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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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투자 압박에 끌려갈 것인가, 국민 돈 지킬 협상력은 있는가
[경제일보] 한미 통상협상이 결국 ‘대미 투자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계획을 직접 공개하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텍사스 가스발전소, 미국 내 원전 건설 등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알래스카 LNG에는 5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미국 측이 설명했다. 지난해 한미 통상 합의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과 특정 사업에 국민 돈을 쏟아붓기로 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통상정책은 이미 동맹과 경제를 하나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과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한국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국익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미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협상력이다. 지난 수개월간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정작 한국 정부는 일부 사업을 ‘추후 검토’ 대상으로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미 성과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뒤늦게 사업의 조건과 상업성을 따지는 모양새다. 이것이 과연 치밀한 협상 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단순한 투자사업이 아니다.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과 액화시설 등을 건설해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가 445억~545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비용 초과와 사업 지연, 장기적인 LNG 가격 경쟁력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확보된 장기 구매 의향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구속력이 없는 데다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사업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경제성이 있으면 투자하고, 경제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동맹이라는 이유로 경제성 검토의 잣대를 낮춰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정부가 직접 돈을 넣거나 공기업이 투자하고 정책금융이 뒤를 받친다면 위험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사업이 성공하면 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실패하면 손실은 정부 재정과 공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사업과 한국에 필요한 사업은 다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이 에너지 생산과 수출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를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에너지 지배력 확대의 성과로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그 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권리와 수익, 공급권, 가격 경쟁력, 위험 분담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한국은 투자원금과 위험만 떠안는 구조라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에 매몰되는 것이다. 이미 3500억 달러라는 거대한 투자 틀이 합의됐다고 해서 세부 사업까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LNG와 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상업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협상이다. 정부는 미국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첫째, 사업별 투자수익률과 현금흐름을 공개하라. 둘째, 건설비 상승과 공기 지연, LNG 가격 하락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한 위험분담 장치를 마련하라. 셋째, 한국 기업의 지분과 경영권, 장기 LNG 구매권 등 실질적인 반대급부를 확보하라. 넷째, 손실 발생 시 미국 측도 일정 부분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돈은 한국이 내고 결정권과 이익은 미국이 갖는 거래라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국부 이전이다. 대미 투자를 무조건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시장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고, 원전·조선·반도체·AI·배터리 등 양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고 누가 위험을 부담하느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협상 성과를 포장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손실을 막을 안전장치다. 수십조 원의 국민 자산을 걸고 벌이는 협상이라면 국회와 국민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검증도 필수다. 한미동맹은 반드시 굳건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은 굴종이 아니다. 관세 인하도 국익이고, 투자도 국익을 위해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이 거셀수록 한국 정부는 더 냉정하고 치밀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스’가 아니다. 국익에 맞으면 투자하고, 수익성이 없으면 멈추며, 위험이 과도하면 조건을 다시 협상하는 당당한 ‘노’의 능력이다. 협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압박이 아니다. 압박을 이겨낼 전략도 없이 서둘러 합의부터 하고 보는 무능한 협상이다. 국민의 세금과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걸린 만큼 정부는 이제 숫자가 아니라 원칙으로 협상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가 그 시험대다.
2026-10-01 1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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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에서 400명으로…지평, 공익·해외개척으로 키운 26년
