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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20조 선납 제안…전력망 책임은 누구 몫인가
[경제일보] 수백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단 팹은 거대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쟁이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 동시에 전력망 경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전력망을 깔 돈이 부족해지자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을 먼저 내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계산했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고, 기업에는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참여 여부와 금리, 금액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전도 ‘제안’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도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지난해 선납액은 약 3900억원이었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용했다. 기업이 미래에 낼 전기료를 먼저 내고 한전은 그 돈을 필요한 설비에 투자하며 기업은 이자를 받는 구조라면 금융거래로서 성립할 여지는 있다. 적기에 전력망이 완공되지 못해 수십조원짜리 공장이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문제는 규모와 목적이다. 3900억원 수준이던 선납제도를 단숨에 25조원짜리 전력망 조달수단으로 바꾸면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25조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전기요금 납부 편의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를 조달하는 금융수단으로 변하는 셈이다. 한전이 이 방안을 고민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호남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는 20.6GW로 추산되고,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필요한 전력이 더 늘어난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수요는 더 커졌다. 반면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지난 6월 말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썼다. 공기업의 재무제표와 국가 산업정책의 시간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쓰는 전기니 두 회사가 망을 깔면 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력망은 공장 안의 생산설비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단지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시설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송·변전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의 목적부터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스스로 ‘기간망’이라고 이름 붙인 인프라의 책임을 특정 기업의 현금 여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반대편 원칙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 10GW, 20GW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계통보강 비용이 따라온다. 그 비용을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똑같이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맡길 수 없는 공공사업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을 국가의 책무로 봤다. 동시에 도로와 교량 같은 시설의 비용은 이용자에게 받는 통행료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250년 전에도 공공 인프라의 책임과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도 ‘국가가 전부 낼 것이냐, 기업이 전부 낼 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누가 어느 비용을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원칙이다. 국가 전체가 이용하는 기간 송전망과 장거리 간선망은 국가와 한전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반면 특정 산업단지나 초대형 수요처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전용선로와 변전소, 접속설비에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기업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보는 계통보강 비용이라면 수익 범위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선이 먼저 그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아가 몇 년 뒤 받을 전기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방식이 관행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내일은 데이터센터, 배터리,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인프라 투자비가 전력 수요자의 현금 보유액이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산업정책도, 요금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한전은 독점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싫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으로 거래의 자발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공장에 제때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과 그 전력을 공급할 사실상의 유일한 사업자가 20조원 규모의 선납을 협상한다면 일반적인 금융거래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납제를 확대하려면 세 가지 안전장치가 먼저다. 