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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인프라·데이터·AI 묶은 의료 AX 모델 공개…'의료 AX 표준모델' 구축
[경제일보] KT가 병원 인프라와 의료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고 환자 안내부터 진료기록, 간호·수술실 일정 관리까지 인공지능(AI)이 지원하는 '의료 AX 표준모델'을 앞세워 병원 시장 공략에 나선다. 개별 의료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플랫폼과 AI 에이전트, 클라우드·GPU 인프라를 묶어 병원 업무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1일 KT는 병원 수요에 맞춘 인프라부터 데이터 플랫폼, AI 서비스를 아우르는 의료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도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확대에 따라 의료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병원 내부에 축적되는 데이터와 업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유입과 접수부터 진단검사, 진료·처치, 원무·정산, 퇴원 후 관리까지 단계별로 데이터가 생성되지만 시스템이 분산돼 있으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고 의료진의 반복적인 행정업무도 남게 된다. 이에 KT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과 병원 경영진을 대상으로 업무 전반을 분석해 주요 AI 전환 영역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진료 경험 개선, 의료진의 진료 품질과 편의 향상, 병원 운영 효율화 등을 지원하는 의료 표준모델을 마련했다. 이번 의료 표준모델 구축은 병원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직접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는 'AI 환자 어시스턴트'를 통해 예약과 안내, 확인 등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문의와 업무를 지원한다. AI 보이스봇을 활용해 24시간 문의에 대응하고 증상 분류를 기반으로 예약 접수를 지원하며, 퇴원 이후에는 필요한 관리 안내도 제공한다. KT는 내년 1분기 의료지식 기반 검색증강생성(RAG)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의료진 업무에는 간호 스케줄 에이전트와 수술실 스케줄 에이전트 등을 적용한다.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정 조정과 인력 배치 업무를 AI가 지원해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진료행정 업무에서도 AI 활용 범위를 넓힌다. '진료행정 에이전트'는 의료진과 환자의 진료 대화를 인식·분석해 의료용어와 약어를 반영한 진료노트를 작성하고, 진료과별 템플릿과 서식을 적용한다. 의료진이 결과를 확인하고 승인하면 전자의무기록(EMR)과 검사·처방 시스템에 연동해 진료기록 작성부터 오더와 청구로 이어지는 행정 업무를 지원한다. KT가 의료 AX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별도로 강조하는 것도 해당 AI 에이전트 활용과 연결된다. 병원에서는 전자의무기록뿐 아니라 의료영상, 검사·연구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축적되는데, 이를 AI가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것뿐 아니라 표준화와 연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T는 의료정보 교환 표준을 기반으로 병원 데이터를 표준화·연계하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의료 데이터 검색과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물론 의료 AI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가 각각의 업무 시스템에 분산된 상태에서 개별 AI를 붙이는 방식과 달리, 병원 데이터를 하나의 기반 위에 연결한 뒤 다양한 AI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프라 역시 표준모델에 포함한다. KT는 의료 전문 파트너의 솔루션과 의료 데이터 플랫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및 GPU 컴퓨팅 등을 결합해 병원마다 다른 시스템 환경에 맞춰 필요한 기능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향후 의료진의 진단과 판독을 보조하는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통합된 환자 임상·영상정보를 바탕으로 진료지침과 치료 근거를 제시하는 AI 암진단 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검사 과정에서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병변 발견을 돕고 판독 품질을 표준화하는 AI 내시경 판독 등이 대표적인 적용 사례로 제시됐다. KT가 노리는 것은 병원마다 별도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방식보다 공통된 표준모델을 기반으로 병원별 수요에 맞춰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분석된다. 병원마다 전산 환경과 데이터 구조, 업무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인프라부터 데이터, AI 서비스까지 묶은 기반을 먼저 제공하고 필요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AX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의료 AI 시장에서도 단순히 진단을 보조하는 모델을 넘어 실제 병원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KT 역시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예약과 안내, 진료기록 작성, 간호·수술실 일정 관리처럼 반복 업무가 많은 영역부터 AI를 적용한 뒤 데이터 플랫폼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진단·판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KT는 이달 종합병원 관계자들을 초청해 의료 AX 세미나를 개최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정부의 AI 기본의료 전략에 포함된 AI 특화병원 과제에 참여해 병원 환경에서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봉균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은 "KT는 국가 차원의 의료 AI 확산 정책에 발맞춰 AX 플랫폼 컴퍼니로서 의료 AX 확산에 앞장서겠다"며 "병원마다 시스템과 데이터 환경, AX 추진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KT의 인프라와 AX 역량을 결합해 병원이 필요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026-10-01 08: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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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넘어 요양시설까지…보험업계, 시니어 시장 경쟁 지속
