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3건
-
AI가 예금까지 옮긴다…美은행 5000억달러 흔들 '에이전트 뱅크런' 경계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고객을 대신해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더 높은 수익을 주는 곳으로 자금 이동까지 지원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은행의 전통적인 예금 사업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고객이 낮은 금리에도 돈을 그대로 두는 ‘예금 관성’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약해질 경우 은행들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조달비용 상승과 순이자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자율적으로 복수의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금융시장에 확산하면 미국 은행권이 그동안 누려온 저원가 핵심예금의 경제적 가치 약 5000억달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장 은행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5000억달러는 AI로 인해 은행에서 당장 빠져나가는 현금도, 실제 발생이 확정된 손실액도 아니다. AI가 예금자의 금리 민감도를 높여 저원가 예금이 고금리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동하면 은행은 예금금리를 높여야 한다. 그 결과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미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저원가 예금이 제공해온 경제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가 깨우는 ‘잠자는 예금’…은행 조달구조 바뀌나 은행의 저원가 조달 기반 가운데 하나는 고객이 낮은 금리에도 예금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서 형성돼 왔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무이자성 예금이 많이 쌓일수록 은행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과 채권 등 수익자산에 운용할 수 있다. AI가 바꿀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기존에는 고객이 여러 은행의 금리와 상품 조건을 직접 찾아 비교하고 계좌까지 옮겨야 했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으면 번거로움 때문에 기존 계좌에 돈을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동의와 권한 범위 안에서 금융상품을 상시 비교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금 이동까지 지원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을 찾는 비용과 계좌 이동에 필요한 시간이 크게 낮아진다. 고객에게는 유리하지만 은행에는 부담이다. 고객 자금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저원가 예금 감소→예금금리 상승→조달비용 증가→순이자마진(NIM) 축소→미래 이익 감소→기업가치 하락이라는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에이전틱 뱅크런(agentic bank run)’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전통적인 뱅크런이 금융회사에 대한 불안으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현상이라면, 에이전틱 뱅크런은 AI가 금리와 조건을 계속 비교해 자금을 더 유리한 곳으로 이동시키면서 은행의 예금 경쟁을 급격하게 높이는 상황에 가깝다. ◆美 3대 은행 무이자예금 1.6조달러…3%면 비용 470억달러 미국 대형은행이 보유한 저원가 예금 규모를 보면 AI가 가져올 변화의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가 보유한 무이자 예금은 약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세 은행 전체 부채의 약 16% 수준이다. FT는 이들 예금에 평균 연 3%의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연간 약 470억달러로 계산된다. 현재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조달하는 자금에 금리를 붙여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 입장에서 예금금리 1~2%포인트 변화가 수십억달러의 비용 차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AI가 금융상품 비교와 계좌 이동의 장벽을 낮추면 금리 차이가 몇십bp(1bp=0.01%포인트)에 불과하더라도 자금 이동이 지금보다 민감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높이거나 수수료를 낮추고 부가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붙잡아야 할 수 있다. ◆5000억달러는 저원가 예금의 ‘경제적 가치’ FT가 제시한 5000억달러도 이 같은 저원가 조달 효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계산에는 은행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활용되는 ‘핵심예금 무형자산(CDI·Core Deposit Intangible)’ 개념이 사용됐다. CDI는 은행이 안정적인 핵심예금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낮은 금리의 예금이 많이 유지될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경쟁력이 높아진다. 금융자문회사 Mercer Capital에 따르면 올해 미국 은행 M&A에서 평가된 CDI는 핵심예금의 평균 2%대 중반 수준이었다. 최근 거래에서는 대체로 핵심예금의 2~3% 범위에서 평가됐다. FT는 이런 비율을 미국 은행권의 핵심예금에 적용해 저원가 조달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약 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따라서 5000억달러를 ‘AI가 은행에서 빼내는 돈’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AI 확산으로 은행들이 시장금리에 가까운 수준까지 예금금리를 높여야 할 경우 저원가 핵심예금이 제공해온 조달비용 우위가 약해지고 미래 수익과 기업가치가 그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보면 그동안 은행에 귀속됐던 저원가 예금의 경제적 가치 일부가 더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수수료 형태로 고객에게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AI 뱅크런’ 현실화까진 신뢰·규제 장벽 AI가 당장 대규모 예금 이동을 촉발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거래는 일반 온라인 쇼핑과 달리 본인 인증과 고객 동의, 거래 한도, 금융사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규제를 거친다. AI가 임의로 고객의 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고객이 자신의 금융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어디까지 AI에 넘길지도 변수다. AI가 잘못된 판단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부적절한 상품을 선택했을 경우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도 해결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계좌정보 보호, 금융사기 방지, AI의 투자 판단에 대한 설명 책임도 풀어야 할 과제다. 따라서 AI가 예금 경쟁을 강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금융불안에 따른 전통적인 뱅크런과 같은 현상이 단기간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도 AI 활용…비용 절감으로 맞대응 은행이 AI 확산의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은행들은 이미 AI를 고객 상담과 신용평가, 자금세탁방지, 이상거래 탐지, 내부 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대출심사를 정교하게 하고 인적 오류를 줄이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은행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높아진 예금 조달비용을 일부 상쇄할 여지도 생긴다. 고객별 신용위험을 세분화해 대출금리를 정교하게 설정하거나, 반복 업무와 사후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AI는 한쪽에서는 은행의 저원가 예금 기반을 흔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비용구조를 낮춰주는 양면적인 기술인 셈이다. 당장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보는 변수 역시 AI만은 아니다. 미국 금리와 경기 방향, 대출 부실 가능성, 기업의 신용위험 등이 여전히 은행 실적과 주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는 기존 위험요인을 대신하기보다 은행의 예금 경쟁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바꿀 새로운 변수에 가깝다. ◆한국 은행도 예외 아니다…‘저원가성 예금 경쟁’ 달라질 수도 이 같은 변화는 미국 은행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국내 은행 역시 요구불예금과 저축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순이자마진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하기 위해 급여이체와 카드, 각종 생활금융 서비스를 묶어 고객을 주거래은행에 붙잡아 왔다. 하지만 AI가 은행별 예금금리와 수수료, 우대조건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자금 이동까지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하면 기존의 ‘주거래은행’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 고객이 한 은행에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기보다 AI가 가장 유리한 조건에 따라 여러 금융회사로 자금을 나눠 이동시키는 환경에서는 은행도 브랜드나 고객 충성도만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가 ‘잠자는 예금’을 깨우기 시작하면 은행이 오랫동안 누려온 저비용 자금 조달의 이점 일부가 예금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AI 시대 은행의 경쟁은 대출을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뿐 아니라 예금을 어떤 가격과 서비스로 확보하느냐에서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10-13 08:12:36
