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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중견 제약사에도 '최혜국 약가' 압박…이르면 31일 협약 발표
[경제일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제약사에 이어 중견 바이오·제약사로 ‘최혜국 대우(MFN·Most Favored Nation)’ 방식의 의약품 약가 인하 정책을 확대한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정부 프로그램에 약을 공급하는 대신 메디케어 약가 인하 시범사업 제외와 의약품 관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르면 오는 31일 여러 중견 바이오제약사와 체결한 MFN 약가 협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참여 기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해외 주요 국가의 가격과 연동하는 것이다. 협약에 참여하는 제약사는 캐나다·덴마크·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스위스·영국 등 8개 고소득 국가에서 실제 지불되는 순 약가(net drug prices)를 기준으로 미국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의약품을 공급해야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미국 내 약가를 낮춰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그 대가로 정부가 추진하는 메디케어 강제 약가 인하 시범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있다. 수입 의약품에 부과되는 관세도 면제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혜택을 내세워 제약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등 대형 제약사 17곳과 MFN 약가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협상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중견 제약사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중견 바이오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올해 초 미국 바이오기업 10곳은 MFN 정책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견 바이오테크 연합(MBAA)’을 결성했다. 현재는 아카디아, 알커미스, 알닐람, 아델릭스, 바이오마린, 엑셀리시스, 인사이트, 인스메드, 마드리갈, 미룸, 뉴로크린, 트라버리, 리듬 파마슈티컬스 등 1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형 제약사와 달리 판매 의약품이 한두 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신약 하나에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위험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중견 바이오기업이 해외 가격을 기준으로 미국 약가까지 낮추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신약 가격이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제약사들의 글로벌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 높은 약가를 통해 연구개발비를 회수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기존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로 MFN 정책이 미국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정부 재정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지난 5월 MFN 약가 협약을 통해 향후 10년간 정부 예산을 643억 달러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민간 보험 시장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 내 의약품 비용 절감 규모는 529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백악관은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향후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미국 내 주요 단일 공급원 브랜드 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제조사 상당수가 유사한 협약에 참여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백악관은 향후 대부분의 관련 제약사와 비슷한 형태의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중견 제약사 대상 협약은 트럼프 행정부가 MFN 정책을 일부 대형 제약사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의약품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정책 효과와 업계 파급력은 향후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의 규모와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중견 바이오기업들이 어느 정도까지 약가 인하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제약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미국의 의약품 가격 정책뿐 아니라 글로벌 신약 가격 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제약사에 이어 중견 제약사까지 MFN 정책에 끌어들이면서 미국발 약가 인하 압박이 글로벌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26-08-2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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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나보타', 쿠웨이트 진출…중동 7개국 돌파
[경제일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쿠웨이트 진출을 계기로 중동 7개국에 진출하며 국내 기업 가운데 최다 진출 기록을 세웠다. 고소득 국가 중심의 프리미엄 미용·의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7월 나보타의 쿠웨이트 첫 공급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이집트, 바레인에 이어 중동 7개국에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이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중 가장 많은 중동 국가 진출 성과다. 특히 이번 성과는 걸프협력회의(GCC)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경제 협력체로 높은 1인당 국민소득과 소비 여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에스테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용 시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이번에 진출한 쿠웨이트 역시 중동 내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약 240억원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마케팅 환경도 특징으로 글로벌 에스테틱 기업들이 주목하는 전략 요충지다. 대웅제약은 쿠웨이트를 중동 사업 확대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오는 10월 공식 출시와 함께 론칭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정부 및 민간 분야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KOL)와 현지 의료진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피부과 전문의를 연자로 초청해 나보타의 임상 경험과 시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또한 현지 영업·마케팅 조직을 통해 전국 단위의 거래처 관리를 강화하고 주요 학회 참여와 카데바 코스 등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의료진과의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연구자 중심의 임상 데이터 축적과 글로벌 전문가 협력도 병행해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지속적으로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 시장에서 나보타의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진 가운데 이번 중동 시장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준수 대웅제약 나보타사업본부장은 “쿠웨이트 진출은 GCC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차별화된 품질과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의료진과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 나보타를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톡신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말했다.
