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86건
-
"미국선 전기로·인도선 고로"…포스코, 세계 제철지도 다시 짠다
[경제일보] 미국 루이지애나에서는 전기로, 인도 오디샤에서는 고로. 포스코가 세계 주요 철강시장에서 지역별 여건에 맞춘 생산거점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HyREX)을 앞세워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수요와 원료, 통상환경에 따라 생산 방식과 제품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배경에는 세계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확산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철강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포스코는 2031년까지 인도·미국·인도네시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의 생산능력을 1000만t으로 확대하고 해외에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OECD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t에서 2028년 7억4500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도 2030년까지 연평균 0.9%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세계철강협회는 인도의 철강 수요가 올해 7.4%, 내년에는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이 공급과잉과 저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인도는 인프라 투자와 자동차산업 성장에 힘입어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철강투자는 고수익·고성장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한 뒤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은 현지생산, 인도는 대형 고로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은 관세 대응과 고객 접근성이다.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는 총 58억달러가 투입된다. 연산 270만t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지분은 현대제철 측이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완성차 고객과의 물류거리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강판과 소재 가운데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Off-take)할 예정이다. 기존 북미 가공·판매망에 현지 생산 소재를 연결하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는 구조다. 정확한 오프테이크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투자의 의미는 단순한 지분 참여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던 기존 공급망에 현지 생산축을 추가하고 투자와 동시에 판매 물량까지 확보한다. 미국의 높은 철강 관세와 완성차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북미 자동차강판 시장을 직접 공략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는 미국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포스코는 JSW스틸과 지분 50대50으로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의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선·제강부터 열연, 냉연·도금까지 전 공정을 갖추고 초기 건설·인프라 수요에 대응한 뒤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오디샤주는 철광석 산지와 가깝다는 것이 강점이다. 포스코는 현지 철광석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JSW그룹의 구매력을 활용해 원료와 설비 조달비를 낮추고 600만t 규모의 일관생산 체제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재원은 자기자본 30%, 차입 70%로 조달하고 양사가 같은 비율로 책임을 나눈다. 포스코의 오디샤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5년 오디샤주에 연산 1200만t 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토지 확보와 주민 반대, 광산 개발권 문제 등에 부딪혀 2017년 사실상 철수했다. 이번에는 사업 규모를 절반으로 낮추고 인도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JSW와 손잡아 투자와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과거 단독 진출에 가까웠던 방식에서 현지 유력 기업과 합작하는 구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빠르게 커지는 인도 철강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과 동시에 20여 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함께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제철방식 전환 국내에서는 생산능력 확대보다 탈탄소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한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고로와 비교해 탄소배출을 약 75% 줄이고,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합탕’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강판 등 고급강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포항에서는 연산 30만t 규모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통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기술로, 포스코가 장기적으로 기존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인도 신규 제철소가 고로 방식이라는 점은 국내 전략과 대비된다. 포스코는 인도 공장에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저탄소 조업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수소 기반 기술 검증 이후 추가적인 저탄소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도 완제품 철강 1t당 배출량이 2.2tCO₂e 미만인 제품을 그린스틸로 분류하며 철강산업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으로 출발하는 만큼 탄소 감축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남는다. 포스코의 글로벌 생산전략은 결국 하나의 공법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기로와 HyREX를 통해 기존 생산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고, 미국에서는 관세장벽 안으로 들어가 자동차강판을 현지 생산한다. 인도에서는 저렴한 원료와 빠른 수요 증가를 활용해 고로 기반의 대규모 고부가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관건은 투자 이후의 수익성이다. 미국과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전기로와 HyREX 등 탈탄소 전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해외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야 포스코가 내세운 ‘해외 성장을 국내 저탄소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생산량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해 수익을 남기느냐가 포스코의 글로벌 철강 전략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9-01 16:45:49
-
'AI 3대 강국' 사활 건 과기정통부…내년 29.6조 쏟아붓는다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국가 성장전략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내년 살림도 크게 불어난다. 과기정통부는 AI 대전환과 차세대 전략기술에 재정을 집중하고, 이를 산업 현장과 지역으로 확산해 ‘AI 3대 강국’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총예산은 29조6476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보다 5조8272억원, 2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관련 예산은 9조4000억원으로 84.3% 늘었고, R&D 예산도 14조1000억원으로 18.5% 증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AI 투자 확대다. 정부는 고성능 GPU 확보부터 독자 AI 모델,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까지 AI 생태계 전반에 투자한다. 대규모 GPU 확보를 통해 AI 연산 기반을 확충하고 프론티어급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경쟁력도 강화한다. 전 국민이 범용 AI와 공공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모두의 AI’에는 2500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AI를 산업 현장으로 가져가는 투자도 늘어난다.