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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 한국 경제의 생명선"…에너지·통상 전문가들, 공급망 취약성 경고
[경제일보] “호르무즈는 말 그대로 우리 경제의 중요한 생명선입니다.” 20일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 제1차 기후경제통상포럼: 호르무즈 쇼크와 에너지 지정학, 한국의 생존 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한국 산업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에 미칠 영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중동산 에너지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정 원장은 호르무즈 사태가 단순한 원유 문제가 아니라 산업 공급망 전반의 복합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나프타와 헬륨 수급 불안이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이고, 헬륨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인다. 원유 수송 차질이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제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공급망 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는 “특정 국가와 특정 운송 경로에 의존하는 데서 오는 리스크는 결국 다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룰 기반 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전환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급망 재편 과정은 “달리는 자전거를 갈아타는 것”에 비유됐다. 기존 거래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입선과 운송 경로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비용과 위험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원유뿐 아니라 LNG와 석유제품의 주요 운송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운송 차질이 발생하면 가격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NCC 중심 구조로 운영된다. 나프타 가격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고,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이미 수익성이 낮아진 화학업계에는 추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LNG 가격 상승도 제조업 전반의 전력 비용과 연결된다. LNG는 국내 발전 연료 중 하나로,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전력 도매가격과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차·3차 충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유가 상승은 식량 가격과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저 케이블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원유 수송 차질을 넘어 디지털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자원 패권 경쟁도 주요 변수로 다뤄졌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중동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중동 분쟁에 대한 전략적 부담도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에 비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앞세워 무기화할 수 있는 국가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터빈, 반도체 장비뿐 아니라 첨단 무기 체계에도 쓰이는 핵심 자원이다. 미국조차 희토류 공급망 탈중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도 높은 대중 의존도를 고려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수출 통제 방식도 과거보다 정교해졌다는 분석이다. 희토류 통제가 단순한 금지가 아니라 허가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통제를 조였다 풀었다 하며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전략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 자원 확보 체계 정비가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한국은 전략 비축은 비교적 잘하고 있지만, 다른 대응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에너지 안보를 단순한 자원 조달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보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원유와 LNG 공급 불안이 에너지 가격을 흔들고 있고, 나프타와 헬륨 수급 차질은 석유화학·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원가와 생산 안정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호르무즈 위기가 단기적인 국제 유가 급등 이슈를 넘어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핵심 자원 확보 △비축 체계 강화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과제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26-05-20 1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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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전방위 협력이 긴요하다
[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밝힌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해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인도와의 긴밀한 협력” 구상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생존의 문제이자,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세계 질서는 이미 단일 축에서 다극 구조로 이동했다. 에너지와 공급망, 기술과 안보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 ‘복합 위기’의 시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우리 경제의 취약한 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해상 교통로의 안정이 곧 국가 안보다. 이 대통령이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해상 안전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강조한 것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는 이제 단순한 신흥시장이 아니다. 인구와 성장 잠재력, 기술 인프라,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를 종합할 때 인도는 ‘또 하나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 인도는 중동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다. 한국과 인도가 함께 해상 질서와 물류망을 안정시키는 것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공동 생존의 문제다. 경제 측면에서도 협력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은 그 출발점일 뿐이다. 조선과 해운, 방위산업, 금융, 그리고 핵심광물 공급망까지 협력의 범위는 이미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K9 자주포 사업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기술 이전과 생산 협력, 그리고 전략적 신뢰 구축까지 포함된 복합 협력 모델이다. 더 나아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의 협력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인도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이를 첨단 산업으로 전환할 기술을 갖고 있다. 양국이 결합할 경우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인도 협력의 진정한 잠재력은 경제를 넘어 문화와 정신의 영역에 있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음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인도의 영화 산업, 이른바 ‘볼리우드’ 역시 막대한 내수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양국의 문화 산업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 창작과 공동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양국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고대 가야와 인도의 아유타국을 잇는 설화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서사는 오늘날 양국 협력의 정서적 기반이 된다. 경제와 안보의 협력 위에 문화와 역사라는 토대가 더해질 때 협력은 단기적 이해관계를 넘어 장기적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자력과 우주항공,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는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다. 한국은 원전 기술과 반도체,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인도는 IT 인력과 우주개발 역량에서 강점을 지닌다. 양국이 협력할 경우 단순한 보완을 넘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결국 한·인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는 더 이상 한 국가의 힘으로 안정될 수 없는 구조로 변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다자주의와 규범 기반 질서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나라도 홀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어느 경제도 단일 공급망에 의존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CEPA 개선 협상은 속도를 내야 하고 해운·조선 협력은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하며 방산과 핵심광물 협력은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문화와 인적 교류를 확대해 협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한·인도 관계는 이제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실행의 단계’로 들어섰다. 중동의 불안이 오히려 새로운 협력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면 그것을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바다는 연결되어 있고 시장은 이어져 있으며 미래는 협력하는 자의 것이다.
2026-04-20 17: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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