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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아프리카 동·서 양축 깐다…선대 확장 다음은 '운영 전략'
[경제일보] HMM이 아프리카 항로망을 넓히며 2030 중장기전략의 실행 범위를 선대 확장에서 네트워크 운영으로 넓히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1차 경쟁력이라면, 이제는 그 선대를 어떤 항로와 지선망에 배치해 화주 서비스를 높이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9월 인도와 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GIA(Gulf India East Africa Service)’ 서비스를 시작한다. HMM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인도 나바셰바와 문드라를 거점으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케냐 몸바사를 연결한다. 첫 출항은 9월 23일 나바셰바에서 이뤄질 예정이며 왕복 운항 기간은 35일이다. 이번 노선은 HMM이 추진 중인 허브앤스포크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HMM은 지난 7월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점으로 서아프리카 주요 항만을 연결하는 MA2 서비스를 시작했다. MA2는 알헤시라스와 탕헤르, 다카르, 테마, 레키, 아비장 등을 잇는 노선으로, HMM의 첫 아프리카 허브앤스포크 서비스다. HMM 관계자는 이번 동아프리카 노선에 대해 “허브앤스포크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부분”이라며 “2030 중장기전략은 선대 확장 등 하드웨어적인 성격이 강하고, 허브앤스포크는 그러한 선대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이해하면 좋다”고 했다. HMM은 지난달 2030년까지 29조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 선대를 166척, 147만TEU 규모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시했다. 벌크선 선대도 110척, 1352만DWT 규모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선박 확보와 친환경 투자, 터미널 인프라 등은 HMM의 외형을 키우는 하드웨어 투자에 가깝다. 하지만 선대만 늘린다고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해운업은 선박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항만을 연결하며, 화주에게 얼마나 안정적인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HMM이 아프리카 지선망을 넓히는 것도 늘어나는 선복을 실제 화물 수요와 연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시장은 HMM 입장에선 미개척지에 가깝다. HMM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나 HMM이 기항하지 않던 시장”이라며 “신규 시장에 진출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서아프리카에 이어 동아프리카까지 연결하면서 HMM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동·서 양축의 기초를 놓게 됐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대형선과 지선망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초대형선은 주요 허브 항만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중소형 피더선이 주변 항만을 촘촘히 연결한다. 대형선이 모든 항만에 직접 들어가는 것보다 운항 효율을 높이고, 화주에게 더 다양한 목적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화주들의 선택 기준도 바뀌었다. HMM 관계자는 “화주들은 단순히 낮은 운임을 선호하는 대신 운영 안정성도 고려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며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통해 허브 항만을 기항하는 초대형선의 운영 안정성을 높이고, 여기에서 뻗어나가는 지선망을 촘촘히 구축해 다양한 기항지를 제공함으로써 대화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있다”고 했다. HMM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동 정세 장기화, 선복 공급 증가,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컨테이너 부문에서는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통해 아프리카 등 신규 노선을 개설하고 동남아 등에서 신규 수요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아프리카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항만 혼잡, 통관, 내륙 운송, 정치·지정학적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다. 신규 노선 개설 자체보다 안정적인 스케줄을 유지하고, 환적 효율을 높이며, 실제 화물을 꾸준히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HMM의 아프리카 노선 확대는 단순한 항로 추가가 아니다. 2030 전략이 선박 투자라는 숫자에서 실제 네트워크 운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선대 확장이 몸집을 키우는 일이라면 허브앤스포크는 그 몸집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HMM이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하려면 큰 배뿐 아니라 촘촘한 항로망과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함께 증명해야 한다.