-
SK에코플랜트, 하이테크 키우고 건설은 선별 수주…포트폴리오 재편 속도
[경제일보] SK에코플랜트가 해상풍력 자산을 정리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인프라 역량을 내부로 모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반도체·AI 인프라에 자본과 조직을 집중하는 가운데 주택사업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드파인’을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핵심지 선별 수주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1일 디오션 컨소시엄과 SK오션플랜트 보유 지분 35.62% 전량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약 4100억원이며 2021년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을 키운 지 5년 만에 지분을 정리하게 됐다. 같은 시기 반도체·AI 인프라 분야에서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7일 100% 자회사인 SK에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첨단 산업시설 설계 역량을 갖춘 자회사와 기존 시공·사업관리 기능을 결합해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재편은 단순한 계열사 정리보다 사업 선택의 방향을 보여준다. 해상풍력은 자산을 매각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반도체·AI 인프라는 조직과 기술을 내부에 모아 실행력을 높인다. 성장성이 있더라도 자본 부담이 큰 사업은 덜어내고 그룹 내 수요와 시장 확대가 맞물린 영역에는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다. 회사 정체성도 바뀌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산업용 가스 기업 SK에어플러스를 편입했고, 지난해에는 SK트리켐과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기업을 추가했다. 건설사가 단순히 공장을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재와 설비, 생산 인프라, 사용 후 자원 관리까지 묶는 방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것이다. 상반기 실적은 이 같은 변화가 숫자로 반영된 결과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5164억원보다 8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41억원에서 1조4650억원으로 584.1%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969억원에서 9341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형과 이익이 모두 커졌지만 실적을 이끈 주력은 전통 건설이 아니었다. 반도체 제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담당하는 하이테크 부문은 상반기 매출 3조30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53.7%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도 122억원에서 1722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소재와 산업용 가스를 맡는 가스·소재 부문 매출은 4091억원으로 139.5% 늘었다. 반도체 모듈과 전자폐기물 재활용 등을 포함한 에셋 라이프사이클 부문은 매출 4조5056억원, 영업이익 1조4357억원을 냈다. 다만 사업 전환의 속도와 기존 건설사업의 체력은 별개의 문제다. 주택·건축과 인프라, 에너지 등을 포함한 솔루션 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82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줄었다. 영업손익은 750억원 흑자에서 223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지식산업센터 등 일부 사업장의 예상 손실을 충당금으로 선제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사업은 접기보다 범위를 좁히는 쪽에 가깝다. 회사는 올해 서울에서 ‘드파인 연희’,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 ‘드파인 아르티아’ 등 3개 단지, 총 2862가구를 공급했다. 2022년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드파인’을 앞세워 서울과 수도권 핵심 사업지에서 선별적으로 존재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전체 물량 확대보다 수익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함께 볼 수 있는 사업지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신규 수주 활동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20차 재건축을 2048억원에 수주해 드파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6월에는 경기 용인 수지삼성2차 재건축도 2048억원에 확보했다. 반도체·AI 인프라로 중심축이 이동하더라도 주택사업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지를 고르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행보는 건설업에서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줄일지 선명하게 가르는 과정에 가깝다. 해상풍력 지분 매각은 재무 부담을 낮추는 선택이고 SK에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은 반도체·AI 인프라 실행력을 높이는 조치다. 반도체·AI 인프라가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만큼 주택과 일반 건설사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도 사업 재편의 완성도를 가를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소재 등 AI·반도체 밸류체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AI 인프라 사업 수주 및 실적 확대를 이어가고자 한다”며 “주택사업을 포함한 AI솔루션 사업은 EPC 역량을 기반으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10 10:15:51
-
"AI 도입했다고 생산성 오르지 않는다"…정재헌 SKT CEO가 말한 'AX의 J커브'
[경제일보]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독자 AI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AX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미래 인재상을 제시했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AI를 도입한다고 곧바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초기의 불편함을 견디고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생산성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정재헌 CEO는 전날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생·대학원생 약 300명을 대상으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은 SK텔레콤과 서울대가 10년째 운영하는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으로, 지난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정 CEO가 약 40년 만에 모교 강단에 선 자리로 알려졌다. 정 CEO가 이날 제시한 핵심 개념은 'AX의 J커브'다. AI 전환(AX) 초기에는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데이터·조직 정비 등으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이른바 '불편함의 골짜기'를 넘어선 조직은 어느 순간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X 전환을 위해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 등 세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기존 업무 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AI를 전제로 업무를 다시 설계하는 동시에 기존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고 AI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를 견뎌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텔레콤 내부 사례도 소개했다. 