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4건
-
NH농협은행, AI·기업금융으로 성장전략 확대
[경제일보] 강태영 행장이 이끄는 NH농협은행이 인공지능(AI)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지만 기업여신은 183조8112억원으로 6.7%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은 1.74%로 0.04%포인트(p) 상승했다. 강 행장은 올원뱅크사업부장과 디지털전략부장, DT부문장 등을 거친 디지털 전문가다. 취임 이후 AI 전환을 조직과 영업 현장으로 확대하는 한편 향후 5년간 65조30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해 첨단산업과 지역특화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디지털 전문가’ 강태영…AI 은행 전환 속도 강 행장은 올해 AI 전환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추진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에 분산돼 있던 AI전략과 데이터 분석,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능을 묶은 AI데이터부문도 신설했다. 지난 6월에는 ‘NH AGENTIC AI BANK’ 비전을 선포했다. 직원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 ‘NHAIS’를 구축하고 금융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한편 외부 AI기업과 투자·사업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실행 조직도 별도로 꾸렸다. 농협은행은 77명 규모로 ‘AX프런티어’를 출범해 AI 기반 업무 전환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AI 전문기업 애자일소다를 인수해 AI 기반 사업협력을 본격화했고 지난달에는 차세대 AI 컨택센터를 열었다. 고객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금융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과 올원뱅크사업부장, 디지털전략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DT부문장과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부문을 맡았고 NH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농협은행장에 올랐다. ◆생산적 금융 65조…기업금융 중심 성장축 확대 AI와 함께 강 행장이 힘을 싣는 분야는 생산적 금융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은행장 직속 생산적 금융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향후 5년간 65조3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 △농식품·애그테크 △지역특화산업 △창업·벤처기업 △기술금융 등이다. 포용금융 등을 포함한 전체 신규 금융공급 계획은 76조8000억원이다. 지원도 빠르게 집행됐다. 지난 5월 기준 생산적 금융 지원액은 8조5363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67.6%에 도달했다.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에 3조421억원, 창업·벤처기업에 2조1962억원이 공급됐다. 기업금융 거점도 넓혔다. 판교에서는 AI·데이터·IT·반도체, 송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강화했다. 기업과의 직접 협력도 이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3년간 1조원 규모의 금융협력을 체결했고 OCI와도 3년간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여신 184조…NIM 개선에도 ROE 9.01% 기업금융 확대는 자산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말 농협은행 총여신은 342조22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다. 이 중 기업여신은 172조2060억원에서 183조8112억원으로 6.7%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은 1.6% 증가한 148조854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기반도 확대됐다. NIM은 1.70%에서 1.74%로 상승했고 원화예대금리차는 1.94%에서 1.98%로 높아졌다. 은행계정 기준 순이자손익은 3조91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순수수료손익은 4531억원으로 16.6%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 지표는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총자산이익률(ROA)은 0.55%에서 0.51%,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43%에서 9.0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도 1882억원에서 2960억원으로 57% 넘게 늘었다. 은행계정 기준 영업이익은 1조80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도 일부 후퇴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47%에서 0.52%로 상승했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14.26%에서 172.07%로 낮아졌다. 다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에서 0.59%로 하락했다. 자본비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상반기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5.83%, 기본자본비율은 17.41%, 총자본비율은 18.79%를 기록했다. ◆농업·지역금융 정체성에 디지털 입힌다 기업금융과 AI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농업·지역금융에도 디지털을 접목한다. 지난 4월에는 농업정책자금 가운데 처음으로 후계농육성자금의 영업점 무방문 대출을 도입했다. 고객이 올원뱅크에서 신청부터 실행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농식품 기업 대상 금융도 늘렸다. 농식품 관련 162개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NH특화 기술금융’ 공급액은 올해 5000억원을 넘어섰다. 농식품·푸드테크·애그테크 분야에서는 8개 펀드 3441억원을 운용하며 향후 3년간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용금융도 병행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말까지 서민과 소상공인, 폐업자 등을 대상으로 1조9126억원을 지원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에 100억원을 특별출연해 마을기업 등 지역기반 기업에 1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도 추진했다. 강 행장은 농업·지역금융이라는 농협은행의 기존 사업 기반에 AI와 첨단산업 기업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더하고 있다. 기업여신 확대와 NIM 개선을 이어가는 동시에 자산 성장 과정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22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22 08:33:44
