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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1000만개…삼양 '짜르르', 정체된 시장서 프리미엄 안착
[경제일보] "정체돼 있고 잔잔한 시장에 확실한 차별화와 좋은 제품력으로 돌을 던져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양식품 명동 본사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본부장은 짜장라면 시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 본부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행사장 뒤편 주방에서는 흰 연구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한 번에 30개씩 짜르르를 끓여 기자들에게 내놓았다. 전국 짜장 맛집 100여곳을 돌며 맛을 분석하고 소스와 면 배합을 수백 차례 반복해 제품을 개발한 연구원들이 이날 직접 조리까지 맡은 것이다. 삼양식품이 짜장라면 한 제품에 이처럼 공을 들인 데는 정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6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국내 짜장라면 시장은 약 2600억원 규모지만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기존 '짜짜로니'와 다른 가격대와 제품 사양을 갖춘 프리미엄 '짜르르'를 앞세워 줄어드는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층 확보에 나섰다. 채 본부장은 "짜장라면은 신제품이 많이 나오는 시장도 아니고 굉장히 정체돼 있는 시장"이라며 "삼양식품은 짜짜로니라는 오래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짜장라면 카테고리에서 재기를 늘 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기존 제품을 교체하는 대신 가격대와 제품 특성을 세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짜짜로니를 유지하면서 맛과 원료, 제품 사양을 강화한 짜르르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실제 판매 성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올해 짜짜로니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해 짜르르 출시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회사는 짜르르가 기존 수요를 잠식하기보다 별도 수요를 형성하며 짜장라면 부문의 매출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제품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짜르르도 출시 초기부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약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기록하며 짜장라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삼양식품이 올해 짜르르에 세운 매출 목표는 100억원 이상으로 현재 목표치 달성을 앞두고 있다. 초기 흥행은 일시적인 공급 부족으로도 이어졌다. 온라인 사전 판매에서 소비자 주문이 몰린 데 이어 유통업체의 초도 발주까지 예상치를 웃돌면서 한때 생산 가능한 물량을 넘어섰다. 현재는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조정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채 본부장은 "짜르르만으로 순전히 매출 순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저가 제품뿐 아니라 프리미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여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 전략은 제품 설계에서도 드러난다. 짜르르는 삼양식품이 지난해 '삼양1963'을 통해 36년 만에 다시 적용한 우지 유탕 방식을 짜장라면으로 확장한 제품이다. 면을 우지로 튀긴 뒤 진한 고기 풍미의 액상소스와 소고기 다이스 등 두 종류의 후레이크를 더했다. 삼양식품 연구소는 제품 개발을 위해 전국 짜장 맛집 100여곳을 찾아 볶음향과 농도, 면의 굵기와 찰기, 소스가 배어드는 정도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1년 반 동안 소스 배합을 450회 이상, 면 배합을 300회 이상 반복하며 제품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과정에서 소스는 분말 대신 액상 형태를 택했다. 건조 과정에서 향미가 일부 사라지는 분말스프의 한계를 보완하고 춘장, 채소, 소고기 풍미를 보다 선명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다. 면 역시 진한 소스를 머금은 뒤에도 쉽게 퍼지지 않도록 기존 제품보다 두툼하고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은 "유탕면에는 기름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기름 자체의 본질을 바꿔야 짜장의 풍미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소고기 풍미와 고소한 향, 가열했을 때 살아나는 우지의 특성이 짜장소스와 만났을 때 깊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지의 풍미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 조리 방식도 달리했다. 짜르르는 일반적인 짜장라면처럼 면을 끓인 뒤 물을 버리지 않고, 우지로 튀긴 면에서 우러나온 풍미가 담긴 면수에 액상소스를 바로 섞는다. 면수에 남은 우지의 고소함과 짜장소스의 진한 맛을 함께 살리기 위한 방식이다. 직접 맛본 짜르르는 단맛보다 짭조름한 맛과 고기 풍미가 두드러졌으며 두툼한 면은 진한 소스를 머금고도 쉽게 퍼지지 않아 쫄깃한 식감을 유지했다. 기존 대중형 짜장라면과 맛, 식감에서 차별화를 두려는 제품 설계가 실제 시식에서도 비교적 뚜렷하게 느껴졌다. 삼양식품은 짜르르를 개별 신제품에 그치지 않고 '우지'를 활용한 제품군 확대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삼양1963에 이어 우지파개장과 짜르르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한 데 이어 향후 우지의 깊은 맛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맛과 제품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 김희정 삼양식품 상품팀장은 "삼양1963부터 짜르르까지 우지를 활용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단발성 신제품 출시를 넘어 우지를 삼양식품만의 핵심 헤리티지이자 자산으로 키워 국내와 해외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우지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동물성 원료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다른 만큼 수출이 가능한 국가를 우선 공략하고 있다. 