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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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생산적 금융' 통했다… 하나금융, 상반기 실적 2.4조 '사상최대'
함영주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4029억원을 거뒀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보험손익 감소와 기업회생 관련 충당금,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음에도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함께 성장하면서 그룹의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 회장은 올해 들어 부동산·담보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전략산업과 혁신기업, 지역균형발전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왔다.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수수료이익과 비은행 부문을 키우고, 주주환원을 확대해 시장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 상반기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단순한 순이익 경쟁을 넘어 수익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적 금융으로 성장 방향 전환 함 회장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강화되고 실물경제 지원 요구가 커지면서 금융지주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함 회장은 이런 흐름에 맞춰 기업 생애주기별 자금 지원, 전략산업 투자, 혁신기업 금융 공급을 하나금융의 주요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2차전지, 바이오, 인프라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우량 기업 고객과 장기 거래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실물경제 지원과 그룹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의 생산적 금융 전략은 정책 기조에 맞춘 대응이면서 동시에 하나금융의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이라며 “가계대출 중심 성장의 한계를 넘어 실물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금융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이익 성장, 수익 체질 바꿨다 상반기 실적에서 눈길을 끄는 건 비이자이익 성장이다. 하나금융의 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7%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증권과 자산관리, 외환, 카드, 투자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익이 늘면서 은행 이자이익에만 기대지 않는 구조가 강화됐다.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 순이자마진이 축소될 수 있고,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자이익 성장에도 한계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그룹 전체 실적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하나금융은 전통적으로 외환과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가진 금융그룹으로 평가받아왔다. 여기에 자산관리와 자본시장, 비은행 부문을 결합하면서 이익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 시장 신뢰 높였다 주주환원 정책도 함 회장의 경영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축이다. 하나금융은 안정적인 이익 체력과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 평가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를 넘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주주에게 어떻게 돌려주는지까지 함께 본다. 하나금융이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제시한 것은 함 회장 체제의 자본정책이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정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자본비율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성과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밸류업 흐름 속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글로벌 강점 살린 실행형 리더십 하나금융의 또 다른 경쟁력은 외환과 글로벌 네트워크다. 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 통합 이후 외국환, 무역금융, 글로벌 기업거래에서 강점을 유지해왔다. 함 회장은 이 강점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무역금융, 자산관리 수요를 연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함 회장의 리더십은 현장형·실행형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초대 은행장을 맡기까지 영업 현장을 두루 거쳤고,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영업 현장 경험이 가장 풍부한 최고경영자로 꼽힌다. 회장 취임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포럼과 디지털·AI 콘퍼런스, 산업 협력 행사, 스타트업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직접 참석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시키는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실적으로 리딩금융 경쟁력 입증 하나금융의 상반기 최대 실적은 함 회장 체제의 방향성이 숫자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했다. 또 수수료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고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시장 신뢰도 높였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KB금융,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수익 규모뿐 아니라 수익의 질과 자본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함 회장 연임 첫해인 2025년 하나금융은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4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1분기에는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인 분기순이익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역대 최고 규모인 1조8719억원, 주주환원율 46.8%의 환원을 함께 제시하며 실적과 주주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함 회장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은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과 성장 전략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상반기 실적은 수수료이익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생산적 금융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며 “함 회장이 하나금융의 전통적 강점인 외환·기업금융에 자본시장과 글로벌 전략을 더해 그룹 체질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5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5 09: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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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2000조, 금리 올리면서 빚 늘리는 정책 끝내야
