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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지키려거든, 조희대는 물러가라
[이코노믹데일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다. 단순한 불신을 넘어, “이 법원이 정말 공정한가”라는 질문이 일상적인 의문이 됐다. 특정 판결 하나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절차와 태도,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누적된 결과다. 그 중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사법농단이 외부 권력과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위기였다면, 지금의 문제는 사법 스스로 정치적 오해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가 내부망에 남긴 글은 그 기류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례적인 절차 운용은 정치적 편향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고, 이는 법원의 신뢰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현직 판사가 최고법원의 재판 방식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장면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내부에서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절차라면, 국민이 선뜻 신뢰하기는 더 어렵다. 논란의 출발점은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이었다. 2025년 4월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소부에 배당하자마자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그날 바로 첫 합의기일이 열렸고, 이틀 뒤 두 번째 기일이 진행됐다. 회부 9일 만에 선고기일이 지정됐다. 속도만 놓고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문제는 그 권한을 행사한 맥락과 방식이다. 6만여 쪽에 달하는 기록이 두 차례 합의만으로 충분히 검토됐는지, 연구관 보고와 주심 대법관의 검토가 얼마나 충실히 이뤄졌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청주지법 송경근 부장판사가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 지점이다. 위법 여부를 다투는 차원이 아니라, 최고법원이 스스로 절차적 신뢰를 충분히 확보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은 합법이라는 형식만으로 존중받지 않는다. 납득 가능한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그처럼 서둘러야 했는지, 왜 전원합의체라는 중대한 절차를 즉각 가동했는지 국민 앞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침묵은 때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수장의 침묵은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로 읽힐 위험이 더 크다. 정치권은 곧바로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법 리더십이 정치적 논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현실은 사법부에 부담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아래에서는 의미 있는 개혁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사법부가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온전히 외부로만 돌릴 수는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재판의 독립을 강조했다. 법관들에게 헌법만을 믿고 당당히 재판하라고 당부했다.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은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도자의 태도가 스스로 의혹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그 말은 힘을 잃는다. 공자는 말했다.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불종)” 몸이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따르고,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독립을 강조해도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5부 요인 오찬 자리에서 사법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설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원칙의 언어가 앞섰고, 구체적 해명은 보이지 않았다.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에 침묵을 택한 리더십은 결국 책임의 문제로 돌아온다. 대법원장직은 개인의 영예가 아니다. 사법부 전체를 상징하는 자리다. 사법개혁 논의가 인물 공방으로 흐르며 제도 설계 논의가 가려지고 있다면, 그 자체가 사법부의 부담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한 사법부 전체의 신뢰도 함께 소모된다. 맹자는 “民為貴 社稷次之 君為輕(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이라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는 뜻이다. 공공의 신뢰가 흔들릴 때 지도자의 자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사법 신뢰가 최우선 가치라면, 개인의 임기는 그보다 가볍다. 지금 문제는 판결의 결론이 옳았는지 여부를 넘어선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국민적 의문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사법부 전체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점이 본질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이 조희대 대법원장 앞에 놓여 있다. 논란을 끌고 가며 사법부를 계속 소모시키는 길과, 책임을 짊어지고 결단하는 길이다. 사법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복잡하지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신뢰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2026-02-20 09: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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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기후 목표 후퇴기'…기후 리더십 균열 시작인가