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로봇과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의 국산 솔루션과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선다. AI 확산에 따른 부작용과 보안 문제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AI 안전 기술과 사이버보안 AI 개발, 중소기업의 AI 기반 위협 대응 등을 지원해 ‘빠른 AI 도입’과 ‘안전한 AI 활용’을 동시에 추진한다. ◆ AI 다음 먹거리도 선점 정부는 AI에만 올인하지 않는다. AI 이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차세대 전략기술에는 12조3770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7대 시드(SEED) 프로젝트에는 1조3439억원을 투입한다. SMR과 핵융합 등 미래에너지, 양자컴퓨터, AI·로봇 기반 신약개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우주항공 등이 주요 대상이다. 정부는 현재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10~20년 뒤 산업을 좌우할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초연구와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기초연구 예산을 늘리고 출연연은 기관별 임무 중심 연구를 강화한다. R&D 예산을 대형·중장기 과제로 전환하고 연구성과가 기술이전과 창업,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투자형 R&D도 새롭게 도입한다. 2027년 정부 전체 R&D 예산은 39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증가한다. 지역 격차 해소도 핵심 축이다. 4대 권역을 중심으로 지역 AI 전환(AX)을 확대하고 지역이 강점을 가진 산업과 AI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늘린다. AI 인재를 수도권에만 묶어두지 않고 지역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길러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내년도 과기정통부 예산의 특징은 AI를 중심으로 인프라·기술·인재·산업·지역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것이다. 다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경쟁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GPU 확보량이나 연구비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 글로벌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성과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다. 과기정통부 역시 예산 확대와 함께 R&D의 성과관리와 사업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2027년은 한국이 AI에 얼마를 썼느냐보다 그 돈으로 어떤 기술을 확보하고 어떤 기업을 키웠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2026-09-01 14:05:01
-
-
-
-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에픽세븐, 8주년 맞아 '양보다 질' 승부수
[경제일보] 서비스 8주년을 맞은 ‘에픽세븐’이 10년 이상의 장기 서비스를 겨냥해 개발 전략을 바꾼다. 그동안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존 이용자의 플레이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게임을 즐기는 방식 자체의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투 위임 오프라인 모드와 장비 해제 비용 삭제, 로그라이크 기반 콘텐츠, 스팀 출시 등 최근 이어진 변화는 편의성 개선을 넘어 기존 에픽세븐의 보수적인 운영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개발진 역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직접 밝혔다. 슈퍼크리에이티브는 29일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 유플렉스에서 수집형 턴제 RPG ‘에픽세븐’의 8주년 행사 ‘영속의 계승제’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탁광진 PD와 허대균 DD가 참석해 8주년 업데이트와 향후 콘텐츠, 이용자 전략, IP 확장, e스포츠 계획 등을 설명했다. 탁광진 PD는 8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사실 8주년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처음 시작할 때 8주년의 모습이 이럴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유저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8주년이 목표였던 적은 없고 앞으로 더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한다는 핑계로 직접 말씀드릴 기회를 자주 갖지 못했다. 이 부분이 우리가 부족했다고 통감했기에 미디어와 유저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허대균 DD도 이용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허 DD는 “에픽세븐이 주년 행사를 쭉 이어오고 있는데 그때마다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좋은 피드백도 많고 쓴소리도 많은데 그 모든 것이 게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귀 기울여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8년간 ‘완성’에 집중…이제는 변화로 다음 10년 준비 에픽세븐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장수 게임의 전형적인 문제인 이용자층 확대와 콘텐츠 피로도 관리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 이용자에게는 익숙함이 강점이지만 신규 이용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탁 PD는 지난 8년간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으로 “개발진이 에픽세븐을 바라보는 시각”을 꼽았다. 그는 “서비스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이를 완성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그간 유저들이 즐겨온 플레이 경험을 존중하면서 변화를 주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게임의 핵심은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탁 PD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퀄리티”라며 “영웅과 장비 조합에서 비롯된 턴제 전략의 재미가 에픽세븐의 정체성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강화하는 방향을 줄곧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10주년을 넘어 20년 이상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쏟아내기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탁 PD는 “10년 이상, 20년 이상 가려면 퀄리티가 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아트 퀄리티는 물론 콘텐츠의 퀄리티까지 포함한 이야기다. 콘텐츠를 자주 출시하기보다 제대로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업데이트 방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7일 적용된 8주년 업데이트에는 게임을 종료한 상태에서도 파밍을 이어갈 수 있는 전투 위임 오프라인 모드와 신규 PVP 콘텐츠 ‘혼돈의 부름’, 에픽세븐 최초의 1시대를 다룬 외전 스토리가 추가됐다. 9월에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예정돼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스팀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탁 PD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에픽세븐이 더 오래 서비스하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변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서비스를 이어온 8년 동안 게이머들의 환경과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서브컬처 게임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장수 게임이 아니다. 탁 PD는 “누구나 언제든 시작할 수 있고, 기존 유저들도 잠시 쉬었다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추억이 계속 유지되는 게임이자 IP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연어 게임’ 에픽세븐…신규·코어 유저 간극 좁힌다 장기 서비스를 위해 개발진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이용자층이다. 허 DD는 에픽세븐을 두고 이용자들이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른바 ‘연어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형성된 코어 이용자층을 유지하면서 신규·복귀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 서비스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허 DD는 “에픽세븐이 연어 게임이라 부를 만큼 유저들 중에서 잠시 그만뒀다가 특정 업데이트 때 복귀하는 분들이 꽤 많다”며 “이미 코어 유저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코어 유저층과 신규 유저층이 잘 어우러져야만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용자들의 플레이 성향이 크게 갈린다는 점이다. 그는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유저들의 성향이 굉장히 많이 갈린다”며 “월드 아레나 PVP를 코어하게 즐기는 층도 있고 PVP를 하지 않으면서 PVE를 즐기는 유저층도 있다. 