[경제일보] 가계부채가 결국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도 128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 늘었다. 20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다. 가계부채가 줄기는커녕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금리와 부동산, 금융정책 사이에 엇박자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올리고 다른 쪽에서는 주택시장과 실수요자를 지원한다며 금융을 풀 경우 정책 효과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금융안정 위험도 여전히 크다고 봤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면 통화정책만으로 부채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단순히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출이 늘면 금리 상승의 충격도 커진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많이 가진 가계와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곧바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차주 비중 상승과 일부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내수 부진을 키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소비, 자영업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최근 주택·금융지원 정책은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을 강화하고,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공급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주택공급 금융지원 확대와 함께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확대된 대출 여력을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시점에 가계부채 총량 증가 허용폭을 두 배로 넓힌 것은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줄 소지가 있다. 정책 목적이 다르더라도 통화·금융정책의 방향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맞다.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면 집값 불안과 대출 증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정상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일시적인 자금경색 때문에 멈추지 않도록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공급 금융과 주택 구입 금융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 주택 공급을 늘리는 PF와 건설자금은 필요한 곳에 투입하되, 가계의 주택 매수 여력을 무차별적으로 키우는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저금리·고한도 대출이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확대되면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매수 수요부터 자극할 수 있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분도 정교하게 적용해야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나 신혼부부,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소득과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방식이라면 결국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빚을 지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과 빚을 낼 기회를 늘리는 것은 같은 정책이 아니다. 가계부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을 맞추는 일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수요를 억제하는데 정부가 재정과 금융으로 주택 수요를 크게 늘린다면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셈이다. 결국 더 높은 금리와 더 많은 부채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세제 정책이 같은 방향을 가야 한다. 공급은 장기적으로 충분히 늘리되 단기적인 투기 수요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누르는 것이 먼저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과도하게 빚을 내는 구조는 줄여 나가야 한다. 취약차주 지원도 전면적인 채무 탕감이나 이자 보전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상환 의지가 있고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차주에게는 만기 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재기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반면 상환능력을 넘어선 신규 대출까지 정책적으로 늘려주는 것은 문제를 미래로 미루는 데 불과하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에는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중된 한국 가계의 자산구조도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할수록 가계는 미래 소득을 앞당겨 대출을 받고 주택을 산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다시 대출이 늘고 그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주택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자산을 통한 장기적인 자산 형성 기회를 넓히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며, 주거 이동이 자산투자와 동일시되는 구조도 함께 손봐야 한다. 가계부채 2000조원 돌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다. 저금리와 부동산 상승 기대, 대출 확대와 정책의 반복적인 완화·규제가 오랜 기간 쌓인 결과다. 어느 한 정부나 한국은행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주택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구조부터 끝내야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도 불필요한 수요 자극부터 걷어내야 한다. 주택 공급 금융은 확대하되 가계부채를 다시 끌어올릴 정책대출은 선별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한번 커지면 금리를 내릴 때도, 올릴 때도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는다.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리를 낮추면 다시 부동산과 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 2000조원의 부채는 한국경제가 움직일 수 있는 정책 공간을 그만큼 좁히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출을 조이느냐 푸느냐’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공급에 필요한 돈은 풀되 투기와 과도한 레버리지는 막아야 한다. 취약차주는 정밀하게 가려 보호하는 금융정책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2000조원은 숫자가 아니라 경고다. 금리는 올리면서 빚은 더 늘어나는 정책 조합이 계속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책 방향부터 맞춰야 한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교한 균형이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과제다.
