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9건
-
-
'담합 논란' HD현대오일뱅크 "공개된 가격정보"…교환 시점은 공정위서 소명
[경제일보] HD현대오일뱅크가 가격정보 교환·담합 혐의와 관련해 거래처에 공지한 입금가가 시장에 신속하게 전파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은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 경영진·준법감시 부서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사무처는 지난 7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두 회사에 송부했다. 심사관은 두 회사가 202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입금가·확정가·판매정책 등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초에는 두 차례 입금가를 합의한 것으로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심사관의 판단으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은 향후 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된다. 심사관이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두 회사 합계 약 44조1000억원이다. 이는 혐의와 관련된 매출 규모로, 부당이익이나 소비자 피해액을 뜻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한 경제일보의 질의에 HD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세금 등을 고려해 입금가를 정하고, 결정 즉시 주유소·대리점 등 거래처에 알린다고 답했다. 이후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격정보가 시장에 빠르게 퍼진다는 설명이다. 입금가는 주유소와 대리점이 석유제품을 공급받기 전에 지급하는 대금의 기준이 되는 잠정 공급가격이다. 회사는 거래처에 공지된 가격을 경쟁사도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경쟁사와 교환한 정보가 이미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였으며, 가격과 판매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입금가 합의 혐의도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이라며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확인할 대목은 가격 공지와 경쟁사 정보교환의 시간 순서다. 거래처에 가격을 알린 뒤 경쟁사와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교환 당시 시장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등을 대조해야 회사의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설명을 검증할 수 있다. 회사는 이번 답변에서 구체적인 교환 시점이나 사례를 제시하지 않고 정식 심의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한 정보의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문제 삼은 대상은 입금가뿐 아니라 확정가와 판매정책도 포함한다. 반면 회사의 이번 답변은 입금가의 산정과 시장 전파 과정에 집중됐다. 확정가와 판매정책의 공개 시점, 경쟁사와 직접 정보를 교환한 목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경쟁사 접촉을 경영진이나 준법감시 부서가 알고 있었는지, 관련 보고·점검 절차가 있었는지도 물었다. 회사는 이 역시 정식 심의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답했다. 조사 이후 경쟁사 접촉 기준이나 가격 결정 절차를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준수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행한 조치나 변경 기준, 적용 시점은 답변에 담기지 않았다. 이번 회신만으로는 경쟁사 접촉 경위와 내부 보고·점검 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답변 유보 자체가 혐의나 내부통제 부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식 심의에서 관련 자료와 의견을 제출해 혐의를 다툴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검토한 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6-10-15 17:08:02
-
-
-
9월 물가 2.9%로 다시 2%대…유가·가공식품·IT기기 '불씨' 여전
[경제일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를 기록하며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휴대전화 요금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석유류와 가공식품, 컴퓨터·휴대전화 등 내구재 가격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워 물가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4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3.1%, 6월 3.2%까지 높아졌다가 7월 2.8%로 낮아졌고 8월 3.1%로 반등한 뒤 9월 다시 2%대로 내려왔다. 표면적인 상승률 하락에는 통신비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한시적인 휴대전화 요금 감면으로 비교 대상이 낮아지면서 올해 8월 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뛰어 보였던 효과가 9월에는 사라졌다. 국가데이터처는 해당 영향을 제외하면 8월 물가 상승률이 약 2.5%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9월 2.9%를 단순히 전월보다 물가 압력이 낮아진 것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서비스 가격의 오름폭은 둔화됐다. 공공서비스 상승률이 8월 6.5%에서 9월 1.5%로 크게 낮아지면서 전체 서비스 물가도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인서비스는 3.5% 올랐고 이 가운데 외식은 2.5%, 외식 이외 개인서비스는 4.3%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는 13.4%, 해외단체여행비는 19.3% 올랐다. 