삼양1963은 현재 미국 H마트와 일본 세븐일레븐 등에서 판매 중이며 향후 규제와 연구개발 여건을 고려해 수출 국가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시식회가 끝나갈 무렵에는 예정에 없던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도 행사장을 찾았다. 김 회장은 기자들의 테이블을 찾아 "제품을 계속 먹으면서 업그레이드해왔다"며 짜르르 개발 과정과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출시 약 100일 만에 1000만개 판매와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짜르르의 다음 과제는 초기 흥행을 장기 수요로 이어가는 것이다. 기존 짜짜로니와 수요층을 나누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할 경우 삼양식품의 투트랙 전략은 정체된 짜장라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10-07 13: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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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차례상' 대신 6900원 한 끼…명절 음식도 '1인분' 시대
[경제일보] 한 상 가득 차리던 추석 음식이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6000원대 도시락부터 소포장 송편, 김밥·주먹밥까지 명절 먹거리가 한 끼 단위로 다양해지면서 필요한 메뉴를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차례상 물가 부담에 1인 가구 증가와 명절 상차림 간소화 흐름까지 맞물리며 가족 단위 대량 조리 중심이던 명절 음식 소비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명절 간편식 구성을 도시락 중심에서 전·잡채 단품과 송편, 김밥, 주먹밥까지 확대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단위 '한 상 차림'에서 개인 단위 식사로 명절 음식 소비 방식이 세분화되면서 편의점이 새로운 명절 먹거리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례상 비용 5.1% 상승…차례는 줄고 상차림은 간소화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평균 5.1% 상승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전통시장 16곳과 대형마트 8곳, 가락몰 등 25곳에서 6인 가족 기준 성수품 34개 품목의 구매 비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는 29만711원, 전통시장은 24만5051원, 가락몰은 2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비용은 전년 대비 6& 올랐다. 여름철 폭염과 잦은 비의 영향을 받은 채소류가 평균 14.7% 상승한 가운데 애호박은 43.8%, 무는 24.9%, 도라지는 23% 각각 뛰었다. 축산물도 평균 7.4% 올라 돼지고기 가격이 18.5% 상승했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구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가구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27.3%로 지난해 40.4%보다 13.1%포인트 감소했다.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 가운데 50.9%는 '전통 예법에 맞춘 간소화'를 선택해 명절 상차림을 축소하려는 경향도 나타났다. 가구 구조 변화도 명절 식문화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824만4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6%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19만9000가구 늘며 1인 가구 비중도 36.1%에서 0.5%포인트 상승했다. 도시락에서 전·송편·김밥까지…명절 음식도 '필요한 만큼' 편의점업계는 명절 음식을 한 끼 또는 소량 단위로 나눈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변화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GS25는 잡채·떡갈비·각종 전과 송편 등을 9칸 용기에 담은 '이달의 도시락 한가위편'을 6900원에 판매한다. 도시락 외에도 잡채와 전을 함께 구성한 6900원 '추석 잡채&전', 불고기와 나물을 넣은 3700원 김밥, 곤드레나물밥에 맥적구이를 더한 1900원 주먹밥까지 상품군을 확대했다. CU는 간장불고기, 잡채, 모둠전, 나물 3종 등을 담은 '풍성 한가위 정찬 도시락'을 6500원에 내놨다. 명절 음식을 한꺼번에 담은 도시락뿐 아니라 잡채와 전만 별도로 구성한 5600원 단품 상품과 8알로 소포장한 3500원 '참깨송편'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명절 간편식 범위를 도시락에서 김밥과 무스비까지 넓혔다. 떡갈비김밥과 고기산적무스비를 각각 3600원과 2400원에 출시하고 소불고기·모둠전·나물 등 11가지 반찬을 담은 '복가득담은한상도시락'을 6900원에 선보였다. 이마트24 역시 돼지불고기와 전 3종, 잡채, 삼색나물에 미니 찹쌀약과까지 담은 6900원 '한가위보름달만찬'을 판매한다. 올해 편의점 명절 간편식의 특징은 단순히 도시락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상품 형태 자체를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한 끼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는 도시락과 함께 준비하기 번거로운 전·잡채 같은 단품 요리, 소포장 송편, 김밥·주먹밥 등으로 선택지가 세분화되면서 소비자가 필요한 음식과 양을 직접 조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명절 도시락 3년째 두 자릿수 성장…1인 가구 밀집지 60.5% 차지 실제 명절 기간 편의점 간편식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U의 명절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023년 18.5%, 2024년 20.8%, 지난해 12.2% 늘어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가 집중되는 지역에서도 1인 가구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CU의 명절 연휴 도시락 매출 가운데 대학가, 원룸촌,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비중은 60.5%에 달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추석이 포함된 달 명절 간편식 매출을 분석한 결과 삼각김밥과 도시락 매출이 전년 추석 기간 대비 각각 23%, 15% 증가했다. 이마트24에서도 지난해 출시한 추석 도시락 '추석명절큰.Zip'이 출시 이후 열흘간 전체 도시락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등 명절 간편식 수요가 확인됐다. 올해 편의점 4사가 일제히 도시락뿐 아니라 단품과 소포장 상품까지 구색을 확대한 배경이다. 명절 음식의 간소화는 가족 단위 대량 조리에서 개인 단위 소량 구매로 소비 방식을 이동하고 있다. 차례상 물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 상차림 간소화가 맞물리면서 명절 대표 음식을 일일이 준비하기보다 원하는 메뉴를 소량 구매해 명절 분위기를 즐기는 수요가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2026-09-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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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먹던 추석상, 이제는 간편 '한 끼'로…편의점 4사 '혼명족' 공략
