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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결함'을 기술로 바꿨다…물방울 제어해 열전달 5.5배 향상
[경제일보] 물체 표면에 맺히는 물방울을 더 많이 만들면서도 빠르게 떨어뜨려 열전달 효율을 최대 5.5배 높이는 코팅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발전소와 산업용 열교환기뿐 아니라 담수화 설비와 전자기기 냉각 등 응축과 열교환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KAIST는 남영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표면의 초박막 고분자 코팅막 구조를 조절해 응축 과정에서 물방울의 생성과 제거를 동시에 촉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그동안 고분자막의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구조를 오히려 물방울을 제어하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응축은 발전소에서 터빈을 거친 증기를 다시 물로 되돌리거나 해수에서 물을 얻는 담수화 과정, 각종 열교환기와 냉각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핵심 열전달 과정이다. 효율을 높이려면 표면에서 발생한 물이 가능한 빨리 제거돼야 한다. 물방울이 서로 합쳐져 표면을 덮는 물막을 형성하면 열의 이동을 방해하는 열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방울의 ‘생성’과 ‘제거’가 서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물방울이 맺힐 자리를 늘리면 물방울이 표면에 걸려 떨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매끄럽게 만들면 물방울은 쉽게 떨어지지만 새로운 물방울이 생길 자리가 줄어든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고분자막 내부의 미세한 응집체를 활용해 해결했다.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으로 표면에 초박막 고분자막을 형성하고 나노 크기의 구조를 물방울이 처음 생기는 일종의 ‘씨앗 자리’로 활용했다. 그 결과 두꺼운 고분자막보다 약 3배 많은 물방울이 표면에 형성됐다. 여기에 열처리 공정을 적용해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는 힘까지 낮췄다. 물방울이 충분히 커질 때까지 표면에 머무르는 대신 작은 상태에서 빠르게 떨어지도록 한 것이다. ‘많이 만들고 빨리 제거하는’ 응축 구조를 구현한 셈이다. 실제 산업용 응축기에 널리 사용되는 구리관에 해당 코팅을 적용한 실험에서는 일반적인 구리 표면보다 응축 열전달계수가 최대 5.5배 향상됐다. 기존 발수 코팅과 비교해도 열전달 성능이 50% 이상 높았다. 산업적 의미도 적지 않다. 열교환기의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열처리 성능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소와 산업시설처럼 대규모 열교환 설비를 운용하는 분야에서는 열전달 효율 개선이 에너지 소비와 운영비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향후 발전소와 산업용 열교환기는 물론 담수화·수분 포집 장치, 전자기기 냉각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iCVD 방식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곡면에도 균일한 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실제 산업용 부품에 적용할 수 있는 공정 측면의 장점도 갖췄다. 남 교수는 “기존에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구조를 물방울 생성과 제거를 조절하는 요소로 활용했다”며 “열전달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26-08-23 15:24:26
100년 정유공정에 패러다임 변화…원유, 이제 끓이지 않고 거른다
[경제일보] 국내 연구진이 원유를 400도 가까이 끓이지 않고 상온에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증류공정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정유업계의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에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25일 고동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원유를 끓이지 않고 값싼 고분자막으로 상온에서 정밀하게 걸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HD현대오일뱅크와 공동으로 진행됐고,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그동안 정유공정은 원유를 350~400도까지 가열한 뒤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성분을 분리하는 증류 방식에 의존해 왔다. 100년 넘게 이어진 방식이지만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이 불가피해 비용 절감과 탄소중립 시대의 대표적인 과제로 꼽혀왔다. 전 세계 정유공장이 소비하는 연간 에너지는 1100테라와트시(TWh)에 달한다. 이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약 130기가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증류공정의 한계를 줄이기 위해 고분자 분리막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얇은 막을 통해 상온에서 원하는 성분만 걸러내는 방식이다. 정수기가 필터로 물속 불순물을 걸러내듯, 원유 속 분자 크기 차이를 이용해 필요한 성분을 분리하는 원리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분리 속도다. 기존에도 분리막을 활용해 원유를 걸러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분리막 면적 ㎡당 1시간 동안 0.1ℓ도 처리하지 못해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구진은 분리막에 얇은 코팅층을 입히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코팅층을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코팅층을 없애자 원유가 분리막을 통과하는 속도는 크게 빨라졌다. 연구진은 분리막 면적 ㎡당 1시간에 0.591ℓ를 투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최고 성과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나프타 기준으로 원유 대비 두 배 이상 농축하는 데도 성공해 분리 성능을 함께 입증했다. 에너지 절감과 운영비 측면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기술을 기존 증류공정에 적용할 경우 운영비는 36% 줄어들 수 있다. 에너지 사용량은 31.6%, 탄소배출은 37.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정유 설비를 유지하면서 분리막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기술은 정유 공정 맨 앞단에서 원유를 1차 분리하는 원유 증류 공정, 특히 상압증류공정(CDU)을 보완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정유사가 공장 전체를 새로 짓지 않고도 에너지 소비가 큰 초기 증류 공정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아직 실험실 규모에서 진행됐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형 분리막 제작과 장기간 운전 안정성 확보, 대규모 실증이 필요하다. 고 교수는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적은 에너지로 깨끗하게 나누는 기술의 가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매일 쓰는 거의 모든 물건의 출발점인 원유를 끓이지 않고 거르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다가올 에너지 전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6-06-25 10: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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