[경제일보] 보험업계가 사업 영역을 사망·질병 보장에서 노후 건강관리와 요양 서비스 등 고령층 특화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보험상품도 고령층 대상 서비스를 포함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업계는 요양사업 자회사를 설립해 요양시설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주민등록 인구 5109만1769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118만8748명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말(1084만822명)보다 3.2% 증가한 규모다. 국내 고령인구 증가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2년 17.4%에서 2030년 25.3%, 2036년 30.9%로 높아지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맞춰 보험업계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보험상품과 요양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상품은 치매 진단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조기 검사와 치료, 장기 간병·요양까지 보장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치매 정밀검사와 표적치매약물 치료비 보장을 추가하고 입원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 기간을 최대 365일로 늘렸다. 한화생명은 초기 치매 단계 보장과 간병 보장을 강화했으며 NH농협생명은 방문요양과 복지용구 등 재가급여 관련 보장을 확대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건강관리와 치료·회복 지원을 결합한 서비스도 도입했다. KB손해보험은 보험상품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연계해 △건강상담과 건강검진 연계 △병원 예약 △간호사 동행 △퇴원 후 돌봄 지원 등을 제공한다. 생보업계에서는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요양시설 분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KB라이프를 시작으로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삼성생명 등이 요양사업 전담 자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5개 요양시설 △4개 주·야간보호센터 △1개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8년에는 서울 송파구에 요양시설 개소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생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시니어 시설을 운영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2024년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한 후 주간보호센터와 노인요양시설을 개소했다. 부산 해운대와 서울 송파구에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며, 은평구에서는 요양시설과 노인복지주택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내년까지 경기도 고양시에 노인요양시설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해 삼성생명은 시니어사업 전담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킨 뒤 올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를 편입했다. 삼성노블라이프는 삼성노블카운티 리모델링과 함께 신규 시설 오픈 및 신상품·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요양시설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으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수요 확대와 새로운 고객층 확보 가능성이 꼽힌다. 평균수명이 늘고 경제력을 갖춘 50·6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시니어·요양 사업이 보험사의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요양시설을 기반으로 금융·생활 서비스를 추가로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요양사업은 토지 매입과 건물 건축 등에 대규모 초기 비용이 필요하고 공공성이 강해 단기간의 수익성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에 업계는 장기적인 고객 관리와 생애주기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요양시설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설 확대에도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는 중간 가격대 시설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의 1·2인실 비중은 96.8%로 전국 노인요양시설 평균 20.3%를 크게 웃돌았다. 월 이용료도 250만~480만원으로 일반 요양시설의 월 100만원대 초반보다 2~4배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도심 부지 가격과 조달금리 등 초기 투자 부담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상급 침실료에 반영되면서 고가 시설과 기존 저가 시설 사이의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고가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산층이 영세·공공시설이나 가족 돌봄에 의존하면서 소득에 따른 돌봄 접근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간 가격대 시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요양시설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고 민간 부지 임차와 장기 임대, 마스터리스 등 다양한 진입 방식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헬스케어 리츠와 장기요양 인프라펀드의 투자 대상을 요양시설로 넓혀 보험사의 초기 자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보험계약과 요양서비스를 연계해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과제로 꼽혔다. 주요 방안은 사망보험금 선지급이나 해약환급금·연금의 요양비 전환, 간병보험금의 시설 이용 연계 허용이다. 업계도 요양시설 사업 확대 과정에서 부지 매입과 건축 등에 드는 높은 초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현재는 사업 초기 단계인 데다 시설 확충에 따른 자본 투입이 지속되고 있어 매출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업계는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성과는 서비스 경쟁력과 운영 방식 등 회사별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까지 해야 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관련 규제도 진입 장벽인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사업 초기 단계로 매출은 늘고 있지만 부지 매입 등에 투입한 자본이 계속 반영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경쟁력과 운영, 회사별 전략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16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16 08: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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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명의 시대, 실버타운 40곳 뿐
