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금통위원 전원이 인상에 찬성했다. 물가가 다시 뛰고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까지 빠르게 늘자 더는 금리를 낮게 묶어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리 인상은 경제 전체에 비용을 물린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더 비싼 이자를 내야 한다. 소비와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한은이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집값과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그만큼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올해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8조3000억원 늘었다. 5월 증가액은 9조3000억원이었다. 상반기에만 29조원이 불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꺾이지 않았다. 정책대출까지 가세하면서 주택시장으로 흘러드는 돈이 계속 늘고 있다.
두 달 만에 가계대출이 17조6000억원 증가한 상황에서 다시 대출 문턱을 낮추자는 주장은 현실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공급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 자금부터 풀면 대출 한도는 집값에 얹힌다. 무주택자는 더 큰 빚을 지고 집주인은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정책대출도 빚이다. 정부가 이자를 일부 낮춰준다고 원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대출 한도를 높이면 그 돈은 주택시장으로 들어간다. 정부 지원이 실수요자의 부담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매도자의 호가를 떠받치는 자금으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전체 주택금융에서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청년과 신혼부부, 출산 가구 지원을 앞세워 정책대출 대상과 한도를 계속 넓힌다면 가계부채 관리 목표는 지킬 수 없다.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뒤 다른 부처가 정책자금의 문을 넓히면 정부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대출을 조이고 주택 정책 당국은 대출을 풀면 시장은 규제 발표를 믿지 않는다. 돈이 실제로 어디로 흘러가는지만 본다.
지원 대상을 조정해야 한다면 정책대출 총량 안에서 해야 한다. 신혼부부 대출을 늘렸다면 다른 주택금융을 줄여야 한다. 청년 지원을 확대했다면 고소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지원을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지원의 간판만 바꿔 대출 총액을 늘리는 방식은 가계부채 관리가 아니다.
금리 인상기에 정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은 집값이 아니라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하고 일시적으로 상환이 어려워진 취약차주에게 만기 연장과 채무조정을 제공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기존 채무자의 파산을 막는 정책과 신규 주택구입 대출을 늘리는 정책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금융 부실의 확산을 막는 안전망이다. 후자는 주택 구매력을 높여 집값을 떠받칠 가능성이 큰 수요 부양책이다. 두 정책을 모두 서민 지원으로 묶으면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인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빚을 더 늘리게 된다.
지방 부동산 침체와 건설경기 부진도 수도권 대출 규제를 푸는 명분이 될 수 없다. 지방 미분양이 쌓였다고 전국의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자금은 수요가 강한 서울과 수도권으로 먼저 몰린다. 지방을 살린다던 정책이 서울 집값과 수도권 가계대출만 끌어올리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
지역별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지방 미분양은 공공 매입과 임대 전환, 사업 재조정으로 처리해야 한다. 사업성이 없는 현장은 정리하고 건설사의 손실을 가계대출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부실 사업장을 살리겠다며 국민에게 더 많은 빚을 지우는 방식은 구조조정이 아니다.
부동산 세제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거래세 부담이 과도하다면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세와 보유세를 함께 낮추고 대출까지 풀면 정부가 투자 수요를 불러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수요자의 이동을 막는 세금은 손보되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
주택 문제의 해법은 공급이다. 정비사업 인허가를 앞당기고 도심의 토지 이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 교통망과 일자리를 함께 배치하고 공공임대와 장기전세도 늘려야 한다. 공급에 시간이 걸린다고 대출부터 풀면 집은 늘지 않고 가격만 오른다.
대출은 발표 다음 날부터 시장에 들어간다. 주택은 착공과 준공을 거쳐야 공급된다. 정부가 공급 대책의 시차를 신용 팽창으로 메우려 하면 집값이 먼저 뛰고 가계부채가 뒤따른다. 나중에 규제를 강화해도 이미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만 충격을 받는다.
부동산 부양은 가장 손쉬운 경기 대책이다. 집값이 오르면 거래가 늘고 세수가 들어온다. 건설사와 금융회사의 실적도 좋아진다. 그러나 대출로 만든 경기는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 소비 위축으로 돌아온다. 주거비와 이자 비용이 늘어난 가계는 지갑을 닫고 내수는 다시 가라앉는다.
부동산을 떠받치기 위해 빚을 풀면 그 비용은 집을 산 사람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가계대출과 집값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은은 금리를 더 올리거나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전세 세입자와 무주택자까지 함께 비싼 이자를 낸다.
일부 자산 보유자의 가격을 지키기 위해 경제 전체가 금리 인상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는 오래갈 수 없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떠받치려고 대출을 풀수록 한은의 긴축은 더 강해지고 더 길어진다.
한은은 이미 브레이크를 밟았다. 정부가 뒤에서 정책대출과 세제 혜택을 늘리면 한쪽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다른 쪽에서는 집값을 밀어 올리는 모순이 생긴다. 물가도 잡지 못하고 집값도 안정시키지 못한 채 가계부채만 더 쌓일 수 있다.
과거에도 집값이 주춤할 때마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췄다. 거래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값과 가계부채가 함께 뛰었다. 뒤늦게 규제를 복원하면서 정책을 믿고 대출을 받은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봤다. 부양과 규제를 반복한 결과는 시장의 불신과 더 큰 부채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출받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빚을 내지 않아도 살 집을 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취약차주는 보호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며 필요한 주택은 공급해야 한다. 자산 가격을 지키기 위한 신용 팽창은 막아야 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뒤 정부가 다시 빚을 풀면 다음 청구서는 집 없는 사람과 빚 많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집을 공급해야지 빚을 공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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