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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北엔 대화 손짓·中엔 견제…비핵화·공급망 공조 강화
[경제일보] 한국·미국·일본이 북한에는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 복귀를 촉구하고 대만해협과 공급망 문제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공조 수위를 높였다. 안보 협력을 넘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에너지까지 3국 협력의 범위를 넓힌 것이 이번 회담의 특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열린 회의다. 세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수익 창출 차단 의지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거듭 밝힌 가운데 압박과 대화 가능성을 함께 담은 메시지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과 해외 정보기술(IT) 인력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유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의 활동을 지지하고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도 요구했다. 대만 문제에서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대만이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함께 낸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안보 공조는 공급망 대응으로 구체화했다. 세 나라는 자의적인 수출 제한과 유해한 과잉생산, 경제적 강압과 비시장적 관행에 반대하고 제3국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 3국 경제안보 협의체 출범을 환영하고 반도체와 AI, 양자기술, 디지털 인프라, 바이오기술 분야의 협력도 확대한다. 지난 7월 체결한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각서의 후속 조치도 추진한다. 한미일 기업의 기술과 금융 역량을 결합해 제3국 SMR 사업을 발굴하고 규제체계 구축과 자금 조달, 인력 교육을 함께 지원하는 구상이다. 석유 비축 확대와 생산국·소비국 간 협력을 통한 에너지 공급망 안정도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 동남아시아 사기센터 등 초국가적 조직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마약범죄사무소와 협력하고 해양안보·법 집행, 국제 재난구호, 북극 문제에서도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과 확장억제 공약도 재확인했다. 이번 회담은 7월 튀르키예와 필리핀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석 달 사이 세 번째다. 한미일 협력이 공동성명에 머물지 않으려면 대북 대화 재개의 구체적인 조건과 공급망 경보가 실제 공동 대응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대만과 경제안보 문제에서 높아진 대중 견제 수위가 한국의 대중 외교·통상 관계에 미칠 영향도 향후 과제로 남는다.
2026-09-22 07: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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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8년 만의 파업, '회사가 버틸 수 있는 합의' 찾아야
[경제일보] 포스코의 ‘58년 무분규’ 기록이 끝났다. 지난 9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현장에서 부분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16일 오전 7시부터는 닷새간 120시간의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5일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기본급과 성과보상을 둘러싼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현재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파업의 역사성이 눈길을 끌지만 더 무거운 질문은 따로 있다. “앞으로도 충분히 벌고,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남을 것인가.” 지난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본급 2% 인상,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큰 재무 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는 요구안은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데 사측이 부담만 지나치게 부각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금뿐 아니라 현장 인력과 안전,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도 쟁점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과를 나누자고 요구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쇳물은 고로가 만들지만 좋은 철강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키운 데에는 설비와 기술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숙련 노동자의 몫이 있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노동자가 그 과실을 공유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올해 2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영업이익은 8190억~82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가량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회사가 벌었는데 왜 우리의 몫은 작냐”고 묻는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숫자를 한 꺼풀 벗겨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포스코 철강사업 자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40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는 28.6%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6.6% 줄었다. 그룹 전체 이익 증가는 이차전지소재의 흑자전환과 에너지·인프라 사업의 호조가 상당 부분 떠받쳤다. ‘포스코그룹이 돈을 잘 번다’는 말과 ‘국내 철강사업의 체력이 충분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바깥 환경은 더 거칠다. OECD는 올해 세계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톤에서 2028년 7억45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은 2030년까지 연평균 0.9%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 부진 속에서 2025년 사상 최대인 1억3100만톤을 해외시장에 내보냈다. 2020년보다 153% 늘어난 규모다. 싸고 많은 철강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철강은 여기에 탈탄소라는 두 번째 파도를 동시에 넘어야 한다. 포스코는 최근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완공했고, 포항에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연산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국내 탄소감축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룰 수 없는 투자다. 결국 지금의 임금협상은 몇 퍼센트를 올릴 것인가만의 싸움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와 미래의 경쟁력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동시에 협상해야 한다. 여기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좋은 실적으로 생긴 성과는 성과급과 일회성 보상을 통해 노동자와 충분히 나눌 수 있다. 회사가 잘 벌었는데 “산업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며 노동자의 몫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 반면 기본급처럼 한번 올라가면 경기가 꺾여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고정비는 다르게 봐야 한다. 철강처럼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서 호황기의 이익을 기준으로 고정비를 계속 높이면 불황이 왔을 때 결국 구조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고정비는 회사가 불황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회사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경쟁력이라는 말을 노동자에게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편리한 명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면 경영진과 조직부터 효율성을 증명해야 하고, 노동자가 양보한 몫이 정말 탈탄소 설비와 고부가가치 강재, 안전과 자동화에 투자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에게 산업전환의 비용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AI와 로봇이 확대되면 제철소의 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직무가 생기고 새로운 직무도 나타날 것이다. 회사가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노동자에게 고용불안만 남긴다면 기술혁신은 노사 갈등을 키울 뿐이다. 임금협상 테이블에 그래서 직무전환과 재교육, 숙련인력 재배치, 신규기술 교육, 안전투자까지 올라와야 한다. 