숫자는 냉정하다. 2024년 7월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19%다. 2030년에는 25%인 13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1000만 명을 위한 노인 주거 시설, 이른바 실버타운은 전국에 40곳·9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고령 인구 대비 0.13%다. 미국은 4.8%, 일본은 2%다. 한국은 선진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은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실패의 문제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모른 것도 아니고,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알면서 10년 넘게 규제의 울타리를 치고, 민간의 진입을 막고, 공공 공급은 연간 1000가구 수준에 묶어뒀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숫자다. 2015년, 정부가 문을 걸어 잠갔다 현재 실버타운의 공급 공백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그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전면 폐지했다. 명분은 정당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고, 불법 분양과 부실 운영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 있는 일부 사업자를 규제하는 대신, 정부는 제도 자체를 없앴다. 분양형이 사라지자 임대형 실버타운만 남았다. 운영 경험이 있는 사업자만 진입 가능하도록 장벽을 높였다. 수익성이 낮은 구조에서 신규 공급은 멈췄다. 규제는 투기꾼을 막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평범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그 문이 닫힌 채 10년이 흘렀다. '분양형 재도입' — 해법인가, 면피인가 2025년 정부는 9년 만에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을 선언했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발표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분양형 실버타운이 허용되는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정된다. 강원, 전남, 경북의 인구 소멸 위기 지역들이다. 문제는 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그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버타운 수요는 의료·교통·상업시설이 갖춰진 도심에 집중된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수요가 있는 곳에 짓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의 답은 "인구 소멸지역부터 시범 운영"이다.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산물이다. '더 클래식 500' 보증금 9억 — 중산층 노인은 갈 곳이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양극화돼 있다. 한쪽 끝에는 보증금 9억 원, 월 생활비 472만 원 이상인 최고급 시설이 있다. 삼성 노블카운티의 임대료는 인근 아파트의 2.19배 수준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지원 시설이 있다. 그 사이, 중산층 노인을 위한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은퇴 후 중소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받으며,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고 싶은 노인 — 이 나라 노인의 대다수가 속하는 이 계층을 위한 실버타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중산층 위한 실버스테이'는 아직 계획 단계다. 1000만 노인 시대에 정책은 여전히 미래형이다. 규제를 풀어도 안 짓는 이유 — 수익성의 벽 정부가 위탁 운영 경험 요건을 없애고 호텔·보험사·리츠까지 사업자 범위를 넓혔지만, 민간이 선뜻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실버타운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임대료 인상이 연 5% 이내로 제한돼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의료·돌봄 서비스를 병행해야 하는 운영 부담도 크다. 이 구조에서 민간이 찾는 출구는 두 곳이다. 고급화해서 마진을 높이거나, 서비스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거나.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 가격의 실버타운은 규제를 풀어도 시장이 자동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 투자와 제도 설계가 함께 가야 가능한 영역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책임을 시장에 넘겼지만, 시장은 그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 세 가지 방향이 즉각 논의돼야 한다. 첫째, 분양형 실버타운 허용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에서 수요 집중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 도심 내 역세권, 의료기관 인접 지역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둘째, 중산층 노인을 위한 공공 주도 공급 모델이 필요하다. LH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목표를 연 3000가구에서 대폭 상향하고,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셋째, 서비스 품질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분양형 재도입 이후 과거처럼 부실 운영과 투기 악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얼마에 공급하느냐'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한 구체적 기준 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노인 1000만 명의 나라에 실버타운이 40곳뿐이라는 사실은, 이 사회가 노인의 주거를 얼마나 오랫동안 정책의 변방에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분양형 재도입은 늦었지만 반가운 출발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짓지 못하고,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면, 숫자만 바뀔 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026-05-24 1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