[경제일보] 추석 명절 음식 소비가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한 상 차림에서 1~2인 가구 중심의 간편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편의점 4사는 전·잡채·나물·불고기 등 전통적인 명절 메뉴를 정찬 도시락, 단품요리, 김밥·주먹밥, 소포장 송편 등으로 재구성하며 1~2인 가구와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하기보다 먹고 싶은 메뉴만 골라 적은 양으로 구매하려는 소비가 늘면서 명절 음식의 종류는 유지하되 분량과 취식 방식은 개인 단위에 맞춘 '1인 추석상'이 편의점의 새로운 명절 상품군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최근 3년간 명절 연휴 기간 명절 도시락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3년 18.5%, 2024년 20.8%, 지난해 12.2%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명절 연휴 도시락 매출을 입지별로 분석한 결과 대학가와 원룸촌, 오피스텔 등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 비중이 60.5%에 달했다. 혼자 명절을 보내거나 직접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간편하게 명절 분위기를 즐기려는 소비가 편의점 매출로 이어진 셈이다. CU는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올해 추석 간편식을 정찬 도시락부터 단품요리, 디저트까지 나눠 구성했다. 오는 15일 출시하는 '풍성한가위 정찬 도시락'에는 간장불고기·잡채·오미산적·김치전·해물부추전·시금치·고사리·도라지 등 나물 3종을 담았다. 잡채와 전만 따로 즐기려는 고객을 위한 '풍성한가위 잡채 모둠전'도 함께 선보인다. 이달 9일에는 흰송편 4알과 쑥송편 4알을 담은 '참깨송편'을 출시해 명절 디저트까지 8알 소포장 형태로 구성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명절에도 필요한 음식만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데 맞춰 정찬·단품요리뿐 아니라 추석 디저트까지 상품 구성을 확대했다"고 했다. GS25는 명절 대표 음식을 도시락과 전·잡채 간편식에 이어 김밥과 주먹밥까지 다양한 편의점 간편식 형태로 구성해 고객 선택지를 넓혔다. 지난 1일 출시한 '이달의 도시락 한가위편'은 9칸 용기에 흑미밥, 전주비빔밥, 유채나물밥 등 밥 3종을 비롯해 잡채와 떡갈비, 양념닭갈비, 닭강정, 오미산적·옥수수전·계란말이 등을 담았다. 후식으로 송편 2개도 함께 구성해 한 팩 안에서 명절 식사를 마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5일에는 전과 잡채를 반반씩 담은 '추석 잡채&전'과 불고기·나물 등 6가지 재료로 비빔밥 맛을 구현한 '추석 불고기고추장비빔 김밥'을 출시한다. 22일에는 곤드레나물밥에 맥적구이를 올린 '추석 맥적구이 주먹밥'도 선보인다. 도시락 한 팩에 명절 음식을 모으는 방식뿐 아니라 김밥과 주먹밥처럼 평소 편의점에서 익숙하게 구매하는 형태로 추석 메뉴를 바꿔 혼자서도 필요한 양만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GS25 관계자는 "혼자 추석을 보내는 고객이 늘면서 명절 음식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먹거리를 통해 명절 분위기를 느끼며 한 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식사부터 후식까지 한 도시락에 넣은 '올인원' 구성으로 혼명족을 겨냥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판매한 '추석명절큰.Zip' 도시락은 출시 직후인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이마트24 도시락 카테고리 매출 2위에 올랐다. 이마트24는 올해도 편의점에서 명절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오는 16일 '한가위보름달만찬'을 출시한다. 도시락에는 흑미밥과 한돈돼지불고기, 꼬치전·닭가슴살두부전·김치전 등 전 3종, 잡채, 고사리·콩나물·시금치 등 삼색나물을 담았다. 여기에 별도 포장한 미니 찹쌀약과까지 더해 총 10가지 메뉴로 식사와 후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9월 말까지 모바일 앱으로 사전예약한 뒤 제휴수단으로 결제하면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물가 부담도 낮췄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한 끼 식사뿐 아니라 후식까지 하나의 도시락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혼자 추석을 보내는 고객이 간편하게 명절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대표 음식을 알차게 담았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고객 의견을 반영해 도시락 중심이던 명절 간편식 구성을 김밥과 무스비까지 확대했다. 실제 지난해 추석 기간 명절 콘셉트 상품 매출은 전년 추석 대비 삼각김밥 23%, 도시락 15% 각각 증가했다. 상품 기획에 앞서 진행한 고객 의견 수렴에서는 기존 도시락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명절 간편식을 원하는 수요와 새로운 반찬 추가, 연휴 전후 충분한 판매 기간을 원하는 요구가 확인됐다. 이를 반영해 '복가득담은떡갈비김밥'과 '복가득담은고기산적무스비'를 먼저 선보였으며 오는 15일에는 소불고기와 김치전·동그랑땡 등 모둠전, 오리훈제구이, 무청된장나물·고사리볶음·무나물볶음 등 총 11가지 반찬을 담은 '복가득담은한상도시락'을 출시한다. 김밥과 무스비에는 세븐일레븐 명절 간편식 최초로 '라이스 프로젝트(Rice Project)' 기술을 적용했다. 냉장밥의 노화를 늦추고 수분을 유지해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아도 촉촉한 밥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명절 연휴 동안 가까운 편의점에서 명절 음식을 즐기려는 고객 수요가 매년 늘고 있어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상품 구성을 다각화했다"고 밝혔다.