[경제일보] 2000년 4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금실 변호사와 법무법인 세종을 나온 젊은 변호사들이 새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출발 인원은 한국 변호사 10여 명이었다. 이미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 등이 기업법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던 때였다. 새 로펌은 처음부터 조금 다른 말을 꺼냈다. 일을 잘하는 로펌과 함께 민주적이고 윤리적이며 공익적인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설립과 동시에 공익위원회를 만들고 공익활동 규정과 윤리헌장도 마련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출발이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지평에는 변호사와 외국변호사, 각 분야 전문가 등 400명가량이 일한다. 2025년 국내 법무법인 매출은 1327억원으로 전년보다 10.03% 늘었고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친 매출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2000년대 초 신생 로펌이던 지평은 이제 대형 로펌 바로 아래에서 경쟁하는 중견 대형로펌으로 올라섰다. 지평이 걸어온 길에는 다른 대형 로펌과 다른 선택이 여러 번 있었다. 초창기에는 벤처와 M&A를 파고들었고 해외에서는 뉴욕이나 런던보다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먼저 향했다. 규모가 필요할 때는 합병도 했지만 공익활동과 구성원 중심의 운영방식은 그대로 가져갔다. ◆ 강금실과 젊은 변호사들이 만든 새 로펌 창립을 주도한 사람은 양영태·김상준·임성택 변호사 등이었다. 양영태 변호사는 1995년 세종에 입사해 금융과 증권, 보험, M&A와 각종 송무를 담당하다 2000년 지평 설립에 참여했다. 임성택 변호사 등도 당시 기존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젊은 법률가였다. 강금실 변호사가 대표로 합류하면서 신생 로펌의 이름도 빠르게 알려졌다. 당시 지평이 노린 시장 가운데 하나는 벤처기업이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 기업이 빠르게 생겨나던 시기였지만 이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로펌은 많지 않았다. 지평은 출범 당시부터 벤처기업의 투자와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을 주요 업무로 내걸었다. 당시 언론에는 ‘벤처전문 로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작은 조직이 이름을 알리는 데는 사건이 필요했다. 2005년 지평은 당시 국내 M&A 시장의 대형 거래였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에 참여했다. 거래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설립 5년 만에 대기업 M&A 시장에서 이름을 올렸다. 송무에서도 실적을 쌓았다. 설립 당시 10명 남짓했던 한국 변호사는 2004년 35명, 2006년 43명으로 늘었다. 기업자문과 송무를 함께 키우면서 신생 로펌에서 종합로펌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 뉴욕 대신 베트남으로 갔다 지평의 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외시장이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미국과 영국의 유수 로펌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을 때 지평은 한국 기업이 실제 투자를 늘리던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변호사를 보냈다. 양영태 변호사는 2006년 말부터 베트남에 장기 체류하며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했다. 2007년 호찌민과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열었고 2009년에는 하노이와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거점을 넓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미얀마 양곤에도 차례로 진출했다. 한국 기업들이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움직이던 시기였다. 국내 본사에서 현지 로펌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 직접 사무소를 두고 한국 기업을 따라간 것이 지평의 선택이었다. 해외 사무소에는 현지 법률가들도 함께 배치했다. 2024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배터리와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중동부유럽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었다. 헝가리까지 더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됐다. 현재 지평은 8개국에 9개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해외 사무소 숫자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김앤장이나 빅5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신흥시장 현지 네트워크에서는 일찍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다. ◆ 2008년 지성과 합병해 단숨에 100명 넘어 자체 성장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2008년 지평은 법무법인 지성과 합병을 결정했다. 그해 5월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합병을 발표했고 9월 법무법인 지평지성이 출범했다. 합병 당시 두 로펌을 합친 변호사는 125명이었다. 한국 변호사 104명과 외국 변호사 21명이 한 조직에 들어오면서 당시 국내 7위 규모로 올라섰다. 출범 8년 만에 변호사 100명대의 대형로펌이 됐다. 업무도 보강됐다. 지평이 M&A와 기업소송, 해외업무에 강점이 있었다면 지성은 M&A와 노동, 금융자문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합병 뒤 금융 전문인력도 늘었고 대형 M&A와 공기업 민영화처럼 여러 분야가 얽힌 업무를 함께 맡을 여건이 만들어졌다. 통합 법인은 한동안 ‘지평지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2014년 다시 법무법인 지평으로 사명을 바꿨다. 두 조직을 합쳐 몸집은 키웠지만 브랜드는 창립 때 사용했던 ‘지평’으로 돌아왔다. ◆ 돈 버는 일과 공익을 따로 놓지 않았다 지평을 다른 로펌과 구별해온 또 다른 축은 공익활동이다. 설립 당시부터 공익위원회를 운영했고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조직 차원에서 관리했다. 로펌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사회공헌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창립 때부터 회사 운영의 한 부분으로 넣었다. 2014년에는 공익법단체 사단법인 두루를 설립했다. 로펌 변호사들이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내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공익사건을 전업으로 맡는 변호사 조직을 따로 만든 것이다. 두루는 장애와 아동·청소년, 사회적 경제, 국제인권 등에서 소송과 입법 활동을 해왔다. 2015년에는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공익활동보고서를 냈고 2018년에는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기업 고객에게 요구되는 환경과 인권, 지배구조 문제를 로펌 자신의 운영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공익은 훗날 새로운 법률시장과도 연결됐다. 