선납금은 해당 전력망 건설에만 쓰도록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기업별 부담액은 전력 사용량과 추가 계통투자 비용 등에 따른 객관적 산식으로 정하고 동일한 조건의 대규모 수요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력 공급 일정이 어긋났을 때 선납기업이 부담할 위험과 보상 원칙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문제와 전력망 투자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선납금으로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전기요금 정책과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210조원대 부채를 반도체 기업의 미래 전기료로 메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전력망에 들어갈 돈과 한전의 누적 재무부담을 한 통장에 넣는 순간 비용 부담의 원칙은 흐려진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는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주문하면서 정작 공장을 돌릴 전력망은 한전과 기업이 돈을 마련해 알아서 깔라는 식이어서는 산업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공장 유치는 국가전략이고 송전망은 기업 사정이라는 식의 역할 분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는 전력망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주민 수용성 문제와 송전선로 인허가를 풀고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해 기간망을 미리 확보하는 일은 개별 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몫이다. 올해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법이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전력망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자가 되는 전력설비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전기료 선납도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먼저 국가가 어떤 전력망을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다음 특정 수요자가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의 몫을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순서를 거꾸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전기는 기업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이지만, 그 전기가 흐르는 국가기간망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반이다. 상품의 값을 기업에 받을 수는 있다.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많은 인프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때 준비하지 못한 기간망의 책임까지 ‘5년치 전기료 선납’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청구해서는 안 된다. 25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이다. “한국의 전력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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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 방송평가 KBS1 지상파 1위·MBN 종편 선두…지역민방은 점수 하락
[경제일보] KBS1이 중앙 지상파 방송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종합편성채널에서는 MBN이 TV조선을 1점 차로 앞서며 선두에 올랐다. 중앙 지상파와 종편, 홈쇼핑 채널은 대체로 점수가 상승했지만 지역 민영방송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2일 제24차 전체회의를 열고 153개 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371개 방송국의 ‘2024년도 방송평가 결과’를 의결했다. 평가는 2024년 한 해 방송 실적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내용과 편성, 경영·운영 성과를 종합해 진행됐다. 법령과 방송심의 규정 준수 여부, 시청자 의견 반영, 재난방송과 공익광고 편성, 프로그램 수상 실적 등도 점수에 반영됐다. 매체별 역할과 사업 구조가 다른 만큼 평가 만점도 차등 적용됐다. 중앙 지상파 TV는 700점, 지역 지상파 TV와 종편은 600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보도전문·홈쇼핑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500점, 위성방송은 400점, 지상파 라디오와 DMB는 300점 만점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매체의 점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 KBS1 중앙 지상파 선두…종편은 MBN 1위 중앙 지상파에서는 KBS1이 700점 만점에 643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MBC가 612점으로 뒤를 이었고 SBS 589점, KBS2 574점 순이었다. 프로그램 수상 실적과 관계 법령 준수 여부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전년보다 점수가 상승했다. 교육방송 EBS는 매체 특성상 일부 평가 항목을 제외한 뒤 점수를 700점 기준으로 환산해 606점을 받았다. 종편 4사의 경쟁은 치열했다. MBN이 526점으로 가장 높았고 TV조선 525점, 채널A 519점, JTBC 517점을 기록했다. 1위와 4위의 차이가 9점에 불과해 전반적인 평가 수준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보도전문채널은 YTN이 439점, 연합뉴스TV가 431점을 받았다. 지역 민영 지상파에서는 KNN이 509점으로 선두를 차지했다. 대전방송이 499점, 대구방송이 475점으로 뒤를 이었다. 청주방송 471점, 광주방송 467점, 전주방송 464점, 강원방송 453점, 울산방송 440점, OBS경인 422점, 제주방송 390점 순이었다. 지역민방은 대체로 전년보다 평가점수가 낮아졌다. KNN과 제주방송의 점수 차이가 119점에 달해 지역 방송사별 콘텐츠 투자와 법규 준수, 경영 여건의 격차도 드러났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SK브로드밴드가 평균 387점으로 가장 높았다. 현대HCN 372점, LG헬로비전 365점, CMB 360점, 딜라이브 346점이 뒤를 이었다.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는 400점 만점에 273점을 받았다. 