2026-09-08 10: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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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인의 날' 기념식…삼성 이진엽·SK하이닉스 장지은 훈장
[경제일보] 기업 연구자의 성과를 기리는 ‘기술개발인의 날’이 올해 처음 법정 국가기념일로 치러졌다. 정부는 연구개발 성과가 실증과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연구자가 실패 부담과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2026 기술개발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술개발인의 날은 지난 2월 시행된 ‘기업부설연구소 등의 연구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9월7일로 지정됐다. 국내 기업부설연구소가 1만개를 넘어선 2004년 9월7일을 기념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10월24일 기념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기념일로 격상됐다. 정부가 말하는 기술개발인은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다. 2024년 기준 약 45만명으로 국내 전체 연구인력 61만명의 70%를 웃돈다. 지난 6월 기준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는 약 7만개다. 기념식에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포상 55점과 부총리 표창 35점, 우수연구자상 11점 등 총 101점이 수여됐다. 과학기술훈장 혁신장(2등급)은 이진엽 삼성전자 플래시개발실 부사장이 받았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산한 1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와 2013년 상용화한 3차원 수직 적층 낸드(V낸드)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400단 이상 차세대 V낸드와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낸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웅비장(3등급)은 송근석 HK이노엔 부사장과 장지은 SK하이닉스 부사장이 수상했다. 송 부사장은 식전 복용과 약효 지연 문제를 개선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개발을, 장 부사장은 초고용량 서버 D램과 저전력·고대역폭 모바일 메모리 개발을 주도했다. 과학기술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비행제어법칙을 독자 개발한 고기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팀장을 비롯해 류진호 포스코 연구위원, 박우진 LS일렉트릭 글로벌제품개발연구단장, 이호기 삼성중공업 친환경연구센터장에게 돌아갔다. 한 총리는 “연구자들이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성실한 실패는 용인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는 과감히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구성과가 스케일업과 실증,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형 연구개발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가기념일 지정은 기업 연구자의 사회적 위상을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 현장이 체감하려면 포상을 넘어 장기 연구를 가로막는 단년도 평가, 과도한 행정 부담, 중소기업 연구인력 부족과 처우 격차를 줄이는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2026-09-07 1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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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셀렉스까지…매일유업이 57년간 찾은 '영양의 빈칸'
[경제일보] 매일유업은 지난 57년간 소비자에게 부족한 영양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해왔다. 1969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기 낙농사업으로 출발해 1974년 영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에 나섰고 이후에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까지 개발하며 영양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아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수요에는 '셀렉스'를 선보였으며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유와 오트음료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질환·연령·소화 능력·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미충족 수요를 찾아 영양 설계와 유가공 기술로 제품화해온 것이다. 우유와 분유에서 시작한 기술이 50여년 뒤 중장년·고령자·환자의 영양관리까지 이어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농보국'에서 시작한 57년…우유·분유로 식품사업 기반 구축 출발점은 우유였다.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낙농가공은 1969년 2월 '낙농보국'을 창업정신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김복용 창업주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자본금 3억원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공급할 낙농 기반 확보가 먼저였다. 매일유업은 1972년 미국산 처녀우 850마리와 호주산 임신우 850마리를 들여왔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젖소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원유 공급 기반을 넓혔다. 이렇게 확보한 낙농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호남공장을 준공해 테트라팩 우유 생산에 들어갔으며 1974년에는 중부공장을 가동해 조제분유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생산 기반을 갖춘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1981년 매일분유를 중동에 수출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유가공 역량을 해외시장으로 연결했다. 우유와 분유에서 쌓은 식품 제조·유통 역량은 냉장주스, 발효유, 컵커피와 같은 인접 식품군으로 이어졌다. 1992년 국내 최초 냉장주스 '썬업'을 출시한 데 이어 컵커피·발효유·두유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한 식음 수요를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반복해온 방식은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식생활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찾아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기존 매일유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바뀌고 우유와 분유 등 유가공 사업은 새로 출범한 매일유업이 맡는 방식으로 분리됐다. 회사의 법인 구조는 달라졌지만 생산시설과 브랜드, 유가공 사업의 역사는 1969년 창립 때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락토프리까지…작은 영양 수요도 제품으로 매일유업의 사업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매출 규모가 큰 우유나 커피보다 1999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와 쌀밥 같은 일상적인 식품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렵다. 매일유업은 이런 환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성분은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특수분유 생산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특수분유는 효율성이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는 약 350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일반 제품과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때마다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설비를 별도로 세척한 뒤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수익성보다 반드시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매일유업이 강조해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특정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출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락토프리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유당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닐슨 집계 기준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2019년 300억원대에서 2023년 약 8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출시 19년 만에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넘어서는 등 우유 섭취에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를 새로운 유제품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선보인 상하목장은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원료와 생산 방식, 품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했다. 일반 백색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유기농 원유와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소화 여부에 따른 수요를 겨냥했다면 상하목장은 원료와 생산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제품에 반영해 동일한 우유 시장 안에서도 소비 기준을 한층 세분화한 사례다. 분유 기술을 중장년·환자까지…셀렉스·메디웰로 '평생 영양' 공략 인구구조 변화는 매일유업이 공략해야 할 영양 수요의 방향도 바꿨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는 커졌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춰 분유에서 축적한 영양 설계 역량을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 2018년 선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설립해 중장년층의 근육과 단백질 섭취를 연구했다. 