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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태어나 또 합병으로…대륙아주, 1000억 넘어 새 판 짠다
[경제일보] 2009년 3월 법무법인 대륙과 아주가 한집 살림을 시작했다. 국제소송과 기업분쟁에서 경험을 쌓은 대륙과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온 아주가 합쳐졌다. 이름도 두 법인의 간판을 그대로 붙인 ‘대륙아주’였다. 그해 두 조직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로 사무실까지 합쳤다. 17년이 흐른 2026년 대륙아주는 다시 합병을 택했다. 이번 상대는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테크 자문을 중심으로 성장한 법무법인 린이다. 두 법인은 지난 4월 합병 업무협약을 맺었고 10월 통합 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새 법인의 이름은 9월 말 현재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5년 대륙아주의 매출은 1027억원이었다. 창립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린의 410억원을 합치면 1437억원이고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변호사 수도 대륙아주 247명과 린 137명을 합쳐 384명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변호사 수로는 국내 6위권, 매출로는 8위권 규모가 된다. 대륙아주의 역사는 한 조직이 처음부터 몸집을 키운 과정과 다르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조직을 합치고 부족한 분야에 사람을 더하면서 체급을 올렸다. 2009년의 합병이 대륙아주를 만들었다면 2026년의 합병은 대륙아주의 다음 크기를 정하는 승부다. ◆ 미국 법정으로 간 ‘대륙’ 대륙의 시작은 1992년이다. 김대희 변호사가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고 1994년 특수부 검사 출신 함승희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함·김 법률사무소’로 이름을 바꿨다. 1996년 법무법인 대륙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름을 알린 사건은 국내 법정에만 있지 않았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때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외환위기 때에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손실을 본 대한생명을 대리해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성과를 냈다. 해외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분쟁 경험이 일찍 쌓였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소송도 국경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국내법만 알고 법정에 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외국 법률과 금융거래 구조를 함께 알아야 하는 사건이 늘었다. 대륙은 국제분쟁과 기업 송무에서 자리를 잡았다. 기업 인수·합병과 자본시장 업무도 늘렸다. 2009년 합병 직후에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3분기 인수·합병 법률자문에서 발표 기준 2위에 올랐다. 대륙이 쌓은 송무 경험은 이후 대륙아주의 분쟁해결과 기업형사 업무로 이어졌다. ◆ 러시아부터 베트남까지 간 ‘아주’ 아주의 출발은 1993년이다. 김진한 변호사가 아주종합법률사무소를 열었고 이듬해 법무법인 아주로 전환했다. 대륙이 국제분쟁을 파고들었다면 아주가 먼저 공을 들인 곳은 해외 현장이었다. 아주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옛 소련권 국가로 나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에도 거점을 만들었고 오스트리아와 아랍에미리트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자원개발과 건설 등으로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의 현지 법률 문제를 맡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이런 네트워크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국내 본사에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과 현지 정부·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아주가 확보한 현지 경험은 대륙이 갖고 있던 국제소송과 기업분쟁 역량과 맞물릴 여지가 있었다. 두 조직은 2008년부터 합병을 준비했다. 이듬해 3월 대륙아주 출범을 공식화했고 같은 해 9월 역삼동 동훈타워로 사무실을 합쳤다. 이름만 합친 채 조직을 따로 두지 않고 처음부터 한 공간에서 일하는 길을 택했다. ◆ 첫 합병은 ‘한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로펌 합병에서 어려운 것은 계약서보다 사람이다. 어느 조직 출신이 경영을 맡을지부터 보수와 사건 배분, 고객관리 방식을 다시 정해야 한다. 변호사가 이동하면 고객과 사건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합병 이후 조직을 실제로 하나로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대륙아주는 출범 첫해 두 로펌의 사무실부터 합쳤다. 합병 뒤에도 각자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별도 조직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피했다. 당시 대륙아주는 ‘서두르지 않으며 뿌리를 튼튼히 한다’는 기조 아래 서로의 조직문화를 인정하면서 업무를 합쳐갔다.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국제중재, 해상·항공, 구조조정으로 업무도 넓어졌다. 2013년에는 기업공개 법률자문에서 연간 3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다. 이후 공정거래와 조세, 금융, 에너지 분야도 인력을 늘렸다. 합병 효과가 곧바로 압도적인 외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앤장과 빅5가 수백 명의 변호사를 확보하면서 대륙아주는 중대형 로펌 위치에서 오랜 경쟁을 벌였다. 다시 속도가 붙은 것은 2017년 이후다. ◆ 이규철 체제에서 다시 몸집 키워 이규철 대표변호사는 2017년부터 대륙아주 경영을 맡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이 대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동한 뒤 대륙아주에 합류했다. 2019년과 2021년, 2023년에 이어 2025년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 체제에서 대륙아주는 전통적인 송무와 기업자문에 새로운 분야를 붙였다. 