기업들이 인권과 환경, 공급망 관리 문제를 경영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지평이 오래 다뤄온 인권과 사회적 가치 문제가 기업자문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공익에서 ESG 사업으로 지평은 2019년 인권경영팀을 만들었다. 이듬해 환경팀과 컴플라이언스팀 등을 합쳐 ESG센터를 출범시켰다. 변호사뿐 아니라 인권과 환경, 지속가능경영을 다루는 컨설턴트와 전문위원을 함께 배치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만 보지 않고 환경과 노동·인권, 지배구조까지 함께 평가하는 경영 기준이다. 지평은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와 공급망 관리, 지속가능경영 전략, 해외 규제 대응까지 업무를 넓혔다. 이 과정에는 지평이 창립 때부터 강조해온 공익활동 경험이 활용됐다. 장애인이나 아동의 권리를 다루던 공익 업무와 기업 인권실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인권을 법률 문제로 다뤄온 경험은 기업 자문에도 이어졌다. 공익활동과 기업자문 사이에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지평은 ESG센터를 법률자문에만 묶어두지 않았다. 비변호사 컨설턴트를 영입해 기업의 정책 수립과 평가, 실사까지 맡도록 했다. 최근 대형 로펌들이 변호사 외 전문가를 늘리는 흐름을 지평은 ESG 분야에서 일찍 시험했다. ◆ 퀄컴 10년 소송으로 공정거래 이름 알려 지평의 성장에는 장기 소송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소송이다. 공정위가 2009년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은 행정소송을 냈다. 지평은 공정위를 대리해 10년 넘게 소송을 수행했고 최종적으로 공정위 측 승소를 이끌었다. 현재 공동집행대표인 김지홍 변호사도 이 사건을 맡았다. 공정거래는 이후 지평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도 김지홍 대표는 국내 공정거래 분야 주요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평 전체로는 기업·M&A와 송무, 노동, 금융 등 14개 업무 분야가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 사건도 맡았다. 2025년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배차 알고리즘 사건과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 사건 등에서 성과를 냈다. 공정거래 규제 대상이 제조업과 재벌에서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면서 사건의 내용도 달라졌다. ◆ 부동산·리츠까지 사람을 붙였다 지평은 전문분야를 키울 때 팀 단위 영입도 활용했다. 2020년에는 부동산 거래와 리츠 업무에 강했던 법무법인 넥서스의 전문 변호사 12명을 영입했다. 기존 건설·부동산 송무에 거래와 금융 업무를 붙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성과는 몇 년 뒤 나타났다. 지평은 2025년 리츠와 실물 부동산 거래에서 상반기 법률자문 1위를 기록했고 연간 리그테이블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건설·부동산 분쟁과 프로젝트금융, 리츠를 하나의 부문으로 묶는 작업도 진행했다. 2026년에는 정원 변호사를 건설·부동산 부문대표로 선임했다. 건설과 리츠, 부동산금융, 정비사업, 도심복합개발을 함께 총괄하도록 조직을 바꿨다. 한 사건을 자문과 송무로 나누기보다 산업 단위로 묶겠다는 최근 지평의 경영 방향이 반영됐다. M&A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지평의 기업·M&A 분야를 국내 Band 3로 평가했다. 국영기업과 사모펀드,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와 합작투자, 해외투자, 구조조정 등을 맡고 있다. ◆ 창업세대 뒤를 공채세대가 이어받았다 2025년 지평 경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김지홍·이행규 변호사가 공동집행대표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창업자가 아니라 지평이 공개채용한 초기 세대다. 김지홍 대표는 공정거래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고 이행규 대표는 기업공개와 자본시장 업무를 맡아왔다. 2000년 로펌을 세운 창업세대에서 조직 안에서 성장한 변호사들에게 경영이 넘어갔다. 주요 집행위원에도 2000년대 초 입사한 변호사들이 배치됐다. 대표를 정하는 과정도 창립 당시 운영방식과 연결돼 있다. 파트너들의 의견을 모으고 후보자에 대한 질의와 간담회를 거쳐 집행부를 구성했다. 특정 창업자가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보다 파트너들의 합의를 중시했다. 새 경영진은 법률 문제를 분야별로 잘라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회계와 기술, 정책, 글로벌 규제 등을 법률자문과 함께 제공하는 ‘Legal & Beyond’를 내걸고 비변호사 전문가와 전문센터를 늘리고 있다. ◆ 매출 1500억원…위에는 아직 큰 벽 숫자만 놓고 보면 지평이 갈 길은 길다. 2025년 국내 법무법인 매출은 1327억원이다.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쳐야 1500억원을 넘는다. 같은 해 김앤장의 추정 매출은 1조6000억원 수준이고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은 모두 4000억원을 넘었다. 화우도 2812억원을 기록했다. 1694억원을 올린 YK에도 매출에서는 뒤져 있다. 지평이 목표로 내건 상위권 진입까지는 상당한 차이가 남아 있다. 고객 평가도 비슷하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지평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에서 각각 7위를 기록했다. 해외 거점과 공익활동처럼 지평이 먼저 만들어온 영역이 곧바로 기업 고객의 종합평가 순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견 로펌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YK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바른과 동인도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대륙아주와 린도 합병 절차에 들어가면서 지평이 자리한 1000억원대 시장에서도 규모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 26년 동안 버리지 않은 것 2000년 지평은 변호사 10여 명으로 출발했다. 당시 내건 것은 대형 로펌이라는 목표보다 전문성과 윤리성, 공익성, 민주적 운영이었다. 기업법무 시장에서는 벤처와 M&A를 파고들었고 해외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등 한국 기업이 향하는 신흥시장으로 먼저 나갔다. 필요할 때는 지성과 합쳐 변호사 100명대 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공정거래와 노동, 부동산·리츠를 키웠고 공익활동에서 쌓은 경험을 ESG와 인권경영이라는 기업자문으로 연결했다. 2025년에는 창업세대 대신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변호사들이 경영을 넘겨받았다. 지평은 매출로는 아직 빅6와 거리가 있다. 변호사 숫자도 수백 명 차이가 난다. 대신 26년 동안 조직을 키우면서 창립 당시 내세운 공익과 구성원 중심의 운영방식을 접지는 않았다. 큰 로펌이 된 뒤 원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칙을 정한 뒤 몸집을 키웠다. 지평의 26년은 그 순서로 이어져 왔다.