이후 △분말형 단백질 △RTD 음료 △프로틴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분유가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설계한 제품이었다면 셀렉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는 고령자와 환자로도 이어져 매일유업은 전문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세분화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푸드테크 기업 슈팹과 환자·고령자 맞춤형 영양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의료기관의 임상 역량과 식품 기술을 결합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연령과 상태에 맞춰 분유를 설계했던 방식이 중장년, 고령자, 환자의 상태별 영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영양 수요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유가공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국산 우유를 UF 공법으로 3배 농축한 단백질 RTD 음료 '퓨어틴'을 출시했다. 330㎖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으면서 유당은 제거했다. 2005년 락토프리 우유에 활용했던 여과 기술을 최근 커지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영양의 빈칸은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과 환경,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일유업도 콩, 아몬드, 귀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기존 매일두유에 아몬드브리즈를 더한 데 이어 2021년 귀리를 활용한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유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매일유업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첫 두유 제품인 '콩물두유' 3종도 출시했다. 국산 서리태를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유기농 유제품 중심이던 상하목장 브랜드를 식물성 음료까지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일유업이 식물성 음료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신제품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깝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매일유업의 고객은 점차 연령과 원료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일유업은 영유아용 분유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중장년층 대상 단백질 제품, 환자·고령자용 균형영양식, 식물성 음료까지 고객별 생애주기와 식습관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뉴트리션 영업익 338%·수출 26% 증가…백색우유·해외 수익성은 과제 이러한 전략은 올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매일유업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9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54.3%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각각 4.8%, 64.4% 증가했다. 특히 조제분유와 성인영양식 등이 포함된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뉴트리션 매출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2.7%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338.3% 늘었고 2분기만 보면 매출 632억원으로 16.4%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억원에서 27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가공 부문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션 사업이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유 사업에는 최근 출생아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4만5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도 2만3111명으로 15.6% 증가해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일유업도 출생아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를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에 맞춰 조직 구조도 재정비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헬스앤뉴트리션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100%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올해 5월 다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뉴트리션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과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을 한데 묶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에서 키워온 셀렉스 사업을 본체로 편입해 기존 유가공·영양 연구 역량과 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영양 제품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내수 매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6%에서 5.6%로 높아지면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매일두유와 셀렉스 등 8개 제품을 미국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며 현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저당·고단백 두유와 콜라겐 제품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세분화해온 식물성·건강관리 수요를 미국의 'K-웰니스' 소비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수분유 역시 해외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을 통해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를 현지에 공급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백명의 환자를 위해 유지해온 제품을 해외 희귀질환 환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 해외 판매 접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쳤고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인 북경매일유업유한공사와 매일호주유한회사는 각각 7억원과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현지 사업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향후 해외사업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백색우유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매일유업의 원유 매입가격은 ℓ당 1359.97원으로 지난해 말 1357.71원, 2024년 말 1343.9원보다 높아졌다. 백색우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매입 부담은 쉽게 낮추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하반기 백색우유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조제분유와 셀렉스 등 뉴트리션, 식물성 음료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영양의 빈칸'을 발견하는 감각보다 그 빈칸을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키워내는 힘이다. 국내 유업시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의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고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 경쟁력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난 57년간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구현해온 역량이 향후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매일유업의 다음 성장 곡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영양 수요를 발굴해 보다 건강한 식음료로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축적한 영양 설계 기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소비자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온 진정성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장노년층 영양식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조제분유와 식물성 음료, 셀렉스 등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등 수출 활로를 확보해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31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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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한 끼'는 옛말…간편식, 맛·품질 고급화 속도
[경제일보]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간편식 수요가 커진 가운데 소비자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면서 맛과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식품·유통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점 인기 메뉴와 온라인에서 판매 반응을 확인한 제품을 가정간편식(HMR)으로 확장하고 방송 경연 우승작을 상품화하는 한편 원재료와 제조 기술을 개선해 밥맛 자체를 높이는 등 단순한 조리 편의성을 넘어 외식과 간편식 간 품질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BBQ 그룹은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온라인 등에서 판매 반응을 확인한 인기 HMR을 중심으로 '2026 BBQ 추석 선물세트' 3종을 출시한다. 올해 선물세트는 △든든한 세트 △황금한상 세트 △감사명가 세트 등으로 구성됐다. 치킨부터 국·탕류, 구이, 강정, 식사·간식류까지 최대 13개 제품을 담아 명절 이후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판매 호응을 얻은 뒤 최근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판매처를 넓힌 'BBQ 오븐구이 닭다리살'을 모든 선물세트에 포함했다. 허브솔트와 자메이카 2종 가운데 자메이카 제품은 BBQ의 인기 외식 메뉴인 '자메이카 통다리구이'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을 HMR에 구현했다. 매장에서 쌓은 메뉴 경쟁력과 온라인에서 확인된 소비자 반응을 간편식 상품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BBQ는 온라인과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해 제품별 반응을 확인한 뒤 판매 채널과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간편식 사업도 성장세다. 