-
4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엇갈려…연말 은행장 인사도 '촉각'
[경제일보]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엇갈리면서 연말 은행장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장은 모두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회장 인사 결과와 올해 실적, 내부통제 문제 등이 은행장 연임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당초 양종희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반면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회장 연임을 통해 2기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각각 2029년 3월까지 그룹을 이끈다. 회장 인사가 엇갈린 가운데 은행장 인사도 관심사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모두 올해 말 끝난다. 이 가운데 정상혁 행장만 한 차례 연임한 상태이고 나머지 3명은 초임 행장이다. 은행장 연임의 가장 큰 우호적 요인은 실적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조33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KB금융은 상반기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13.1%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3조4427억원으로 13.3% 늘었고 하나금융은 2조4029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세 금융그룹 모두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1조60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3.7% 증가했다. 특히 2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58.6% 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은행별로도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2조2254억원, 하나은행은 2조121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실적과 경영전략의 연속성을 고려해 현직 은행장들이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은행장 인사에서 초임 2년에 1년을 추가하는 ‘2+1년’ 형태가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에서는 2년 추가 연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세대교체와 내부통제 문제는 변수다.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은행장에게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행장 등 차기 후보군을 전면에 내세워 조직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KB금융이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대교체가 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의 거취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정상혁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2024년 말 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번에 다시 연임할 경우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첫 3연임 사례가 된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만큼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부행장급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경영자의 장기 재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행장 임기를 2년으로 시작한 뒤 추가 연임하는 사례가 많았다. 김정태·강정원·민병덕·윤종규·허인·이재근 등 주요 행장 상당수가 2년 이상 임기를 수행했다. 이에 따라 이환주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실적과 조직 안정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단임 기조가 강했다. 함영주 행장 이후 지성규, 박성호, 이승열 행장 등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최근에는 행장 교체 주기가 짧았다. 이호성 행장의 연임 여부는 하나금융의 인사 기조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나는 10개 자회사 대표의 임기를 1년 연장하며 조직 안정성과 그룹 전략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초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 역시 ‘2+1년’ 형태로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 인사는 단순히 실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장과의 경영전략 연속성, 내부통제, 후계자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KB금융의 회장 세대교체가 다른 금융그룹의 연말 CEO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2026-09-13 16:17:04
-
-
-
-
-
-
-
-
86개국의 두꺼비… 창립 100년 하이트진로, K소주로 세계를 공략한다
[경제일보] 한국의 소주가 처음 해외로 나간 것은 1960년대였다. 수출 대상은 재일교포가 밀집한 일본이었고, 물량도 미미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는 86개국 유통망을 갖추고 호주 멜버른의 대형 마트 술 코너와 필리핀 편의점 냉장고 안에 자리를 잡았다. 국내 주류 시장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 주세 통계 기준 전체 주류 출고량은 2019년 337만6714㎘에서 2024년 315만1371㎘로 5년 사이 6.7%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가 위축된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음주 빈도를 낮추면서 내수 소비는 뚜렷한 감소세다. 하이트진로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9% 줄어든 2조4986억원에 그친 것도 이런 시장 환경을 반영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가 마주한 역풍은 주류 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포인트 오른 69%를 기록했다. 중소 브랜드들이 밀려나는 사이 1위 사업자로의 쏠림이 심화된 결과다. 