노조도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존 직무와 인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용안정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철강업체가 저탄소 생산과 자동화로 원가를 낮추는데 한국 공장만 변화하지 못하면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거나 해외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작업 방식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 회사다. ‘주역’ 계사하전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구절이 있다. 상황이 다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길이 열리며, 그래야 오래간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에 이보다 잘 맞는 말도 드물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호무역, 탈탄소 전환은 과거의 경영 방식과 노사관계로 버티기 어려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회사만 변할 수도 없고 노동자에게만 변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업을 ‘노조의 무리한 요구’ 또는 ‘회사의 임금 억제’라는 단순한 구도로 볼 수 없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계산서에는 근거가 있다. 노동자는 지난 성과와 숙련의 몫을 묻는다. 회사는 철강사업의 수익성과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투자비를 걱정한다. 둘 가운데 하나만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협상에서 ‘회사를 어떻게 오래 가게 할 것이냐’의 협상으로 테이블을 넓히는 일이다. 기본급은 물가와 생산성, 철강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기준으로 조정하고, 초과이익은 성과급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대신 노사는 탈탄소·자동화 투자와 연결된 고용·직무전환 계획을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경영성과가 좋아지면 노동자의 몫도 커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성과가 다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회사에도 이익이고 노동자에게도 더 오래가는 안전망이다. 포스코의 58년 무분규가 깨진 것 자체를 실패라고 할 필요는 없다. 노조의 파업권은 법이 보장한 권리이고, 갈등을 드러내는 것 또한 노사관계의 한 과정이다. 진짜 실패는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데도 노사가 과거 방식의 협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데 있다. 포스코가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무분규 58년’이라는 기록이 아니다. 노동자에게는 성과를 공정하게 돌려주고, 회사에는 다음 불황과 산업전환을 견딜 체력을 남기는 합의다. 좋은 임금협상은 어느 한쪽이 많이 얻는 합의가 아니다. 노동자도 버틸 수 있고 회사도 버틸 수 있어 다음 협상 때도 함께 앉을 수 있는 합의다.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 뒤 포스코 노사가 찾아야 할 답도 결국 거기에 있다.
2026-09-1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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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美 '301·232 관세 중첩' 제동…수조원 추가 부담 우려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정부에 301조 관세의 232조 중복 적용을 막아달라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수용 여부에 따라 미국 사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자동차와 철강에 추가 관세가 적용될 경우 부품비 상승이 완성차 가격으로 이어지고, 수익성과 점유율, 현지 투자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제조업 보호 정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용 구조 조정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1일 업계와 미국무역대표부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제출한 의견서에서 자동차와 철강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USTR이 구조적 과잉생산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제조업 국가를 대상으로 301조 조사 절차를 진행한 데 따른 대응이다. 232조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특정 품목 수입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301조는 상대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 산업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장치다. 두 제도가 동일 품목에 적용되면 기업이 부담하는 관세는 누적된다. 현재 자동차와 철강은 232조 적용 대상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한미 합의에 따라 약 15%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철강은 50%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301조가 추가 적용될 경우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과 소재 단계에서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한다. 자동차는 부품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부품과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 완성차 생산원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미국 현지 생산 차량도 상당한 비율의 부품과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추가 관세는 생산 지역과 관계없이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차·기아의 관세 영향은 이미 수조원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는 약 4조1000억원, 기아는 약 3조1000억원의 관세 영향을 받았다. 합산하면 7조2000억원 수준이다. 자동차 232조 관세가 2025년 4월 도입된 이후 연간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관세가 일회성 비용이 아닌 고정 비용 성격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올해도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행 15% 관세 체계 기준 연간 부담은 약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과세 대상 규모는 약 35조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301조 관세가 추가될 경우 부담은 세율에 따라 확대된다. 현재 과세 대상 규모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 5%포인트가 더해지면 약 1조8000억원, 10%포인트면 약 3조5000억원, 15%포인트면 약 5조3000억원이 추가되는 구조다. 전체 부담은 10조원 안팎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세율과 적용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관세 영향은 기업 내부에서 흡수하거나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비용을 흡수하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가격에 반영하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은 금리와 소비 여건에 따라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어 관세 인상은 판매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지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약 26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생산능력과 공급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관세가 추가될 경우 생산비용과 투자 회수 기간이 변동될 수 있다. 이는 투자 효율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중복 적용이 제한되면 기존 232조 체계 내에서 비용 관리가 가능하다. 반대로 301조가 추가 적용되면 원가 상승 압력이 확대된다. 철강과 자동차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경우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생산 구조 전반에서 비용이 누적된다. 기업 대응은 비용 흡수, 가격 조정, 조달 구조 변경 방식으로 나뉜다. 다만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 전환에 시간이 필요한 구조다. 단기간 내 조달 구조를 바꾸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시장 경쟁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와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업체 간 비용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정책과 제품 구성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위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232조를 통해 자동차와 철강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 적용 시 비용 증가 폭이 확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를 통해 추가 관세가 미국 내 생산 확대나 고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간 수조원 단위의 관세 영향이 반영된 상황에서 301조까지 더해지면 가격 인상이나 인센티브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시장 판매 전략과 현지 투자 계획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4-21 16:4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