한 개발자가 고객 요청에 따른 시스템 수정 업무를 기존 방식으로 약 50시간에 걸쳐 처리했지만, 이를 AI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5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AI 에이전트를 새로 만들고 수정하며 수백 차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전환 작업이 완료된 이후 같은 업무에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으로 감소했다. 정 CEO가 강조한 '극한 마주하기'에는 독자 AI 모델 개발 경험도 포함됐다. SK텔레콤은 제한된 GPU 환경에서도 6880억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 'A.X K2'를 개발했다. A.X K2는 지난 7월 오픈웨이트 모델로 공개됐으며, 최근 공개된 기술보고서에서는 6880억 파라미터 규모의 전문가 혼합(MoE) 모델로 소개됐다. 특히 AI가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 CEO는 AI 시대에도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I가 코딩 등 기술적인 업무를 점점 더 잘 수행할수록 사람에게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이해하고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AI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신체 지능'을 제시했다. 본질을 파악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정재헌 CEO는 "AI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은 시대지만 그렇지 않다"며 "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며 "10년 뒤 AI 시대의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어갈 여러분과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6-09-02 10:44:57
-
"AI의 무대가 바뀐다"…데이터센터서 단말·공장으로 옮겨가는 AI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규모 연산을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AI를 단말과 산업 현장에 직접 배치하는 '온디바이스 AI'와 '엣지 AI'가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상 분석과 로봇, 자동차, 스마트팩토리 등 실시간 대응과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센터로 전송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AI 반도체와 경량화된 AI 모델을 결합해 현장에서 AI를 구동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GPU 확보에서 AI 연산을 실제 서비스가 발생하는 현장으로 분산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GPU 연산 능력이 중요해졌지만,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로 보내 처리할 경우 네트워크 지연과 데이터 전송 비용, 보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해야 하는 로봇과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는 AI 연산을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AI 모델과 연산 장치를 단말이나 현장에 배치하는 온디바이스 AI와 엣지 AI가 주목받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이나 로봇, 자동차 등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이며, 엣지 AI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과 가까운 서버나 장비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개념이다. 두 방식 모두 중앙 데이터센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AI를 구동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AI 반도체 경쟁도 단순히 GPU와 NPU 가운데 어느 쪽이 우위에 있느냐를 넘어 사용처에 맞는 연산 구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는 GPU가 활용되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추론 작업은 전력 효율과 지연 시간 등을 고려해 NPU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KT는 국산 AI 반도체와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결합한 기업용 AI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하며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KT가 선보인 'KT NPU LLM 스테이션'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의 추론 특화 신경망 처리 장치(NPU) 'ATOM-MAX'와 KT의 독자 LLM '믿음 K 2.5 Pro', 운영 API 플랫폼을 하나의 서버에 통합한 완제품형 장치다. 기업 내부에 장비를 설치해 데이터와 AI 연산을 사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망 분리 등 보안 규제가 적용되는 공공·국방·제약·제조·금융 분야에서 외부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어려운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향후 이를 피지컬 AI를 위한 엣지 데이터 센터로 확대해 저전력·저지연 AI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조 현장에서도 AI 연산을 현장 가까이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DX는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공장 내 카메라와 센서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현장에서 AI로 분석해 설비와 작업 환경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제조 현장의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상·센서 데이터의 양이 많고 외부 전송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 모든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 분석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 포스코DX는 현장에서 AI 추론을 수행하면 필요한 데이터만 선별해 처리할 수 있어 실시간성이 중요한 품질 검사와 이상 징후 탐지 등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가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장이 커질수록 이러한 엣지 AI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차 등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려면 카메라와 각종 센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자동차 역시 운전자 상태 분석이나 주행 환경 판단 등 일부 AI 연산을 차량 내부에서 처리하는 구조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AI 반도체 성능뿐 아니라 AI 모델 최적화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도 중요해지고 있다. 같은 NPU를 사용하더라도 AI 모델을 하드웨어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지 못하면 기대한 성능과 전력 효율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경쟁은 'GPU 대 NPU'의 단순한 대결보다는 AI 연산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단말과 공장, 자동차, 로봇 등으로 AI의 무대가 넓어지면서 AI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통신사와 제조·플랫폼 기업까지 새로운 시장을 둘러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진형 KT AX사업본부장 상무는 "'KT NPU LLM 스테이션'은 KT의 AX 풀스택 역량과 국산 반도체를 결합해 소버린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 AI 전환을 시작하려는 기업과 기관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9 14:30:55
-