콘텐츠 자체는 많이 소화하지 않지만 신규 캐릭터가 나오면 꼬박꼬박 참여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유저들의 방향성이 다양하다는 점을 파악했으며 이를 강제로 봉합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각자의 방향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규·복귀 이용자를 위한 진입장벽 개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4월 ‘광휘의 이정표’를 추가한 데 이어 밴픽 어시스턴트, 덱 복사 기능 등을 도입한 것도 게임을 별도로 공부하지 않아도 기존 이용자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탁 PD는 “영웅이 워낙 많고 배울 것도 많아서 학습 허들이 높다”며 “굳이 공부하듯 배우지 않고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는 가이드 시스템을 탑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월드 아레나에 봇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신규·복귀 이용자가 경쟁 콘텐츠에 대한 부담 없이 게임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영웅 400명 시대…‘사용되지 않는 캐릭터’ 활용도 높인다 콘텐츠 구조도 달라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그라이크다. 탁 PD는 에픽세븐에 등장하는 영웅이 어느덧 400명 가까이 늘었지만 실제 콘텐츠에서 활용되는 영웅은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실제로 콘텐츠에 쓰이는 영웅은 많이 잡아도 100명 정도”라며 “사용성이 낮은 영웅들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구조를 PVP와 PVE에 각각 적용했다. 신규 PVP ‘혼돈의 부름’과 상시 PVE 콘텐츠 ‘차원 탐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차원 탐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에픽세븐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탁 PD는 “차원 탐사는 에픽세븐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계관을 활용한 콘텐츠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신규 테마에 맞춘 시스템이나 스토리 이벤트 등을 통해 유저들이 궁금해할 만한 세계관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세계관은 내년 2~3분기께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 소모 속도에 대해서는 개발진도 주시하고 있다. 전투 위임 오프라인 모드가 도입되면서 생명의 잎사귀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탁 PD는 “생명의 잎사귀가 빠르게 소진되리라고 본다”며 “재화가 부족해서 파밍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 만큼 보유량이나 소진량을 계속 체크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벤트를 통해 수급량을 늘리는 등 유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이 타임 자체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없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여러 콘텐츠를 하려면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한다”며 “의미 없이 게임을 켜두고 무의미한 반복 플레이가 이어지는 시간보다는 접속해서 코어 플레이에 집중하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카제나 콜라보도 전략적 선택…IP 확장 가능성 열어둬 9월 예정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새로운 이용자 접점을 확보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콜라보 캐릭터로 레노아·메이린·하루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허 DD는 인기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 DD는 “카제나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정말 많다”며 “세 명을 선정한 첫 번째 기준은 카제나 출시 당시부터 있었던 근본 캐릭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신 인기 캐릭터를 앞세울 경우 기존 이용자가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거나 접점이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허 DD는 “에픽세븐과 카제나의 콜라보 결정 시점 및 캐릭터 제작 소요 기간을 고려했을 때 세 명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기획이나 아트 측면에서 변경 리스크가 없고 모든 요소가 확정돼 있어야 일정대로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이린은 타격감이 뛰어나 에픽세븐에서 구현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하루와 레노아 역시 에픽세븐의 강점인 컷신 퀄리티를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라고 봤다”고 말했다. 후속 콜라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협업 자체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 허 DD는 “현재 단계에서는 카제나 콜라보를 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속 콜라보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고 이번 콜라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면밀히 확인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제나 외에도 다양한 애니메이션 및 외부 IP와의 콜라보를 위해 여러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월드 아레나→마스터즈→E7WC…e스포츠도 장기 서비스 축으로 PVP와 e스포츠는 에픽세븐의 장기 서비스 전략에서 또 다른 축이다. 탁 PD는 올해 상반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월드 아레나 신규 이용자 참여 확대를 꼽았다. 신규 이용자의 월드 아레나 참여가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진입 시점도 2배 가까이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초 세운 목표의 70% 정도는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신규 유저층의 월드 아레나 참가가 3배 이상 늘었고 월드 아레나까지 진입하는 시기도 2배 이상 빨라졌다”고 말했다. 허 DD는 경쟁 콘텐츠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위해 세계관과 내러티브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월드 아레나 같은 경쟁 콘텐츠는 오래도록 서비스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이것이 유지되려면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세계관과 내러티브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출시하고 있는 내러티브 콘텐츠에 대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해 주시지만 이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발진 역시 여전히 배가 고픈 상태인 만큼 몇 퍼센트 정도 달성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탁 PD는 “에픽세븐의 핵심 콘텐츠는 월드 아레나이며 e스포츠는 월드 아레나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며 “다양한 경기와 선수들의 전략을 보며 저런 방식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감탄과 함께 직접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설한 마스터즈도 선수들의 서사를 쌓기 위한 장치다. 탁 PD는 “월드 챔피언십이 성장하려면 선수들의 서사가 쌓여야 한다”며 “선수들의 노출 빈도가 늘고 경기 수가 누적돼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형성되고 팬덤과 응원이 생기며 몰입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는 대회뿐만 아니라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늘려 진입 경로를 넓히고, 처음 접하는 시청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중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잠실서 E7WC 결승…“관람 경험 자체를 바꾸겠다” 올해 E7WC 결승전은 11월 28일 서울 잠실 롯데타워 슈퍼플렉스관에서 열린다. 허 DD는 장소 선정의 기준을 ‘관람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해당 장소를 선정했다”며 “좋은 영화는 대형 스크린과 훌륭한 사운드가 갖춰진 영화관에서 보듯 압도적인 화면과 음향이 갖춰진 곳에서 관람할 때 몰입감이 극대화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행사에서 나온 이용자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허 DD는 “작년의 경우 공간은 넓었으나 좌석이 다소 불편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편안한 좌석, 대형 화면을 통한 쾌적한 시야, 뛰어난 접근성을 두루 갖춘 장소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관을 대관해 진행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무대 연출이나 환경을 공간에 맞춰 새롭게 세팅하고 있다”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으니 현장에 많이 찾아와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소통에 보수적이어선 사랑받을 수 없다”…8년차 게임의 선택 8주년을 맞은 에픽세븐이 내놓은 메시지는 결국 ‘변화’로 귀결된다. 