2026-09-22 08: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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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자문에서 국내 최대 로펌까지…김앤장 53년
[경제일보] 김앤장은 법정이 아니라 기업의 계약서에서 출발했다. 1973년 김영무·장수길 변호사가 문을 연 김·장 법률사무소의 초기 고객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었다. 국내 은행과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 계약서를 검토하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자문했다. 변호사의 주된 무대가 법정이던 시절, 김앤장은 기업의 거래 현장으로 먼저 들어갔다. 53년이 지난 지금 김앤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다. 변호사만 1400명이 넘고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전문가는 2000명을 웃돈다. 2025년 매출은 업계에서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2위권 대형 로펌과도 상당한 격차를 두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규모였던 것은 아니다. 김앤장보다 먼저 기업법무 시장에 자리 잡은 법률사무소도 있었다. 김앤장이 선두로 치고 올라온 과정에는 한국 기업이 다음에 필요로 할 법률서비스를 먼저 준비하는 방식이 있었다. ◆ 판·검사 대신 기업법무 택한 김영무 창업자 김영무 변호사의 이력부터 당시 법조계의 통상적인 경로와 달랐다. 1964년 제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판사나 검사가 되지 않았다. 서울대 사법대학원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비교법을 공부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1970년대 한국 기업들은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차관을 들여오고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계약도 복잡해졌다. 국내법뿐 아니라 외국법과 국제거래에 익숙한 변호사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김영무 변호사는 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법정에서 이미 벌어진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 기업이 거래를 하기 전 계약을 짜고 위험을 줄이는 업무에 무게를 뒀다. 지금은 흔한 기업법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장이었다. 장수길 변호사의 합류는 김앤장의 빈 곳을 채웠다. 장 변호사는 고등고시를 거쳐 서울민사지법과 서울형사지법원 판사를 지냈다. 김영무 변호사가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을 맡았다면 장 변호사는 송무와 중재, 지식재산권을 담당했다. 김앤장이라는 이름은 두 사람의 성에서 따왔다. ◆ 기업이 해외로 나가자 로펌도 따라갔다 김앤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궤를 같이했다. 1970~1980년대 해외 차관과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국제금융과 외국인투자 업무가 커졌다. 기업들이 합작회사를 만들고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김앤장이 일찍 쌓은 국제거래 경험을 찾는 기업도 늘었다. 1976년 합류한 정계성 변호사는 금융 분야를 맡았다. 공기업과 기업의 해외 차입, 국제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했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의 외자유치와 금융거래를 자문했다. 1980년 입사한 정경택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와 M&A, 공정거래 분야를 키웠다. 1983년 GM과 대우자동차의 합작투자,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쌍용정유 지분 인수, 1997년 미국 P&G의 쌍용제지 인수 등 국내 기업법무 시장의 굵직한 거래에 참여했다. 기업의 거래 방식이 바뀔 때마다 김앤장의 조직도 달라졌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자 금융 전문가가 늘었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많아지자 외국인투자 분야를 키웠다. M&A가 활발해지자 기업거래 변호사를 늘렸고 공정거래 규제가 강화되자 경쟁법 전문가를 붙였다. 김앤장이 몸집을 키운 과정은 변호사를 무작정 늘린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그 시장에 맞춰 사람을 채웠다. ◆ 유명 변호사 한 명보다 팀으로 승부 김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사건을 맡는 방식이다. 대형 사건을 이름난 변호사 한 명에게 맡기기보다 사건 성격에 따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한 팀으로 묶는다. M&A 사건이라면 기업법무 변호사뿐 아니라 공정거래와 금융, 조세, 노무 전문가가 함께 들어간다. 규제가 걸린 산업에서는 해당 부처나 감독기관을 경험한 전문가도 참여한다. 현재 김앤장 공정거래 분야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경제학자, 산업 전문가,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등 150명 넘는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자본시장 분야에도 80명 이상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기업 입장에서 대형 로펌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천억원, 수조원이 오가는 거래나 회사의 존립이 걸린 사건에서는 법률 하나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와 세금, 노동, 인허가 문제가 동시에 터진다. 김앤장은 이를 한 조직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인력을 만들어왔다. 젊은 변호사를 키우는 방식에도 일찍부터 해외 경험을 넣었다. 