반면 상품 쪽에서는 상승 압력이 커졌다. 공업제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라 전체 물가를 1.38%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석유류가 14.8%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56%포인트 높였다. 경유는 20.0%, 등유는 19.5%, 휘발유는 11.8%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분의 국내 전가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고가격제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6%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했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3.5%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는 정책 효과를 반영한 정부 추정치다. 가공식품 가격도 다시 꿈틀거렸다. 가공식품 물가는 2.1% 올라 8월 1.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빵과 즉석식품, 냉동식품 등의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추석 할인행사가 실제 판매가격 상승을 일부 누그러뜨렸지만 원가 인상 압력 자체는 남아 있는 셈이다. 전자제품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랐다. 컴퓨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4%, 휴대전화기는 8.3% 뛰었다. 반도체·전자부품 가격 상승과 신제품 출시 등이 영향을 미쳤다. 내구재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과 함께 근원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전월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8% 올라 8월 3.4%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도 3.1%에서 2.7%로 내려왔다. 다만 두 지표 모두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농축수산물은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보다 0.3% 하락했고 농산물은 4.0% 떨어졌다. 추석을 앞둔 과일 출하 증가와 정부 할인 지원 등이 영향을 줬다. 신선식품지수도 3.3% 하락했다. 반면 축산물은 3.7%, 수산물은 4.5% 상승했다.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는 각각 6.6%, 7.2% 올랐고 고등어 8.6%, 갈치 12.9% 등 일부 먹거리 가격은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는 낮았지만 석유류와 축·수산물, 여행·보험 등 일부 생활밀착형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체감 부담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향후 물가의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와 원가 상승의 파급 정도가 될 전망이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석유류뿐 아니라 운송비와 항공료, 제조원가를 거쳐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가공식품과 전자제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물가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3.00%로 운용하고 있다.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해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9월 물가는 ‘2%대 복귀’와 ‘상방 압력 지속’이 동시에 나타난 지표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비 기저효과와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전체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석유류와 공업제품,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는 오히려 강해졌다”며 “연말 물가가 안정 흐름을 이어갈지는 국제유가와 환율, 기업들의 원가 전가 속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10-02 10:49:24
-
-
-
-
연휴 시작 전부터 귀성길 정체…서울→부산 최대 7시간30분
[경제일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귀성 차량과 평일 퇴근 차량이 겹치면서 전국 주요 고속도로의 정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지방 방향 정체는 오후 6∼7시 절정에 이른 뒤 2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을 613만대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51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5만대가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소 수요일보다 교통량이 많은 데다 오후부터 귀성 차량이 집중되면서 지방 방향의 혼잡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요금소 출발 기준 귀성길 최대 예상 시간은 부산 7시간30분, 광주 6시간50분, 목포 7시간20분, 강릉 3시간20분이다. 실제 소요 시간은 출발 시각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오후 3시 기준 예상 시간은 서울에서 부산 7시간, 울산 6시간40분, 대구 6시간, 광주 6시간20분, 목포 7시간, 대전 2시간30분으로 집계됐다. 오후 들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과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 중부고속도로 남이 방향 등을 중심으로 차량 흐름이 느려졌다. 