든 것도 배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에 연동된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고 두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를 흔들었다. 아셴브레너의 보유 목록에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권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같은 서사에 같은 방식으로 베팅한 돈이 국경을 넘어 이어져 있었다. 당국은 지난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추가 조치를 내놨다. 방향은 맞다. 다만 상품만 조여서는 부족하다. 특정 종목에 지수가 연동되는 구조 위에 배율을 얹어 파는 구조가 있고 그 위에 개인이 신용으로 사는 구조가 또 있다. 한 층만 손대면 나머지 층에서 터진다. 아셴브레너의 개인 자본은 대부분 펀드에 남아 있고 비상장 지분도 그대로다. 펀드는 문을 닫지 않았다. 스물다섯 살 창업자는 다음 기회를 위해 싸우겠다고 썼다. 그럴 것이다. 같은 방향에 같은 배율로 걸었던 개인 투자자에게는 다음 기회가 없다. 예측이 맞아도 계좌가 먼저 사라지면 그 예측은 자기 것이 아니다.
2026-08-02 13: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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