콘텐츠를 많이 출시하는 방식보다 완성도를 높이고, 이용자의 플레이 시간을 효율화하며, 신규·복귀 유저가 다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IP와 e스포츠까지 접점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탁 PD는 이용자 소통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요즘 시대에 있어 소통은 꼭 필요한 요소”라며 “저희가 과거처럼 소통에 보수적인 태도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게임 시장에 대한 위기의식도 숨기지 않았다. 탁 PD는 “요즘 게임 시장이 참 어려운 것 같다”며 “저희도 경각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유저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DD 역시 주년 행사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그는 “큰 행사가 아니어도 업데이트 발표 등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노력하겠다”며 “유저들과 함께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8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에픽세븐은 이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보다 ‘어떻게 다음 10년을 만들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이용자의 경험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콘텐츠·IP·e스포츠를 확장하는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향후 에픽세븐의 장기 흥행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6-08-29 14:40:44
-
-
"냉각장치부터 자동차 두뇌까지"…삼성·LG, '가전 밖'에서 다시 붙었다
[경제일보] 국내 가전 시장에서 오랜 경쟁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선이 ‘가전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TV를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냉난방공조(HVAC)와 자동차 전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다.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는 B2C에서 기업 고객과 장기간 수주·납품 관계를 맺는 B2B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HVAC와 전장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플랙트그룹의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고, LG전자는 차세대 5G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양산 모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AI 냉각 격돌 가장 뜨거운 경쟁 분야는 데이터센터 냉각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이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발열량이 급증하자 HVAC가 새로운 성장시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 HVAC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에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가정용·시스템에어컨 등 개별공조에 플랙트가 보유한 칠러와 공기조화기(AHU), 컴퓨터룸 공기처리장치(CRAH), 냉각수분배장치(CDU) 등 중앙공조 기술을 더해 소형 주거시설부터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췄다.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2만1800㎡ 규모의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8년 초 가동할 예정이다. 광주사업장은 플랙트의 글로벌 생산거점이자 아시아 핵심기지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 DA부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B2B 에어컨 수주를 이어가고 AI 데이터센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HVAC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플랙트의 고정밀 공조 기술과 삼성전자의 AI 기반 빌딩 통합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프로와 b.IoT를 결합해 대형 상업·산업시설 등 고부가가치 HVAC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생산을 통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맞춤형 납품과 협력사 밸류체인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실제 수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전자 ES사업본부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향 냉난방공조 솔루션 수주액은 이미 6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수조원 수준의 수주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의 강점은 칠러와 팬월유닛(FWU) 등 공랭식 냉각부터 CDU 등 액체냉각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이다. LG전자 ES부문 관계자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품 경쟁력인 ‘코어테크’가 강점”이라며 “공랭식과 액체냉각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전력 인프라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 2030년 HVAC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車 두뇌 경쟁 두 번째 전선은 자동차다. 차량이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전장 역시 양사의 핵심 B2B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의 중심에는 하만이 있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디지털 콕핏과 텔레매틱스, 카오디오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하만은 매출 4조6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등으로 전장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LG는 V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장을 공략한다. 최근 유럽 완성차에 공급을 시작한 5G R16 기반 텔레매틱스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차량·사물통신(V2X),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연결성을 제공한다. LG전자 VS부문 관계자는 “이번 공급은 차량용 통신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텔레매틱스를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과 연계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앞으로 SDV와 AIDV를 중심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AI 역량도 키운다.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를 고도화하면서 AI 기반 인캐빈 센싱과 개인화 기능 등을 확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AI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승부는 수익성 양사의 B2B 사업은 이제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을 입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B2B 매출은 24조1000억원을 기록했고 VS와 ES사업본부 합산 영업이익은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 VS사업본부는 매출 3조259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 ES사업본부는 매출 2조7261억원, 영업이익 235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도 하만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운 데 이어 대형 인수합병(M&A)을 활용해 HVAC 사업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플랙트 인수로 중앙공조 기술과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광주 생산라인을 통해 국내외 공급망까지 강화하는 수순이다. 결국 다음 승부는 누가 B2B 수주를 장기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LG가 먼저 확보한 데이터센터·완성차 고객과 수주를 토대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라면 삼성은 플랙트와 하만에 기존 AI·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사업 외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냉장고와 TV에서 맞붙었던 두 회사의 경쟁이 이제 데이터센터 냉각장치와 자동차의 두뇌로 옮겨가고 있다.