홈쇼핑 PP에서는 공영쇼핑이 442점으로 1위에 올랐다. 현대홈쇼핑 441점, 롯데홈쇼핑 440점으로 상위 3개사의 점수 차이는 2점에 그쳤다. 이어 NS홈쇼핑 432점, GS SHOP 428점, 홈앤쇼핑 410점, CJ온스타일 389점 순으로 평가됐다. 방송평가는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 재허가와 종편·보도채널 재승인 심사에 반영된다. 다만 이번 결과는 매체별 배점과 평가 항목이 달라 방송사의 시청률이나 콘텐츠 경쟁력을 직접 보여주는 순위로 해석하기보다 공적 책임과 법규 준수, 편성·운영 역량을 종합한 행정평가로 볼 필요가 있다. 방미통위는 이날 ‘2025년도 방송평가 기본계획’도 의결했다. 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일정이 늦어진 만큼 이달 말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9월 말까지 실적 자료를 제출받아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6-07-22 18: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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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 의원,국악부터 궁궐까지 하나로…'K-컬처 6법' 완성 속도
[경제일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광명갑)이 전통예술과 한류산업, 한복, 국제문화행사, 지역축제, 궁궐·왕릉을 하나의 정책 체계로 연결하는 이른바 ‘K-컬처 6법’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별 분야별 지원에 머물렀던 문화정책을 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유산 활용까지 잇는 제도적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K-컬처 6법’은 하나의 패키지 법안이 아니라 임 의원이 대표발의하거나 제정을 추진하는 6개 법률을 묶어 부르는 정책 브랜드다. 6개 법은 △국악진흥법 △한류산업진흥 기본법 △한복문화산업 진흥법 △국제문화행사 지원에 관한 법률 △문화관광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궁궐·왕릉 등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으로 구성된다. ◆ 4개 법 입법 성과…시행 단계는 각각 달라 현재 4개 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국악진흥법은 2024년 7월 시행됐고, 한류산업진흥 기본법은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 한복문화산업 진흥법과 국제문화행사 지원법은 공포됐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한복문화산업 진흥법은 2027년 4월 29일 시행된다. 정부가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복산업 실태조사와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국제교류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제문화행사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오는 10월 29일부터 시행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제 공연·전시·축제·박람회 개최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국제문화행사 지원단 운영 근거를 담았다. 이에 따라 K-컬처 6법 가운데 입법 절차가 남은 법안은 지역축제와 궁궐·왕릉 분야다. 문화관광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2025년 10월 임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문화관광축제를 법률상 별도 정책 대상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지역축제는 관광진흥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연도별 예산사업을 중심으로 지원돼 장기적인 전문인력 확보와 민간투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안에는 문화관광축제와 글로벌축제 지정, 민간 기부금 활용, 전담조직과 핵심 인력 육성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축제를 단발성 지역행사에서 체류형 관광과 숙박·외식·교통 소비를 끌어내는 지역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취지다. 다만 국가 지원이 확대될수록 방문객 수 부풀리기와 유사 축제 난립을 막을 성과평가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궁궐·왕릉 등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은 제정을 준비하는 단계다. 궁궐과 왕릉은 현행 국가유산 관련 법률에 따라 관리되고 있지만, 보존과 복원뿐 아니라 관람·공연·관광 콘텐츠 활용을 종합적으로 다룰 별도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추진 배경이다. 아직 국회 의안번호가 확인되는 정식 발의 단계는 아니어서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지원 범위는 법안 공개 이후 판단해야 한다. K-컬처 6법이 완성되면 국악과 한복 등 전통문화에서 한류산업과 국제행사, 지역축제와 국가유산까지 연결하는 법률 체계가 마련된다. 문화 콘텐츠의 해외 확산뿐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관광, 전통문화 산업을 함께 육성할 근거가 생긴다는 점이 의미다. 다만 법률의 숫자가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과 기본계획을 구체화하고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방문객과 매출 중심의 단기 성과를 넘어 문화적 가치와 지역 주민 참여, 지속 가능성을 평가할 지표도 필요하다. 임 의원은 “K-컬처는 문화예술의 영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문화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K-컬처 6법을 완성해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5 17: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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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제5차 해외건설진흥계획 수립…기술·금융 앞세워 수주 체질 전환