[이코노믹데일리] 기후 위기의 파고 속에서 세계 각국은 올해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새 탄소중립 목표를 제출했습니다. UNFCCC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5년마다 목표를 ‘상향’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날이 심화하는 기후 위기는 선언보다 실천을 요구하고 있으나 하지만 일부 국가는 이전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하거나, 목표 달성 시점을 미루는 등 후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계의 강한 반발, 전환 비용 부담, 그리고 지도자의 정치적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는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약화시킵니다. 기후정책의 신뢰는 숫자보다 실행에서 나옵니다. 지금 세계는 ‘기후 리더십의 경쟁’에서 ‘실행 리더십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복원된 목표’ 속 숨은 후퇴 남미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브라질은 한때 파리협약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경 단체와 국제기구로부터 “실질적으로는 목표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브라질이 UNFCCC에 제출한 새로운 국가결정기여(NDC)에 따르면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48.4% 감축, 2030년까지 53.1% 감축’을 제시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높아 보이지만 기준연도를 재조정하면서 실제 감축 폭은 이전보다 낮아졌습니다. 올해 11월에는 2035년 목표를 2005년 대비 59~67% 감축으로 설정했지만 전문가들은 “계산상 수치만 높아졌을 뿐 실질적인 야심은 줄었다”고 지적합니다. 브라질 정부가 다시금 아마존 벌목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계의 석유개발 요구를 수용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석유 의존의 그림자 올해 말 유엔기후총회(COP29)의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정작 자국의 감축 목표에서 후퇴했습니다.아제르바이잔은 2023년 제출한 NDC에서 기존 2030년 대비 감축 수치를 삭제하고, 에너지 부문 감축 계획도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석유·가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 특성상으로 인해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 기후감시기관인 ‘클라이메이트 액션 트랙커’는 아제르바이잔을 “매우 부족(Critically Insufficient)” 단계로 평가했습니다. COP29 개최국으로서의 위상과 달리, 실질적 기후행동은 되레 뒷걸음질한 셈입니다. ◆ 유럽연합(EU), 내부 조율 속 ‘물타기 목표’ 기후정책의 선두주자로 불렸던 유럽연합(EU)도 최근에는 내부 조율에 발목이 잡히고 있습니다. EU는 지난 11월 5일(이하 현지시간)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72% 감축, 2040년까지 90% 감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발했습니다. EU 환경장관 회의에서는 “실질 국내 감축분은 85%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해외 탄소크레딧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결국 EU의 목표는 겉으로는 상향됐을뿐 ‘숫자는 높고 실행은 약한’ 기후 리더십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미국, '정치적 진자'에 흔들리는 기후 정책 미국의 기후정책은 정권에 따라 출렁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61~66% 감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산업계 저항과 의회 내 정치 갈등으로 구체적 실행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기후기금 출연 중단이나 화석연료 규제 완화 등 ‘후퇴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개발도상국 기후보상기금 출연에서 철수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목표를 낮추진 않았지만, 신뢰는 낮춘 국가”로 불립니다. ◆ 일본, 산업계 부담에 ‘온건한 목표’ 일본은 2025년 2월 개정된 NDC에서 “2035년까지 2013년 대비 60% 감축, 2040년까지 73% 감축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철강·시멘트·자동차 업종 등 주요 산업계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일본의 산업구조는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이 높고, 원전 재가동 문제 역시 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목표가 “1.5도 시나리오와 거리가 멀다”며 실효성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일본의 감축 목표는 산업계 현실을 고려한 ‘타협형 목표’로 요약됩니다. ◆ 중국, 세계 최대 배출국의 느린 전환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지난 9월, 2035년까지 배출 정점 대비 7~10% 감축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을 2020년 대비 6배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목표 역시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EU는 중국의 계획을 “상징적 제스처에 가깝다”고 평가했고, 전문가들은 “절대량 감축이 아니라 증가폭 억제에 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성장과 탈탄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 한국, 기후 리더십의 기로에 서다 우리 정부 역시 앞서 올해 9월 말 UNFCCC에 제출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초안을 확정했습니다. 초안에서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48.6% 감축을 제시했습니다. 초안의 핵심은 산업 부문에서의 완화 조정입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력 산업군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반영되며,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2030년 11.4%에서 2035년 8.9%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전환(에너지 생산)·건물 부문은 다소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전체 목표는 유지했지만 구조상 산업계 중심 완화가 이뤄져 결과적으로는 후퇴한 셈”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기후솔루션·녹색연합 등 시민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한국이 1.5도 시나리오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반영해 11월 10일,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새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했습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그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새 감축안을 의결해 전력 부문은 최대 75% 이상 감축, 산업 부문은 24~31% 감축을 제시했습니다. 