2026-08-28 17:22:03
-
세일즈포스·앤트로픽, '클로드포스' 공개…기업 데이터 읽고 업무까지 실행
[경제일보] 세일즈포스와 앤트로픽이 기업용 인공지능(AI)의 역할을 단순 정보 검색과 문서 작성에서 실제 업무 실행 단계로 확대한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세일즈포스의 고객 데이터와 영업 파이프라인, 업무 규칙 등에 접근해 분석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양사의 플랫폼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28일 세일즈포스는 앤트로픽의 클로드에 세일즈포스의 기업용 AI 인프라인 '엔터프라이즈 하네스'를 결합한 '클로드포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업의 데이터와 워크플로, 비즈니스 로직, 실행 환경, 거버넌스 등에 클로드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업무 전반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첫 결과물은 '세일즈포스 인 클로드'다. 영업 담당자가 별도의 세일즈포스 화면으로 이동하지 않고 클로드 안에서 세일즈포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러그인으로, 미팅 준비와 딜 상태 검토, 파이프라인 분석 등 37개의 사전 구축된 영업 스킬을 구현했다. 클로드는 세일즈포스와 슬랙에 저장된 기업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시간 매출 맥락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검토하거나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쳤다면,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업무 과정에 개입하는 형태로 확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겸 CEO는 "우리는 프론티어 지능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높은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들은 수십 년간 세일즈포스에 구축해 온 고객 정보와 비즈니스 맥락에 클로드를 연결하고, 이를 사용해 실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통합 모델은 AI가 기업 데이터를 가져와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권한과 업무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리자가 한 차례 연결하면 인증과 권한이 중앙에서 관리되며 별도의 사용자별 추가 설정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기업들은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내부 데이터에 대한 접근 통제를 중요 과제로 꼽고 있다. 고객 정보나 영업 자료 등 민감한 기업 데이터를 AI가 직접 처리할 경우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고 어떤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지를 통제하지 못하면 생산성 향상만큼 보안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는 기존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 규칙을 AI의 실행 과정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클로드가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포스에 구축된 권한 체계와 비즈니스 규칙을 기반으로 작업하도록 해 기업이 기존 통제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산업을 겨냥한 보안 체계도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마존 베드록을 통해 클로드를 세일즈포스의 '신뢰 경계' 내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통해 금융 등 규제 수준이 높은 산업에서도 기업의 데이터와 AI 작업을 보호하면서 도메인 특화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클로드가 세일즈포스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통합도 진행된다. 클로드는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아틀라스 추론 엔진의 추론 모델로 활용된다. 에이전트포스 바이브와 에이전트포스 코워커를 구동하고 에이전트 빌더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슬랙 역시 양사 통합의 주요 축이다. 세일즈포스는 업무용 협업 플랫폼 슬랙에 클로드를 내장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같은 업무 공간에서 협업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클로드는 슬랙봇의 기본 AI 모델로 활용되며 팀의 의사결정 지원과 코딩 등 업무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 이처럼 양사가 서로의 플랫폼에 AI와 업무 시스템을 깊게 연결하는 것은 기업용 AI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어떤 AI 모델이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와 추론 성능을 갖췄는지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해당 모델이 기업의 실제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에 접근해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인 클로드'는 현재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파일럿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내달 오픈 베타 출시가 예정됐다. 추가 사전 구축 스킬도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선도 AI와 선도 CRM의 강점을 하나로 결합한다"며 "클로드의 뛰어난 추론 능력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업무 흐름, 관리 체계를 결합해 사고하고 추론하며 실행하는 동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6-08-28 14:08:16
-
카톡·전화·포털이 AI 비서로…'모두의 AI' SKT·카카오·KT 3파전 본격화
[경제일보] 국민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통신·메신저·포털이 인공지능(AI) 비서로 바뀌는 경쟁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국민 AI 서비스 ‘모두의 AI’ 사업에 SK텔레콤과 카카오, KT가 최종 선정됐다. 세 사업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엔비디아 B200 GPU를 활용해 전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모두의 AI’ 공모에 참여한 6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면·발표평가를 진행한 결과 SK텔레콤·카카오·KT 컨소시엄을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스트소프트·엠케이디·제논은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다. 당초 2~3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며, 평가 점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 SKT는 ‘질문→실행’…카카오는 카톡 안에서 SKT 컨소시엄의 핵심은 답변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하는 ‘실행형 AI’다. 이용자의 요청을 이해해 계획을 세우고 검색과 도구 호출을 거쳐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다. 앱과 웹뿐 아니라 전화·문자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이용 범위를 넓힌다. 공공서비스 신청과 증명서 발급, 매장·관공서 전화 대행부터 건강·금융·교통 등 생활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A.X K2를 비롯해 업스테이지 ‘솔라’,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모티프3’, LG AI연구원 ‘K-엑사원 2.0’ 등 여러 국산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별 최적화를 추진한다. 카카오는 가장 강력한 국민 접점을 무기로 삼는다. 카카오톡에서 범용 챗봇과 AI 에이전트를 이용하고 예약·신청·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서비스를 구현한다. LG유플러스·LG CNS·LG AI연구원·루닛·신한은행 등과 협력해 전화 AI와 금융·의료·시니어 케어·세무 등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붙인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기존 플랫폼 안에 AI를 심는 만큼 별도 앱 설치나 새로운 이용 습관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AI를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디지털 생활 속 기능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 KT는 ‘채널 경계 없는 AI’…다음·지니TV까지 KT는 전용 AI 서비스에 이용자를 가두지 않는 전략을 제시했다. 포털 다음과 IPTV ‘지니TV’를 비롯해 쇼핑·부동산 등 기존 서비스 곳곳에 AI 진입점을 배치한다. 이용자가 검색을 시작하면 AI가 정보를 찾고 비교·판단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실제로 실행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동산·금융 등 생활 분야의 전문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도 특징이다. 다음을 통한 검색과 뉴스, KT의 통신·미디어 고객 기반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연결형 AI’를 지향한다. 세 회사의 경쟁은 단순한 AI 모델 성능 대결과는 다르다. 이번 사업 평가에서도 AI 모델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서비스 편의성, 이용자 확보 전략, 품질·안전성, AI 생태계 기여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었다. 정부가 ‘가장 좋은 모델’을 뽑는 것보다 국민이 실제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 네이버 빠진 ‘국민 AI’…서비스 경쟁이 승부처 이번 선정에서 네이버의 불참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독자 AI 모델과 검색·쇼핑·지도 등 강력한 국민 접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앞서 “다른 진행 중인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확보한 B200 GPU 최대 512장을 세 사업자에 배분하고 9월 협약을 거쳐 베타서비스를 진행한 뒤 연내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정부 예산으로 전 국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한다. 당초 업계에서 운영비 부담을 주요 우려로 제기했던 만큼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궁극적인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국민의 실제 행동을 가장 많이 바꾸느냐가 될 전망이다. 주민센터 업무를 대신 신청하고, 병원 예약과 결제를 처리하고, 쇼핑과 금융까지 연결하는 AI가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지가 관건이다. 특히 행정·금융·의료처럼 오류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편리함보다 정확성·보안·개인정보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세 사업자가 연내 서비스를 내놓는 만큼 이후 경쟁은 모델 성능보다 실제 이용률, 처리 성공률, 재사용률과 같은 ‘AI가 얼마나 많은 일을 끝냈는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모두의 AI’는 정부가 국민에게 AI를 보급하는 사업이지만 동시에 국내 플랫폼과 통신업계가 AI를 국민의 일상에 내재화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최대 실증 무대가 될 전망이다.