[경제일보] 국토교통부가 해외건설 산업의 방향을 단순 시공 수주에서 기술·금융 기반의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한다. 선진 건설사들은 기술력과 금융 조달 능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중국·튀르키예 등 후발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해외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6일 밝혔다.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은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마련하는 법정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업계 간담회와 공공기관 협의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해외건설진흥위원회 심의로 확정됐다. 국토부가 제시한 핵심 방향은 기술력, 글로벌 금융, 지원 기반 확충이다. 해외건설을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정부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외 인프라 펀드 확대와 기술선도 성장 기조도 반영됐다. 우선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해외 수주 모델로 연결할 계획이다. 현수교와 초고층 건축, 침매터널 등 기존 경쟁력이 확인된 분야를 바탕으로 설계·조달·시공(EPC)뿐 아니라 운영·유지관리(O&M)까지 포함한 전주기 패키지 사업 진출을 돕는다. 새로운 수주 분야도 발굴한다. 기존 시공 기술을 부유식 해상플랜트(FLNG), 데이터센터,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확장하고 철도·공항 등 한국형 인프라를 신호·통신·보안·운영시스템까지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육성한다. 한국형 도시개발 제도를 먼저 수출해 우리 기업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만들고 도시 기반시설에 AI 서비스를 결합한 ‘AI 시티’ 수출도 지원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바이오매스 등 전략기술 기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시장개척부터 사업화까지 단계별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사업기획과 설계·시공·운영을 총괄하는 프로젝트관리(PM) 기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국토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우리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기업매칭펀드, 해외 국부펀드·국책은행과 공동 투자하는 국가별 전략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해외건설 인프라 펀드를 조성한다. 단순 도급 수주가 아니라 사업 지분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늘리기 위한 장치다. 이와 함께 맥쿼리, 스미토모 등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개발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양질의 사업을 확보하고 다자개발은행(MDB) 협력 전담팀을 신설해 우리 기업의 MDB 사업 참여를 지원할 방침이다. KIND는 양질의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구조화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키운다.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인재 양성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MDB 사업과 연계해 중소·중견기업의 첫 해외 진출을 돕고 인프라·금융 전문 학위과정과 PM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정상순방 등 고위급 경제외교와 연계한 ‘팀코리아’ 방식의 수주 지원도 확대한다. 이번 기본계획의 첫 실행 사례는 미국에서 구체화된다. 국토부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김이탁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을 워싱턴D.C.에 파견했다. 미국 에너지부와의 장관급 면담에서 발굴한 정부 간 인프라 협력사업을 실제 수주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일정이다. 김 차관은 네바다주 리튬·붕소 플랜트 건설사업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참석해 우리 기업의 수주도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미국 에너지부의 정책금융 대출이 약정된 프로젝트로 KIND는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EPC 참여를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글로벌 금융과 공동 투자하는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어 미국 에너지부 차관과 신규 정부 간 협력사업 발굴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 암모니아 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미국 농무부 차관을 만나 협력 범위를 넓히고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와 세계은행 관계자와도 도시개발·교통·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 파견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 수립 이후 추진하는 첫 글로벌 금융 협력사업이다”라며 “양국 장관급 면담에서 다진 협력 기반을 구체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기업이 양질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며 해외건설 산업의 체질 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6 09: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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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 개혁보다 먼저 설득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군 개혁은 필요하다. 병역자원은 줄고 전쟁의 양상은 인공지능·무인체계·우주·사이버 전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육·해·공군이 따로 움직이는 시대도 지났다. 합동성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그러나 군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다. 