2026-08-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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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장'을 말할 때다
[경제일보]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중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집권 1년은 성과를 자축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데 머물 시점이 아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힐 때다. 지금 정부가 제시해야 할 가장 절박한 국가 의제는 성장이다. 분배와 복지, 공정과 통합도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 없이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대외 관계를 복원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미국·중국·일본은 물론 유럽과 신흥국으로 외교의 지평을 넓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도 경제의 급격한 추락을 막는 버팀목이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면서 반도체 경기와 수출 증가를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해졌다는 판단 아래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으로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건설투자의 회복은 더디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 중국의 산업 추격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방경제와 청년 고용으로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 성장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성이다. 이번 순방은 이런 한계를 돌파할 외교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과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인공지능(AI) 협력과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에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식량, 방산 등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실무그룹 구성과 핵심광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중남미는 더 이상 지리적으로 먼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리튬과 구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주요 공급처이자 방산·조선·원전·바이오·식품 산업의 잠재시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공급망의 블록화를 재촉하는 상황에서 자원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이 특정 국가와 특정 시장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면 중남미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정상외교에서 체결한 양해각서와 공동성명은 출발점일 뿐이다. 외교적 약속이 기업의 수주와 투자,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순방은 사진과 구호만 남긴다. 정부는 국가별 후속 사업을 정리한 경제외교 이행표를 만들어 국민과 기업에 공개해야 한다. 핵심광물 확보 물량과 장기 구매계약, 현지 광산 공동개발, 방산 수출 금융, 바이오 인허가 협력,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금융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낡은 방식도 바꿔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미래산업을 선택하고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반도체·조선·방산·바이오는 한국이 이미 일정한 기술과 생산 기반을 갖췄고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분야다. 이들 산업을 단순히 개별 기업의 사업으로 보지 말고 인재와 전력, 용수, 데이터, 금융, 세제, 통상외교가 결합된 국가 프로젝트로 다뤄야 한다. AI 경쟁력은 선언이나 연구개발 예산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망과 첨단 그래픽처리장치 확보, 산업 데이터 활용, 전문인력 양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 산업도 공장 건설 지원에 그칠 일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와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까지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조선과 방산은 수출금융과 유지·보수 체계를 강화하고, 바이오는 임상과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국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규제혁신도 더 이상 부처별로 몇 건의 규제를 없앴다는 실적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규제의 존재만이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부처마다 해석이 다르고 정권이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흔들린다면 기업은 공장을 짓거나 신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신산업 규제에는 일정 기간 안에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처리시한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기한 내 답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제도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정부 지원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세제와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기업은 국내 투자와 고용,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로 응답해야 한다. 해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연구개발과 핵심 제조기반, 양질의 일자리는 국내에 남기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기술 축적과 청년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성장정책을 소수 기업을 위한 특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책임도 무겁다. 여야가 모든 경제정책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동안 세계 각국은 AI와 반도체, 에너지와 방산을 놓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성장전략은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회는 첨단산업 전력망과 인재 양성, 기업 투자와 규제혁신에 필요한 법안을 정파적 이해에서 떼어내 처리해야 한다. 정부 역시 야당과 기업, 노동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주역>에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이 나온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다. 한국 경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만으로 더 나아가기 어려운 변곡점에 서 있다. 수출 대기업과 수도권, 추격형 제조업에 기댄 성장 모델을 혁신기업과 지역,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선도형 성장 모델로 바꾸지 못하면 저성장은 일상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1년이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 기반을 세운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중남미 순방에서 확보한 외교적 공간을 공급망과 시장, 투자와 일자리로 바꾸는 일이 그 첫 시험대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시간을 끝내고 경제가 국민의 삶을 일으키는 시간을 열어야 한다. 성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지 않다. 정부는 이제 성장의 필요성을 주저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 다만 그 성장은 소수의 숫자를 키우는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과 노동의 정당한 보상, 지역의 기회와 국민통합을 함께 이끄는 성장이어야 한다. 취임 1년 이후의 국정은 바로 그 목표에 집중돼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이미 시작됐다.
2026-08-03 09: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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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성과금 갈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다. 다만 오는 22∼27일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완전한 종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속에 이뤄졌고, 투표가 가결되면 협상이 공식 타결된다. 문제는 합의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했고 회사는 경영환경과 사업부별 실적,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DS)부문은 AI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양산도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곧 무제한의 성과급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은 기업의 미래 투자,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국가경제에서의 역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 기업이지만 동시에 한국 제조업과 수출, 고용,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물류, 전력,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반적인 임단협 갈등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보상과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고성과를 낸 조직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식이다. 성과급이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벌어 내일 나누는 장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성과급 갈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가른다. 반도체 부문이 초과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사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야 하는지, 사업부별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 장기 투자에 필요한 내부 유보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논쟁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의 다툼으로 흐르면 조직 내부 신뢰가 무너진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경영진에 대한 신뢰, 성과 배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갈등은 다른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노사 갈등의 확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과 맞물려 더 무겁다. 지금 한국경제는 겉으로는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지만 속으로는 성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00대 지표에서도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제시돼 있다. 단기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 출생아 수를 25만4500명으로 집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72년 47.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리스크도 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가 중동전쟁의 충격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한적 충돌을 가정해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3.1%, 2027년 3.2%로 둔화될 것으로 봤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금융 여건 긴축이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겹치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비용과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채 반도체 의존도를 다시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분명한 기회지만 이것이 영구적 안전판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사이클을 탄다. HBM 경쟁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매 분기 승부가 갈린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규제, 대만의 파운드리 우위, 일본의 소재·장비 부활까지 감안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노조도 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몫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요구는 결국 노동의 기반도 약하게 만든다. 성과급은 권리의 언어만으로 풀 수 없다. 책임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부별 성과와 전사 기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보상 체계는 언제든 불신을 낳고, 불신은 파업보다 더 오래가는 비용을 만든다. 노조와 회사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노동은 노동의 권리를 말하고, 경영은 경영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이 기업의 존속과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사업부별 기여도 반영, 장기 투자 재원 확보,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과가 클수록 배분의 원칙은 더 정교해야 한다. 호황일수록 미래 투자와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금 운 좋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성과를 오늘 모두 나눌 것인가, 아니면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원칙 있게 나눌 것인가. 성과 배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 많이 가져가는 협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협상’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삼성전자에도, 노동자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이롭다.
2026-05-21 09: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