2026-08-28 10:22:05
-
삼성전자 게임스컴 대형부스, K게임 글로벌 무대로…'붉은사막' 직접 뛰어보니
[경제일보] 2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메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6’. 삼성전자 부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게이밍 모니터 앞에 몰려든 관람객들이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를 직접 플레이하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게임스컴에 1090㎡(약 330평)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PlaySamsung’을 주제로 오디세이·갤럭시·게이밍 허브·T1 등 4개 구역을 구성하고 모니터뿐 아니라 TV, 모바일, SSD, 헤드셋까지 게임에 필요한 제품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었다. ◆ ‘붉은사막’이 보여준 하드웨어와 게임의 결합 현장에서 ‘붉은사막’은 삼성전자의 게이밍 하드웨어가 게임 콘텐츠의 강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중세 판타지 세계를 구현한 화면은 캐릭터의 움직임과 배경의 세부 묘사가 또렷했고, 특히 하늘을 날거나 대규모 장면이 펼쳐질 때 고해상도 화면과 높은 주사율이 게임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붉은사막’에 HDR10+ GAMING 기술을 적용했다. HDR10+ GAMING은 게임 장면의 밝기와 명암 정보를 활용해 화면을 보다 세밀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게임 개발자가 의도한 화면 표현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인기 게임을 통해 제품의 성능을 보여주고, 게임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관람객이 자사의 콘텐츠를 최고급 하드웨어로 경험하게 하는 구조다. 게임과 기기 가운데 어느 한쪽만 홍보하는 방식보다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스컴이 하드웨어 기업과 게임사의 새로운 협업 무대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게임스컴을 신제품 공개 무대로도 활용했다. 27일 공개한 2027년형 오디세이 라인업에는 세계 최초 1100Hz 주사율의 27형 오디세이 G6와 360Hz를 지원하는 49형 OLED G9 등이 포함됐다. 초고주사율과 대형·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경쟁 게임부터 영화 같은 그래픽을 요구하는 대형 게임까지 이용 환경을 세분화했다. 갤럭시 구역에서는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와 ‘갤럭시 S26 울트라’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게임을 선보였다. AI 기반 ‘뉴럴 프레임 퓨전’ 기술을 적용해 장시간 고사양 게임에서 전력 효율과 프레임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게임이 PC와 콘솔에만 머물지 않고 모바일까지 확장되는 흐름에 맞춘 구성이다. TV와 모니터에서 별도의 콘솔이나 게임 다운로드 없이 클라우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삼성 게이밍 허브’도 체험 공간에 포함됐다. 여기에 세계적인 e스포츠 구단 T1과 협업한 공간까지 마련해 게임 콘텐츠, 디바이스, e스포츠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었다. 삼성전자가 한국 PC방 콘셉트를 부스에 적용한 것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이 미션을 수행해 한국 간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무안경 3D ‘스페이셜 사이니지’를 활용해 T1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듯한 경험도 제공했다. 단순 제품 판매보다 ‘한국의 게임 문화’를 하나의 콘텐츠로 보여주는 전략이다. ◆ 대형사뿐 아니라 인디게임도 ‘글로벌 테스트’ K게임의 글로벌 진출 무대는 삼성전자 부스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스컴 홀2에 ‘코리아 게임 로드쇼’를 마련하고 국내 중소·인디 게임사 13곳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참가사들은 현장에서 게임을 직접 시연하고 해외 퍼블리셔·투자사·유통사와 1대1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에이버튼의 ‘건즈 앤 드래곤즈’, 하이퍼센트의 ‘백룸 클리너스’, 메이플라이의 ‘프로젝트 레버넌트’ 등 PC·콘솔 게임부터 ‘포레스트 아일랜드’, ‘카피잇’ 등 모바일 게임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해 한국공동관이 16개사를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참가기업은 13개로 줄었지만, 해외 퍼블리셔와의 비즈니스 매칭 및 현장 테스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지원 방향을 선명하게 했다. 한편 K게임의 글로벌 경쟁은 이제 ‘어떤 게임을 만들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이용자가 몰리는 현장에서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과, 콘진원처럼 작은 개발사의 해외 퍼블리싱과 투자 연결을 지원하는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게임쇼를 국내보다 적극적으로 찾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글로벌 이용자와 직접 만나고 현장에서 반응을 확인하는 동시에 퍼블리셔·투자자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스컴에서 삼성전자 부스에 몰린 관람객과 한국공동관의 작은 개발사 부스 앞에 줄을 선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풍경처럼 보이지만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K게임의 다음 경쟁력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게임을 발견하게 만드는 ‘접점’까지 누가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2026-08-28 10:00:30
-
-
맥주 버리고 원전 품었다…130년 두산의 '변신 본능'
[경제일보] 두산의 130년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을 지켰느냐’보다 ‘무엇을 버렸는가’에 더 가깝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의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해 화장품·주류·식음료를 거쳤고, 지금은 발전설비와 건설기계에서 원전·가스터빈·로봇·반도체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창업의 계보는 이어졌지만 그 안을 채운 사업은 수차례 바뀌었다.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은 1915년 화장품 ‘박가분’을 제조했고 1950년대 동양맥주를 세우면서 소비재 기업의 색채가 짙어졌다. 1978년에는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의 원전·가스터빈 사업과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역사다. 팔아서 다시 샀다…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몸집을 키워오던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전후해 오히려 사업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네슬레·한국3M·한국코닥 등 합작기업 지분을 정리했다. 1997년에는 OB맥주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4322억원에 넘겼다. 부동산 매각 등을 더하면 61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 효과가 예상되는 규모였다. 외환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모태사업인 OB맥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8년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겼다. 