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일보] 포스코의 쇳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는 50% 관세장벽 안으로 들어가 전기로를 세우고, 인도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철강 수요를 잡기 위해 600만t급 고로를 짓는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HyREX)을 앞세워 탄소를 줄인다. 세계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이 겹치면서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기존 방식에 시장별 현지 생산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더하는 모습이다.
포스코그룹은 2031년까지 미국·인도·인도네시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100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철강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성장성을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기존 제철소의 체질을 바꾸는 이원화 전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t에서 2028년 7억45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도 연평균 0.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세계철강협회는 인도 철강 수요가 올해 7.4%, 내년에는 9.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과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는 인프라와 자동차 생산 확대를 바탕으로 주요 성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철강투자는 고수익·고성장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한 뒤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세·성장성 따라 달라진 투자법
미국에서는 관세장벽 안으로 생산기지를 옮긴다.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연산 270만t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지분은 현대제철 측이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면서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미국으로 보내는 기존 공급방식의 부담은 커졌다. 현지 생산은 관세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완성차 공장과의 물류거리도 좁힐 수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강판과 소재 가운데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할 예정이다. 확보한 물량은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한다. 이미 구축한 북미 가공·판매망에 현지 생산기지를 연결해 고객 기반까지 넓히는 구조다. 구체적인 오프테이크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성장성과 원가경쟁력을 겨냥한다. 포스코는 JSW스틸과 지분을 절반씩 나눠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2031년 준공이 목표다. 제선·제강부터 열연, 냉연·도금까지 전 공정을 갖추고 초기에는 건설·인프라 수요에 대응한 뒤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오디샤주는 철광석 산지와 가깝다. 포스코는 현지 철광석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JSW의 구매력을 활용해 원료와 설비·자재 조달비를 낮추고 600만t급 일관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재원은 자기자본 30%, 차입 70%로 조달하고 양사가 같은 비율로 책임을 나눈다.
오디샤 투자는 20여 년 만의 재도전이다. 포스코는 2005년 같은 지역에 연산 1200만t 규모 제철소를 추진했지만 토지 확보와 주민 반발, 광산 개발권·인허가 문제 등에 막혀 2017년 사실상 철수했다. 이번에는 규모를 절반으로 낮추고 현지 대형 철강사 JSW와 손잡아 투자와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성장과 전환’ 선순환 시험대
해외에서 생산능력을 넓히는 것과 달리 국내 투자의 중심은 기존 제철소의 체질 전환이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들인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고로보다 탄소배출을 약 75% 줄이고,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합탕’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강판 등 고급강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다음 단계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다. 포스코는 포항에 연산 30만t 규모 HyREX 실증설비를 구축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로, 장기적으로 고로 중심 생산체제를 바꾸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다만 국내에서 고로를 줄이면서 인도에 신규 고로를 짓는 전략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인도 제철소는 고로 방식으로 출발하되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포스코의 저탄소 조업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수소 기반 기술이 검증되면 추가 전환도 추진한다.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로 출발하는 만큼 국내 HyREX 수준의 탈탄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포스코의 생산전략은 하나의 공법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관세와 자동차 고객을 고려해 전기로를, 인도에서는 풍부한 철광석과 빠른 수요 증가를 활용하기 위해 고로 일관생산 체제를 택했다. 국내에서는 증산보다 전기로와 HyREX를 통한 저탄소 전환에 힘을 싣는다.
관건은 투자 이후의 수익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국내에서는 전기로 고도화와 HyREX 상용화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해외 제철소가 안정적인 이익을 내야 이를 국내 저탄소 투자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별 현지화로 수익을 확보하고 그 수익으로 국내 제철소의 체질까지 바꿀 수 있느냐가 포스코가 새로 그리는 제철지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03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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