파트너와 후배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맡게 하고 해외 로펌 연수도 활용했다. 정계성 대표도 1982~1983년 미국 뉴욕 셔먼앤드스털링에서 실무를 익혔다. 사건을 맡아 경험을 쌓고 해외에서 새로운 거래 방식을 익힌 변호사들이 돌아와 다시 큰 사건을 맡았다. 이 과정이 수십 년 반복되면서 분야별 전문인력이 쌓였다. ◆ 외환위기, 김앤장이 한 단계 커진 시기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기업의 지형을 뒤흔들었다. 기업들이 자산을 팔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 외자유치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해외 자본과 국내 기업 사이에서 거래 조건을 만들고 정부 규제를 검토할 법률전문가의 역할도 커졌다. 김앤장은 외환위기 이전부터 국제금융과 외국인투자 업무를 다뤄왔다. 국내 기업들이 급하게 해외 자본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미 관련 업무를 해본 변호사들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M&A 시장이 커지면서 김앤장의 업무도 금융과 외국인투자에서 M&A, 공정거래, 조세, 구조조정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김앤장 연혁에는 이 무렵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변호사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형 거래를 맡으면서 경험이 쌓였고 그 경험을 보고 또 다른 기업이 찾아왔다.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면 다시 전문인력을 늘렸다. 김앤장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법무 시장의 선두로 올라선 배경이다. ◆ 계약서에서 시작해 기업 형사사건까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 김앤장이 맡는 사건의 규모는 달라졌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는 14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필요했다. 김앤장은 4년여에 걸친 기업결합 심사와 항공 관련 인허가 자문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한앤컴퍼니의 SK스페셜티 인수 등 조 단위 거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6년 상반기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는 자문금액 26조3406억원, 68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33.27%였다. 기업자문에서 출발했지만 송무와 기업형사 분야에서도 대형 사건을 맡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재판에 참여해 1·2·3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SK실트론 사건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을 취소하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승소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소송에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73년 외국계 은행의 계약서를 검토하던 법률사무소의 업무는 이제 M&A와 공정거래, 국제중재, 개인정보, 기업형사로 넓어졌다. 기업이 겪는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로펌이 다루는 영역도 함께 넓어진 것이다. ◆ 커진 영향력, 커진 감시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자리는 사건만 많이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기업인이 정부 조사와 형사사건에 직면하면 김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법원과 검찰, 정부 부처와 규제기관 출신 전문가도 적지 않다. 김앤장의 사건 대응력이 높아지는 만큼 전관과 이해충돌을 둘러싼 논란도 따라붙는다.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의 외부인 접촉 보고 가운데 김앤장 관련 보고는 로펌 중 가장 많은 363건이었다. 접촉 보고는 사건 관계인과의 만남 자체를 기록하는 제도여서 이 숫자가 곧 부적절한 접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기관 출신 인력을 대거 보유한 로펌이 해당 기관의 규제를 받는 기업을 대리하는 문제는 늘 감시 대상이 된다. 김앤장이 커질수록 사건 수임 못지않게 이해충돌 관리와 전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중요해졌다. 고객 평가 역시 전문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김앤장은 종합평가와 전문성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서비스 평가는 3위였고 소송비용의 합리성은 6위였다. 복잡한 사건에 여러 분야의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강점이지만 비용이 높다는 평가도 피하기 어렵다. 압도적인 규모가 항상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 시장이 열리기 전에 사람을 준비했다 김앤장의 53년을 보면 몇 번의 중요한 갈림길이 있었다.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할 때 국제금융을 키웠고 외국 자본이 국내로 들어올 때 외국인투자 업무를 늘렸다. 기업 인수·합병이 본격화되기 전에 M&A 전문가를 확보했고 공정거래 규제가 강해지자 경쟁법 인력을 늘렸다. 지금은 AI와 데이터, 공급망, 경제안보, 글로벌 통상, 기업지배구조가 기업법무의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앤장도 이 분야에 전문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있다. 김앤장이 53년 동안 한 선택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복잡하지 않다. 기업이 법률 문제에 부딪힌 뒤 변호사를 찾았다면 김앤장은 그보다 먼저 그 문제를 다룰 사람을 준비했다. 1973년 외국계 은행의 계약서에서 시작한 김앤장이 국내 최대 로펌으로 성장한 데에는 그 시간차가 있었다.