2026-08-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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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삼국지… 현대차 '몸·공장' vs 삼성 '두뇌·부품' vs LG '생활공간'
[경제일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는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올려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면 안에서 답을 내놓는 기술이라면, 피지컬AI는 센서와 소프트웨어로 현실을 인식하고 로봇의 몸을 움직여 일을 수행한다. 승부는 시연 영상의 화려함보다 공장과 가정, 상업시설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싸게 반복 작업을 수행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세 그룹의 출발점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본체와 자동차 양산 현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센서, AI 소프트웨어, 가전 생태계를 한데 묶을 수 있다. LG전자는 가정·상업·산업용 로봇을 스마트홈과 공조, 서비스망에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각각 ‘몸과 공장’, ‘두뇌와 부품’, ‘생활공간’을 선점한 셈이다. 공장부터 잡은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가장 먼저 실제 작업장을 로봇의 학습장으로 삼았다. 그룹은 지난 16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 지분 약 10%를 인수하는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그룹 주주사들이 내부 의사결정과 승인 절차를 검토하는 단계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장기 투자와 사업전략, 향후 기업공개 가능성까지 더욱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본격 진입했다. 핵심 자산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를 부품 배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공급망 역량을 지원한다. 자동차를 수백만 대씩 생산해온 공정 설계와 품질관리 경험을 로봇 양산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강점이다. 자동차 공장은 작업 동선과 공정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어 휴머노이드의 성능과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룹 내부에서 먼저 사용해 데이터를 쌓은 뒤 외부 제조업체로 판매처를 넓히는 전략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와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남아 있다. 로봇이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높은 도입비와 유지비를 상쇄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현장에서는 자동화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AI와 로봇의 생산라인 도입이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가 넘어야 할 벽은 기술보다 원가와 노사 신뢰일 수 있다. 생태계로 승부 거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서울R&D캠퍼스를 거점으로 로봇 전략과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를 한 조직에 모으고 미국·중국·일본에도 연구 거점을 두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맡았던 이동건 삼성전자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제조현장용 휴머노이드에서 출발해 가정과 유통 공간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의 강점은 로봇을 구성하는 생태계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고,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AI 반도체와 카메라·센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기술,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제조사업장을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작업용·물류용·조립용 로봇이 결합된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공장은 로봇을 시험하고 학습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장이 된다. 반도체부터 완제품과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경쟁사들이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약점은 조합의 복잡성이다. 부품과 기술이 많다고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성전자 내부 연구조직의 역할을 정리하고, 제조용 로봇 이후 어느 시장에서 돈을 벌 것인지 선명한 제품 전략을 내놔야 한다. 삼성의 승부처는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팔 수 있는 로봇’이다. 일상화 노리는 LG LG전자는 지난 1일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출범시켰다. 사업개발과 영업, 공급망, 생산 운영을 한 조직에 넣고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도 두기로 했다. 자회사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 베어로보틱스의 상업용 서비스 로봇, 자체 가정용 로봇을 세 축으로 삼는다. 로봇의 핵심 구동부품인 액추에이터도 60년 넘게 축적한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무기는 로봇이 일할 공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가전과 씽큐 플랫폼, 상업시설에서는 서빙·배송 로봇, 산업현장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공조 솔루션을 연결할 수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범용 휴머노이드의 기술력과 제조현장 적용에 무게를 둔다면, LG는 정해진 공간에서 특정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로봇부터 매출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정용 로봇을 가전 구독과 연결하거나 상업용 로봇을 유지보수 서비스와 묶는 방식도 LG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반대로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브랜드와 대규모 양산 경험에서는 현대차보다 뒤처지고, AI 반도체와 센서의 수직계열화에서는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 베어로보틱스와 로보스타, 가정용 로봇 조직을 하나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체계로 묶는 일도 과제다. 