올해 상반기 BBQ의 HMR 유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 외식 브랜드의 대표적인 맛을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가 매출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BBQ 관계자는 "온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HMR 제품을 중심으로 추석 선물세트를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선호가 검증된 제품을 바탕으로 상품군과 판매 접점을 확대해 명절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방송을 통해 이미 평가받은 메뉴를 간편식으로 구현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아워홈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의 우승 메뉴인 '찬또배기 고기듬뿍 순대전골'을 출시했다. 제품은 지난 13일 방송된 '안주 대결'에서 가수 이찬원이 선보여 우승한 '깨 폭탄 순대전골'을 상품화했다. 깻잎과 들깨가루를 활용한 국물에 고기순대와 고기 건더기, 얼갈이, 버섯 등을 넣어 방송에서 선보인 메뉴의 특징을 살렸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1인 전골 제품으로 재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직접 재료를 준비해 끓여야 하는 전골의 조리 부담은 낮추면서 한 끼 메뉴로서의 푸짐함은 유지했다. 간편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식과 급식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아워홈은 지난 14일부터 컬리너리스퀘어 '하이밥' 여의도 IFC몰점과 '우리가김치' 인천공항 T1점, '금포반상' 김포공항점에서 해당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18일부터 전국 구내식당에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방송 경연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맛을 평가받은 메뉴를 HMR로 상품화한 뒤 외식과 단체급식으로 재확장하는 구조다. 아워홈 관계자는 "찬또배기 고기듬뿍 순대전골은 방송을 통해 맛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메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편스토랑 우승 메뉴를 간편식에 그치지 않고 외식과 단체급식 등 다양한 채널로 확장해 소비자 접점을 넓혀갈 "이라고 했다. 편의점에서는 상품의 기본인 '밥맛'부터 바꾸며 품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4월 데일리 푸드 품질 개선 사업 '라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올 뉴(All New) 간편식'은 출시 약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약 16만개가 판매된 셈이다. 리뉴얼 이후 매출 증가 폭도 커졌다. 올해 1분기 세븐일레븐의 삼각김밥과 김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6% 증가했지만 올 뉴 콘셉트로 전환한 4월 이후 현재까지 증가율은 각각 33%, 28%로 높아졌다. 리뉴얼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세븐일레븐은 간편식 수요 확대에 대응하면서 가격이나 토핑 경쟁보다 밥의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약 1년 동안 '언제,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밥'을 목표로 냉장밥 노화 방지와 수분 보존 기술을 구축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고 냉장 상태에서 바로 먹어도 밥의 수분감과 찰기를 유지하도록 제조 방식을 개선하고 상품별 재료와 소스량,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물의 양 등도 조정했다. 삼각김밥과 김밥에 적용했던 기술은 초밥으로 확대한다. 새롭게 출시한 '올 뉴 유부초밥'과 '올 뉴 더커진 유부초밥'에도 라이스 프로젝트 기술을 적용했다. 초밥 전용 초대리와 일본산 유부피를 사용하고 당근과 우엉, 검정깨 등 속재료도 늘렸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모든 미반 간편식으로 올 뉴 콘셉트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16년부터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 모든 미반 상품에 삼광미를 사용하고 도정 3일 이내 쌀로 밥을 짓는 등 원재료 관리도 이어가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 간편식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브랜드별 상품 품질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삼각김밥과 김밥, 초밥에 이어 모든 미반 간편식에 라이스 프로젝트의 '올 뉴' 콘셉트를 확대 적용해 기본 품질부터 차별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18 10: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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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승인…공정위 "경쟁 제한성 낮다"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그룹 계열사 엔에스쇼핑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승인하면서 유통·식품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 재편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식품 유통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채널의 수익성 악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생산 기반을 갖춘 식품기업이 유통망까지 확보하는 ‘수직계열화 확장’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엔에스쇼핑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영업양수 건(1206억원)에 대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거래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에 포함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공정위는 회생계획 이행 필요성을 고려해 신속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의 핵심은 시장 집중도였다. 공정위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시장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점유율이 높지 않고 온라인 유통채널과 대형 식자재마트·중대형 슈퍼마켓 등 인접 시장의 경쟁 압력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몇 년간 신선식품을 포함한 온라인 식품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SSM의 가격 결정력과 고객 흡인력이 약화된 점도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이번 결합으로 총 13개의 결합 형태가 발생한다. 우선 하림의 생산·제조 부문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유통망이 결합되는 11개의 수직결합이 형성된다. 대상 품목은 닭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 신선육을 비롯해 식육가공품, 라면, 즉석밥, 냉동만두, 가정간편식(HMR), 펫푸드 등이다. 또 엔에스쇼핑의 TV홈쇼핑·온라인몰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결합되는 2개의 혼합결합도 발생한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닭고기 관련 3개 수직결합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결합은 시장점유율이 낮아 경쟁 제한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하림의 주력 사업인 닭고기(계육) 부문이었다. 생산과 유통이 결합될 경우 경쟁 업체가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유통업체가 특정 공급자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SSM 시장 내 점유율이 경쟁사 대비 낮고 일반 슈퍼마켓까지 포함한 인접 시장 기준으로는 약 2%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쟁 계육 업체가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경쟁 유통업체가 하림 제품 공급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인수로 하림은 식품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하림은 곡물 조달과 사료 생산을 시작으로 축산, 도축, 가공, 물류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여기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더해지면서 최종 소비자 접점까지 확보하게 됐다. 또한 엔에스쇼핑이 보유한 TV홈쇼핑과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유통 전략도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유통 확장이 아니라 ‘식품 생산기업의 유통 내재화’라는 점에서 기존 유통 대기업 중심 구조에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에 대해 “급격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기업결합은 신속히 심사하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거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6-12 10: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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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안정, 정치보다 시급한 민생 과제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숫자를 본다. 어느 당이 어디를 지켰고 어디를 잃었는지 따진다. 책임론도 나오고 쇄신론도 뒤따른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한다. 마트 계산대 앞에 찍힌 금액이다. 식당 메뉴판에 오른 점심값이다. 쌀과 고기와 채소를 담은 장바구니의 무게다. 정치가 민심을 말하려면 먼저 밥상 앞에 서야 한다. 선거 결과를 아무리 정교하게 해석해도 국민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민생 정치는 공허해진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는지가 아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돈으로 같은 식탁을 차릴 수 있는가다. 최근 물가 흐름은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대를 기록했고 생활물가도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계상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여전히 무겁다. 쌀값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축산물 가격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전체 지표가 내려갔다고 해서 국민이 밥상물가 안정을 체감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평균은 안정돼도 필수 품목 몇 개가 오르면 가계부는 곧바로 흔들린다. 