중대재해와 원자력, 에너지·인프라, 공공정책, 국제업무에 인력을 늘렸다. 2025년에는 기존 팀 단위 조직을 그룹 중심으로 다시 짜면서 여러 분야가 한 사건을 함께 맡는 구조도 강화했다. 성과는 매출에서 나타났다. 2024년 933억원이던 매출은 2025년 1027억원으로 10% 늘었다. 국내 변호사는 같은 기간 244명에서 247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특허법인과 관세법인, 컨설팅 계열사를 합친 전체 매출은 1152억원이었다. 다만 변호사 1인당 매출은 4억1606만원이었다. 화우와 율촌, 태평양, 세종, 광장 등 주요 대형 로펌이 7억원 안팎을 기록한 것과 차이가 있다. 외형을 키운 뒤에는 사건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 중대재해부터 AI 상담까지 대륙아주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로펌들이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시장에도 손을 댔다. 대표적인 분야가 중대재해다.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상태를 인증하는 사업을 도입했고 2026년 7월까지 240여개사가 인증을 받았다. 2024년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인공지능 법률상담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선보였다.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민사와 형사, 가사 등 법률 질문에 답하는 서비스였다. 국내 로펌이 직접 일반인 대상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내놓은 첫 사례로 소개됐다. 출시 직후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도 일었다. 기술을 법률서비스에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조계가 부딪힌 사건이었다. 대륙아주는 서비스 자체보다 리걸테크 경쟁에서 먼저 시험대를 밟은 로펌으로 이름을 알렸다. 해외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미국 워싱턴DC와 아프리카 관련 업무를 확대하면서 기존 아시아 중심 해외법무에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대륙이 국제분쟁에서 시작하고 아주가 해외 현장을 찾아갔던 초기 경험을 다시 꺼낸 것이다. ◆ 1000억원 넘자 다시 합병을 택했다 대륙아주는 2025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독자적으로 중견 로펌의 벽 하나를 넘은 직후 또 다른 로펌과 합치는 결정을 내렸다. 상대는 2017년 김앤장 출신 임진석 변호사가 세운 린이다. 린은 기업 인수·합병과 금융, 플랫폼·테크 등 기업자문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대륙아주는 송무와 형사·행정, 해외법무와 신산업 규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양측은 고객과 업무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합병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두 법인은 지난 4월 29일 업무협약을 맺고 합병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양측 대표와 같은 수의 위원이 참여하고 주요 사안은 만장일치로 정하기로 했다. 합병 법인의 이름과 의사결정 구조도 이 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새 이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9월에는 통합 법인의 이름을 일반에 공모해 2000건이 넘는 제안을 받았지만 심사가 길어지면서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발표를 미뤘다. 17년 동안 사용한 ‘대륙아주’라는 간판도 이번 합병과 함께 바뀔 가능성이 있다. ◆ 합치면 변호사 수 6위…매출은 8위권 2025년 기준 대륙아주의 매출은 1027억원, 린은 410억원이다. 단순 합산하면 1437억원이다. 지평의 132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지만 YK의 1694억원에는 못 미친다. 국내 변호사 수에서는 순위가 더 올라간다. 지난해 말 대륙아주 247명과 린 137명을 합하면 384명이다. 같은 기준 화우의 369명을 넘어서 6위권에 들어간다. 사람 숫자와 매출 순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규철 대표도 합병 뒤 변호사 1인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합병 전 두 법인의 생산성은 기존 빅6보다 낮다. 사람을 합쳐 400명에 가까운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상위권 로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합병 뒤에는 고객 충돌도 정리해야 한다. 한 사건에서 서로 반대편을 대리하던 두 로펌이 한 조직이 되면 어느 사건을 포기할지 정해야 한다. 보수체계와 파트너 지분, 사건 배분과 경영 방식도 하나로 맞춰야 한다. 로펌 합병의 성패는 변호사 숫자를 더한 뒤부터 갈린다. ◆ 중견 로펌에도 ‘합치지 않으면 밀린다’ 대륙아주와 린의 합병은 두 로펌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국내 중견 로펌에서는 합병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바른과 동인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LKB앤파트너스와 평산이 합쳐 LKB평산이 출범했다. 위에서는 김앤장과 빅5가 대기업의 대형 거래와 분쟁을 가져간다. 아래에서는 YK처럼 전국 사무소를 둔 로펌이 개인과 중소기업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중견 로펌은 전문분야만으로 버티기도, 단순히 변호사를 조금씩 늘리기도 어려워졌다. 이규철 대표도 최근 이런 시장 양극화를 합병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합병은 가장 빠르게 규모와 전문분야를 함께 늘리는 방법이다. 대신 잘못 합치면 내부 갈등과 고객 이탈까지 감수해야 한다. 대륙아주는 2009년 이미 한 번 같은 시험을 치렀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네 배 가까이 큰 조직을 다시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래서 2026년의 합병은 2009년보다 어렵다. 첫 합병이 종합로펌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400명에 가까운 변호사를 움직여 상위권 로펌과 경쟁할 수 있는 생산성을 만드는 작업이다. ◆ 합병으로 태어난 로펌의 두 번째 합병 대륙아주의 출발에는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 대륙은 국제분쟁과 송무를 했고 아주에는 해외 현장이 있었다. 2009년 두 조직을 합쳐 대륙아주가 만들어졌다. 그 뒤 기업자문과 구조조정, 공정거래, 중대재해, 원자력, 인공지능까지 업무를 넓혔다. 2025년에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독자 성장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다시 합병을 택했다. 