서비스 로봇이 일회성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유지보수와 구독, 데이터 사업으로 이어져야 수익성이 생긴다. 가정용 로봇 역시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틈새제품에 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AI의 최종 승자는 가장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든 기업이 아닐 수 있다”며 “실제 현장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고, 학습과 배치 시간을 줄이며, 고장과 사고의 비용을 낮춘 기업이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는 공장과 로봇의 몸, 삼성은 반도체와 AI 두뇌, LG는 가정과 상업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섰다”며 “이제 경쟁은 로봇의 동작을 보여주는 무대에서 실제 고객의 작업장과 손익계산서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3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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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은 막고 집값은 못 잡았다…서울은 '현금 부자 시장'이 됐다
[경제일보]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거듭 높아졌는데 서울 아파트값은 75주째 올랐다. 7월 둘째 주 상승률만 0.30%다. 전셋값도 한 주 동안 0.28% 뛰었다. 대출을 막으면 매수세가 꺾이고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은 시장에서 빗나갔다. 사라진 것은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아니라 대출이 필요한 매수자였다. 정부는 주택가격에 따라 담보대출 한도를 나눴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20억원짜리 집을 사려면 최소 16억원, 30억원짜리 집을 사려면 28억원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취득세와 중개보수까지 감안하면 필요한 돈은 더 늘어난다. 대출 한도는 원리금을 갚을 능력보다 지금 보유한 자산의 규모를 앞세운다.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맞벌이 부부라도 쌓아둔 돈이 부족하면 서울의 선호 주택을 살 수 없다. 반면 소득이 많지 않아도 현금 20억원을 보유한 사람은 매수할 수 있다. 대출규제가 강화될수록 소득보다 보유자산이 주택 구입을 좌우한다. 앞으로 수십 년간 원리금을 갚을 사람은 밀려나고 기존 부동산과 금융자산, 부모 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근로소득으로 주택을 마련하겠다는 기대는 약해지고 상속과 증여, 자산 매각이 서울 주택시장의 입장권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 등 서울 핵심지에서는 현금 등 순수 자기자금으로 거래한 비중이 높아졌고 주택담보인정비율은 낮아졌다. 서울 외곽과 경기지역에서는 금융기관 대출 의존도와 주택담보인정비율이 오히려 올라갔다. 현금을 가진 사람은 핵심지에 남았고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서울 외곽과 경기지역으로 밀려났다. 대출규제가 모든 매수자에게 같은 강도로 작용한 것이 아니다. 자산가에게는 불편에 그쳤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시장 진입을 막는 벽이 됐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주식과 채권을 판 돈이 서울 주택시장으로 들어왔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식과 채권 매각대금 가운데 주택 구입에 사용된 돈은 3조7254억원에 달했다. 약 66%인 2조4000억원이 서울로 향했다. 강남구에 3700억원, 송파구에 3500억원, 서초구에 2900억원이 들어갔다. 강남 3구에만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지난해 서울 주택 매입에 투입된 증여·상속 자금도 4조4407억원에 달했다. 전년 2조2823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대출이 줄어든 자리를 금융자산과 부모 자산이 메웠다. 정부가 은행 문을 좁힐수록 주식과 부동산을 가진 집안의 자녀가 유리해졌다. 같은 소득을 받는 두 사람이 있어도 부모에게 수억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서울 아파트를 사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외곽으로 밀려난다. 대출규제는 가계의 부채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녀 세대의 주거지가 갈리는 속도를 더 높였다. 15억원이라는 대출 기준선은 가격 움직임까지 바꿨다. 올해 2월부터 5월 중순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의 81.6%가 15억원 이하 주택에 몰렸다. 15억원 이하에서는 6억원을 빌릴 수 있지만 가격이 15억원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집값이 몇천만원 오르는 순간 매수자가 추가로 준비해야 할 돈은 2억원 이상 늘어난다.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매수자는 15억원 이하 매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가 15억원을 향해 오르는 이유다. 정부가 만든 기준선이 집값을 누르기보다 그 아래 가격대의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15억원을 넘어선 주택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의 거래 영역으로 넘어간다. 고가 주택시장도 오래 얼어붙지 않았다. 규제 직후에는 거래가 급감했지만 수개월 뒤 다시 살아났다. 현금 매수자는 대출금리와 한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핵심지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산가가 신고가에 주택을 사면 그 거래가 같은 단지와 인근 지역의 시세가 된다. 거래량이 줄었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대출을 쓰는 수백 명이 시장에서 이탈해도 현금 거래 몇 건이 최고가를 새로 쓸 수 있다. 매수자의 수는 줄었지만 남은 매수자의 자금력은 더 강해졌다. 서울 핵심지에서는 거래 감소와 가격 상승이 함께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는 100채 가운데 8채도 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는 전체의 7.8%에 그쳤다. 해당 지표는 자기자금 30%와 주택담보인정비율 70%를 전제로 산출됐다. 서울에 실제 적용되는 대출규제는 더 강하다. 무주택 중산층이 체감하는 장벽은 통계보다 높다. 정부는 집값을 낮추겠다며 무주택자의 구매력부터 낮췄다. 공급은 부족하고 선호지역의 매물은 한정돼 있는데 돈줄만 조이면 집값보다 매수자의 얼굴이 먼저 바뀐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던 사람은 빠지고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이 남는다. 