2026-08-20 10: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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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 물가 잡다 내수를 더 얼려선 안 된다
[경제일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11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데 이어 국내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데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약차주에게 금리 인상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한국경제는 금리를 올리기에도, 그대로 두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반도체 수출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소비 회복은 더디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의 부실 우려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만 바라보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거시경제 지표는 안정될지 몰라도 내수와 취약 부문의 부담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반대로 가계와 기업 부담만 걱정해 물가 상승 압력을 방치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서민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한국은행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이유다. 최근의 물가 흐름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수 회복과 임금, 서비스 가격 등 국내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면 통화당국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굳어지면 나중에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물가만 잡는 단일 처방전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순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과 기업 대출에 동시에 충격이 전달된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폭넓게 살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에게 추가 금리 인상은 월 원리금 부담 증가로 바로 이어진다. 주거비와 생활물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다시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다시 내수 침체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번진다. 취약차주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금리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그 과정에서 충격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금리 부담을 겪는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장기·고정금리 전환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자영업자 대책도 단순한 만기 연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에 경기 부진과 고금리가 겹치면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와 사실상 상환 능력을 잃은 사업자를 구분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상 사업자에게는 금융 지원을 제공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폐업과 재취업, 채무조정을 연결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PF도 경계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성이 낮은 개발사업의 금융비용은 커지고 부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부실을 무조건 금융권이 떠안게 하는 것도, 정부가 세금으로 막아주는 것도 답이 아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은 자금이 막혀 쓰러지지 않도록 선별 지원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과 정부 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와 각종 지원책으로 수요를 크게 자극한다면 정책 효과는 상쇄된다.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식이어서는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진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불안을 막겠다며 대출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특정 계층에 과도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면 시장에는 엇갈린 신호가 간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레버리지를 억제한다는 명확한 원칙 아래 금융·세제·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금리 결정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기준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경기나 정치적 이유로 금리 결정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 효과와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 공유와 거시정책 조율은 훨씬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추가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가야 한다. 물가 기대가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소비와 고용,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는 한번 올린 뒤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긴축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과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는 크게 다르다. 평균적인 성장률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면 경제 내부의 양극화를 놓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이른바 '성장의 역설'이다. 수출과 반도체 투자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수요와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 금리 인상의 비용은 반도체 대기업보다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성장의 과실과 긴축의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체의 물가를 관리하되 재정과 금융정책은 취약계층에 정밀하게 집중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의 보편적 지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한다. 상환 능력과 소득, 부채 수준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가 불안하면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도 위축된다. 반대로 내수가 무너지면 성장과 고용이 흔들린다.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경제정책의 실력이다. 한국은행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추가 금리 인상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가와 금융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장이 금리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가계와 기업도 대출과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더 큰 불안을 부른다. <논어>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물가를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경제의 약한 고리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원칙을 지키되 금리 인상이 가계와 자영업자, 부동산 PF와 내수에 미칠 충격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정부도 중앙은행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취약 부문의 충격을 줄일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물가를 잡는 것도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가는 안정됐지만 가계와 자영업자가 먼저 무너지는 정책이라면 성공한 통화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2026-08-12 10: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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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선명성 경쟁보다 집권당 책임을 보여라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경선이 초박빙으로 흐르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권리당원 투표에서 김민석 후보의 연승을 저지했다. 