이번에는 린의 기업자문과 금융·테크 업무를 가져온다. 대륙아주가 갖고 있는 송무와 형사·행정, 해외법무를 한 조직 안에 넣겠다는 구상이다. 10월 출범할 통합 법인은 이름부터 새로 정한다. 2009년 대륙과 아주가 합쳐질 때도 질문은 같았다. 두 로펌을 더하면 정말 하나의 로펌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17년 뒤 대륙아주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섰다. 이번 합병이 끝나면 변호사 숫자는 6위권으로 올라간다. 그 다음부터는 숫자가 아니라 사건과 매출이 답해야 한다. 합병으로 태어난 대륙아주의 두 번째 합병은 한국 중견 로펌의 규모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2026-09-30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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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제일보]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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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힘 있는 여당'이냐, 김진태 '현직 연속성'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의 정면 대결로 압축됐다. 우 후보는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4선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대통령이 보낸 사람’,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구호를 앞세워 중앙정부와 강원도를 직접 연결하겠다고 말한다. 김 후보는 현직 강원특별자치도지사다. 그는 ‘그래도 도지사는 김진태’, ‘의리와 뚝심’, ‘행정의 연속성’을 내세워 한 번 더 도정을 맡겨달라고 호소한다. 강원도는 권역이 넓은 만큼 이해관계도 다르다는 평이다. 강원 영서권의 변화 요구와 영동권의 보수 결집, 중도층의 실용 선택과 고령층의 안정 선호가 선거 막판까지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상호 ‘오차범위 밖’ 우세...김진태 격차 좁히며 ‘추격’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현재 판세는 우 후보가 앞서고 김 후보가 추격하는 흐름이다. KBS춘천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상호 후보는 41.0%, 김진태 후보는 33.8%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2%포인트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포인트를 감안해도 우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조사는 3개 통신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활용한 면접원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2.8%였다. 가중치는 2026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로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KBS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우 후보의 우세가 곧 승부의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KBS 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 2월 조사 때 12%포인트에서 이번 조사 7.2%포인트로 좁혀졌다. 부동층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현직 평가와 정권 지원론, 영동권 보수 결집, 토론회 검증이 맞물릴 경우 판세는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별 흐름도 복합적이다. KBS 조사를 보면 우 후보는 춘천·홍천·철원·화천·인제 등 영서 북부에서 김 후보를 16%포인트 앞섰고, 원주·태백·횡성·정선 등 영서 남부에서도 5.6%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반면 고성부터 강릉,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벨트에서는 김 후보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중도층에서는 우 후보 49.5%, 김 후보 24.4%로 우 후보의 우위가 컸다. 연령별로는 우 후보가 30~50대에서, 김 후보가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강원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3~4일 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 후보 우세 흐름은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김진태 후보는 37.3%, 우상호 후보는 51.2%로 집계됐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7.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였다. 우상호, 중앙정치 중량감 ‘감점’...낙하산 프레임 ‘위협’ 우상호 후보의 강점은 중앙정치의 중량감이다. 그는 4선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국회와 대통령실,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연결망은 강원도처럼 사회간접자본(SOC), 규제 완화, 재정 지원, 접경지역 대책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분명한 자산이다. “강원이 홀로 뛰는 시대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함께 뛰는 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는 여당 후보만이 낼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약점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우 후보는 강원 철원 출신이지만 정치 경력의 대부분은 서울 서대문을 기반으로 쌓았다. 우 후보가 중앙정치의 언어에 머물면 “강원을 잘 아느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역행정 경험도 김 후보보다 부족하다. 강원도정은 단순한 정치 조정이 아니라 산림·관광·농업·군사 규제·폐광지역·접경지역·동해안 산업·의료 공백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 행정이라는 게 지역 정가관계자의 목소리다. 우 후보의 기회는 강원 발전의 ‘외부 연결’이다. 그는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강원·서울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체결하고 지역소멸 대응과 균형발전 협력을 내세웠다. 