더구나 그 결론을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갑자기 들이밀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육·해·공군 사관생도를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해 생도를 함께 뽑고 1·2학년에는 공통교육을 실시한 뒤 3·4학년에는 군별 특화 교육을 받게 하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기본계획 발표, 공청회, 법령 정비,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 절차를 거쳐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첫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는 선발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입시 현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사관학교 입시는 일반 대학 입시와 다르다. 필기시험, 체력검정, 면접, 신체검사, 군별 적성 준비가 함께 맞물린다. 학생들은 고교 1~2학년 때부터 육사·해사·공사 중 어느 학교에 지원할지 정하고 준비한다. 그런데 고3을 앞두고 선발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진로 경로의 재설계다. 대입 사전예고제 취지와도 충돌한다. 국방부는 사관학교가 특수대학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법적 예외가 곧 정책적 정당성은 아니다. 입시는 조문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예측 가능성과 신뢰로 굴러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을 설명하며 “사관학교 입학 성적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학교 규모를 키워 인재 양성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또 군 합동성은 사관학교 시절부터 함께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체질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사관학교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학교의 간판이 아니다. 왜 청년들이 장교의 길을 덜 선택하느냐다. 초급간부 처우, 장기복무 전망, 군 조직문화, 잦은 전출과 생활 여건, 민간 일자리와의 기회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원인을 놔둔 채 학교를 합치면 우수 인재가 더 모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릇을 키운다고 물이 저절로 차는 것은 아니다. 샘을 살려야 물이 고인다. 합동성 논리도 더 정교해야 한다. 현대전에서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능력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합동성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키우느냐다. 육군 장교는 지상작전과 부대운용을, 해군 장교는 함정과 해양작전을, 공군 장교는 항공작전과 공중우세 개념을 깊이 익혀야 한다. 합동성은 전문성을 없애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각 군이 공동의 작전개념 아래 결합할 때 생긴다. 세계 최강의 합동전력을 운용하는 미국도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분리해 유지한다. 반대로 통합형 체계를 둔 나라들도 있지만 병력 규모와 역사적 배경이 한국과 다르다. 해외 사례는 이름표가 아니라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정치적 의심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군 통제와 정치적 중립, 특정 출신 중심의 군 인사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군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거나 특정 인맥과 출신 문화에 갇힌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러나 제도개혁이 특정 학교 지우기, 특정 출신 배제, 정치적 상징 조치로 비치면 개혁의 정당성은 오히려 약해진다. 최근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졸속 통합 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이런 불신의 연장선에 있다. 국방부의 소통 방식도 문제다. 사관학교 통합은 교육제도이자 군 인사제도이며 지역 문제이자 청년 진로 문제다. 육사의 서울 노원, 해사의 진해, 공사의 청주, 거론되는 대전 자운대와 전남 장성까지 모두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 학교가 어디로 가느냐, 1·2학년 공통교육을 어디서 하느냐, 기존 학교의 역사와 시설은 어떻게 할 것이냐, 각 군 정체성은 어떻게 보존할 것이냐가 모두 쟁점이다. 그런데 당국의 설명은 ‘합동성 강화’와 ‘인재 양성의 그릇’에 머문다. 국민이 묻는 것은 원론이 아니라 설계도다. 향후 파장도 작지 않다. 첫째, 입시 현장의 혼란이다. 2028학년도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한 현재 고2 학생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준비해야 한다. 둘째, 군 내부 갈등이다. 육·해·공군의 교육철학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셋째, 정치권 공방이다. 여권은 군 개혁과 합동성 강화를 말하고, 야권은 졸속 추진과 ‘육사 지우기’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지역 갈등이다. 통합 사관학교 위치와 기존 학교 활용 방안은 지역경제와 상징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다섯째, 장교 충원 구조 전반의 재검토 요구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가 전체 장교 양성의 일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군장교·학사장교·3사관학교 등 더 넓은 초급장교 양성체계까지 함께 봐야 한다. <손자병법>은 ‘병자, 국지대사’라고 했다. 군사란 나라의 큰일이라는 뜻이다. 큰일은 큰 절차를 필요로 한다. 국가 안보를 다루는 일일수록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전장에서 빠른 결심은 미덕일 수 있지만 제도를 바꾸는 국정에서는 빠른 결심만으로 부족하다.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듣고 더 정확히 설계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을 무조건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병역자원 감소와 전장환경 변화 속에서 장교 양성체계 개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각 군 사관학교의 중복 교육을 줄이고 공통 안보·과학기술·AI·우주·사이버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 합동성 교육 확대도 필요하다. 