2026-09-08 0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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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20조 선납 제안…전력망 책임은 누구 몫인가
[경제일보] 수백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단 팹은 거대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쟁이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 동시에 전력망 경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전력망을 깔 돈이 부족해지자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을 먼저 내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계산했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고, 기업에는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참여 여부와 금리, 금액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전도 ‘제안’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도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지난해 선납액은 약 3900억원이었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용했다. 기업이 미래에 낼 전기료를 먼저 내고 한전은 그 돈을 필요한 설비에 투자하며 기업은 이자를 받는 구조라면 금융거래로서 성립할 여지는 있다. 적기에 전력망이 완공되지 못해 수십조원짜리 공장이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문제는 규모와 목적이다. 3900억원 수준이던 선납제도를 단숨에 25조원짜리 전력망 조달수단으로 바꾸면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25조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전기요금 납부 편의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를 조달하는 금융수단으로 변하는 셈이다. 한전이 이 방안을 고민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호남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는 20.6GW로 추산되고,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필요한 전력이 더 늘어난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수요는 더 커졌다. 반면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지난 6월 말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썼다. 공기업의 재무제표와 국가 산업정책의 시간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쓰는 전기니 두 회사가 망을 깔면 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력망은 공장 안의 생산설비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단지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시설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송·변전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의 목적부터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스스로 ‘기간망’이라고 이름 붙인 인프라의 책임을 특정 기업의 현금 여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반대편 원칙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 10GW, 20GW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계통보강 비용이 따라온다. 그 비용을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똑같이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맡길 수 없는 공공사업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을 국가의 책무로 봤다. 동시에 도로와 교량 같은 시설의 비용은 이용자에게 받는 통행료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250년 전에도 공공 인프라의 책임과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도 ‘국가가 전부 낼 것이냐, 기업이 전부 낼 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누가 어느 비용을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원칙이다. 국가 전체가 이용하는 기간 송전망과 장거리 간선망은 국가와 한전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반면 특정 산업단지나 초대형 수요처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전용선로와 변전소, 접속설비에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기업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보는 계통보강 비용이라면 수익 범위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선이 먼저 그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아가 몇 년 뒤 받을 전기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방식이 관행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내일은 데이터센터, 배터리,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인프라 투자비가 전력 수요자의 현금 보유액이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산업정책도, 요금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한전은 독점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싫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으로 거래의 자발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공장에 제때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과 그 전력을 공급할 사실상의 유일한 사업자가 20조원 규모의 선납을 협상한다면 일반적인 금융거래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납제를 확대하려면 세 가지 안전장치가 먼저다. 선납금은 해당 전력망 건설에만 쓰도록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기업별 부담액은 전력 사용량과 추가 계통투자 비용 등에 따른 객관적 산식으로 정하고 동일한 조건의 대규모 수요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력 공급 일정이 어긋났을 때 선납기업이 부담할 위험과 보상 원칙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문제와 전력망 투자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선납금으로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전기요금 정책과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210조원대 부채를 반도체 기업의 미래 전기료로 메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전력망에 들어갈 돈과 한전의 누적 재무부담을 한 통장에 넣는 순간 비용 부담의 원칙은 흐려진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는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주문하면서 정작 공장을 돌릴 전력망은 한전과 기업이 돈을 마련해 알아서 깔라는 식이어서는 산업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공장 유치는 국가전략이고 송전망은 기업 사정이라는 식의 역할 분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는 전력망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주민 수용성 문제와 송전선로 인허가를 풀고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해 기간망을 미리 확보하는 일은 개별 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몫이다. 올해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법이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전력망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자가 되는 전력설비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전기료 선납도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먼저 국가가 어떤 전력망을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다음 특정 수요자가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의 몫을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순서를 거꾸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전기는 기업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이지만, 그 전기가 흐르는 국가기간망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반이다. 상품의 값을 기업에 받을 수는 있다.