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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100명 규모 고객자문단 출범…기획부터 유통까지 고객이 메스 댄다
[경제일보] SK텔레콤(대표 정재헌)이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유통 전 과정에 소비자를 직접 참여시키는 '고객자문단'을 공식 출범했다. 통신 시장 포화와 인공지능 전환(AX)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은 2026년 현재, 철저한 고객경험(CX)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서울 성수동 T팩토리에서 직장인,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으로 구성된 100명 규모의 고객자문단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자문단은 신제품 출시 후 단순 모니터링에 그치던 과거 베타테스터 수준을 뛰어넘는다. 임직원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현장 기반의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고 개선안을 직접 도출한다. 월 1회 정기 미팅으로 신규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실행 가능성이 높은 안은 실제 서비스와 프로모션에 즉각 반영된다. 아울러 소규모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통해 광고 캠페인의 체감 효과나 브랜드 호감도까지 꼼꼼히 따질 예정이다. ◆'가입자 뺏기' 한계 직면…글로벌 트렌드는 '프로슈머' 통신업계가 이토록 고객 목소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착화된 시장 환경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단순한 요금 인하나 보조금 살포를 통한 '가입자 뺏기' 전략은 한계에 달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일찌감치 소비자를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격상시켰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고품질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를 확보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SK텔레콤 역시 이번 자문단을 통해 현장의 날것 그대로인 요구사항을 수집해 통신 서비스 전반의 질적 도약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자문단 출범은 정재헌 CEO가 선언한 'AI 컴퍼니' 도약과 궤를 같이한다. SK텔레콤은 통합전산시스템을 AI 중심으로 개편하고 '에이닷 전화' 등 초개인화된 AI 에이전트 확산을 추진 중이다. AI 서비스의 성패는 알고리즘 우수성을 넘어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편의성'과 '정서적 교감'에 달렸다. 고객자문단은 SK텔레콤이 쏟아낼 다양한 B2C AI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기 전 맹점과 환각현상(Hallucination) 등을 걸러내는 가장 깐깐한 거름망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간의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LHF)이 AI 고도화의 필수 요소인 만큼 자문단의 활동은 SK텔레콤 AX 전략 성공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고객 신뢰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자문단은 안완기 위원장이 이끄는 '고객신뢰위원회'와 상시 간담회를 열고 외부 비판을 여과 없이 사측에 전달한다. 잦은 통신 장애나 요금제 논란 등으로 저하된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고객 주도형 소통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한명진 SK텔레콤 MNO CIC장은 "고객과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해 경영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모든 접점에서 변화 노력이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결국 답은 '사람'에게 있다. SK텔레콤이 고객자문단이라는 인간 중심의 아날로그적 소통 창구를 통해 최첨단 AI 통신 혁신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6-03-17 09:08:14
대법, KT 전 경영진에 '감시 의무' 철퇴… "몰랐어도 책임, 반환했어도 유죄"
[경제일보] 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현모 전 대표가 재임 시절 발생한 이른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과 관련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1·2심의 무죄 취지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파기환송은 기업 경영진의 '감시 의무'를 대폭 강화한 판례로 향후 재계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시스템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일 KT 소액주주 35명이 황 전 회장 등 전직 경영진 1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이사로서의 임무 해태를 명확히 지적했다. ◆ 1·2심 뒤집은 핵심 법리...'결과적 회수' vs '절차적 위법'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경영진이 실무진의 불법 행위(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알지 못했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가. 둘째, 조성된 비자금 중 정치자금으로 쓰인 돈이 나중에 회사로 반환됐다면 손해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였다. 1·2심 재판부는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황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지시한 증거가 없고 구 전 대표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은 인정되나 해당 금액이 회사로 반환돼 실질적인 손해가 없다고 봤다. 즉 '몰랐거나', '돈을 채워 넣었으면' 면책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상법 제393조에 근거한 이사의 '감시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와 이사는 회사의 업무 집행이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황 전 회장과 구 전 대표는 상품권 현금화를 통해 거액의 부외자금(비자금)이 조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고 운영 실태를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즉 구체적인 불법 행위를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걸러낼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방치한 것 자체가 '임무 해태'라는 것이다. 또한 손해 범위에 대해서도 정치권에 건네진 후 반환된 돈(약 4억원) 외에 상품권 깡 과정에서 수수료로 증발하거나 용처가 불분명한 나머지 비자금(총 11억원 중 잔여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 '무궁화위성·미르재단'은 면책…정치적 판단과 경영 판단의 경계 다만 대법원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원심의 기각 판결을 유지했다. 무궁화위성 3호 헐값 매각 논란이나 미르재단 출연금 지원 등은 경영상의 판단이거나 구체적인 임무 해태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사법부가 경영진의 배임 책임을 물을 때 '명백한 불법 행위(정치자금법 위반)'와 '정책적·경영적 판단'을 구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자금 조성과 같은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감시 소홀의 책임을 엄중히 묻되, 경영상 의사결정의 영역은 존중한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사건은 다시 수원고법으로 넘어갔다. 파기환송심의 핵심은 '배상액 산정'이 될 것이다. 대법원이 구 전 대표뿐만 아니라 황 전 회장의 감시 의무 위반까지 인정함에 따라 이들이 연대하여 배상해야 할 금액이 수십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주주 행동주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사의 감시 의무를 좁게 해석해 경영진이 면죄부를 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판결로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부실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무기가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한 기업법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는 꼬리 자르기가 통했지만 이제는 대표이사가 시스템 미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금융사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들도 내부 준법감시 조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T 내부적으로도 이번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KT는 차기 대표 선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한창이다. 과거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차기 경영진은 투명한 자금 집행과 컴플라이언스 강화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결국 대법원은 "눈을 감고 있는 선장도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준엄한 원칙을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KT를 넘어 대한민국 재계 전체에 '내부통제 리스크'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26-03-02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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