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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가만히 놔두면 다 추격"…중국 메모리 공세에 증설 속도전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생산시설을 늘리면서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투자 확대가 중요해졌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최태원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38회 상하이시 시장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행사장에서 SK의 반도체 전략과 투자 방향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해 연합뉴스와 만나 "중국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해버리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어 익스팬션(확장)을 빨리빨리 해야 한다"며 "수요는 엄청나게 있는데 공장을 못 늘리면 그게 문제이며 우리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시설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은 AI 산업 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양쯔메모리(YMTC)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주도해온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 회장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경계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고, 가만히 놔두면 다 추격된다"며 "경쟁을 세게 붙어야 하는데 중국 시장에서 우리는 익스팬션이 안 되고 있으니까 중국 시장을 놓고는 별로 경쟁이 잘 안 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경쟁 업체의 공급 증가에 대비하는 전략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시장점유율 방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제품별 기술 경쟁력과 수율, 고객사 확보, 투자비 회수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범용 D램·낸드플래시는 수요 구조와 경쟁 구도가 다른 만큼 제품군별 대응 전략이 중요한 것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와 함께 해외 생산거점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일본 등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에 대해 "스터디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지역이나 규모, 일정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9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인 광주 군공항을 방문해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병행해 추가 팹 조성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남 클러스터를 비롯한 추가 생산시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려면 부지 확보뿐 아니라 전력·용수 공급, 인력 확보, 인허가 등 기반 여건도 갖춰져야 한다. 기존 생산시설과 신규 시설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투자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도 향후 증설 계획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 위원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최 회장은 "별로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막는다고 해서 중국의 반도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며 "CXMT와 YMTC가 무서운 속도로 계속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경쟁을 제한하기보다는 국내 기업도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도체 증설과 별도로 SK는 중국 내 AI 사업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 발표에서 SK가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약 600억 달러(약 80조5600억원)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5년간 중국에서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SK 측은 최 회장 명의로 발표한 자료에서 상하이에 AI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바이오의약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SK는 AI 풀스택 역량과 글로벌 협력망을 바탕으로 중국의 AI·첨단산업 생태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산업의 기술 변화와 사업 기회를 파악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상하이가 AI 시대의 혁신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민한 규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낡고 과도한 규제뿐 아니라 불명확한 규제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협력과 투자를 위해 정책 및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상하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10-11 17: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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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AI의 돈은 어디서 왔나
[경제일보]주룽지 전 중국 총리가 지난 12일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1991년 부총리에 오른 뒤 경제정책을 이끌었고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국유기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세제를 개편했으며 금융권의 부실을 털어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밀어 올린 개혁가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대규모 실업과 지방재정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따른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주룽지를 다시 들여다볼 이유는 중국 경제의 과거를 평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중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막대한 돈을 장기간 쏟아부을 수 있는 국가의 자금 동원 능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개혁과 만나게 된다. 원문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연원을 추적하면서 분세제와 국유기업·금융 개혁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4년 분세제(分税制) 개혁 전까지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 형편은 지금의 이미지와 크게 달랐다. 1993년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재정수입은 전체의 22%에 그쳤다. 