다만 그 방식이 반드시 학교 통합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동 교과 확대, 3군 생도 합동훈련 정례화, 합참·연합작전 중심 교육 강화 등 대안은 많다. 정부가 정말 사관학교 개혁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순서를 바꿔야 한다. 먼저 장교 양성체계 전반의 진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사관학교 지원율과 합격선 변화, 중도 이탈률, 장기복무율, 초급장교 충원난, 교육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다음 통합안과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용 시기를 정해야 한다. 특히 2028학년도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 현재 준비 중인 수험생 세대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상식이다. 개혁은 명분으로 시작하지만 절차로 완성된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장교를 길러내는 국가의 공적 장치다. 그 문을 어떻게 열고, 어디에서 가르치며, 어떤 정신과 전문성을 심을 것인지는 대한민국 안보의 다음 세대를 결정하는 문제다. 국방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통합 선발 일정표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과 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서를 내놓는 것이다. 나라의 장교를 뽑는 제도라면 그 출발도 장교답게 정직하고 신중해야 한다.
2026-07-02 1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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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교체론' 우세냐, 오세훈 '현직론'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로 압축됐다. 정 후보는 ‘3선 성동구청장’ 경력을 앞세워 생활행정형 교체론을 내걸고 있고, 오 후보는 ‘4선 서울시장’의 경험과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행정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한 현재 판세는 ‘정원오 우세, 오세훈 추격’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부동층, 세대별 투표율, 강남권 결집, 주거·교통 공약의 설득력 등이 남은 선거 기간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여론조사 흐름은 ‘정원오 우세, 오세훈 추격’ 현재 공개된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정 후보에게 우호적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4월 28~29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 양자 가상대결은 정원오 48%, 오세훈 32%였다. 조사는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2.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5월 1~3일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전화면접조사에서도 정 후보는 41%, 오 후보는 34%를 기록했다. 두 후보 격차는 7.6%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부동층은 21%였고, 현 지지 후보를 선거일까지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81%,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은 18%였다. 조사기간은 2026년 5월 1~3일, 응답률은 10.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SBS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두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흐름은 정 후보가 단순한 여당 후보가 아니라 ‘서울 교체론’의 수혜자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반면 오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장기 재임에 따른 피로감도 함께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가 정권 구도와 시정 평가, 생활 민심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전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정원오, 생활행정은 ‘강점’...서울시 경험은 ‘과제’ 정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생활밀착 행정’의 실적이다. 그는 2014년 성동구청장에 처음 당선된 뒤 3연임했다. 구청장 시절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행보로 주목받았고,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쌓았다. 서울시장은 거대 담론만으로 당선되는 자리가 아니다. 쓰레기, 보행로, 골목상권, 재개발 민원, 통근시간처럼 시민의 하루를 다루는 자리다. 정 후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서울을 생활 단위로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낼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은 여당 후보 프리미엄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는 시점에 치러진다. SBS 조사에서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50%,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40%였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주택공급, 교통망, 복지 재정 집행이 빨라진다는 주장은 정 후보에게 유리한 프레임이다. 그러나 약점도 분명하다. 서울시 전체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성동구의 성공은 자산이지만,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중앙정부, 국회, 민간사업자, 시민단체, 글로벌 자본이 얽힌 복합 행정체다. ‘성동 모델’을 ‘서울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낮은 전국적 인지도 역시 과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해도, 오 후보의 장기 브랜드를 단기간에 완전히 압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 후보에게 가장 큰 기회 요인은 주거와 교통이다. MBC 조사에서 서울시민이 새 시장에게 가장 중점을 둬야 할 현안으로 가장 많이 꼽은 항목은 주거 안정이었다. 