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400여 일간 이어진 공백 끝에 마침내 주한 미국대사가 내정됐다. 이번 지명자가 한국계 인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다. 혈연적 뿌리를 공유한 인물이 세계에서 가장 밀접한 한미 관계의 가교를 맡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 그러나 외교는 감상이 아닌 현실이다. 신임 대사가 마주할 현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반도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과제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현재 한미 관계는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핵심은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와 중동발 전운이라는 이중 압박이다.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한국에 대중국 전선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 최대 수출 시장이자 핵심 공급망 파트너다.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기울 경우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동맹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중동 정세 역시 부담 요인이다. 미·이란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은 한국의 역할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다. 중동의 불안은 곧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동맹의 성격이 ‘가치 공유’에서 ‘비용 분담’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임 대사의 역할은 단순한 ‘전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계라는 배경이 특정 입장을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한국 사회의 정서와 경제적 현실을 미국에 정확히 전달하고 한미 동맹이 상호 이익의 기반 위에서 지속될 수 있음을 설득하는 조정자 역할이 요구된다.
우리 정부 역시 외교 원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은 중요한 안보 자산이지만 그것이 경제적 국익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대중 관계에서는 전략적 명확성을 확보하되, 그 기준이 반중이 아닌 국익 중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동 파병과 방위비 문제 역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원칙 있는 협상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세는 강대국 경쟁 속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했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실리의 균형이다. 신임 대사는 한미 간 ‘기대’가 ‘불신’으로 바뀌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혈연의 정(情)이 아니라 국익의 냉철함이 우선돼야 할 시점이다. 동맹의 깊이는 동일함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율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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