물가 안정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국민 생활의 기본 조건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크다. 같은 물가 상승률이라도 고소득층에는 불편이고 저소득층에는 압박이다. 밥상물가가 흔들리면 인간다운 생활의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장 가격은 명령으로 오래 버티지 않는다. 농산물은 날씨에 흔들리고 축산물은 가축전염병에 흔들린다. 수입 물가는 환율과 국제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유통 비용과 인건비도 가격에 반영된다. 밥상물가는 한 부처의 보도자료 몇 장으로 잡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유통, 비축과 수입, 방역과 기후 대응, 취약계층 지원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할인 지원과 할당관세는 필요하다. 당장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할인은 응급 처방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행사 기간에만 싸지는 가격이 아니라 평소에도 감당 가능한 가격이다. 명절 대책처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체감 효과가 빠르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민생 대책이라면 한 달짜리 할인보다 1년 뒤에도 작동하는 수급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의 갈등은 늘 소리가 크다. 여야의 말싸움은 기사 제목을 만들기 쉽고 책임 공방은 지면을 채우기 쉽다. 그러나 국민 삶을 오래 붙드는 장면은 따로 있다. 시장 상인의 한숨, 맞벌이 부부의 장바구니, 노년층의 식비 부담, 자영업자의 원가 압박이다. 정치의 말만 따라가면 민생의 소리를 놓친다. 정치보다 민생이 먼저라는 말은 그만큼 절박하다. 밥상물가는 숫자와 현장을 함께 봐야 하는 분야다. 소비자물가지수만 보고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일부 품목 가격만 보고 위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통계는 방향을 보여주고 현장은 체감을 보여준다. 정책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가 국민의 장바구니와 어긋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이 아니라 정책의 설명력과 집행력에 있다. 정치권은 선거 이후 늘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은 거창한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이 매일 사는 쌀과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도 개혁이다. 유통 단계의 불합리한 비용을 줄이는 일도 개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산물 수급 예측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도 개혁이다. 취약계층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떠안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다듬는 일도 개혁이다. 밥상물가를 정쟁의 소재로 쓰는 것은 쉽다. 정부 탓이라고 몰아붙이기도 쉽고 전 정부 책임이라고 돌리기도 쉽다. 그러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의 승자가 아니다.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줄이는 결과다.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길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쌀과 축산물 등 필수 품목의 가격 흐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유통 단계별 비용과 마진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가격 상승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료품 지원을 더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물가 대책은 전 국민을 향한 큰 구호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가계를 향한 세밀한 정책이어야 한다. 정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가 시작되고 당내 권력의 셈법도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국민의 시간은 다르다. 오늘 저녁 장을 봐야 하고 내일 점심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 차이를 모르는 정치는 민심을 읽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밥상은 국민 생활의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정치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자리다. 그곳에서 민심이 생기고 불만도 쌓인다. 물가를 잡지 못한 정치가 민생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승패의 해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 식탁 위의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다. 밥상물가 안정은 정치보다 앞서는 민생 과제다.
2026-06-05 0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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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아성' 수성이냐, '제2공항' 탈환이냐…'안갯속' 서귀포 재보선
[경제일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주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제주 정가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3선 의원인 위성곤 전 의원이 제주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며 공석이 된 자리로 단순히 의석 하나를 넘어서는 ‘제주 정치의 심장부’를 둔 자존심 대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양수산 행정 전문가인 김성범 전 차관,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고기철 전 제주도당위원장을 각각 전략공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서귀포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6년간 민주당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민주당의 아성’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2024년 총선 당시 위성곤 후보(54.0%)와 고기철 후보(45.99%)의 격차는 8.01%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시권에 들어온 ‘탈환 가능 지역’인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제주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며 ‘위성곤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높은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위 전 의원의 조직력을 승계하려는 김 후보와 ‘민주당 장기 집권 피로감’을 파고들며 제2공항이라는 실익을 내세운 고 후보의 전략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김 후보는 해양수산부 요직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귀포의 바다와 숲을 잇는 해양치유·산림휴양 관광벨트 조성,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재생에너지와 AI를 결합한 미래 먹거리 육성 등이 그의 핵심 카드다. 행정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올 ‘실행력 있는 적임자’라는 논리다. 반면, 고 후보는 제2공항 조속 추진을 통한 지역경제의 극적인 반등을 약속한다. 서귀포 혁신도시에 한국마사회를 유치하고 레저·스포츠 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지역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농어민수당 월급제 도입과 물류 지원 확대 등 민생 밀착형 공약 역시 강력한 ‘탈환’의 의지를 보여준다. 제2공항이 가를 승부의 추…투표용지 5장의 변수 가장 큰 쟁점은 단연 제주 제2공항이다. 두 후보 모두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속도와 방법론에서 결을 달리한다. 김 후보는 ‘절차적 신뢰와 도민 합의’에 무게를 두는 반면, 고 후보는 제2공항을 제주 성장의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조기 추진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앞서 2022년 대선 당시 성산읍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선례를 볼 때, 동부권 표심이 이번 보선의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최근 KBS제주방송총국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KBS제주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2026년 4월 13~14일, 제주도 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안심번호 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제주 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68%)이 국민의힘(9%)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의석을 양당이 5:5로 양분했을 만큼 바닥 민심의 지형이 팽팽하다.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 비례대표, 국회의원 보궐까지 5장의 투표용지가 유권자 앞에 놓인다. 표심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범 ‘전문성’ vs 고기철 ‘재도전 서사’…조직의 민주당 vs 추진력의 국민의힘 두 후보의 대결은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전략적 지향점이 명확히 갈리는 한판승부다. 김 후보의 핵심 자산은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풍부한 행정 경험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다. 여기에 위 전 의원이 다져놓은 견고한 지역 기반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만,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신인’으로서 전략공천에 따른 유권자의 낯섦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느냐가 숙제다. 제주 전역의 높은 정당 지지도와 위 전 의원과의 ‘러닝메이트 효과’는 강력한 기회 요인이지만, 제2공항 조기 추진을 갈망하는 성산·동부권의 반감과 지역 밀착성 검증 요구는 위협 요소로 꼽힌다. 고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증명한 45.99%의 득표력과 꾸준히 관리해 온 바닥 민심이 최대 강점이다.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선명한 입장은 그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반면, 제주 내 국민의힘 약세라는 구도적 한계는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어업·관광 침체에 따른 ‘정권 교체론’의 불씨와 동부권의 보수 성향은 반전을 꾀할 기회다. 