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많은 인프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때 준비하지 못한 기간망의 책임까지 ‘5년치 전기료 선납’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청구해서는 안 된다. 25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이다. “한국의 전력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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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 LH와 손잡고 스마트시티·산업단지·사회주택 개발 본격 추진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잡고 스마트시티와 산업단지, 사회주택 등 도시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20일 베트남 통신사에 따르면 호찌민시 재정국과 LH는 '도시성장 파트너십 프로그램(UGPP)'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호찌민시에서 추진할 신규 스마트시티와 산업단지, 기타 도시개발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측은 도시 발전 정책과 법·제도, 도시개발 동향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식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호찌민시 재정국은 스마트시티와 산업단지, 사회주택, 근로자 주택 등 주요 사업의 후보 부지를 발굴하고 관련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등 우선 추진할 선도 사업 발굴에 협력할 예정이다. 또 관련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양측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황 부 타인(Hoàng Vũ Thảnh) 호찌민시 재정국장은 "이번 협약은 단순한 국제 협력을 넘어 한국의 도시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호찌민시의 실제 개발 수요와 연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LH가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호찌민시와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정태 주호찌민 한국총영사는 "호찌민시의 도시 발전 전략은 신도시와 공공주택, 산업단지, 광역교통망을 연계해 개발해 온 한국의 도시개발 경험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LH의 전문성과 경험이 호찌민시가 추진하는 다극화 도시개발과 대중교통지향형 개발(TOD), 기존 도시 재개발,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조성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인 LH도 베트남 도시개발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안병곤 LH 이사는 "호찌민시는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이자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남부 경제권의 핵심 도시"라며 "LH가 축적한 대규모 산업단지와 스마트시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호찌민시의 도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26-08-20 16: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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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 '왕숙 아테라' 812세대 계약 완료 外
[경제일보] 금호건설은 정당계약에 이어 예비 당첨자 계약까지 진행한 결과 총 812가구의 계약을 모두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왕숙 아테라’는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2지구에서 공급되는 첫 본청약 단지이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다. 지하 2층~지상 29층, 7개 동, 전용면적 59·74·84㎡, 총 81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입주는 2029년 2월 예정이다. 이번 조기 완판은 앞서 청약에서 나타난 높은 관심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결과다. 지난 5월 진행된 일반공급에서는 223가구 모집에 총 2만3525명이 신청해 평균 105.5대 1, 최고 39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에서도 131가구 모집에 1만4001명이 신청해 평균 10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왕숙2지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일패동·이패동 일원에 약 1만6000호 규모로 조성되는 3기 신도시다. 서울과 가까운 데다 다산신도시, 왕숙1지구, 양정역세권 등 대규모 개발지와 인접해 향후 수도권 동북부의 새로운 주거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반경 1km 이내에는 강동하남남양주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946역(가칭·예정)이 신설될 계획인 만큼 향후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인근에서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북부간선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세종포천고속도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왕숙2-다산 연결도로도 예정돼 있어 향후 다산신도시와의 생활권 연계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왕숙 아테라가 높은 청약 경쟁률에 이어 계약 시작 7일 만에 완판되면서 입지와 상품성은 물론 아테라 브랜드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고객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며 아테라의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쌍용 더 플래티넘 서대문’ 견본주택 21일 개관 쌍용건설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쌍용 더 플래티넘 서대문’ 분양에 들어간다고 19일 밝혔다. 이 단지는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지하 4층~지상 20층, 3개 동, 총 177세대 규모로 전용면적 59 · 84㎡ 62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전용면적별로는 △59㎡A 3세대 △84㎡A 53세대 △84㎡B 6세대다. 분양 일정은 오는 14일 입주자모집공고를 시작으로 21일 견본주택 공개, 24일 특별공급, 255일~26일 1순위, 27일 2순위 청약 순으로 진행된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대문’은 인근에 명지초, 충암초, 홍연초를 비롯해 명지중, 연희중, 명지고, 충암고 등 초·중·고교가 자리하고 있으며 명지대학교도 가깝다. 단지 인근 학원가도 이용할 수 있어 자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좋은 면학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쾌적한 자연환경도 눈길을 끈다. 단지 인근에 백련산과 홍제천, 안산 및 안산도시자연공원 등이 위치해 산책과 운동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홍제천과 주변 녹지축을 통해 도심 속에서도 사계절의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 더 플래티넘 서대문’ 은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신규 아파트로 우수한 교육환경과 풍부한 녹지 및 수변공간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2026년 스마트건설 청년인재 채용설명회 개최 대한건설협회은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과 주최하고 국토교통부가 후원하는 ‘2026 스마트건설 청년인재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오는 25일 서울시 강남구 건설회관 2층에서 개최된다. 행사에는 국내 대표 건설사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등 총 25개사가 참여해 청년들에게 채용정보와 다양한 직무를 소개한다. 설명회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와의 △1:1 채용상담 △기업별 채용계획 발표뿐만 아니라 △건설산업 미래비전 특강 △스마트건설기계 전시·체험 △1:1 취업컨설팅 △AI 가상피팅 △이력서 사진촬영 등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현직자 직무 멘토링’을 새롭게 마련했다. 시공·설계·경영·공공행정 분야 현직자가 실제 수행업무, 직무별 필요 역량, 취업 준비과정과 현장경험 등을 소개하고 청년들의 진로·취업 고민에 대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국내 주요 건설사와 공기업의 채용정보와 현직자의 생생한 직무경험과 건설산업의 미래 및 전망을 직접 듣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고 실제 취업의 결실로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8-19 16: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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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행복도 '극과 극'…SK하이닉스 상위 3%·삼성전자 60%