박용곤 당시 회장은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가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알짜기업도 필요하면 팔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사업을 지키는 것보다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같은 해 9개 계열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당시 438%였던 ㈜두산 부채비율은 이듬해 말 1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위기 속에서 두산은 다음 사업으로 이동할 여력을 확보했다. 구조조정은 몸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확보한 자금을 다시 M&A에 투입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49억달러를 들여 미국 밥캣 등을 품었다. 오늘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핵심 축이 이때 만들어졌다. 그룹의 정체성도 바뀌었다. 대우종합기계의 2003년 실적을 포함하면 중공업 비중은 1999년 50.2%에서 84.3%까지 높아지는 반면 식품·주류 등 소비재는 40.4%에서 11.5%로 떨어졌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그룹의 중심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다만 빠른 변화에는 값이 따랐다. 밥캣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북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두산은 2008년 밥캣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공격적 M&A는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차입과 재무 부담도 키웠다. 두산의 ‘변신 DNA’가 강점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2020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두 번째 구조조정이 현실화했다. 글로벌 석탄화력 발주 감소와 국내 신규 원전 일감 축소, 두산건설 지원 등으로 누적된 재무 부담이 겹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고 두산은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선택은 과감했다. 클럽모우CC와 두산솔루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했고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겼다. 1990년대 ‘필요하면 핵심사업도 판다’는 방식이 20여 년 만에 반복된 셈이다. 원전·가스터빈·로봇, 세 번째 변신 현재 두산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를 3대 핵심사업으로 두고 다시 사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대형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에서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커지는 흐름도 기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확보한 뒤 지난해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5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MR에서는 미국 X-energy와 Xe-100 16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생산능력 예약계약을 맺었고, 이달 테라파워의 미국 와이오밍주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도 확보했다. 과거 한국중공업 인수로 확보한 원전 제조 기반이 20여 년 뒤 글로벌 SMR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장과 산업 환경이 바뀌면 기존 사업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원전·가스터빈·SMR의 핵심 기술과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면서 장기 서비스와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7248억원, 영업이익 3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15.9% 증가했다. ㈜두산 자체사업도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전자소재 수요를 타고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세 번째 변화의 성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 매출이 294% 증가한 17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144억원을 냈다. 두산밥캣 역시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4년에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옮기려던 사업재편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금융당국의 제동 끝에 철회되기도 했다. 두산의 130년은 한 업종을 끈질기게 지킨 역사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소비재를 덜어내고 중공업을 샀고, 2020년에는 다시 핵심 자산을 팔아 그룹을 재정비했다. 이제 그 중공업 기술을 원전·가스터빈·SMR로 확장하고 로봇과 첨단소재를 새로운 축으로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변신의 속도가 아니라 비용”이라며 “과거 공격적 M&A가 재무 부담을 남겼다면 이제는 신사업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주주와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이 130년간 보여준 것은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며 “세 번째 변신의 승부는 과거와 같은 비용을 반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7 18:19:57
-
삼성생명, 'AI CX 글쓰기 시스템' ICT 어워드 과기부장관상 수상 外
[경제일보] 삼성생명이 대고객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 구축한 '인공지능(AI) CX(고객경험) 글쓰기 시스템'이 'ICT 어워드 코리아 2026'에서 AI 전환(AX)혁신 부문 통합대상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했다고 27일 밝혔다. ICT 어워드 코리아는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시상식이다. 올해는 AX혁신과 애플리케이션(앱), 웹사이트, 디지털 솔루션 등 총 6개 부문에 211개 기업이 참가했다. 삼성생명의 AI CX 글쓰기 시스템은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사용자 경험·생산성 혁신 성과를 인정받아 AX혁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고객이 쉽게 읽고 이해해 바로 행동할 수 있는 콘텐츠 제공을 목표로 CX 글쓰기 체계를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접목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임직원이 고객 관점의 콘텐츠를 작성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AI CX 글쓰기 시스템은 어려운 금융·전문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용어와 문장 표현을 통일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이고 콘텐츠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AI 기술의 도입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며 "앞으로도 AX 구현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라이나생명, M365 코파일럿 도입…전사 AI 전환 본격화 라이나생명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솔루션인 'M365 코파일럿(Copilot)'을 업무 전반에 도입하며 전사적인 AI 전환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먼저 웹 기반 대화형 AI인 'Copilot Chat'을 도입했다. 별도의 업무 환경을 오가지 않고 문서 작성과 요약, 번역 등 일상적인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0월에는 'Microsoft 365 Copilot'을 전 임직원 대상으로 확대해 생성형 AI를 업무 환경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은 기존 업무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문서 작성 등 반복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라이나생명은 이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지원도 병행한다.