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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DNA 분석-SK케미칼] 원사에서 신약·순환소재까지…SK케미칼 57년 '축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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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계DNA 분석-SK케미칼] 원사에서 신약·순환소재까지…SK케미칼 57년 '축적의 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휘 인턴
2026-08-31 17:27:12

원사서 화학적 재활용까지…57년 소재 기술

국산 신약·백신 키운 R&D…오픈이노베이션 확장

사진ChatGPT
[사진=ChatGPT]

[경제일보] 1969년 SK케미칼의 전신 선경합섬이 만들던 것은 폴리에스터 원사였다. 57년 뒤 SK케미칼은 버려진 폴리에스터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원료로 만드는 기술을 키우고 있다. 반세기 넘는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사업을 계속 갈아타는 능력보다 하나의 기술을 깊게 파고 다음 쓰임을 찾아내는 집요함에 가깝다.

SK케미칼이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기업문화는 ‘따뜻한 프로페셔널’이다. 공동체 의식과 배려를 뜻하는 ‘따뜻함’에 미래를 내다보고 도전적 목표를 실행하는 ‘프로페셔널’을 더한 개념이다. 회사는 신뢰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일에 몰입하는 문화가 선경합섬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고 설명한다.
 
원사에서 첨단소재로, 폴리에스터를 파다
기술 축적의 출발점에는 폴리에스터가 있었다. 선경합섬은 1978년 국내 최초로 병용 PET 수지를 개발했다. 원사를 뽑는 데 머물지 않고 같은 폴리에스터를 병과 포장재 소재로 확장한 것이다. 이듬해 선경합섬연구소를 설립하며 고분자·정밀화학과 신소재 연구 기반도 갖췄다.

이후 방향은 ‘더 많이’보다 ‘더 어렵게’ 만드는 쪽이었다. 2000년 폴리에스터 섬유부문을 삼양사와 통합해 휴비스를 출범시키고 범용 섬유 비중을 낮췄다. 반면 2001년 세계 두 번째로 PETG 상업생산에 성공했고 2009년에는 바이오매스 기반 고내열 코폴리에스터 ‘에코젠’을 내놨다. 폴리에스터를 버린 것이 아니라 쓰임과 부가가치를 높인 셈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폴리에스터”라며 “섬유에서 포장재, 필름, 코팅·접착제까지 형태와 용도는 달라졌지만 결국 하나의 소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였다”고 했다. 하나의 소재를 오래 다루며 다음 용도를 찾는 것이 연구개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이 축적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SK케미칼은 2025년 별도 기준 매출 1조4404억원, 영업이익 95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별도 매출 4791억원, 영업이익 319억원으로 2017년 사업회사 분할 이후 최대 분기 매출을 냈다. 범용 석유화학의 공급과잉 속에서 코폴리에스터 등 고부가 제품이 사업을 떠받치고 있다.

폴리에스터를 오래 파고든 기술은 이제 ‘만드는 것’에서 ‘되돌리는 것’으로 향한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분쇄·세척해 다시 녹이는 물리적 재활용과 달리 분자 단위까지 분해해 원료로 재구성한다. 색상이나 불순물의 영향을 줄이고 석유 기반 소재와 동등한 수준의 물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SK케미칼은 2023년 약 1300억원을 들여 중국 슈에의 관련 자산을 인수해 산터우에 연 7만톤 규모 r-BHET와 5만톤 규모 화학적 재활용 PET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울산에는 해중합 기술을 검증하는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RIC)를 구축했고 중국에서는 폐이불 등을 원료화하는 FIC도 추진하고 있다. 1969년 폴리에스터를 만들던 기술이 반세기 뒤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로 확장된 셈이다.
 
신약도 오래 팠다, 또 하나의 R&D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방식은 화학에만 머물지 않았다. SK케미칼은 1987년 제약사업에 진출하고 1989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세웠다. 기넥신F와 트라스트를 거쳐 1999년에는 10년의 연구 끝에 항암제 ‘선플라’를 국산 신약 1호로 내놨다. 이후 천연물 신약 ‘조인스’를 개발하고 백신으로 연구 영역을 넓혔다.

백신사업은 2008년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착수한 뒤 2015년 국내 최초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출시로 결실을 맺었다. 2018년에는 사업을 분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내부에서 축적한 R&D가 독립 사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현재 파마사업은 자체 개발과 외부 협력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J2H와 MASH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비아트리스 통증치료제 3종과 한국에자이의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 판매·유통 협력에도 나섰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자체 신약개발과 외부 파트너십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상호 보완적으로 가져가는 형태”라고 했다.

과제도 있다. SK케미칼은 2022년 2025년 매출 4조원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제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3652억원이었다. 순환재활용은 원료 확보와 가격 경쟁력을, 파마사업은 신규 파이프라인의 임상·상업화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기술 축적이 곧 시장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SK케미칼의 57년을 돌아보면 사업의 외형은 달라졌지만 성장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원사에서 PET와 코폴리에스터로, 신약에서 백신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술을 한 단계씩 쌓아 다음 시장을 찾았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 옮겨 다니기보다 하나의 기술을 오래 파고 그 안에서 다음 쓰임을 찾는 것. 순환소재와 파마가 그 ‘축적의 힘’을 다시 증명할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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