다만, 민주당이 제기한 당직자 관련 의혹 공세 등 도덕성 프레임과 상대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은 ‘미래’와 ‘현실’의 접점에서 격돌한다. 김 후보는 해양치유, 산림휴양, 헬스케어타운을 재생에너지와 AI로 엮어 ‘서귀포 미래 산업의 재설계’를 꿈꾼다. 행정가로서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들여 서귀포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고 후보는 제2공항 조기 추진을 필두로 한국마사회 이전, 레저·스포츠 복합클러스터 조성 등 ‘멈춘 지역경제의 재가동’에 방점을 찍는다. 농어민수당 월급제와 물류 지원 등 피부에 닿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통해 지역 경제의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가 거시적 행정력을 앞세운다면, 고 후보는 미시적 생활 경제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선거의 승패는 성산읍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의 ‘제2공항 표심’, 감귤과 수산업, 관광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생활 경제의 체감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위 전 의원의 선전이 김 후보에게 줄 ‘낙수 효과’ 크기 등 세 갈래의 승부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제주 서귀포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에는 26년 아성을 지키는 수성전이자 국민의힘에는 제주 정치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는 탈환전”이라며 “행정가의 실행력으로 ‘위성곤 이후’를 안정적으로 잇느냐, 아니면 공항 추진론으로 견고한 민주당 구도에 균열을 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2026-05-13 14: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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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과 5만원 훠궈, MZ의 '쪼개진 지갑'이 던지는 경고
[경제일보] 점심시간, 편의점마다 5000원 남짓한 가성비 도시락을 집어 드는 2030 청년들의 줄이 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의 씁쓸한 풍경이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동선을 꺾고 교통비를 아끼려 알뜰교통카드 앱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이들에게 소비의 제1원칙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말이 오면 이 가성비의 전사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인당 객단가가 최소 4만원에서 6만원을 훌쩍 넘는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매장 앞은 두세 시간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MZ세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며 지출을 통제하던 그들이 왜 이토록 비싼 외국계 식당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의 빗장을 푸는 것일까. 최근 하이디라오 코리아가 발표한 실적은 이 기현상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다. 2023년 매출 1177억원.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과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싸고 양 많은'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의 벽을 뚫어낸 이면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이들의 소비는 모순 그 자체다. "돈이 없다면서 오마카세와 하이디라오에는 왜 열광하느냐"며 혀를 끌짯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가성비는 단순히 '절대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성비란 '내가 지불한 비용(돈과 시간) 대비 얻어내는 총체적 효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구조적 좌절 속에서 이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극단적으로 통제한다(편의점 도시락). 하지만 그렇게 모은 잉여 자본을 자신의 정서적 만족감과 소셜 미디어(SNS)상에서의 자아실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하이디라오). 이른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의 탄생이다. 이들에게 하이디라오의 5만원은 비싼 고깃값이 아니다. 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식사 시간 내내 완벽하게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심리적 만족감,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타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실패 없이 보장받는 '안전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효용이 확정된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24년 대한민국 MZ세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가성비'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파인 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제치고 하이디라오인가. 해답은 그들이 파는 본질에 있다. 하이디라오의 본업은 훠궈를 파는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깝다.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서비스 맹폭은 시작된다. 무료 네일아트, 구두닦이 서비스, 다양한 스낵과 음료, 보드게임이 기다리는 시간을 '고통'에서 '즐길 거리'로 치환한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끈과 안경 닦이, 스마트폰을 보호할 지퍼백이 제공되고 혼자 온 손님 맞은편에는 거대한 인형을 앉혀 외로움조차 차단해 버린다. 직원은 식사 내내 테이블을 전담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 완자를 빚어주며 생일인 고객에게는 현수막과 함께 떠들썩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한국의 외식업이 그동안 '맛'과 '인테리어' 그리고 어떻게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기는 '효율'에 집착해 올 때 하이디라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의 밀도를 높여 문을 나설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다. 고객은 단순히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마이크로 테마파크'의 입장권을 사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극강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야말로 불황을 뚫고 1000억 매출을 견인한 강력한 무기다. 국내 수많은 외식 기업들도 하이디라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 내기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왜일까? 서비스의 겉모습은 베낄 수 있어도 그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뿜어내게 만드는 '조직의 내면'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라." 하이디라오의 직원들은 동종 업계 대비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부모님 용돈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를 누린다. 철저한 도제식 시스템(사수-부사수)을 통해 후배를 잘 육성하면 선배에게 그 매장의 수익 일부가 배분되는 파격적인 성과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단 직원에게도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금액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메뉴를 내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재량권)이 부여된다. 매뉴얼에 억눌려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자율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춤을 추며 면을 뽑고 진심을 다해 고객의 생일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에너지는 경영진의 '착취'가 아니라 '존중과 보상'에서 피어난 꽃이다. 한국의 외식업계가 겉핥기식 친절 교육과 최저시급으로 이들의 서비스 퀄리티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이디라오 한국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단순한 '중국 훠궈의 유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극도로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낡은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 전체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자 뼈아픈 채찍질이다. 지금 우리 시장을 돌아보자.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꼼수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만 치솟고 정작 서비스 질은 바닥인 일부 식당들,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최소한의 인간적 응대마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소거해 버리는 무인화의 역습까지.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지불한 돈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소비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설픈 중간 지대의 브랜드들은 도태를 면치 못한다. 압도적으로 싸서 생존 필수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하이디라오처럼 지갑을 열고 싶을 만큼 확실한 대체 불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는 얄팍한 상술에 속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곳에는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털어 열광적인 팬덤이 되어준다. 하이디라오는 그 어려운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이 대답할 차례다. 가격표의 숫자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경험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5만원짜리 훠궈 국물 속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진정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2026-05-05 10: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