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③정부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부 역할이 산업 지원과 규제 정비에 집중됐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 전력망, 인재, 안전망, 소비자 보호, 공공서비스, 국가 안보까지 포괄하는 종합 설계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기업의 생산 방식과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동시에 바꾸면서 정부도 단순한 규제자나 투자자를 넘어 국가 운영체제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 진흥, 규제 설계,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는 이미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K-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하고, 해외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로 기가와트급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예약과 결제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1인 1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AI 제도 정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AI 연구개발과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활용 확산, 창업 지원, 인재 양성,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등의 근거를 담고 있다. 동시에 고영향 AI에 대한 투명성, 안전성, 인간 감독 등 신뢰 확보 장치도 포함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과도한 규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설명 책임과 안전장치가 없으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산업 진흥과 신뢰 구축을 동시에 설계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 산업정책, 지원금 경쟁으로 끝나선 안 돼 정부의 AI 산업정책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이고,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 자동화와 연결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모든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인프라다. 정부가 이 세 분야를 묶어 국가 프로젝트로 제시한 것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에너지, 지역경제, 안보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재정 투입과 세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데이터센터 입지, 전력망 확충, 용수 확보, 지역 주민 수용성, 전문 인력 공급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수도권 밖 호남에 조성하려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두고 대규모 전력·용수 수요와 지역 주민 반발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산업단지 조성에는 80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며, 계획대로면 4개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만으로도 광주·전북·전남 지역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의 70∼8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업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전력망, 용수, 도로, 대학 인력, 지역 민원 조정까지 정부가 함께 풀어야 실제 착공과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전력·인재가 새 국가 인프라로 부상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는 도로와 항만, 공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 클라우드, GPU, 전력망, 고급 인재가 새로운 국가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안정적인 컴퓨팅 자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I 정책은 과학기술 정책인 동시에 에너지 정책, 교육 정책, 지역균형 정책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와 직결된다. AI 연산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권역별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더라도 전력망 보강과 재생에너지, 원전, 송전선로 문제를 동시에 조정하지 못하면 투자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재 문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 전문인력은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이 동시에 확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2개 부처와 함께 514만명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실시하고, AI디지털배움터를 전국 69개 거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교수는 “AI 인재 정책은 박사급 연구자 양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소기업 직원, 공무원, 교사, 금융·제조 현장 인력까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 체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신뢰 구축 병행 요구 AI 기본법 시행으로 한국은 AI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조성을 함께 추진할 법적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은 고영향 AI에 대해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요구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한 표시 의무 등도 규정하고 있다. 의료, 금융, 교통, 채용, 교육처럼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 재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AI 활용에 더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과 인간의 감독이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AI 기본법과 시행령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인증, 문서화, 영향평가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소비자와 시민사회에서는 AI가 신용평가, 채용, 보험, 의료 판단에 활용될 경우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초기 기업에 대기업 수준의 문서화와 검증 부담이 부과되면 서비스 출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위험도가 낮은 서비스와 고영향 AI를 구분해 규제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AI가 금융 심사나 채용, 보험료 산정에 쓰일 경우 소비자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기 어렵다”며 “기술 발전을 이유로 설명 책임과 이의제기 절차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제는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있다.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무조건 늦추면 신뢰가 약해질 수 있고, 신뢰 확보를 이유로 규제를 과도하게 설계하면 혁신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분야별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부문 AI, 행정 혁신의 시험대 정부 자체도 AI 전환의 대상이다. 행정 민원, 복지 심사, 세금 신고, 재난 대응, 교통 관리, 보건의료, 교육 행정 등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반복 민원을 줄이고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며,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공공부문 AI에는 민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의 AI 판단은 국민의 권리와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다. 복지 수급 대상 선정, 세무 조사, 채용·평가, 치안·감시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경우 오류나 편향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수 있다. 공공 AI는 효율성뿐 아니라 투명성, 책임성, 감사 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별 정책 넘어 국가 조정 능력이 관건 AI 시대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업을 키우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고,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전력과 지역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도 고영향 AI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청년에게는 새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노동자에게는 전환 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전환의 성패가 개별 부처의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 산업, 금융, 교육, 노동, 복지, 에너지 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AI 전환이 성장보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인프라, 인재, 규제,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을 경우 AI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AI 시대 정부는 돈을 나눠주는 투자자나 기업을 단속하는 규제자에 머물 수 없다”며 “국가 데이터 인프라와 전력망,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 일자리 전환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체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11 11:22:24
-