앞선 충청권 경선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1%포인트에 미치지 못했다. 누가 당권을 쥘지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다. 경선이 치열한 것은 정당에 나쁜 일이 아니다. 후보 간 경쟁은 당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지도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번 경선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한 ‘1인 1표제’가 적용된 것도 당원주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당비를 내고 당의 활동에 참여한 당원이 대표 선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경선에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누가 권리당원의 박수를 더 많이 받느냐가 아니다. 누가 집권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국민의 삶에 책임질 수 있느냐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이지만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 다수당을 연결하며 국정의 성패를 함께 책임져야 하는 집권여당이다. 그런데 경선이 과열될수록 후보들의 메시지는 당 안쪽으로 향하기 쉽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야당과의 관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를 놓고 누가 더 강경하고 선명한지를 겨루려는 유혹이 커진다.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핵심 당원에게는 강한 구호와 단호한 태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환호받은 말이 국정 운영에서도 좋은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은 정당의 외연을 좁힌다. 상대보다 한발 더 강한 주장을 내놓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개혁 의지 부족’이나 ‘대통령 흔들기’로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당내 토론은 사라진다.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정책의 부작용과 현실적인 한계를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당심은 존중해야 하지만 민심과 같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권리당원은 정치 참여도가 높고 당의 가치와 노선에 충실한 집단이다. 그러나 무당층과 중도층,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시민, 당의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까지 그대로 대표하지는 않는다. 당원들의 열망을 국민 전체의 요구로 착각하는 순간 집권당은 민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집권당에는 야당보다 무거운 현실의 제약이 따른다. 야당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여당은 재원을 마련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정책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지지층이 원하는 정책이라도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률과 행정 체계에서 실행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 완수’라는 구호는 당원들에게 강한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사 공백과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한 대안 없이 권한부터 없앤다면 그 시행착오의 비용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 부담한다. 개혁의 속도를 과시하는 것보다 무엇으로 빈자리를 채울지 설계하는 일이 집권당의 책임이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명분만 앞세워 대출을 과도하게 조이면 현금 보유자만 유리한 시장이 될 수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여론에 따라 반복해서 손질하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무너진다. 당원에게 박수받는 강한 규제가 반드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문제에서는 더욱 냉정해야 한다. 반도체 수출은 급증했지만 내수와 고용,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의 산업 추격, 고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내놓아야 할 것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언어가 아니라 성장과 일자리, 산업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이다. 당정 관계에 대한 후보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는 것과 대통령실의 판단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은 다르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안정성을 흔들 때는 대표가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리는 전달자가 된다면 국회 다수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강성 당원의 요구를 그대로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확성기가 돼서도 안 된다. 대통령과 당원, 국민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잘못된 정책에는 책임 있게 제동을 거는 것이 집권당 대표의 역할이다.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고 민심과의 간극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경선 규칙상 국민의 의견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보다 후보들이 실제로 누구를 바라보며 무엇을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민 여론조사는 민심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관문이 아니다. 당 밖의 국민에게도 신뢰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이어야 한다. 두 후보는 남은 경선에서 자신이 상대보다 더 강한 개혁가라는 점을 증명하는 데 매달려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 이후 수사 공백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반도체 호황을 내수와 고용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부동산 공급과 가계부채를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야당과 무엇을 놓고 협상하고 어떤 사안에서는 타협하지 않을지도 밝혀야 한다. 정당은 지지층의 요구를 모으는 조직이지만 집권당은 그 요구를 국가 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과 충돌까지 책임져야 한다. 당원에게 듣기 좋은 말만 되풀이하다가 정책 실패가 발생하면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하는 정치는 무책임하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 나온다. 건강한 정당은 같은 목표를 향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허용한다. 이견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선명한 목소리만 남긴 정당은 강한 정당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을 능력을 잃은 정당이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은 단순히 당권의 주인을 가리는 선거가 아니다. 집권 1년을 지난 이재명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성과를 만들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선택이다.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환호에 기대 당내 주도권만 행사한다면 대통령과 당,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원이 대표를 뽑지만 대표가 책임질 대상은 국민 전체다. 당심을 얻고도 민심을 잃는다면 경선에서 이기고 국정에서 지는 결과가 된다. 민주당 후보들이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더 선명한지가 아니다. 누가 더 넓게 듣고 더 현실적으로 판단하며 집권당의 결과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다.