오후 1시에는 경부고속도로 북천안에서 천안호두휴게소 부근까지 29㎞ 구간에서 차량이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분기점∼감곡과 문경2터널∼진남터널,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금광3터널 부근에서도 정체가 발생했다. 지방 방향 정체는 오전 6∼7시부터 시작돼 오후 6∼7시 가장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방향도 오전 7∼8시부터 차량이 늘었으며 오후 8∼9시께 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방향은 연휴 첫날인 24일까지 혼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휴에는 짧은 기간에 이동 수요가 집중된다. 국토교통부는 23일부터 27일까지 3093만명이 이동하고 고속도로에는 하루 평균 605만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추석보다 11.8% 늘어난 규모다.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684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귀성길은 24일 오전, 귀경길은 추석 당일인 25일 오후가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예상 시간은 귀성길 서울∼부산 10시간30분, 서울∼목포 10시간45분이다. 이날 정체를 피하더라도 연휴 첫날 오전에 출발하면 이동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4일 0시부터 27일 자정까지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는 면제된다. 23일 고속도로에 들어가 24일 빠져나오거나 27일 진입해 28일 진출하는 차량도 면제 대상이다. 하이패스 차량은 평소처럼 단말기를 켜고 차로를 통과하면 되고 일반 차량은 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받은 뒤 진출 요금소에 제출하면 된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에서는 같은 기간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 가격을 리터당 100원 인하한다. 출발 전 로드플러스나 고속도로 교통정보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시간 정체 구간과 예상 소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6-09-23 17:29:09
-
-
중앙아 광물외교, 악수는 끝났다…이제 광물이 와야 한다
[경제일보] 서울에서 손을 맞잡았다고 광물이 한국 공장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광산에서 원료를 캐내고, 정제시설에서 산업용 소재로 가공한 뒤 국경과 바다를 건너 수요 기업에 공급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자원외교가 공동선언보다 어려운 이유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16일 서울에서 첫 다자 정상회의를 열었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정상은 이재명 대통령과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 협력에 뜻을 모았다. 정상회의를 2년마다 개최하고 산업장관 협의체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의 기술과 중앙아시아의 자원을 연결할 정상급 협의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외교적 의미는 분명하다. 자원 확보는 기업의 구매계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광업권과 투자 인허가, 수출규제와 통관, 도로와 철도 건설에는 자원 보유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상 간 합의는 민간기업이 넘기 어려운 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회의와 연계한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19건의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카자흐스탄 국립야금광석연구소는 희소금속 분야의 단계별 공급망 협력모델을 발굴하기로 했다. 별도의 기업 상담회에서는 14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도 성사됐다. 다만 이 계약은 소비재 등 여러 분야를 포함한다. 핵심광물의 구매량과 인도 시점을 확정한 실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협력 문서에 서명하는 것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광물외교의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판단하려면 외교적 합의가 어느 단계까지 사업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탐사 결과가 투자 결정으로 이어졌는지, 채굴한 원료를 어디에서 정제할 것인지, 한국 기업이 어느 가격에 얼마를 구매하기로 했는지, 실제 납품은 언제 시작되는지가 그 기준이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광산에 자원이 묻혀 있다는 사실과 경제성 있는 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다르다. 품위와 매장량을 확인하고 사업성을 검증해야 한다. 채굴권을 확보한 다음에는 전력과 용수, 도로와 철도를 갖춰야 한다. 광석을 캤더라도 산업용으로 가공하지 못하면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생산에 곧바로 사용할 수 없다.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이 보여주는 교훈도 이 대목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6’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희토류 정제시장 점유율은 약 85%였다. 희토류를 제외한 주요 에너지 광물에서도 세계 최대 정제국의 평균 점유율은 2023년 70%에서 2025년 72%로 높아졌다.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일부 해외 자동차업체가 생산시설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시적으로 공장을 멈춘 사례도 나타났다. 