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②소비자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검색과 쇼핑, 금융 상담, 보험 심사, 대출 추천, 콘텐츠 소비, 교육, 의료 상담까지 AI가 개입하는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소비자는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쓰이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도 늘고 있다. 24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소비자의 클릭 기록, 검색 이력, 결제 정보, 이동 경로, 신용 정보, 건강 정보, 소비 패턴 등은 AI 학습과 맞춤형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추천과 광고, 금융상품,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하고 있다. AI시대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데이터 제공자이자 알고리즘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AI 확산에 따른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AI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의료, 금융, 교통, 원전 등 민감 분야의 고영향 AI에 대해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AI 모델·시스템 개발자와 제공자가 개인정보 유출, 딥페이크에 따른 인격권 침해 등 새로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을 공개했다. 금융권의 변화도 빠르다.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핀테크 기업들은 AI 상담, 이상거래 탐지, 신용평가, 맞춤형 상품 추천, 보험금 심사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 활용 확대와 함께 설명 가능성, 책임 소재, 소비자 보호 기준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 상담과 대출심사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소비자가 왜 특정 상품을 추천받았는지, 왜 대출 한도나 금리가 다르게 산정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 AI의 핵심은 속도보다 설명 책임”이라고 말했다. AI가 골라주는 시대, 소비자는 더 자유로워졌나 AI 추천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 소비자는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비교하고 선택했다. 지금은 플랫폼이 소비자의 검색 기록과 구매 이력, 위치, 관심사를 분석해 상품과 콘텐츠를 먼저 제시한다. 쇼핑몰은 개인별 추천 상품을 배열하고 금융 플랫폼은 맞춤형 대출과 카드, 보험상품을 보여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포털, 뉴스 플랫폼도 이용자의 선호를 기반으로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한다. 문제는 추천이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선택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상단에 노출되는 이유, 추천 기준에 광고나 수수료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AI 추천은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지만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보여주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정보 비대칭이 커질 수 있다”며 “추천의 편리함과 소비자의 알 권리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는 공짜 원료가 아니다 AI 서비스의 기반은 데이터다. 소비자가 남긴 정보가 많을수록 AI는 더 정교한 추천과 예측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금융, 의료, 교육, 이동 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가 결합되면 개인의 생활 패턴과 경제 상황, 건강 상태까지 추정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가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에서 개인정보 유·노출뿐 아니라 딥페이크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새로운 위험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가 만든 이미지와 음성, 영상은 소비자 피해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투자 사기, 허위 광고, 유명인 사칭, 딥페이크 범죄가 AI 기술과 결합하면 피해 규모와 확산 속도가 커질 수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존 개인정보 유출은 계정 탈취나 스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AI시대에는 유출된 정보가 음성 합성, 얼굴 합성, 맞춤형 사기 문구에 활용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의 기준도 단순 정보보호에서 신원과 평판 보호로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AI의 편리함 뒤에 남는 설명 책임 금융 분야는 AI가 소비자 권리와 직접 충돌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AI가 대출 한도와 금리, 카드 발급 가능성, 보험 가입 심사, 이상거래 탐지, 투자상품 추천에 활용되면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편리한 상담과 빠른 심사는 장점이지만 잘못된 데이터나 편향된 모델이 적용되면 불합리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AI가 판단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한도가 줄었는지, 왜 보험 가입이 거절됐는지, 왜 특정 투자상품이 추천됐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AI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사람이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는 “AI가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AI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충돌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이나 금융 취약계층은 AI 상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별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약자를 방치하면 AI 격차는 생활 격차가 된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디지털 취약계층의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AI 기반 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 점포와 대면 창구가 줄고 모바일 앱과 챗봇 상담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격차는 금융 접근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AI 학습 서비스는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할 수 있지만 기기와 네트워크, 결제 능력이 부족한 가정은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AI 건강관리 서비스도 스마트기기 활용 능력과 데이터 접근성에 따라 이용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시대 소비자 정책이 ‘피해 구제’ 중심에서 ‘역량 강화’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AI 추천과 자동화된 판단을 이해하고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하며 부당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시대 소비자는 더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다. 소비자의 데이터가 기업의 수익과 AI 성능을 높이는 원료가 되는 만큼 소비자에게도 정보 접근권과 설명 요구권,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한 소비자정책 전문가는 “AI시대 소비자 보호의 핵심은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술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주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편익은 일부 기업과 플랫폼에 집중되고 소비자는 판단의 객체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24 11:08:47
-