금융규제로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다. 직장과 교통, 교육 여건이 갖춰진 지역에 새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은 채 대출만 막으면 희소한 주택은 돈 많은 사람의 몫이 된다. 서울 집값을 떠받치는 공급 부족과 선호지역 쏠림을 그대로 둔 채 금융권만 압박한 대가가 지금의 현금 부자 시장이다.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주택가격만 보고 대출액을 자르는 절대 한도도 같은 잣대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고소득 무주택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처음 집을 사는 경우와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를 똑같이 막으면 자산을 이미 가진 사람만 유리해진다. 대출이 막힌 수요는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대출 가능 주택으로 이동했다. 해당 지역의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다시 규제지역을 확대했다. 수요는 인접 지역으로 옮겨갔고 규제는 뒤를 쫓았다. 정부가 지역을 옮겨 다니며 대출을 조이는 동안 서울 핵심지는 현금 자산가의 시장으로 남았다.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을 막았지만 집값은 남고 무주택자만 밀려났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서울 주택시장의 문이 닫혔고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의 구매력은 그대로다. 주식과 채권을 팔 수 있는 사람, 부모에게 수억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 기존 주택을 처분해 거액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만 핵심지 거래에 참여한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소득이 차지하던 자리를 현금과 증여가 대신하고 있다. 대출규제가 이 흐름을 계속 강화한다면 ‘현금 부자 시장’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에 머물지 않는다. 정부가 정책으로 굳혀 놓은 시장이 된다.
2026-07-22 0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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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인도 상륙…'14억 시장' 공략 본격화
[경제일보]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며 글로벌 K-푸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제너시스BBQ 그룹에 따르면 인도 남부 핵심 도시 벵갈루루에 HSR 레이아웃점과 코라망갈라점 등 2개 매장을 동시에 열고 인도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 기반을 구축해온 BBQ는 이번 출점을 시작으로 하이데라바드, 첸나이, 벨로르 등 주요 도시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벵갈루루는 인도의 대표적인 IT·스타트업 중심지로 젊은 고소득 소비층이 밀집한 도시다. 1호점이 위치한 HSR 레이아웃은 일렉트로닉 시티, 사르자푸르 로드, 아우터 링 로드 등 주요 IT 업무지구와 인접한 신흥 주거·상업지역으로 글로벌 기업 종사자와 전문직 인구가 많은 프리미엄 상권으로 꼽힌다. 2호점이 들어선 코라망갈라는 다양한 글로벌 외식 브랜드와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밀집한 외식 중심지로 유동인구가 풍부해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유리한 지역이다. 두 매장은 232㎡(약 90석), 172㎡(약 60석) 규모의 QSR(퀵서비스레스토랑) 형태로 운영된다. 젊은 직장인과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해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K-푸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표 메뉴로는 골든프라이드, 시크릿양념, 핫스파이시, 소이갈릭, 허니갈릭 등 치킨 메뉴를 비롯해 버거류와 떡볶이, 김치볶음밥 등 한국식 식사 메뉴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모든 치킨 메뉴에는 말레이시아 인증기관 JAKIM 할랄 인증을 적용해 인도 시장의 종교적 특성을 반영했다. 또한 채식 인구가 많은 현지 특성을 고려해 베지테리언 버거와 컬리플라워 메뉴를 도입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BBQ는 “종교·문화·식습관을 모두 고려한 메뉴 구성으로 현지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약 14억명의 인구와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외식 기업들이 주목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최근 K-콘텐츠 확산에 따라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BBQ의 글로벌 확장 전략도 주목된다. BBQ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중동 등 50여 개국에 진출해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매장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뉴욕·LA 등 주요 도시에 매장을 확대하며 K-치킨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중동과 동남아에서는 할랄 인증 기반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치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며 글로벌 외식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BBQ는 인도 시장에서도 ‘K-치킨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BBQ 관계자는 “인도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핵심 시장”이라며 “현지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전략을 통해 K-치킨의 매력을 알리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2 08: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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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쏠림' 흔드는 삼전닉스 계약학과…최상위권 선택 기준이 바뀐다
