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사이트
아주일보
베트남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데스크칼럼] 3.5% 성장에 가려진 숙제, '반도체 다음'을 준비할 때다
기사 읽기 도구
공유하기
기사 프린트
글씨 크게
글씨 작게
2026.10.01 목요일
맑음 서울 22˚C
흐림 부산 26˚C
흐림 대구 24˚C
맑음 인천 21˚C
흐림 광주 21˚C
흐림 대전 22˚C
흐림 울산 23˚C
흐림 강릉 22˚C
흐림 제주 23˚C
딥인사이트

[데스크칼럼] 3.5% 성장에 가려진 숙제, '반도체 다음'을 준비할 때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송정훈 기자
2026-10-01 13:47:00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한국 경제가 모처럼 좋은 숫자를 받아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전망보다 1.5%포인트 높였다. 수년간 1~2%대 성장에 익숙해진 우리 경제로서는 반가운 변화다.
 
오늘 아침 나온 수출 성적표는 더 화려하다. 9월 수출은 1209억4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월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9월 누적 수출도 8145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웃돌았다.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처음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2.8% 늘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수출 물량과 가격이 함께 뛰면서 한국 경제를 밀어 올리고 있다.
 
좋은 성적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확보한 몇 안 되는 확실한 비교우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커지면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주문이 이어지고 설비투자가 늘어난다. 수출과 경상수지가 좋아지고 세수에도 도움이 된다. 반도체 호황 자체를 경계할 이유는 없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다음이다.
 
예정처가 내다본 내년 성장률은 2.7%다. 올해보다 0.8%포인트 낮다. 2026~2030년 연평균 성장률 역시 2.7%로 전망했다. 올해 잠재성장률은 2.2%, 앞으로 5년 평균은 2.3% 수준이다.
 
내년 2.7% 성장을 경기침체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예정처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도 회복할 것으로 봤다.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을 웃돈다. 올해의 높은 성장세가 내년에는 다소 정상화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런데도 3.5%와 2.7% 사이에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문제가 숨어 있다. 올해 성장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9월만 놓고 보면 전체 수출 1209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603억 달러다. 거의 절반이다. 특정 월의 이례적으로 높은 비중을 우리 수출의 평상시 구조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전체 수출과 성장률을 크게 좌우하는 현실만큼은 분명해졌다.
 
예정처도 반도체 쏠림을 별도의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어난 기업이익과 국민소득이 다른 산업의 투자와 일자리, 가계소득으로 퍼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수혜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사이의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자영업자나 일부 중소기업이 경기 회복을 선뜻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수십조원을 투자해도 자동화 수준이 높다. 과거 제조업 호황처럼 수출 증가가 곧바로 대규모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와 가계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속도에도 차이가 생긴다.
 
더 근본적인 숫자는 잠재성장률이다.
 
한 해 성장률은 경기와 수출 여건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불안을 키우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체력에 가깝다. 예정처가 내다본 향후 5년 평균은 2.3%다. AI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자본과 생산성의 기여는 커지지만 인구 감소 탓에 노동의 성장 기여는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저출생·고령화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주는 것도 아니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저절로 없애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반도체의 힘과 한계를 함께 경험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수출과 설비투자, 세수가 한꺼번에 좋아졌다. 사이클이 돌아서면 세 지표가 동시에 흔들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가진 것은 한국 경제의 큰 자산이다. 그렇다고 나라 경제 전체를 한 산업의 경기 사이클에 오래 맡겨둘 수는 없다.
 
지금의 호황은 AI 투자 붐과도 맞물려 있다. 예정처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AI 투자 둔화 가능성과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과의 경쟁 심화를 향후 성장경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지금의 호황을 흔들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반도체 호황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가 벌어준 시간과 돈을 다음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쓰는 것이다.
 
구조개혁은 불황보다 호황기에 하기 쉽다. 경기가 꺾이면 기업은 투자 여력을 잃고 정부의 세수도 줄어든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개혁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워진다. 수출과 기업이익, 세수가 함께 좋아지는 지금이 오히려 손대기 어려웠던 숙제를 풀 기회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부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유럽까지 국가 차원의 반도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력망과 용수, 연구개발, 인재 공급은 개별 기업이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 인프라의 영역이다.
 
동시에 산업정책의 시선을 그 너머로 넓혀야 한다. AI 서비스와 바이오, 로봇, 방산, 에너지, 콘텐츠 등에서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대학과 직업교육을 산업 수요에 맞게 바꾸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에서 생긴 자본과 기술, 인재가 다른 산업으로 흘러갈 통로가 넓어져야 반도체 기업의 호황이 한국 경제 전체의 호황으로 이어진다.
 
<관자(管子)>에는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종신지계 막여수인(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한 해를 내다보면 곡식을 심고 1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으며 평생을 내다보면 사람을 키우라는 뜻이다.
 
경제도 다르지 않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더 짓는 일은 몇 년 뒤 수출을 늘릴 수 있다. 사람을 키우고 대학과 노동시장을 바꾸며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10년 뒤 나라의 성장률을 바꾼다.
 
9월 수출 1209억 달러와 반도체 603억 달러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다. 기록은 기록대로 평가해야 한다. 다만 그 숫자가 한국 경제의 오래된 숙제까지 해결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올해 3.5%와 내년 2.7% 사이에서 읽어야 할 것도 성장률의 단순한 오르내림이 아니다. 반도체가 밀어준 성장의 힘을 다른 산업과 가계, 다음 세대의 성장으로 얼마나 옮겨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호황은 언젠가 끝난다. 사이클도 다시 돈다. 좋은 시절에 할 일은 축배를 오래 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겨울을 견딜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반도체가 벌어준 지금의 시간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다음 호황에도 또 반도체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면 우리는 이번 호황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이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KB금융그룹
부영그룹
삼립
한화
키움증권
삼성증권
현대
컴투스
농협
하나금융그룹
kb국민은행
한국증권금융
lg
KB금융그룹
국민은행
kb
롯데카드
동국제약
바이오로직스
하나증권
미래에셋
하나카드
CJ
동아쏘시오홀딩스
기업은행
lg
sk
부광약품
KB금융그룹
한화투자증권
국민카드
롯데칠성
농협
롯데케미칼
태광
kb증권
kb캐피탈
신한자산운용
하이닉스
GC녹십자
신한라이프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