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①기업·재벌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경제에 기술 도입을 넘어선 전방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조직과 사업모델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는 편리함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주권과 알고리즘 감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을 넘어 인프라, 인재,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AI시대 한국경제 3주체의 역할 변화와 개혁 과제를 짚고, 한국경제가 관성의 경제에서 학습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한국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전환의 한복판에 섰다. 반도체 기업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플랫폼 기업은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금융권도 생산공정 자동화, 로봇, AI 상담,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축으로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약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참여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또 SK·GS·네이버 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관련 투자가 10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9일 SK·GS·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가 5GW, GS가 2.4GW, 네이버가 1GW 규모로 참여하며 관련 투자 규모는 550조원으로 제시됐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기업들은 다시 한 번 ‘큰 판’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AI 투자가 곧 AI 경쟁력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AI 전략 담당자는 “지금은 어느 그룹이나 AI 조직과 태스크포스는 갖추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데이터 접근권, 보안, 법무, 감사, 성과평가가 모두 걸린다”며 “AI 도입보다 어려운 것은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라고 말했다. HBM이 바꾼 증시 서열…AI가 기업가치 기준 흔든다 AI 전환은 이미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바꾸고 있다. 대표 사례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HBM 시장 선점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22일 코스피 장중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주가 순위 변화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범용 메모리 중심에서 AI용 고부가 메모리와 패키징, 고객 맞춤형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AI 반도체 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차세대 HBM을 얼마나 빨리 개발·공급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다만 AI 반도체 호황이 항상 주가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AI 붐 지속성에 대한 우려 속에 장중 동반 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핵심 테마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실적 증가보다 지속 가능한 가격 결정력과 고객 기반을 본다”며 “AI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기업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울타리에 갇힌 데이터, AI 경쟁력의 병목 AI 경쟁력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 투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활용 구조가 핵심 변수다. 한국 대기업은 제조, 금융, 유통, 통신, 물류 등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별·부서별로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보안과 개인정보, 감사 리스크 때문에 실제 활용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공장에는 설비 데이터가 쌓이고, 영업부서에는 고객 데이터가 쌓이며, 구매부서에는 공급망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를 하나의 모델로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기술 문제가 아니라 내부 승인 절차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벌 구조의 강점이던 수직계열화도 AI시대에는 양면성을 갖는다. 위기 때 빠르게 자원을 동원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데이터와 인재가 계열사 내부에 갇히면 개방형 혁신에는 불리할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AI 스타트업과 협업을 말하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지식재산권, 데이터 소유권, 보안 조항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함께 실험하고 성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도입보다 어려운 건 일하는 방식의 개혁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사내 업무에 도입하면서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시장조사, 고객 응대, 코드 작성, 번역, 계약서 검토 등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를 업무 도구로 배포하는 것만으로 생산성 향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arXiv에 공개된 조원익·김성훈·김근혜의 포지션 페이퍼 ‘Adopting AI in Practice Does Not Guarantee the Productivity Boost’는 AI 도입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인력 구성, 구성원의 기초 역량, 학습곡선, 인센티브 구조, 목표 설정의 유연성 등이 AI 생산성 효과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한 경영학 교수는 “AI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기업이 AI를 제대로 쓰려면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어떤 판단은 사람이 책임질지 조직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중간관리자는 자료를 취합하고 보고서를 다듬고 리스크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정보 수집과 문서 작성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면서 중간관리자의 경쟁력은 보고서 작성 능력이 아니라 문제 정의, 결과 검증, 부서 간 조정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전환은 청년 채용과 인재 육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 사무 업무와 초급 분석 업무가 AI로 대체되면 신입사원이 조직에서 배우는 첫 단계가 줄어들 수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AI 도입 이후 신입사원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처음부터 문제 해결형 역량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채용 규모를 줄이는 유혹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풀이 약해질 수 있어 재교육 체계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도 기업 경쟁력 됐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책임도 커진다. 한국은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고영향 AI에 대한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금융, 보험, 의료, 채용, 교육처럼 개인의 권리와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가 중요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 상담이나 대출심사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설명 책임이 약하면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를 많이 쓰는 회사보다 AI 판단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평판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AI 활용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기업의 성장 방식은 계열사 내부에서 원료 조달, 부품 생산, 완제품 제조, 금융 지원을 묶는 수직계열화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데이터, 클라우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인재가 기업 안팎에 분산돼 있어 외부 스타트업과 대학,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과 실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력이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반도체 설비 확충과 데이터센터 구축은 AI 전환의 기반에 해당하지만 이후에는 내부 인재 재교육, 중간관리자 역할 재정립, AI 활용 책임 체계, 외부 생태계와의 협업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의 AI 경쟁력은 대규모 투자 이후의 실행 구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총수의 투자 결정을 현장의 실험과 조직 학습으로 연결하고, 계열사 중심의 폐쇄형 운영을 개방형 협력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AI 전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고 말했다.