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AI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조직 전반에 AI 활용 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박기흥 라이나생명 디지털서비스본부 상무는 "이번 Copilot 도입은 생성형 AI를 일상 업무에 접목해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임직원의 역량을 강화해 실질적인 업무 혁신으로 이어지는 AI 활용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신한라이프, 취업준비 청년 100명 초청 채용설명회 개최 신한라이프가 26일 서울 중구 신한L타워에서 보험업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100명을 초청해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보험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채용 정보와 실제 직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는 채용플랫폼과 대학 취업지원 부서 등을 통해 접수된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거쳐 선정됐다. 설명회에서는 기업문화와 주요 직무, 업무환경 등을 소개하고 △인사담당자 채용가이드 △직무별 커리어 토크 △역량 강화 특강 등을 진행했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취업 준비 과정과 입사 후 직장생활 경험을 공유했다. 상품·계리와 영업, 디지털전환(DX), 자산운용 등 주요 부문 현직자와의 소그룹 상담도 진행해 실제 업무와 필요 역량, 직무별 성장경로 등을 안내했다. 외부 전문가가 진행하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특강도 마련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강점을 정리하고 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실전 준비 방법을 중심으로 교육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고용노동부 주관 '2026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참여기업으로 선정돼 미취업 청년들에게 사내 과제 수행과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도 참여해 모의면접과 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에 발맞춰 보험업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8-27 17:34:11
-
KT, 국산 AI 모델 '연합군' 구축…6000만 생활 접점서 상용화 나선다
[경제일보] KT가 국내 AI 기업들과 손잡고 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의 상용화와 대중화에 나선다. 개별 AI 모델의 성능 경쟁을 넘어 여러 모델과 전문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고, 이용자가 실제 생활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AI 기업 입장에서는 모델 개발 이후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고객 확보와 서비스 적용의 새로운 창구가 될 전망이다. 27일 KT는 다음, 무신사, 직방, EBS, 매스프레소, BC카드, 커넥트웨이브, 딥서치, 솔트룩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국민 AI 서비스 '모두의 AI'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모두의 AI'는 앱과 웹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질문과 목적을 이해하는 범용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공공·교육·금융·쇼핑·주거 등 분야별 전문 AI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KT는 별도의 AI 앱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털 '다음'과 참여 기업의 서비스, KT 지니TV 등 기존 서비스 접점에도 AI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KT 컨소시엄은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업스테이지의 'Solar',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Motif', 솔트룩스의 'LUXIA', NC AI의 'VARCO', KT의 '믿음' 등 국산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비롯해 리벨리온의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래블업·베슬AI의 GPU 운영 기술 등이 활용된다. 국내 AI 산업이 그동안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면 KT는 이들 모델을 실제 국민 서비스에 적용하는 상용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정 기업의 AI 모델 하나를 앞세우기보다 한국어, 추론, 장문 이해, 전문지식, 멀티모달 등 모델별 강점을 이용자의 목적에 맞춰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KT 컨소시엄이 확보한 디지털·생활 서비스 접점은 6000만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AI 기업이 자체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KT가 가진 통신·미디어 인프라와 참여 기업의 플랫폼을 연결해 실제 사용 환경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AI 활용 방식도 기존 챗봇과 차별화한다. 이용자가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을 넘어 여러 단계의 업무를 하나의 대화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 매출 감소 원인을 분석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시장·소비 정보를 분석한 뒤 관련 정책과 신청 자격, 필요한 서류와 절차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여러 사이트를 직접 검색하고 정보를 비교하는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개인화 기능도 적용한다. 이용자 동의를 기반으로 관심사와 일정, 진행 중인 과업 등을 기억하는 '개인화 메모리'를 활용해 일회성 질의응답을 넘어 지속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T는 '모두의 AI'를 국내 AI 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도 육성한다. 경쟁력 있는 AI 모델과 에이전트, 전문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 AI 기업을 대상으로 GPU 자원 지원과 투자, 사업 협력도 확대할 예정이다. KT는 온라인뿐 아니라 전국 유통망과 IT서포터즈 등 오프라인 접점도 활용해 AI 교육과 체험을 확대할 방침이다. 큰 글씨와 간편 모드, 음성 입출력, 다국어 지원 등을 적용해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진형 KT AX사업본부장 상무는 "'모두의 AI'는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완성된 AI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 경험을 하나의 서비스 안에 가두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로 AI를 확장해, 언제 어디서 시작하든 필요한 AI와 전문 서비스를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AI 모델과 NPU, 전문기업이 실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넓히고 여기에 KT의 AI 플랫폼 역량을 더해, 국민이 AI를 이용할수록 대한민국 AI 생태계도 함께 성장하도록 하겠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연결해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2026-08-27 15:3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