증류주 시장 세계 1위라는 '진로' 브랜드의 저력이 내수 방어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년 브랜드, 세계로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4년 평안남도에서 진천양조상회로 시작한 소주 회사가 한 세기를 거쳐 연매출 2조5000억원대의 주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상장사 기준으로는 9번째, 식음료 업계에서는 최초의 100주년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 '참이슬'은 1998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390억 병을 돌파했다.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 국내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영국 주류전문지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진로' 소주가 2001년부터 16년 연속으로 전 세계 증류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집계했으며, 2위 브랜드와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었다. 100주년을 기해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화두는 다음 100년이었다. 지난해 6월 하노이에서 '글로벌 비전 2030'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17년 571억원이던 해외 소주 매출을 13년 만에 아홉 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황정호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글로벌 종합 주류 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공장, 동남아 공략의 교두보 올 2월,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첫 해외 소주 생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11배 크기인 약 8만2000㎡ 부지에 스마트팩토리 형태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후 연간 최대 500만 상자, 1억5000만 병의 소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창사 이래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현지 생산으로 물류비를 절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베트남 공장 가동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14년 만의 교체, 글로벌 전략에 속도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14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2011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김인규 사장이 물러나고 장인섭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 대표는 1995년 입사해 경영전략, 법무, 커뮤니케이션 등을 두루 거친 30년 경력의 내부 전문가다. 이사회는 "폭넓은 실무 경험과 경영 전문성이 회사의 지속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장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20여 명이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장 교체가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 전환과 함께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올 하반기 베트남 공장 완공을 앞두고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길 적임자를 내부에서 발탁했다는 것이다. ◆필리핀 67%, 호주 20%… 이미 달라진 지도 글로벌 전략의 성과는 이미 일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 법인은 2019년 설립 이후 현지 시장점유율 67%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인 교민 수가 같은 기간 61% 줄었음에도 소주 수출량은 3.5배 늘었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접한 현지인 소비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결과다. 호주에서도 성과가 쌓이고 있다. 2025년 호주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대형 주류 유통채널 BWS와 댄머피의 1400여 개 전 점포에 '참이슬 후레쉬'와 과일 리큐르 '에이슬 시리즈'가 입점돼 있다. 멜버른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거점 '진로포차'는 현지인들이 한국식 포장마차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황정호 전무는 "현지 문화와 연계한 밀착형 마케팅이 진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소주 외에 과일 리큐르도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 리큐르 제품군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통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먼저 접근하는 역할이다. 소주 1924년, 맥주 1933년. 두 이름이 하나의 회사가 된 지 15년이 됐다. 재일교포를 향해 처음 국경을 넘던 소주 한 상자가 이제 86개국을 향하고 있다. 올 하반기 베트남 공장이 처음으로 소주를 생산하면, 그 목적지는 더 늘어난다.
2026-06-08 16:27:51
-
점포 3곳서 800조 메가뱅크로…신한금융, 위기때마다 문법 바꿨다
신한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금융산업의 압축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1982년 7월 7일,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자본과 ‘금융을 통해 조국에 기여하겠다’는 금융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임직원 279명, 점포 3곳으로 출발한 후발은행이었다. 이 작은 출발이 훗날 한국 금융의 판도를 흔든 출발선이 됐다. ◆후발은행의 반란…지주사 전환으로 종합금융그룹 기틀 세우다 신한의 DNA는 처음부터 달랐다. 시중은행의 후발주자였지만 그 한계를 서비스와 속도로 돌파했다. 은행 문턱이 높던 시절 신한은 고객 응대와 업무 처리 방식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금융기관이 고객 위에 군림하던 관행 대신, 고객을 맞이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은행을 지향했다. 창립 당시 점포 3곳에 불과했던 은행이 2006년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점포 945개, 직원 1만1311명, 총자산 163조원 규모의 대형 은행으로 커진 것은 이 같은 영업문화와 조직 DNA가 숫자로 확인된 결과였다. 신한은행은 설립 후 빠르게 성장했다. 1984년 국내 최초 CMF(Customer Master File) 수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했고, 1985년 동화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1988년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으로 이전했고 1989년에는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는 은행으로 올라섰다. 