2026-07-09 16:51:36
-
'경제일보 리더스 인사이트' 개최…AI시대, K-산업·금융 전략 논의
[경제일보] 24일 오전 7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별실)에서 ‘경제일보 리더스 인사이트(Economic Daily Leaders Insight)’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산업, 금융, 정책의 핵심 변화를 조망하는 정례 조찬 특강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주제는 ‘AI 대전환 시대, K-산업·금융의 새로운 전략 모색’이다. 인공지능(AI)이 제조업의 생산 방식, 기업 투자 전략, 금융의 자금 공급 기준, 정부 산업정책을 동시에 바꾸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산업과 금융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특강은 류근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맡는다. 류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성장경제분과 분과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조찬 특강에서는 AI 전환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철강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생산성·품질·원가 경쟁력·공급망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짚을 예정이다. 금융권이 AI 전환 기업의 성장성, 투자 위험, 신용평가,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행사는 조찬 및 네트워킹, 개막세션, 특강,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양규현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국회, 정부, 기업, 금융권, 경제단체 리더들이 함께하는 미래산업·금융 의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23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23 08:51:02
-
-
KB손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돌봄 프로그램 '스타 히어로 챔프' 운영 外
[경제일보] KB손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돌봄 프로그램 '스타 히어로 챔프' 운영 KB손해보험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를 위한 학습·정서 돌봄 프로그램 '스타 히어로 챔프'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화재 진안과 구조 활동 과정에서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소방공무원 자녀에게 맞춤형 학습, 정서 안정 지원을 제공한다. KB손보는 지난 18일 대학생 봉사자를 대상으로 서울시 강남구 KB아트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해 프로그램 운영 교육, 준비 과정을 점검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50명이 참여하며 대학생 멘토와 1대1로 매칭된다. 참가자들은 수파자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주 2회 학습 멘토링을 진행한다. 학습 수준, 개별 특성에 맞춘 수업이 제공되며 멘토와 지속적 교감을 통한 정서적 안정도 지원할 방침이다. 박효익 KB손보 부사장은 "스타 히어로 챔프’는 아이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경험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소방공무원 자녀들이 안정적인 일상을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돌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iM라이프, AI 기반 보험사기탐지시스템 고도화 추진 iM라이프가 보험금 지급 심사 체계 고도화를 위해 보험사기탐지시스템(FDS)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iM라이프는 FDS 고도화 완료 이후 보험금 지급 속도, 이상 징후 탐지 정확도 등 고객, 실무자 업무 편의성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 구조 측면에서는 데이터 머신러닝 기반 분석 모형, 규칙 기반 심사 체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한다. 접수, 심사, 지금 등 전 과정에 자동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네트워크 분석 기술을 활용해 조직형 보험사기 탐지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경원 iM라이프 대표는 "보험금을 신속하게, 부정 청구는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켜야 할 기본 약속"이라며 "이번 FDS 고도화는 그 약속을 데이터와 기술로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고객께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 차세대 CEO 네트워크 'NSC 아카데미 3기' 성료 신한라이프가 차세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NSC(Next Successful CEO) 아카데미 3기'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을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 NSC 아카데미는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2·3세대 경영자 및 스타트업 최고 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경영 트렌드 기반의 실전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3기 과정은 △AI시대 조직 변화 △마케팅 스토리텔링 △노무 이슈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또한 강의 중심의 프로그램이 아닌 참가자 간 실질적 교류에 중점을 뒀으며 기존 기수와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신한라이프 WM팀 관계자는 "NSC 아카데미는 차세대 경영자들이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관점을 확장해 나가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고객과 함께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신한라이프만의 차별화된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9 16:43:31
-
노후의 경제활동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은 여전히 분명한 형태로 이해된다. 몸을 움직이고, 시간을 들이고, 누군가의 일을 대신해주고, 그 대가로 품삯을 받는 것. 이 노동관은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매우 현실적인 감각이다. 특히 어려운 시절을 통과해온 세대일수록 그 인식은 더 강하다. 그래서 유튜브, SNS, 창작 플랫폼,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이나 취향, 지식을 수익으로 바꾼다는 발상은 어딘가 비현실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달라졌다. 이제 경제활동은 반드시 육체노동이나 전통적인 고용의 형태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 무엇을 겪어왔는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도 충분히 가치가 될 수 있다. 평생 장사를 한 사람은 손님을 보는 눈을 전할 수 있고, 수십 년 동안 가정을 꾸려온 사람은 관계를 유지하는 현실적 지혜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한 직업에서 오래 버틴 사람은 초보자에게 교과서보다 훨씬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다. 오래 살아낸 사람의 경험은 그 자체로 이미 콘텐츠이자 자산이다. 문제는 그 자산이 아직 노동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말해주기, 기록하기, 보여주기, 설명하기, 취향을 나누기, 판단 기준을 전달하기 같은 행위는 여전히 ‘진짜 일’ 바깥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는 바로 그런 경험의 전환 위에서 움직인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생활의 요령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한 사람에게는 그저 지나온 세월일 뿐인 기억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돈을 내고서라도 듣고 싶은 통찰이 될 수 있다. 여기서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자신의 경험을 밖으로 꺼내려면 글을 잘 써야 했고, 영상을 만들려면 편집 기술이 필요했으며, 사람을 모으려면 별도의 조직과 비용이 들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AI는 말로 풀어낸 생각을 글로 정리해주고, 짧은 영상의 대본과 구성까지 도와주며, 플랫폼은 개인이 작은 청중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예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훨씬 낮은 진입장벽으로 자기 삶을 시장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모두가 곧바로 성공적인 창작자나 수익형 운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노후의 경제활동을 여전히 단기 알바와 일용직, 보조적 노동의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좁은 접근이라는 점이다. 