[경제일보] 국내 직장인의 전반적인 행복도가 하락한 가운데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 사이에서도 재직자가 느끼는 행복 수준이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전체 기업 가운데 상위 3%에 포함된 반면 삼성전자는 상위 60% 수준에 머물렀다. 12일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한국노동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지표를 토대로 실시한 ‘블라인드 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복 점수 50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의 비중은 전년 47%에서 올해 33%로 14%포인트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직장인 3만43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행복지수가 전년보다 상승한 기업은 100여곳에 그친 반면 하락한 기업은 370곳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이 체감하는 조직생활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의미다. 기업별 행복도에서는 산업 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도체 업계의 SK하이닉스는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3%에 포함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위 60%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과 기업별 실적 차이가 확대되는 가운데 구성원이 느끼는 직장생활 만족도에서도 양사의 격차가 두드러진 것이다. 플랫폼 업계의 차이는 더욱 컸다. 네이버는 전체 조사 기업 가운데 상위 2%에 올랐다. 반면 카카오는 지난해 상위 46%에서 올해 상위 93%까지 하락했다. 기업의 사업 실적이나 성장 전망뿐 아니라 보상체계, 조직문화, 경영진에 대한 신뢰, 업무 강도 등이 직장인의 행복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기업 가운데 행복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가스공사로 85점을 기록했다. SAP코리아와 한국남동발전이 각각 82점으로 뒤를 이었으며 구글코리아가 80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79점을 기록했다. 상위권에는 공기업과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 등이 고르게 포함됐다. 직군별 행복도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변호사가 54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의료인 51점, 의사 50점 등 전문직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반도체와 회로 설계 등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49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AI 산업 확대로 반도체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보상 수준과 전문인력 가치가 상승한 산업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직군은 기획자로 36점에 그쳤다. 직업군인은 37점, 고객서비스 직군은 40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업무 특성과 조직 내 역할, 고객 응대에 따른 감정노동, 업무성과 평가 방식 등이 직군별 행복도 격차와 관련된 요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직장인의 행복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음에도 이직을 시도한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통상 현재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면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1년 이내 이직을 시도한 직장인의 비율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와 고용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직장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회사를 떠나기 어려운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실제 최근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하는 등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경우 직장인 역시 이직에 따른 위험을 크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조직문화가 직장인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됐다. 블라인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행복도 상·하위 기업 재직자들이 작성한 게시물 약 21만800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행복도가 높은 기업의 게시물에서는 조직을 당장 떠나려는 내용보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의견을 제시하거나 질문하는 대화가 하위 기업보다 1.8배 많이 나타났다. 직장에 문제가 없어서 행복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뢰가 직장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구성원이 조직 개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잃을 경우 급여나 복지 등 개별 근무조건만으로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사는 직장인의 행복도가 단순히 연봉이나 복지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성장 가능성, 구성원이 느끼는 신뢰와 안정성 등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동일 산업에서도 기업별 행복도 격차가 크게 나타난 만큼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조직문화와 구성원 만족도가 기업 경쟁력의 또 다른 지표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6-08-12 14: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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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공공 클라우드 보안 공략 시동...알파키 CSAP 획득
[경제일보] LG유플러스가 통합 계정관리(IDaaS) 서비스 '알파키'를 앞세워 공공 클라우드 보안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 IDaaS 서비스 가운데 처음으로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CSAP) SaaS 표준등급을 획득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6일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통합 계정관리 서비스 '알파키'가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CSAP SaaS 표준등급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제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의 정보보호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로,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이번 인증으로 LG유플러스는 공공 분야를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삼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일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알파키 실증(PoC)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를 반영해 서비스를 고도화한 뒤 이르면 내년 1분기 공공기관 전용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공공 분야에서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SaaS 기반 업무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용자 계정과 접근 권한을 통합 관리하는 보안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무 시스템이 다양해질수록 계정과 권한 관리가 복잡해지고, 계정 탈취나 권한 오남용이 주요 보안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통합 계정관리 서비스 수요도 증가한 것이다. 정부 역시 공공기관의 계정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개정된 국가 사이버보안 기본지침에는 계정 및 비밀번호 관리 강화와 다중인증 적용 확대, 통합인증체계 구축·운영 관련 내용이 새롭게 반영됐다. AI와 클라우드 활용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계정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관련 보안 솔루션 도입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출시된 LG유플러스의 알파키는 기업의 계정과 접근 권한을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IDaaS 서비스다. 임직원의 계정 정보와 업무 시스템, SaaS별 접근 권한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으며, 단일 로그인(SSO) 기능을 통해 여러 업무 시스템을 하나의 계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비정상 로그인이나 권한 오남용 등 이상 행위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알파키에 암호화된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연산할 수 있는 동형암호 기술을 적용해 계정 정보 유출 가능성을 줄였으며, 양자내성암호(PQC) 기반 인증 기술도 적용해 향후 양자컴퓨팅 환경에서도 주요 정보와 업무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알파키를 시작으로 공공 보안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계정 관리뿐 아니라 통신사업자로서 축적한 네트워크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보안과 보안관제 등을 아우르는 보안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공 및 기업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성율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사업혁신그룹장 전무는 "알파키는 국내 통신사업자가 직접 개발한 보안 SaaS로, LG유플러스가 축적해온 보안 기술과 서비스 내재화 역량의 집약체"라며 "이번 CSAP 획득으로 알파키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알파키가 공공 분야에서도 신뢰받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8-06 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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