은행업의 기본인 예금·대출 경쟁력 위에 전산화, 고객서비스, 증권업 진출을 결합한 것이 신한식 성장 모델의 원형이었다. 신한의 1차 도약이 ‘은행업의 혁신’이었다면, 2차 도약은 ‘금융그룹화’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생존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신한은 이 격변기를 기회로 바꿨다. 2001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은행·증권·카드·보험·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길을 열었다. 수치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신한금융은 2001년 지주 출범 당시 총자산 56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221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에는 총자산 861조7000억원으로 20년 사이 15.3배 늘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5년 4조9716억원으로 24년만에 22배 커졌다. ◆조흥은행·LG카드 품고 메가뱅크로…신한사태 뒤 시스템 경영 강화 2004년 조흥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2006년 통합 신한은행을 출범시킨 것은 신한 역사에서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후발 은행이었던 신한이 전통 대형 은행의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흡수하며 단숨에 ‘메가뱅크’ 반열에 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2007년 LG카드 인수와 통합 신한카드 출범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의 상징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으로 이어진 포트폴리오 확장은 신한을 단일 은행에서 복합 금융그룹으로 바꿨다. 그러나 금융명가의 역사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2010년 이른바 ‘신한사태’라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경영진 다툼이었다. 이후 법정 공방과 검찰 과거사위 판단 등을 거치며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특정 인물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시스템 중심의 경영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후 신한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내부통제 △윤리경영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리딩금융 재확인…생산 금융·AI·자산관리로 다음 성장판 짠다 현재 신한금융 위기를 돌파하며 리딩금융그룹의 한복판에 서 있다. 신한금융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3조1567억원에서 2025년 4조9716억원으로 늘었다. 7년 사이 순이익이 약 57.5%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도 6579원에서 9812원으로 확대됐다. 저금리, 코로나19,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금융규제 강화 같은 변수를 통과하면서도 이익 체력을 키운 셈이다. 2026년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 단계 더 확인됐다. 신한금융은 2026년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생산적 금융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경영전략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차별화된 금융 경험, 전사적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앞으로 은행이 성장하려면 △기업금융 △혁신기업 지원 △수출입 금융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관리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전환이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모바일 앱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상담·심사·리스크관리·자산관리 영역에 AI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산관리와 은행·증권 복합 모델 고도화도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투자증권을 결합한 ‘신한 Premier’ 브랜드를 통해 고액자산가와 지역 고객을 겨냥한 복합 자산관리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은행·증권·자산운용 역량을 묶어 고객의 자산 여정을 관리하려는 시도다. 또 글로벌 확장 전략도 핵심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베트남, 일본, 중국,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 17개 국에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마지막 신한금융의 미래성장전략은 신뢰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뢰가 무너지면 수십 년의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흔들린다. 신한은행이 올해 경영전략에서 △내부통제 체계 정착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 △고객 자산을 지키는 금융 안전망 등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강점은 위기 때마다 성장의 문법을 바꿔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는 친절과 전산화로 기존 은행권의 문화를 흔들었다. 2000년대에는 지주사 전환과 대형 인수·합병(M&A)로 금융그룹의 틀을 만들었다. 2010년대에는 내홍을 겪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2020년대에는 디지털, 글로벌, 비은행, 자본효율,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사태라는 아픈 내홍을 겪은 뒤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더 선명하게 인식했다”며 “지금은 리딩뱅크 재탈환을 넘어 ‘일류 금융그룹’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
-
엔씨, 1분기 영업익 1133억원…'리니지·아이온' 쌍끌이 반격