공공형 휴양 관광 인프라, 체류형 워케이션, 상생형 주거모델, 도농 상생 먹거리 공급망, 강원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이 협력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강원의 약점인 인구 감소와 내수 부족을 수도권 수요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우 후보의 위협은 ‘낙하산’ 프레임과 과도한 정치화다. 김 후보 측은 우 후보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묶어 공격하고 있다. 특검법 등 전국 정치 이슈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며, 강원 현안보다 여의도 정치에 갇힌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다. 선거 막판 쟁점이 강원 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중앙정치 공방으로 흐를 경우, 우 후보의 여당 프리미엄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김진태, 현직 프리미엄 ‘강점’...공약 신뢰성 논쟁 ‘부담’ 김진태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이다. 그는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2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첫 도지사를 맡았다. 김 후보의 약점은 현직 책임론이다. 현직은 성과를 말할 수 있지만 미완의 과제도 모두 떠안아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실제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인구 증가, 생활 인프라 개선이 도민 삶에서 얼마나 체감됐는지가 검증대에 오른다. 여기에 국민의힘 정당 지형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김 후보는 개인 경쟁력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 후보의 기회는 직접 복지 공약이다. 그는 ‘강원형 4대 도민연금’을 발표하며 디딤돌·바람·햇빛·살림연금으로 구성된 생애주기형 소득 지원 구상을 내놨다. 김 후보 측은 4개 사업에 모두 참여할 경우 월 최대 90만원 수령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 수익을 도민과 공유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선심성 예산을 줄인 성과를 도민께 환원하겠다”는 논리다. 이 공약은 고령층과 농산어촌, 에너지 개발 지역 주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카드다. 반면 위협은 공약 신뢰성 논쟁이다. 우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공약을 문제 삼으며 “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 실제 우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한국은행 본점 강원 유치 공약 등을 거론하며 공약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고, 김 후보는 우 후보를 향해 중앙정치 이슈에 답하라고 맞섰다. 김 후보가 4대 도민연금의 재원과 대상, 지급 방식, 지속 가능성을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생활 공약은 역으로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우상호, ‘강원판 수도권 연결 전략’...김진태, '현직의 실적표' 대격돌 남은 선거기간 우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강원판 수도권 연결 전략’이다. 강원도민은 추상적 균형발전보다 당장 이동시간과 일자리, 의료, 교육, 관광 수요를 묻는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우 후보는 춘천~원주 철도, 수도권 접근성, 워케이션, 청정에너지 수익 환원, 접경지역 규제 완화, 폐광지역 재도약을 하나의 성장 지도 위에 올려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서울의 힘을 끌어와 강원에 돈과 사람을 흐르게 하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해야 한다. 동시에 서울 정치인 이미지를 낮추기 위해 권역별 100일 실행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현직의 숫자’다. 김 후보가 이기려면 구호보다 실적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김 후보는 임기 중 기업 유치, 관광객 증가, SOC 반영, 국비 확보, 특별자치도 권한 확대, 규제 개선 성과를 숫자로 압축해 보여줘야 한다. 4대 도민연금도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재원으로 받는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히 영동권과 접경지역, 고령층을 결집시키면서도 중도층에게는 도정을 실험대에 올릴 수 없다는 안정론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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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시장의 재편, '검사 출신'의 시대가 끝났다
[경제일보]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로펌. 2021년 무렵, 익숙하지 않은 회의가 열렸다. 의제는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이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회의실의 관심사는 어느 검사장을 데려오느냐였다. 수사권 조정 직후였다. 경쟁의 출발점이 달라지고 있었다. 경찰이 수사를 끝내는 체계에서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붙들지 못하면 대응의 주도권을 놓친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 전관 시장 재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검찰 전관의 시대는 권한에서 출발했다.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까지 한 기관이 맡는 체계에서 검사는 사건의 흐름을 좌우하는 자리에 있었다. 어떤 혐의로 입건할지, 기소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법정에서 어떤 증거를 앞세울지 모두 검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 체계에서 ‘아는 검사’는 단순한 인맥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검찰청 내부 관행, 특정 부서의 판단 기준,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한 비공식 정보가 전관 프리미엄의 실체였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형 로펌 고문이나 대표로 옮기고, 특수부장 출신에게 수억원대 착수금이 붙는 시장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그 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변화는 대형 로펌에서 먼저 감지됐다. 