고령층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삶의 경쟁력을 새로운 시장 언어로 번역해주는 일이다. “내가 해온 일도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고령화 사회가 진짜로 준비해야 할 것은 여기서부터다.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경험을 어떻게 사회와 시장 안에서 다시 작동하게 만들 것인가. 그것이 가능해질 때 노후는 단지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발화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AI와 플랫폼은 비로소 인간과 윈윈하는 기술이 된다. 이제 남은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어르신들의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야 하는가.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며, 플랫폼은 얼마나 더 쉬워져야 하고, 정책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논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고령화와 AI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라면, 어르신의 경험을 낭비하지 않는 사회 설계가 곧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6-04-26 17:00:00
-
디지털 장벽으로 손실되고 있는 자산들
AI와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기술은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 유리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앞서나간다는 인식도 강하다. 실제로 젊은 층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생성형 AI 같은 도구를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데 주저함이 적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들이 기술 시대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술을 빨리 익히는 것과 기술을 깊이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AI나 플랫폼은 결국 무엇을 담을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 안에 담길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정보만이 아니다. 사람을 보는 눈, 돈을 대하는 태도,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 가족과 관계를 견뎌낸 시간, 지역과 생활 속에서 얻은 노하우 같은 것들이다. 이런 자산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축적된다. 바로 그래서 역설이 생긴다. 가장 잘 활용할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기술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많은 어르신들은 AI나 디지털 플랫폼을 잘 쓰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의 언어가 낯설고, 인터페이스는 복잡하며, 로그인과 계정 생성, 업로드와 편집 같은 기본 절차조차 높은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사소한 단계가 어르신들에게는 시작 자체를 막는 벽이 된다. 이 문제를 단순히 ‘디지털 소외’라고만 부르면 핵심이 가려진다. 이것은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손실의 문제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도서관과도 같다. 직업에서 얻은 현실 감각, 오랜 인간관계 속에서 체득한 지혜, 시대 변화에 대한 체감, 지역사회의 기억과 생활의 기술이 그 안에 들어 있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그 거대한 경험 자산을 기술 문턱 앞에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기록되지도, 연결되지도, 공유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지혜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제대로 계산해본 적이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늘 복지와 돌봄, 의료와 부양을 말하지만, 어르신들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 못지않게, 그들이 이미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는 일이다. 어르신들이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세대 간 격차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이미 축적된 경험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가장 귀한 자원이 가장 바깥에 놓여 있는 구조다. 이쯤 되면 질문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르신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단순한 교육 문제로만 볼 것인가. 버튼 몇 개 익히고 앱 몇 개 설치하는 수준으로 끝낼 것인가.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만약 삶의 경험 자체가 자산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활동으로 연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어르신의 경험은 여전히 ‘좋은 이야기’로만 남고 실제 삶을 바꾸는 힘이 되지 못한다. 결국 다음 단계는 노후의 일을 다시 정의하는 데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2026-04-26 12:00:00
-
인공지능의 우문현답보다 중요한 것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제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빠르다. 예전에는 사람이 질문을 잘해야만 그에 맞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의 AI는 다소 어설프거나 엉성한 질문에도 꽤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 기술은 점점 ‘우문현답’에 가까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AI가 좋아질수록 정말 중요해지는 것은 오히려 인간 쪽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답이 왜 좋은 답인지 알아보는 능력이다. 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이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물었을 때 아무 말도 못 하던 순간이 있다. 단지 창피해서가 아니다. 아는 것이 전혀 없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 질문은 완전한 무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질문도 생긴다. AI와의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누구나 AI에게 무엇이든 물을 수는 있지만, 그 답이 얕은 정보인지 깊은 통찰인지, 내 삶에 실제로 쓸 수 있는 판단인지 분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같은 답을 두고도 반응은 다르다. 어떤 이는 “신기하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바로 이거다” 하고 무릎을 친다. 그 차이는 AI의 성능이 아니라 답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다. 아이는 계산이 빠르면 감탄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조금 살아본 사람은 관계에 대한 문장, 실패를 견디는 태도, 돈과 선택의 현실을 짚는 표현 앞에서 더 깊은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정보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의미에 대한 감탄이다. 이 지점에서 AI 시대의 역설이 드러난다. 우리는 흔히 기술이 인간을 대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좋아질수록 인간 내부의 경험과 해석 능력은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답을 만드는 일은 기계가 점점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의 무게를 재고, 어디까지 믿을지 판단하고, 자기 삶의 맥락 속에 제대로 꽂아 넣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결국 AI 시대에 경쟁력이 되는 것은 단순한 정보량이 아니라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진 판단력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만약 좋은 답을 알아보는 능력이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면, AI를 가장 깊이 활용할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기술에 가장 익숙한 젊은 세대일까, 아니면 세월 속에서 이미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겪어본 사람들일까. 이 질문은 곧 다음 문제로 이어진다. 정작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 AI와 플랫폼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2026-04-26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