지방이 세금의 대부분을 거둬 쓰면서 중앙정부는 전국 단위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돈이 부족했다. 주룽지는 중앙세와 지방세를 다시 나누고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의 75%를 중앙 몫으로 돌렸다. 이듬해 중앙정부의 세입 비중은 55.7%로 뛰었다. 중앙정부의 곳간이 커지자 경제를 움직이는 힘도 달라졌다. 지역별 이해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전국을 상대로 산업정책을 펼칠 재정 능력이 생겼다. 중앙의 재정력이 커진 만큼 지방정부가 짊어진 부담도 늘었다. 세입은 중앙으로 넘어갔는데 교육·의료를 비롯해 지방이 맡아야 할 지출은 그대로 남은 분야가 많았다. 세계은행도 1994년 개혁이 중앙정부의 세입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반면 중앙과 지방 사이의 재정 불균형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지방정부는 부족한 돈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했다. 토지와 부동산 개발에 기대고 각종 예산외 수입을 늘리는 방식이 뒤따랐다. 오늘날 중국을 짓누르는 지방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1994년 개혁 하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을 바꾼 중요한 계기였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산업정책을 펼칠 힘을 얻는 동안 지방에서는 다른 문제가 자라난 셈이다. 주룽지의 개혁은 재정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큰 것은 잡고 작은 것은 놓는다’는 ‘좡다팡샤오(抓大放小)’ 정책 아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유기업을 정리하고 대형 국유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이 과정은 혹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유기업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약 1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비효율을 걷어낸 대가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은행도 바꿨다. 지방정부의 영향 아래 있던 금융기관의 자금 배분 권한을 중앙으로 가져오고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세금을 중앙으로 모으고 금융의 돈줄도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룽지가 특정 반도체 기업이나 AI 산업을 염두에 두고 이런 개혁을 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가 만든 것은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분야에 장기간 돈을 투입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이었다. 그 힘이 20여 년 뒤 반도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은 2014년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이른바 ‘반도체 대기금’을 만들었다. 2019년 2기에 이어 2024년에는 등록자본 3440억 위안 규모의 3기 펀드가 출범했다. 중국 재정부가 최대 주주로 참여했고 공상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교통은행 등 대형 국유은행도 자금을 댔다. 1기 1387억 위안, 2기 2040억 위안에 이어 국가 차원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처럼 투자 규모가 크고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에서는 이런 힘이 무섭다. 한두 해 적자가 났다고 투자를 끊지 않고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10년 이상 돈을 넣을 수 있다. 민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정부와 국유금융기관이 떠받친다. 지방정부들도 토지와 보조금, 투자기금을 들고 뛰어들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중앙정부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원문에서 CXMT와 YMTC, SMIC 등의 성장 과정에 지방정부의 역할을 함께 살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도 뒤따랐다. 중앙정부가 특정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면 지방정부들이 비슷한 사업에 한꺼번에 뛰어들었다. 기술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까지 공장 건설에 나섰고 부실과 중복투자가 생겼다. 반도체 투자 과정에서는 기술 사기와 파산 사례까지 나왔다. AI에서도 각 지역이 데이터센터와 지능형 컴퓨팅 시설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장기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투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손실까지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주룽지 시대와 지금의 중국은 사정도 많이 달라졌다. 당시 중국에는 값싼 노동력과 빠른 성장, 해외 자본 유입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지금은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를 안고 있고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에도 맞서야 한다. 돈을 모아 한 산업에 집중하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었다. 과거에 효과를 냈던 국가 주도의 투자 방식이 앞으로도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경험은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반도체와 AI, 첨단 제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하고 막대한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과 공장,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고 경쟁한다. 규모와 체제는 다르지만 정부가 전략산업을 정하고 재정과 금융을 동원한다는 점에서는 중국이 겪었던 성공과 실패를 살펴볼 가치가 있다. 원문이 중국 산업정책의 흐름을 한국의 반도체·AI·제조업 전략과 연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져올 것은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법이 아니다. 반도체와 AI처럼 오랫동안 돈이 들어가는 산업에 자금이 끊기지 않게 할 제도가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비슷한 사업에 돈을 붓는 일은 없는지, 기술도 없는 사업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실패가 확인된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지원금은 산업을 키우는 돈이 아니라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돈으로 바뀐다. 주룽지의 개혁은 중국 정부가 국가의 돈을 모으고 움직이는 방식을 바꿨다. 그 힘은 제조업 성장과 반도체 투자에 밑천이 됐지만 지방부채와 부동산 의존, 과잉투자라는 문제도 함께 남겼다. 국가가 산업을 키운 성공 사례만 보고 투자 규모부터 따라갈 일이 아니다. 반도체와 AI에 국가의 미래를 건 한국이라면 중국이 어디에 돈을 썼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디서 돈을 잃었는지도 봐야 한다. 산업정책의 실력은 예산을 크게 잡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투자할 곳과 그만둘 곳을 제대로 가려내는 데서 드러난다.
2026-08-14 17: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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