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전자기업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호황 흐름도 일단 최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동 전쟁발(發) 고물가와 금리 상승 압박, 반도체 의존 심화 등 구조적 불안 요인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와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갈등 끝에 정부 중재 아래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총파업 위기를 피했다.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가 해소되면서 AI(인공지능)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만약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과 국내 성장률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는데, 반도체 수출과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핵심 배경으로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며 반도체 산업 기여도가 0.3%포인트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했다면 성장률 하락 압력 역시 상당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역시 삼성전자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삼성전자 파업은 단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노사 갈등 확산 신호가 될 수 있었다"며 "이번 합의로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제거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협상이 향후 산업계 전반의 성과급·성과공유 갈등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카카오 공동체 일부 계열사 노조 역시 최근 성과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물가와 금리 변수도 여전히 부담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하며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20%대를 이어가며 기업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 부담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최근 연 3.8% 수준까지 오르며 금리 부담 확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글로벌 긴축 압박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AI 투자 사이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내수 업종은 여전히 회복세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중심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산업과의 온도 차는 더 커지고 있다"며 "산업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지표 둔화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7만4000명에 그치며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고용률도 하락 전환했다.
경제계에서는 AI 반도체 특수가 영구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2026년 이후 둔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 역시 로봇·미래차·선박·피지컬 AI·SMR(소형모듈원전)·초전도체 등 미래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와 경기 여건이 개선될 때 미래 산업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반도체 이후를 대비한 성장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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