[경제일보]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의대가 절대 우위를 지켜온 이공계 입시 판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연계된 이른바 ‘삼전닉스’ 반도체 계약학과가 서울대 자연대 합격선을 넘어섰다. 일부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는 지방권 의대보다 높은 합격선을 기록하며 의대 턱밑까지 추격했다. 입시 현장의 변화는 단순한 ‘인기 학과’ 현상이 아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기업 채용 안정성, 억대 성과급 기대, 첨단산업 인재 확보전,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가 한꺼번에 맞물리며 최상위권 수험생의 진로 선택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계약학과 평균 96.2점…서울대 자연대 앞질렀다 21일 종로학원이 2026학년도 정시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능 국어·수학·탐구 평균 점수는 96.2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대 자연대 합격자 평균 점수 95.8점보다 0.4점 높은 수준이다. 대학별로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98.0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97.0점, 성균관대 반도체 관련 학과 96.0점, 서강대·연세대 반도체 관련 학과가 각각 95.0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합격선은 2026학년도 지방권 의대 평균 합격선 97.2점보다 높았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역시 지방권 의대 평균과 거의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서울권 의대 평균 합격선은 98.8점, 경인권 의대는 99.0점으로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계 최상위권 진로 선택은 ‘의대냐, 서울대 공대냐’ 구도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 정시 결과는 여기에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라는 세 번째 축이 본격적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도 입시 변수로 계약 기업별 차이도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채용 협약을 맺은 고려대·서강대·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 평균 점수는 96.7점으로, 삼성전자와 계약한 연세대·성균관대 평균 95.5점보다 1.2점 높았다. 이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낸 흐름이 수험생 선호에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입시업계에서는 “과거에는 기업 브랜드 자체가 절대적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적 전망, 성과급 기대, 직무 성장성, 산업 내 위상까지 고려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본다. 실제 2026학년도 대기업 계약학과 정시 지원자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7개 대기업 16개 계약학과 정시 지원자는 2478명으로 전년 1787명보다 38.7% 증가했다. 전체 경쟁률도 9.77대 1에서 12.77대 1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 지원자가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취업 보장·장학금·성과급…‘진로 불확실성’ 줄인 학과의 힘 반도체 계약학과의 가장 큰 강점은 ‘입학과 동시에 진로의 상당 부분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장학금, 현장실습, 인턴십, 졸업 후 채용 연계 등의 혜택을 받는다. 특히 반도체 계약학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국내 대표 제조기업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크다. 과거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한 핵심 이유는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 기대였다. 그런데 반도체 계약학과가 이 두 요소에 상당 부분 근접하면서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 의대는 긴 수련 과정과 지역의사제, 필수의료 배치 논의 등 정책 변수가 커졌다. 반면 반도체 계약학과는 4년 학부 교육 이후 대기업 취업이라는 경로가 비교적 명확하다. 여기에 HBM, 인공지능 반도체,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 등 산업 확장성이 더해지면서 ‘공대 진학의 기대수익’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산업계에는 반가운 신호…하지만 수도권·대기업 쏠림도 과제 이번 결과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 신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강국을 넘어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 AI 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공정·소자·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고급 인재 확보가 필수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학과 협력해 육성한 반도체 계약학과 졸업생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대학 1기생 졸업이 시작되면 반도체 계약학과 졸업 인원이 연간 400~48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계약학과 인기가 높아질수록 수도권 주요 대학과 대기업 중심의 인재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 대기업 계약학과는 전국 13개 대학, 18개 학과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수도권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집중돼 있다. 지방 일반대학의 참여 폭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왔지만, 실제 우수 인재가 일부 대기업 협약 학과에 몰릴 경우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인력난은 계속될 수 있다.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키우려면 계약학과 확대뿐 아니라 지역 대학, 전문대학, 대학원, 현장 재교육을 잇는 다층적 인재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7학년도 입시 최대 변수는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 입시업계는 2027학년도 정시에서 반도체 계약학과와 의대의 합격선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날 경우 지방권 의대 합격선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반도체 계약학과와 의대에 동시 합격할 경우 수험생이 어느 곳을 선택할지 주목된다”며 “선택에 따라 계약학과와 의대 합격선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7학년도 반도체 학과 모집도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진학사 분석에 따르면 서울권 반도체 학과 수시 모집 대학은 2026학년도 14개교에서 2027학년도 15개교로 늘고, 수시 모집 인원은 502명에서 564명으로 62명 증가한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약 계약학과 수시 모집 인원은 205명으로 변동이 없고, 증가는 일반 반도체 학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입시 경쟁이 두 갈래로 나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취업이 연계된 계약학과의 초고득점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반도체 학과를 통한 첨단산업 진입 경쟁이다. 