2026-08-03 15: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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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지운 정비구역 390곳…서울 공급난 원인으로 다시 소환
[경제일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음 주 만나 서울 주택 공급 해법을 논의한다. 회동을 앞두고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해제된 약 390곳의 정비구역과 이후 공급 지연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 중단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현재 서울의 공급 부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9일 정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김 실장과 오 시장은 8월 첫째 주 회동 일정을 조율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 준공업지역·역세권 개발 방안 등이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한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협의했다. 국토부는 이 지역에 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업무·상업 기능과 기반시설 부담을 고려하면 최대 8000가구가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택지와 유휴부지 개발을 중시하는 반면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을 서울 공급의 주된 수단으로 보고 있다. ◆ 390곳 해제 뒤 끊긴 공급 사업 서울시는 김 실장과의 회동에 맞춰 이른바 ‘정비사업 10년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정비구역 해제 과정과 신규 사업 위축이 현재 착공·입주 물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자료다. 서울에서는 2012년부터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약 390곳의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사업이 장기간 멈춘 곳을 정리하고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보다 기존 주거지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에 무게를 둔 정책이었다. 당시 해제된 구역 가운데는 주민 반대가 크거나 사업성이 낮은 곳도 있었다. 추진위원회가 해산됐거나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지역도 적지 않았다.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던 주민을 위해 구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서울시는 사업 추진 가능성이 낮은 지역까지 정비구역으로 묶어둘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가 현재 문제로 지목하는 대목은 해제 이후다. 기존 정비구역을 대거 정리한 뒤 새로운 사업지를 발굴해 공급 흐름을 이어가는 작업까지 장기간 위축됐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은 후보지 선정과 구역 지정,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를 거쳐 입주하기까지 수년에서 10년 넘게 걸린다. 사업을 중단한 당시에는 공급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착공과 입주를 기다리는 현장이 줄어든다. 서울시가 10여 년 전의 정책을 현재 공급난과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해제된 사업지와 신규 지정 공백의 영향이 최근 서울의 입주 물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정비사업 진입 문턱을 낮추고 신속통합기획을 확대했다. 과거 해제 지역 가운데 노후화가 심한 곳을 다시 후보지로 선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차례 중단된 사업을 되살리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고 높아진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 금융 비용까지 해결해야 한다. ◆ 정비사업 공급 효과 놓고 충돌 정부는 정비사업이 실제 주택 수를 얼마나 늘리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건축은 전체 가구 수의 증가 폭이 크지 않고 재개발은 기존 주민이 떠나는 과정에서 지역 내 가구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정비사업은 총건설 가구 수와 순증 가구 수가 다르다. 재건축 전 1000가구였던 단지가 1300가구로 바뀌더라도 실제로 새로 늘어나는 주택은 300가구다. 재개발 지역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주택과 무허가 주택, 세입자 가구가 섞여 있다. 정비사업 이후 건축물의 질은 높아지지만 기존 주민 일부가 분담금이나 임대료 부담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문제도 생긴다. 서울시는 순증 가구 수만으로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해 주택 수를 늘리고 도로와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빼고 공급을 늘릴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현실도 있다. 대규모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는 유휴부지와 역세권 개발만으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해제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거래를 막아 놓은 채 인허가만 앞당겨서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이유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늘고 정비사업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정비사업이 공급 효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정부가 공공 주도 공급을 앞세우는 배경이다. ◆ 390곳이 모두 공급됐을지는 불확실 서울의 현재 공급 부족을 박 전 시장 시절 정비구역 해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해제된 약 390곳이 모두 사업을 계속해 입주까지 마쳤을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주민 반대와 낮은 사업성으로 해제되지 않았더라도 사업이 장기간 멈췄을 지역이 포함돼 있다. 해제 구역의 계획 가구 수를 모두 사라진 공급량으로 계산하면 실제 영향을 과장할 수 있다. 최근 공급 지연에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조합원 분담금 증가, 인허가 지연과 분양시장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가 준비하는 보고서에는 구역별 사업 추진 가능성과 계획 물량, 해제 이후 개발 상황이 함께 담겨야 한다.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는 정비구역 해제로 수십만 가구의 공급 기회가 사라졌다는 주장에 대해 현실성이 낮은 추산이라고 반박했다. 기존 주택을 제외한 순증 물량은 크지 않다는 설명도 내놨다. 반면 현재 서울시는 개별 사업의 순증 물량보다 공급 사업이 계속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같은 정비구역 해제를 놓고 서울시의 평가가 달라진 만큼 보고서가 구체적인 수치로 정책 효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김 실장과 오 시장의 회동은 용산에 8000가구를 지을지 1만가구를 지을지 조정하는 자리에 머물러서는 서울 공급난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정비사업과 공공 공급이 각각 맡을 역할을 정하고 장기간 이어질 사업 일정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주택 공급은 정책 결정과 입주 사이의 시차가 길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금도 공급 수단의 우선순위를 놓고 시간을 보낼수록 2030년대 서울의 입주 물량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2026-07-29 15:3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