광산을 확보해도 정제를 중국에 의존한다면 공급망의 취약성은 온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원료의 생산국을 다변화하는 것과 최종 산업소재의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광물을 한국에서 정제하는 것이 유일한 답인 것도 아니다. 광물의 종류와 생산 규모, 현지 전력비와 환경규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따져 가공시설의 입지를 정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경제성 있게 정제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자원 보유국의 이해관계도 중요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원료만 수출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가공산업과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수요가 있다. 한국이 광물을 확보하고 현지에는 일자리와 기술, 설비가 남는 협력 구조라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여지가 커진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양측이 원료 교역을 넘어 탐사부터 최종 제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협력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중앙아시아 특유의 물류 문제가 더해진다. 내륙의 광산에서 생산한 광물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여러 나라의 철도와 도로, 통관·환적 체계를 거쳐야 할 수 있다. 광산 개발비뿐 아니라 운송비와 운송 기간, 경유국의 정책 변화까지 공급계약의 경제성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광산 지분을 확보한 기업이 반드시 안정적인 공급처까지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운송로가 막히거나 정제시설이 지연되면 장부상의 자원은 생산현장의 원료가 되지 못한다. 이런 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정상외교는 자원 보유국과의 협의 통로를 마련하고 투자·통관·물류와 같은 제도적 문제를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매장량과 품위, 정제수율, 생산원가와 판매가격을 검증하는 일은 개별 사업의 경제성 판단에 속한다. 특히 자원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다. 외교적 합의가 사업의 위험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수요기업의 장기구매 계약이 없는 광산은 생산을 시작하고도 판로를 걱정할 수 있다. 반대로 구매처가 확실해도 정제 기술과 운송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약속한 가격에 납품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협력의 진척은 MOU 체결 건수와 함께 탐사, 사업성 검증, 투자 확정, 정제시설 건설, 장기구매 계약, 실제 인도 물량을 구분해 살펴볼 때 확인할 수 있다. ‘순자’ 권학편에는 ‘불적규보 무이치천리(不積蹞步 無以致千里)’라는 구절이 있다. 작은 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다. 자원외교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정상회의가 첫걸음이라면 광산 개발과 정제시설, 물류망과 구매계약은 그다음 걸음이다. 어느 하나를 건너뛰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다. 다음 한·중앙아 정상회의는 2028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한 정상급 협력체계의 진척을 살펴볼 자연스러운 시점이기도 하다. 그때는 협력 문서가 몇 건 더 늘었는지만으로는 사업의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렵다. 어느 광산에서 탐사가 끝났고, 어떤 기업이 투자를 확정했으며, 정제시설과 물류망은 어디까지 구축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계약이 체결됐다면 광종과 물량, 공급기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선적이 이뤄졌다면 성과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공급망 다변화가 이미 완성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반대로 아직 광물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교적 합의의 의미를 부정할 수도 없다. 장기 자원사업에는 그에 걸맞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이 달라지는가다. 자원외교의 최종 목적은 광산에 한국 기업의 이름을 새기거나 협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한국 산업이 필요할 때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 있다. 서울에서 맺은 약속은 이제 광산과 정제시설, 철도와 항만에서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차례다. 중앙아 광물외교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회담장이 아니라 공급망의 마지막 현장, 한국의 공장이다.
2026-09-17 13:00:00
-
현대차·기아 美서 내비 특허 피소…닷새 뒤 현대차 ADAS까지 소송