[경제일보] 엔씨가 ‘리니지 클래식’과 ‘아이온2’ 흥행을 앞세워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올해 연간 매출 목표로 제시했던 2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자신하며, 내년까지 신작 10여종을 추가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엔씨는 13일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결 기준 매출 5574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 당기순이익 15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전 분기 대비 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70% 급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0%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PC 게임 부문이다. 엔씨의 1분기 PC 게임 매출은 3184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온2’ 매출이 온기 반영됐고, 올해 2월 출시한 ‘리니지 클래식’ 흥행 효과가 더해지면서 PC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0%, 전 분기 대비 69% 증가했다. 타이틀별로는 ‘아이온2’가 1분기 136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게임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리니지 클래식’은 1분기 매출 835억원을 기록했고, 출시 후 90일 누적 매출은 1924억원으로 집계됐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연 매출 목표인 2조5000억원보다 훨씬 더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분기 실적이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기초로 매 분기 전년 동기 대비와 전 분기 대비 지속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엔씨가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리니지 클래식’의 장기 흥행 가능성이 있다. 박 대표는 출시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월간활성이용자와 일간활성이용자, PC방 점유율 등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 서버 ‘발라카스’ 오픈 이후 일매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용자층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기존 장년층 이용자뿐 아니라 20~30대 이용자도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엔씨의 설명이다. 과거 리니지 IP의 핵심 이용자층을 넘어 젊은 세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은 장기 서비스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존 ‘리니지 리마스터’와의 자기잠식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엔씨는 ‘리니지 클래식’ 출시 이후 ‘리니지 리마스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지만 예상보다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리니지 IP 이용자 기반과 매출은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아이온2’는 한국과 대만 시장에서 검증한 흥행력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6월 출시 6개월 기념 이벤트와 시즌4 업데이트를 통해 복귀 이용자를 다시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출시는 3분기로 예정돼 있으며 6월 초 서머 게임 페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엔씨는 ‘아이온2’의 글로벌 사전 지표가 기존 다른 서비스보다 좋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PC·콘솔 MMORPG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한국·대만에서의 성과가 그대로 재현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현지화 품질, 과금 구조, 라이브 운영 역량이 글로벌 흥행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1분기 모바일 캐주얼 매출은 리후후와 스프링컴즈 실적 반영으로 355억원을 기록했다. 엔씨는 앞서 3월 경영전략 간담회에서 레거시 IP 고도화, 신규 IP 확보, 모바일 캐주얼 사업을 3대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2030년 매출 5조원과 자기자본이익률 15% 이상 달성이 중장기 목표다. 홍원준 CFO는 2분기부터 저스트플레이 실적이 연결 반영되면 모바일 캐주얼 사업 매출 규모가 유의미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는 모바일 캐주얼 사업에서 2030년 1조5000억원 규모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엔씨가 기존 MMORPG 중심 체질에서 벗어나 수익 변동성을 낮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신작 라인업도 공격적이다. 엔씨는 2030년까지 20여종의 신규 타이틀을 선보일 계획이며, 내년까지 이 가운데 10여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공개된 라인업에는 오픈월드 슈팅 게임 ‘신더시티’,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등이 포함된다. 박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한두 타이틀이 성장했느냐 줄어들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예측 가능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정 대형 MMORPG 흥행에 의존하던 과거 엔씨의 실적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번 실적은 엔씨가 지난해까지 이어진 체질 개선과 비용 효율화 이후 반등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이 동시에 흥행하면서 PC 게임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모바일 캐주얼 인수 효과도 연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만 지속 성장 여부는 아직 검증 단계다. ‘리니지 클래식’의 초기 흥행이 장기 매출로 이어질지, ‘아이온2’ 글로벌 출시가 해외 이용자에게 통할지, 모바일 캐주얼 사업이 안정적인 이익률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형 신작 출시가 늘어날수록 마케팅비와 개발비도 함께 증가할 수 있어 수익성 관리도 중요하다. 엔씨의 올해 실적 전망은 기존 IP의 장기 흥행과 신작 출시 일정, 글로벌 확장 성과에 달려 있다. 1분기 성과만 놓고 보면 2조5000억원 매출 목표 달성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엔씨가 강조하는 ‘예측 가능한 지속 성장 모델’이 자리 잡으려면 여러 장르와 지역에서 반복 가능한 흥행 공식을 입증해야 한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2030년까지 20여종의 신규 타이틀과 모바일 캐주얼 성장 전략이 뚜렷한 만큼 2030년 매출 5조원 목표 달성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며 “예측 가능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26-05-13 17:21: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