법무법인 세종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이후 주요 로펌들도 잇따라 경찰 출신 인력을 영입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일부 로펌은 경찰 재직 경력을 법조 경력에 준해 인정하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전관 시장의 평가표 자체가 바뀌고 있었던 셈이다. 변화는 경찰 출신에 그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규제 기관 출신 확보 경쟁도 이어졌다. 기업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행정과 규제 영역을 이해하는 인력의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때 전관 시장의 중심축이 검찰 출신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수사기관과 규제기관 전반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독자 로펌을 세우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법무법인 YK가 대표적이다.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초기 대응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기존 대형 로펌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이들까지 등장하면서 전관 시장은 더 이상 검사 출신만의 무대가 아니게 됐다. 전관 프리미엄이 약해졌는지를 두고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전관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관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전관의 역할은 제도 변화로 축소됐다. 직접 수사 범위가 줄었고, 앞으로 수사 기능 상당 부분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 과거처럼 수사 창구로 작동하던 힘은 예전 같기 어렵다. 기업 법무팀에서 검찰 전관을 일종의 안전판처럼 활용하던 오랜 관행도 흔들리고 있다. 전관 한 명만 데려오면 된다는 계산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기소 단계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어떤 증거를 중심에 둘지는 재판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공소 단계에서의 검찰 출신 네트워크는 당분간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것이 곧 시장 전체를 지배하던 과거의 위상까지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검사 출신은 형사 절차 전반을 아우르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기소 단계라는 한 축의 전문가로 위치가 좁혀지고 있다. 경찰 전관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요는 늘었다. 사건의 향방이 경찰 단계에서 상당 부분 갈리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전관 영향력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있다.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이 검찰과 달라 단순한 인맥만으로 결과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오히려 지금의 전관 시장이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관 프리미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누구를 아느냐’가 힘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절차를 읽고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수사 초기 대응, 불송치 판단에 대한 대응, 이의신청 전략,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대응 방식 등 절차 중심 역량이 사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로펌이 경찰 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연락 창구를 넓히려는 것이 아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을 관리하고, 기소 전에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형사사건의 주무대가 검찰청 안쪽에서 경찰 수사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 경찰 출신 인력이 로펌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사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과거 검찰 전관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질문이 이제는 경찰과 다른 수사기관을 향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전관 시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축이 하나가 아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법조 인재 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다. 중수청 출범 이후에는 해당 기관 출신 인력이 새로운 수요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공소청 검사 출신은 기소 단계에서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은 일반 형사 사건 영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와 금감원 등 규제 기관 출신은 기업 법무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검사 출신’이 전관 시장의 정점에 서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의 전관 시장은 한 직역이 독식하는 시장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 규제와 대응, 각 절차와 기관의 특성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가치가 갈리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전관의 이름은 남겠지만, 그 중심에 늘 검사 출신이 서 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2026-04-10 09:4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