[경제일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차량 내비게이션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핵심 기술을 둘러싼 특허소송에 잇달아 휘말린 것으로 확인됐다. 첫 소송이 제기된 지 불과 닷새 만에 별도의 특허권자가 현대차의 자동 차선변경 기술까지 문제 삼으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인포테인먼트와 ADAS가 동시에 법정 쟁점으로 떠올랐다. 14일 본지가 미국 연방법원 공개기록을 확인한 결과, 미국 텍사스 소재 AutoNavigare LLC는 지난 8월 19일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현대자동차와 현대차 미국법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 기아, 기아 미국법인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번호는 2:26-cv-00712다. 담당 재판부는 로드니 길스트랩 연방판사이며 원고는 배심재판도 요구했다. 소송의 범위는 작지 않다. AutoNavigare 측은 현대차·기아 차량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운전자보조 시스템이 총 6개의 미국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쟁점 기술에는 지도 데이터 관리와 업데이트, 경유지 표시, 차량 위치 보정, 경로 탐색, 에너지 사용량 예측, 스마트폰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기의 연동 등이 포함된다. 단순한 화면 디자인이나 외관 문제가 아니라 최근 자동차 경쟁의 중심으로 올라선 소프트웨어와 차량 내 정보처리 기술을 겨냥한 셈이다. AutoNavigare는 소장에서 소송 전 현대차그룹 측에 관련 특허와 침해 주장을 알리고 특허 청구항과 제품을 비교한 자료까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향후 재판에서 고의침해 여부와 손해배상 범위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원고 측의 주장으로 현대차·기아가 해당 특허를 실제 침해했는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내비 소송 닷새 만에 ADAS까지…자동 차선변경 기능 겨냥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특허 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첫 소송이 접수된 지 닷새 뒤인 8월 24일, Wyoming Technology Licensing Inc.는 텍사스 북부연방법원에 현대차 미국법인(Hyundai Motor America)을 상대로 별도의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사건번호는 3:26-cv-02840이며 시드니 피츠워터 연방판사가 담당한다. 이 사건 역시 미국 특허법 35 U.S.C. §271에 따른 특허침해 소송이다. 이번에는 현대차의 SmartSense 계열 운전자보조 기술이 직접적인 표적이다. 원고 측은 현대차 차량의 자동 차선변경 및 차량 제어 기능이 미국 특허 9,505,343호와 10,046,696호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두 특허는 차량 주변을 감지하는 센서와 제어장치를 이용해 차선변경 과정에서 방향지시등이나 차량 움직임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과 관련돼 있다. 현대차의 실제 시스템과도 기술적 접점은 있다. 현대차가 공개한 2026년형 차량 매뉴얼에 따르면 Highway Lane Change Assist는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후측방 센서 등을 활용한다. 시스템이 차선변경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운전자가 방향지시 레버를 조작하면 조향을 보조하며, 차선변경 과정에서는 방향지시등도 작동한다. 하지만 기능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특허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특허의 개별 청구항을 어떻게 해석할지, 현대차의 실제 구현 방식이 해당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모두 충족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특히 Wyoming Technology Licensing이 이번 소송에서 제시한 두 특허는 2025년 1월 28일 이미 만료됐다. 소장 분석자료에 따르면 원고도 현재 차량 판매를 중단시키는 금지명령보다는 특허가 유효했던 기간의 침해를 전제로 한 과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는 자신을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비실시기업(NPE)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만 겨냥한 소송 아니다…완성차 업계로 넓어진 특허전 이번 소송을 현대차그룹만의 기술 리스크로 단순화 할 수는 없다. 두 원고 모두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유사한 특허소송을 진행해온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AutoNavigare는 지난 1월 30일 포드를 상대로 현대차 사건과 관련성이 높은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 특허 6건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고가 6월 3일 자진 취하 의사를 밝힌 뒤 재판부는 다음 날 사건을 with prejudice(동일 청구 재제소 불가) 방식으로 종결했다. 공개 법원기록에는 양측 합의 여부나 자진 취하 배경은 나타나지 않는다. AutoNavigare는 GM을 상대로도 같은 계열의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GM 사건에서도 지도 업데이트와 경로 탐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이 쟁점으로 제시됐다. Wyoming Technology Licensing 역시 현대차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올해 GM과 혼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을 상대로 차량 자동제어·방향지시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했으며, 현대차 소송을 낸 같은 날인 8월 24일 FCA US에도 별도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혼다 사건에서도 AcuraWatch 360의 자동 차선변경 기능과 같은 9505343호·10046696호 특허가 쟁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특허침해가 이미 확인됐다는 것이 아니라 닷새 간격으로 서로 다른 특허권자가 현대차그룹의 내비게이션과 ADAS라는 두 핵심 소프트웨어 영역을 동시에 법정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현대차그룹이 SDV 전환과 자율주행·ADAS 고도화를 미래 경쟁력의 중심에 놓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의 경쟁력이 기계적 성능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으로 이동할수록 특허 분쟁의 영역 역시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완성차업체들을 상대로 한 특허권자들의 소송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두 사건에서 어떤 방어 논리를 내놓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2026-09-14 07:00:00
