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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역사 속으로… '공소청·중수청' 신설법 국회 통과, 사법 질서 격변 예고
[경제일보]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검찰 개혁’ 입법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제정안이 범여권의 주도로 연달아 의결되면서 70년 넘게 유지된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시대가 종말을 고하게 됐다. 사법부의 재판소원제 도입에 이어 수사·기소 조직까지 완전히 분리되면서 대한민국의 사법 질서는 1987년 체제 이후 가장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입법의 핵심은 검찰청을 대신해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이원화된 형사사법 기구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날 통과된 ‘공소청법’에 따라, 기존 검찰 조직은 ‘공소청’으로 재편되어 수사권 없이 오로지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만을 전담하게 된다. 공소청은 공소청, 광역공소청, 지방공소청의 3단계 체계로 운영되며 기존 검찰이 가졌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완전히 폐지된다. 특히 ‘권한남용 금지’ 조항과 함께 ‘파면’ 징계 사유가 명문화되면서 탄핵 절차 없이도 검사의 파면이 가능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사실상 검찰의 조직적 독립성을 제한하고 통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다. 기소 업무에서 분리된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이른바 ‘6대 범죄’를 전담한다. 최근 도입된 ‘법왜곡죄’ 사건이나 공소청·경찰·공수처 공무원의 범죄 역시 중수청의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중수청은 1~9급 단일 직급 체계를 갖춘 특정직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된다. 당초 수사 개시 시 공소청에 통보하도록 했던 조항이 삭제되면서 중수청은 공소청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사실상 ‘한국형 FBI’를 지향하는 모델이나 사법 통제 장치 없는 거대 수사기관 탄생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번 법안 처리는 과정부터 험난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파괴이자 최악의 개악”이라며 필리버스터를 동원해 결사 저지했으나 민주당은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투표로 이를 강제 종결하며 법안을 의결했다.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극에 달하면서 국회 운영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향후 관건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처리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현실적 필요성을 들어 예외적 보완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시사했으나 당내 강경파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명분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사법 개혁의 화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검찰의 수사 권한이 분산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중수청, 공수처 등 관련 기관 간의 업무 중첩과 수사 지연 등 현장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통적인 검찰의 ‘특수 수사’ 노하우가 중수청으로 얼마나 매끄럽게 이전될지도 미지수다. 경력 채용을 통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방대한 범죄 수사 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기소권만 남은 공소청 검사들의 권한 축소에 따른 엘리트 법조인들의 이탈 가능성도 사법 서비스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변수다.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은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세부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새로운 사법 기구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범죄 수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지 국민들의 엄중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6-03-21 16: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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