2018년 배출량 742.3Mt 기준으로 최소 348.9Mt까지 배출을 줄이는 계산이지요. 정부는 확정안에 대해 “기술 가능성과 부문별 부담을 종합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목표는 기존 초안에서 제시됐던 50~60% 또는 53~60%보다 상향된 것으로, 상한을 61%까지 높인 점이 특징입니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42.3Mt을 기준으로 할 때, 감축 목표치는 최소 348.9Mt(53%), 최대 289.5Mt(61%) 수준입니다. 특히 전력 부문은 최대 75.3%까지 감축한다는 강도 높은 계획을 담았습니다. 반면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고려해 산업 부문 목표는 24.3~31.0% 감축으로 상대적으로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2030년대 중반에도 석탄·LNG 비중이 여전히 50%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한국의 새 목표에 대해 “기존보다 진전된 부분은 있으나 온실가스 절대량 감축 경로가 1.5도 한도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기술 중심 감축 전략’으로 기후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NDC 개정은 그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시점으로 분석됩니다. 탄소가격제, RE100 참여율, 기업별 감축 인센티브 등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전문가들도 산업 구조와 책임 사이의 균형이 향후 정책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합니다. 국내 에너지·기후 싱크탱크 연구원은 “감축 목표의 높고 낮음을 떠나 실제 이행력이 핵심”이라며 “현재가 산업과 기후 사이의 갈림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국의 기후 리더십은 ‘감축 수치의 높이’보다 ‘실행 의지의 깊이’로 평가받을 시점에 다다랐습니다. 과학적 목표를 세우되, 산업 전환과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설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5-11-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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⑰화 구광모 LG그룹 회장 "디지털로 연결하고, 혁신으로 확장하라"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18년 여름, 40대의 젊은 리더가 조용히 LG그룹의 수장을 맡았습니다. 구광모 회장. 부친인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그는 한국 재계 사상 가장 젊은 총수로 그룹을 이끌게 됐습니다. 당시 그의 첫 공식 메시지는 짧고 담백했습니다. “고객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LG를 만들겠다.” 재계는 그를 ‘3세 경영인’으로 불렀지만 구 회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실무형 리더’였습니다. 미국 로체스터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제품기획과 글로벌 마케팅을 경험한 그는 현장의 흐름과 고객 데이터를 가장 잘 읽는 ‘데이터형 CEO’로 통했습니다. 그는 2019년 12월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전환(DX)’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선언하며 LG그룹의 DNA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전 세계 산업구조가 급변하던 당시 그는 “지금의 위기는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속도의 위기”라며 전 계열사에 디지털 전환 태스크포스를 신설토록 지시했습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고객 경험의 중심이 돼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연결하는 디지털이 돼야 한다.” 구 회장의 그 한마디는 LG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전자·화학·통신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그룹이 AI, 클라우드, 로봇, 바이오로 한 걸음씩 이동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구 회장은 혁신의 속도를 내기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을 전면 강화했습니다. 그는 M&A를 ‘몸집 키우기’가 아닌 ‘미래 연결’ 수단으로 정의했습니다. 2019년 보안·데이터 기업 ‘LG CNS’의 지분을 재편해 DX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한데 이어 2021년 전장(電裝) 사업 강화를 위해 ZF 프리드리히스하펜과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헬스케어와 전지소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생명과학의 기술역량을 통합하며 ‘미래 모빌리티·에너지·헬스케어 삼각축’을 그룹 성장의 새로운 기둥으로 세웠습니다. 구 회장의 리더십은 이전 세대와 다릅니다. 그는 ‘권위 없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직접 나섰습니다. 직급 대신 ‘님’ 호칭을 도입하고, ‘실패를 기록하는 보고서’ 시스템을 신설했습니다. ‘결과보다 시도’를 인정하는 문화는 젊은 연구원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2023년에는 사내 벤처 플랫폼 ‘LG NOVA(노바)’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LG를 단순한 제조기업이 아닌 ‘고객경험 혁신 기업(Customer Experience Innovator)’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는 그가 직접 참여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그의 별의 순간은 화려한 인수합병의 성과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LG의 DNA를 다시 쓰겠다”는 조용한 결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늘 말합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용기에서 시작된다. 변화가 두렵다고 멈춘다면, 미래는 우리 것이 아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는 ‘전통 대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AI 기반 생산공정을 도입하며, 데이터 중심의 고객 의사결정을 도입한 ‘민첩한 대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그가 내세운 ‘고객 가치 중심, 디지털 기반의 미래 LG’란 구상은 이제 그룹 전체의 표준 언어가 돼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의 ‘정도(正道)의 길’ 위에 그는 ‘디지털의 길’을 새롭게 깔고 있습니다. 그의 부친 구본무 회장이 ‘정직으로 신뢰를 쌓은 리더’였다면 구광모 회장은 ‘데이터로 미래를 여는 리더’입니다. 그의 별의 순간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LG를 다시 정의하겠다”고 결심한 그날, 그리고 그 약속을 조용히 실현해가고 있는 오늘이기도 합니다.