-
-
주유소 휘발유, 정말 다 똑같을까…정유사 '별점' 뜯어보니
[경제일보] 운전자들이 주유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대개 가격이다. 같은 보통휘발유라면 어느 주유소에서 넣어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부가 매기는 자동차연료 환경품질등급을 살펴보면 정유사뿐 아니라 지역과 시기에 따라서도 세부 평가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다. 28일 업계와 환경당국 등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수도권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평가에서 국내 정유 4곳 가운데 3곳의 휘발유가 종합등급 ★5, 1곳이 ★4를 받았다. 같은 기간 남부권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정유 4곳의 휘발유가 모두 ★5를 기록했고, 수도권에서 ★4를 받은 업체도 남부권에서는 ★5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평가에서도 정유 4곳 모두 종합 ★5를 기록했다. 같은 회사가 공급하는 휘발유라도 환경품질등급이 항상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휘발유라도 세부 성분은 달라 그렇다면 같은 보통휘발유인데 왜 평가 결과가 달라질까.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휘발유는 모두 법령에서 정한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법정 기준을 만족하는 범위 안에서도 원유의 성상과 생산 시점, 정제공정 운영, 공급 여건 등에 따라 세부적인 성분과 조성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계절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증기압'이다. 증기압은 휘발유가 얼마나 쉽게 기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온이 높아지면 휘발유가 쉽게 증발하므로 계절에 따라 관리 조건도 달라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과도 연관돼 별도의 기준과 평가 기간을 두고 관리한다. 정유사별 휘발유 역시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제공정 운영 방식부터 휘발유를 구성하는 기재, 첨가제 등에 각사의 기술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배합이나 첨가제 구성은 각 업체의 제조·품질관리 영역인 만큼 외부에 상세하게 공개되지는 않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휘발유는 모두 관련 법령에서 정한 품질기준을 충족하지만 원유의 성상이나 생산 시점, 공정 운영, 계절적 특성 등에 따라 세부 성분이나 조성에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정유사별로도 정제공정이나 기재, 첨가제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환경품질등급 자체가 차량의 연비나 출력 등 주행 성능의 우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별 4개면 연비 떨어진다?…차량 성능과는 별개 정부가 휘발유 환경품질등급을 매길 때 살펴보는 항목은 방향족화합물과 벤젠, 올레핀, 황, 증기압, 90% 유출 온도 등 총 6개다. 자동차 연료 제조·공급업체의 환경품질 개선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 연료의 환경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따라서 별점은 자동차의 연비나 출력, 엔진 성능을 직접 나타내는 '기름 성능표'는 아니다. 이번 수도권 평가에서 ★4를 받은 제품도 벤젠과 방향족화합물, 황, 90% 유출온도에서는 모두 ★5를 받았지만 올레핀과 증기압에서 각각 ★1을 받으면서 종합 등급이 달라졌다. 경유의 경우 정유 4곳 모두 종합 ★5를 기록했다. 환경품질등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법정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휘발유는 별도의 법정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환경품질등급은 이를 통과한 연료를 대상으로 배출가스와 대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특성을 추가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운전자들이 흔히 접하는 고급휘발유와 보통휘발유의 차이 역시 환경품질등급과는 별개의 문제다. 두 제품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옥탄가다. 옥탄가는 엔진 내부에서 연료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하는 '노킹'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급휘발유는 보통휘발유보다 옥탄가가 높아 고옥탄가 연료를 요구하는 엔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다. 반면 환경품질등급은 연료가 배출가스와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고급휘발유라고 해서 환경품질 별점이 반드시 높거나 별점이 높은 휘발유가 높은 옥탄가를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는 모두 같은 법정 품질기준을 통과하지만 세부 성분과 조성까지 늘 똑같은 것은 아니다. 생산 시점과 계절, 원료와 공정 운영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정부의 환경품질 평가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별점 차이를 곧바로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이나 차량 성능의 차이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2026-08-29 08: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