정 후보는 이를 의식하듯 ‘착착개발’을 전면에 세웠다. 통상 15년 안팎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줄이고, 부담 가능한 ‘실속 주택’을 대규모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기본계획과 정비구역 지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정비계획 변경과 관리처분 절차를 줄여 행정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교통 공약도 핵심 승부처다. 정 후보는 5월 7일 ‘30분 통근 도시’를 내걸고 강북 수유동과 강남 종합운동장을 잇는 동부선 신설 등을 제시했다. 강북권 철도망 확충, 격자형 철도망 구축, 광역버스 환승거점 설치,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통합 구상도 함께 내놨다. 서울의 불평등은 집값에서 시작해 통근시간에서 굳어진다. 강남 접근성, 철도 소외지역, 광역교통 피로를 건드리는 공약은 정 후보가 중산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카드다. 다만 여당 프리미엄은 동시에 위협요인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과 규제 논란에서 정 후보가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서울 유권자는 공급 확대에는 호응하지만, 재산권 침해나 세 부담 증가에는 민감하다. 정 후보가 중앙정부와의 정책 동조를 강조할수록 국민의힘은 “민주당식 부동산 정책의 반복”이라는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4선 경험은 ‘자산’...장기재임은 ‘부담’ 오 후보의 강점은 경험과 즉시성이다. 그는 서울시청의 구조, 예산, 인허가, 도시계획, 의회 대응을 누구보다 잘 안다. 주택공급이나 교통망처럼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 서울에서 행정 연속성은 가볍지 않은 무기다. 특히 정비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 민간 사업자와의 협상, 중앙정부와의 재원 분담 문제에서 오 후보는 “이미 해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책 브랜드도 강점이다. 신속통합기획, 손목닥터 9988, 기후동행카드 등은 호불호와 별개로 이미 시민에게 알려진 서울시 정책명이다. 오 후보는 기존 신속통합기획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2031년까지 31만호 규모 정비사업 착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대학 신입생 대상 ‘서울형 새싹원룸’ 등 청년 주거 공약도 제시했다. 그러나 4선 시장이라는 이력은 안정감인 동시에 피로감이다. MBC 조사에서 오 시장의 시정 수행 평가는 긍정 40%, 부정 52%로 나타났다. 주거 불안, 교통 혼잡, 지역 간 격차 등 서울의 오래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선거는 오 후보의 지난 임기에 대한 평가 성격도 갖는다. 현직 프리미엄이 자산이면서 동시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 후보에게 기회는 남아 있다. 2030세대와 강남권, 중도 보수층의 재결집이다. SBS 조사에서 정 후보는 40·50대에서 오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지만, 다른 연령대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MBC 조사에서도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이 포함된 권역에서는 오차범위 내 경합으로 나타났다. 서울 선거에서 강남권과 2030 투표율은 막판 판세를 바꾸는 핵심 변수다. 오 후보가 꺼낸 1호 공약은 ‘건강 도시’다. 그는 ‘강철 체력, 활력 서울’을 첫 공약으로 발표하며 서울시 건강관리 플랫폼 ‘손목닥터 9988’을 AI 기반 건강관리 슈퍼앱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집 근처 10분 안에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는 ‘10분 운세권’ 도시를 만들고, 생활권 중심 서울체력장을 100곳까지 늘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부동산 공방만으로는 정 후보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생활정책·건강·고령화 의제로 전선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오 후보의 위협요인은 정권 구도다. 선거가 서울시정 평가가 아니라 ‘정권 지원 대 견제’ 구도로 굳어지면 여당 후보인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바람이 불 수 있다. 보수층이 오 후보 개인 경쟁력에는 동의하더라도 국민의힘 전체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면 투표장으로 나오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정, '서울형 실행정부' 부각…오, ‘실현 가능성 검증’ 주력 아직 선거가 끝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후보의 막판 히든카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 후보가 힘든카드로 ‘서울형 실행정부’ 이미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착착개발의 재원·절차·기간을 숫자로 제시하고 강남권과 1주택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여기에 30분 통근 도시를 단순한 철도 공약이 아니라 서울 균형발전의 핵심 의제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정 후보가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움직이면 시민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구체적 정책 실행 의지를 강조하면 현재의 우세를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실현 가능성 검증’이다. 오 후보는 정 후보 공약을 단순히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법 개정은 언제 가능한가, 자치구 권한 이양이 책임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공급 속도와 투기 억제를 어떻게 함께 달성할 것인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정치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오 후보에게 가장 좋은 구도는 ‘새 인물 대 낡은 인물’이 아니라 ‘실험 대 검증’이다”며 “이번 선거 표심의 최종 심판대는 생활이다. 정 후보는 변화의 기대를 현실의 설계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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