계약학과는 취업 안정성이 강점이고, 일반 반도체 학과는 특정 기업에 묶이지 않고 진로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대 독주 시대의 균열…핵심은 ‘지속 가능한 선택지’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약진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겪어온 의대 쏠림 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상위권 인재가 산업 현장으로 향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수출과 제조업의 핵심 축이다. 인재가 모이지 않으면 기술 초격차도, 공급망 주도권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입시 합격선 상승만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계약학과를 선택한 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과정, 연구 환경, 직무 배치, 장기 경력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 취업 보장이 단기 유인이라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역량은 장기 유인이다. 이번 정시 결과는 수험생들이 더 이상 대학 간판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제 ‘어느 대학이냐’와 함께 ‘어떤 산업으로 가느냐’, ‘졸업 후 어떤 경로가 열리느냐’를 따진다. 의대 일변도였던 자연계 입시가 산업과 노동시장 변화에 반응하기 시작한 셈이다. 한 입시컨설팅 관계자는 “입시 판도 변화의 본질은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지방의대보다 높았다는 한 줄의 숫자에만 있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와 청년 세대의 안정 욕구가 한 지점에서 만났다는 데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부상은 최상위권 인재 시장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지만 그 파장은 대학, 기업, 지역, 의료정책, 산업전략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6-06-21 12: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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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안정, 정치보다 시급한 민생 과제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숫자를 본다. 어느 당이 어디를 지켰고 어디를 잃었는지 따진다. 책임론도 나오고 쇄신론도 뒤따른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한다. 마트 계산대 앞에 찍힌 금액이다. 식당 메뉴판에 오른 점심값이다. 쌀과 고기와 채소를 담은 장바구니의 무게다. 정치가 민심을 말하려면 먼저 밥상 앞에 서야 한다. 선거 결과를 아무리 정교하게 해석해도 국민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민생 정치는 공허해진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는지가 아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돈으로 같은 식탁을 차릴 수 있는가다. 최근 물가 흐름은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대를 기록했고 생활물가도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계상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여전히 무겁다. 쌀값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축산물 가격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전체 지표가 내려갔다고 해서 국민이 밥상물가 안정을 체감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평균은 안정돼도 필수 품목 몇 개가 오르면 가계부는 곧바로 흔들린다. 물가 안정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국민 생활의 기본 조건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크다. 같은 물가 상승률이라도 고소득층에는 불편이고 저소득층에는 압박이다. 밥상물가가 흔들리면 인간다운 생활의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장 가격은 명령으로 오래 버티지 않는다. 농산물은 날씨에 흔들리고 축산물은 가축전염병에 흔들린다. 수입 물가는 환율과 국제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유통 비용과 인건비도 가격에 반영된다. 밥상물가는 한 부처의 보도자료 몇 장으로 잡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유통, 비축과 수입, 방역과 기후 대응, 취약계층 지원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할인 지원과 할당관세는 필요하다. 당장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할인은 응급 처방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행사 기간에만 싸지는 가격이 아니라 평소에도 감당 가능한 가격이다. 명절 대책처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체감 효과가 빠르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민생 대책이라면 한 달짜리 할인보다 1년 뒤에도 작동하는 수급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의 갈등은 늘 소리가 크다. 여야의 말싸움은 기사 제목을 만들기 쉽고 책임 공방은 지면을 채우기 쉽다. 그러나 국민 삶을 오래 붙드는 장면은 따로 있다. 시장 상인의 한숨, 맞벌이 부부의 장바구니, 노년층의 식비 부담, 자영업자의 원가 압박이다. 정치의 말만 따라가면 민생의 소리를 놓친다. 정치보다 민생이 먼저라는 말은 그만큼 절박하다. 밥상물가는 숫자와 현장을 함께 봐야 하는 분야다. 소비자물가지수만 보고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일부 품목 가격만 보고 위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통계는 방향을 보여주고 현장은 체감을 보여준다. 정책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가 국민의 장바구니와 어긋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이 아니라 정책의 설명력과 집행력에 있다. 정치권은 선거 이후 늘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은 거창한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이 매일 사는 쌀과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도 개혁이다. 