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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무대 된 조선소…HD현대, 나토 방문 속 '해양 방산 협력' 확장 신호
[경제일보] 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NATO(나토) 회원국 대사단이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를 찾으면서 국내 조선소가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방산 외교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함정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군사 협력의 접점을 넓히려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는 최근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 30개국 주재 대사단이 경기도 판교 GRC를 방문해 함정 기술과 미래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대사단은 구축함, 잠수함, 무인수상정 등 다양한 함정 라인업과 AI 기반 자율운항 선박 기술, 디지털트윈 가상 시운전 시스템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 기업 견학을 넘어 방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나토 주재 대사는 각국의 군사·정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핵심 외교 채널인 만큼 이들의 현장 방문은 기술 검증과 동시에 협력 파트너 탐색의 의미를 갖는다. 배경에는 글로벌 방산 시장 구조 변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 증액과 해군력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함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해상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구축함, 호위함뿐 아니라 무인수상정 등 차세대 해양 전력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상선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방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HD현대의 전략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상선 건조 역량에 더해 함정 설계·건조 기술과 AI 기반 자율운항, 전기추진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하며 해양 방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 시운전 기술은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이는 단순 함정 건조를 넘어 ‘기술 패키지’ 형태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외교와 산업의 결합이다. 과거 방산 수출은 정부 간 협상(G2G)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기술력과 레퍼런스가 협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나토 대사단 방문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이 직접 글로벌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나토는 다국적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공동 조달과 기술 협력이 이뤄지는 구조인 만큼, 초기 네트워크 구축이 향후 수주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이은 외국 군 관계자 방문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주한 외국무관단이 울산 조선소를 찾은 데 이어 나토 대사단까지 방문하면서 HD현대는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 홍보를 넘어 잠재 고객군과의 관계 구축 단계로 해석된다. 다만 방산 사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정치·외교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각국의 방산 정책, 동맹 구조, 무기체계 표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기간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유럽 현지 조선사와의 경쟁, 기술 이전 요구 등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조선업의 경쟁 영역이 상선에서 방산으로 확장되면서 '누가 더 많은 배를 만들 수 있느냐'보다 '어떤 기술과 협력 구조를 확보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HD현대 조선소를 찾은 나토 대사단의 발걸음은 그 변화를 상징한다. 조선소가 생산 현장을 넘어 외교와 안보, 기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의 역할 역시 한 단계 확장되고 있다.
2026-04-15 14: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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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이웨이' 전쟁에 동맹국 줄세우기…한국, 중동 파병 딜레마 빠지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한국 등 동맹국의 파병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와 원유 수입 의존도 등 사실과 다른 수치까지 동원하며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향후 한미 간 파병 및 방위비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본과 한국에 각각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우리가 이 나라들을 방어해주고 있는데, 호위 작전 동참을 요구하면 그들은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4만5천명)는 실제(약 2만8천500명)와 큰 차이가 있다. 주일미군 역시 5만명 수준이다. 또한 그는 "일본은 원유의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미국은 1% 미만"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는 60%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수치 인용 이면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중동의 원유가 아쉽지 않지만, 동맹국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파병을 강제하거나, 파병을 거부할 경우 향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다른 형태의 비용 청구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도와야 한다"며 동맹국들을 향해 "빠르고 열정적으로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프랑스 등 나토(NATO) 동맹국들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며 글로벌 동맹 체제를 자국의 이익(America First)에 복무하도록 줄 세우고 있다. ◆ 韓 정부의 깊어지는 딜레마… 파병이냐, 중동 관계 악화냐 한국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생명줄인 만큼 항행의 자유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참수 작전'에 군사적으로 동참할 경우, 1962년 수교 이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의 외교적 단절은 물론, 중동 내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해 현지 교민과 기업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압박이 있었으나, 당시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한시적으로 넓히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이란 영토와 지도부를 직접 타격하는 전면전 양상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우회적 파병'이 통할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17일째를 맞은 이란과의 전쟁 전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합동 공습 당시 표적이 됐던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한쪽 다리를 잃고 심하게 다쳤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며 "누가 이란의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전 개시 이후 이란의 7000개 이상 목표물을 타격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능력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최대 불안 요소인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이란의 주요 정유 시설 타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제3차 오일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마이웨이' 중동 전쟁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게 경제적 피해(유가 상승)와 외교·안보적 부담(파병 압박)을 동시에 안겨주는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6-03-17 08: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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