2025-10-10 1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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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코노믹데일리] 오봉저수지, 솔직히 저는 처음 듣는 저수지 이름이었습니다. 아마도 강릉 지역에 살거나 살았거나 했던 분들이 아니라면 저처럼 낯선 이름이었을겁니다. 그런데 지난 몇 주 동안 연일 각종 매체에서 오봉저수지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봉저수지는 강원도 강릉 지역 생활용수의 약 87%를 책임지는 주요 상수원이자 강릉 인근 지역에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수자원이었으나 올해 들어 예년과 달리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며 저수량이 급속히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역대급 수준으로 저수량이 감소했던 오봉저수지는 지난 12~13일 강릉에 100㎜ 이상의 단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8%포인트(p) 상승했다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전날(13일) 오후 6시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4.3%로 12일보다 2.8%p 올랐으며 해당 시점 기준 저수량은 204만7600t으로 전일 대비 40만t 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래봐야 여전히 재난 상황에서 벗어나진 못하고 있습니다. ◆오봉저수기 저수량 악화 원인은 폭염과 저조한 강우, 휴가철 수요 증가 올해 4월만 해도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은 예년의 90% 정도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6월로 접어들며 폭염이 이어지고 예년보다 적은 비가 내리며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평년 수준 약 50% 수준으로 떨어졌고, 드디어 7월 7일 저수율은 지난해 같은 시기(52.2%)나 평년치(66.2%)보다 훨씬 낮은 32.9%까지 떨어졌습니다. 생활 및 농업용수에 비상이 걸린 강응시는 샤워 후 남은 물 청소 재활용, 세면대에 물을 적당히 받아 사용, 화장실 절수기 설치, 수돗물 세차 금지, 기름기는 휴지로 닦아낸 뒤 설거지, 빗물 정원 관수 활용 등 물 아껴쓰기 실천 방안을 안내하며 물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국가 가뭄정보포털에서도 강릉시 오봉저수를 '관심' 단계로 분류하며 지속 모니터링했습니다. 기상청 역시 올해 여름 이후에도 평년 수준의 강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오봉저수지의 고갈 문제가 단기간 내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틀 뒤인 7월 9일 31%, 8월 6일엔 25%까지 떨어져 기록상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습니다. 기존 최저치는 2000년의 26%였습니다. 중앙정부에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 농업용수 중단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야속하게도 그날 이후 31일까지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은 평년의 20% 내외인 14.5~14.9로 떨어져 강릉 지역에서는 아예 계량기를 잠그고 제한급수를 강화했으며 공공시설 일부 운영을 중단으로 긴급 급수 대책을 모색했습니다. 9월 들어서도 상태는 악화일로를 걸었지요. 9월 1일 14.4%, 9월 2일 14.2%로 연일 역대 최저 기록이 이어졌고 강릉 지역에 재난사태가 선포됐습니다. 9월 3일에는 13.9~14.1%로 저수율이 또 떨어져 공공화장실, 수영장 등 공공시설 운영 중단을 확대하고 제한급수를 강화했으며 급수차량과 살수차 투입을 확대했습니다. 마침내 9월 6일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은 12.9%로 또 한 번 역대 최저치를 갱신, 군 부대까지 투입돼 급수를 지원하고 인근 남대천 구산농보(농업용 보)에 저장된 물을 2km 상류인 오봉저수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12,1 3일 내린 단비로 14%대로 회복한 것입니다. ◆강릉 지역 가뭄의 원인···산악 지형·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기후변화 민감 지역 전 세계적으로 지역별 기후가 심한 변덕을 부림에 따라 폭우 또는 가뭄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강릉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지역의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는 가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강릉은 산악 지형과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기후 변화에 더욱 민감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릉시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부터 강릉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2010년대 초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500mm였으나 2020년대 초반에는 약 1200mm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강수량 감소는 가뭄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강릉시는 수자원 관리에 있어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이 부족하였습니다. 댐 건설 및 수로 정비 등 인프라 구축이 지연됐고 기존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은 노후화돼 효율적인 물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가뭄 시기에 더욱 두드러지게 표출됐지요. 강릉시청 수자원과에 따르면 강릉시의 주요 댐 중 하나인 '강릉댐'은 1980년대에 건설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댐의 노후화로 인해 물 저장 용량이 감소했고, 수로의 정비가 미흡해 물 공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강릉시의 지하수 관측망이 부족해 실시간 수자원 모니터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역 개발과 환경 파괴···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인한 산림 훼손, 하천개발로 물 부족 심화 강릉 인근 지역에서는 개발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자연 생태계가 훼손되고,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산림 훼손과 하천 개발은 지하수의 재충전 기능을 약화시켜 가뭄 시기에 물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강릉시 왕산면에서는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주변 산림이 훼손됐고, 하천이 매립돼 지하수의 재충전 기능이 약화됐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산림 훼손과 하천 개발로 인해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강릉 지역을 평가하자면 먼저 이 지역 가뭄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악화됐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와 수자원 관리의 미흡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개발로 인한 자연 생태계 훼손은 장기적으로 지역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사회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수로 인해 극심한 생활 불편을 겪고 있으며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식수 공급의 어려움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지역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강릉시의 수자원 관리 체계는 체계적이지 못했으며, 지역 개발 계획 또한 환경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지배구조의 문제는 가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지역 사회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해결을 위한 제언··· ESG 관점에서의 종합적 접근 필요 강릉 지역의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ESG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수자원 관리 체계를 현대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 개발 시 환경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위기 대응 능력을 향상해야 합니다. 강릉 지역의 가뭄 문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ESG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정부, 주민,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2025-09-18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