유통 단계의 불합리한 비용을 줄이는 일도 개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산물 수급 예측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도 개혁이다. 취약계층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떠안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다듬는 일도 개혁이다. 밥상물가를 정쟁의 소재로 쓰는 것은 쉽다. 정부 탓이라고 몰아붙이기도 쉽고 전 정부 책임이라고 돌리기도 쉽다. 그러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의 승자가 아니다.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줄이는 결과다.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길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쌀과 축산물 등 필수 품목의 가격 흐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유통 단계별 비용과 마진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가격 상승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료품 지원을 더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물가 대책은 전 국민을 향한 큰 구호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가계를 향한 세밀한 정책이어야 한다. 정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가 시작되고 당내 권력의 셈법도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국민의 시간은 다르다. 오늘 저녁 장을 봐야 하고 내일 점심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 차이를 모르는 정치는 민심을 읽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밥상은 국민 생활의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정치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자리다. 그곳에서 민심이 생기고 불만도 쌓인다. 물가를 잡지 못한 정치가 민생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승패의 해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 식탁 위의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다. 밥상물가 안정은 정치보다 앞서는 민생 과제다.
2026-06-05 0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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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기루 세수', 미래 산업의 초석으로만 써야 한다…경제일보 국회 정책 간담회서 다수 의견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에 유례없는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 세수에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여력이 생기며 이른바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모처럼 찾아온 재정 여유를 두고 빚을 갚을 것인지, 국민에게 나눌 것인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본지가 개최한 국회 정책 간담회에서도 노사와 전문가, 정관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이익 환류 방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논의의 결론은 비교적 분명했다. 이번 초과세수는 단 한 푼도 일회성 소비나 선심성 복지 지출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직 미래 세대의 생존과 국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생산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 생산 경쟁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냉정하게 시장을 돌아보면 위기 신호도 적지 않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과 미국 등 경쟁국 역시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순간 현재의 가격 상승세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영구적 구조 세입으로 착각해 현금성 지원이나 포퓰리즘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AI와 첨단 산업 중심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를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고소득층과 첨단 산업 종사자만 혜택을 누리고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들이 소외되는 현실 역시 분명한 과제다. 다만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나 단기 소비 지원은 재정 효율성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실제 충격을 받은 취약계층에 한정한 선별적·집중적 복지가 보다 현실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초과이익의 기계적 분배론이나 단순 국채 상환 중심 접근 역시 한계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 아래로 하락하고 있으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소진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전력망 구축, 데이터센터 인프라, 핵심 인재 양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AI와 로봇,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특정 산업에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반도체 초과세수는 단순한 ‘공돈’이 아니다. 다음 산업 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 자산에 가깝다. 정치권 역시 이 재원을 선거용 현금성 정책이나 단기 인기 영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재정은 경기가 좋을 때 미래를 위해 축적하고, 위기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초과세수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종잣돈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이 다음 불황을 견디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키는 길이다.
2026-05-28 08: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