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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깃발을 누가 꽂을 것인가? 캐나다 CPSP 최대 60조원의 승부수
[경제일보] 이달 캐나다 재래식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독일의 경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이뤄 검증된 기술력과 대규모 경제 패키지로 승부하는 반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NATO 동맹의 공동 잠수함 체계와 풍부한 건조 실적을 앞세운다. 이번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건조부터 정비·훈련까지 아우르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패키지다. 북극·대서양·태평양 3개 해역에서 동시 작전이 가능한 장기 잠항·원해 작전 능력이 핵심 요구조건이다. 특히 캐나다는 빅토리아급 퇴역에 따른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납기와 높은 가동률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발표는 단순한 12척의 향방을 넘어선다. 한국이 수주할 경우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토를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승부는 ▲플랫폼의 기술력과 납기 ▲캐나다에 안길 경제 효과 ▲동맹·산업 협력 구도라는 세 갈래에서 갈릴 전망이다. 기술력의 한국 vs 실적·납기의 독일 플랫폼 경쟁력만 놓고 보면 양측은 팽팽하다. 그러나 '검증된 실적'과 '납기'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결이 갈린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Ⅲ Batch-Ⅱ는 한국 해군이 실제 운용 중인 3000t급 잠수함의 개량형이다. 작전반경 7000해리 이상, 533㎜ 어뢰발사관 6문과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췄다. 기술적 차별점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디젤 잠수함이라는 데 있다. 잠항 지속 능력과 저소음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설계다. 무엇보다 강점은 '운용 실적'이다. 지난 5월 23일 도산안창호함이 약 1만4000㎞를 항해해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하며 대양 작전 능력을 실전에서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이 성사되면 1번함을 2032년, 4척을 2035년까지 인도하고 이후 매년 추가 건조해 최대 12척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반면 독일(TKMS)이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독일·노르웨이가 공동개발한 신형 2500t에서 3000t급 잠수함이다. 차별점은 연료전지 기반 AIP로, 최장 41일을 잠항할 수 있다. 다만 212CD는 아직 양산 초기 단계로,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독일은 납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5월 28일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CANSEC 현장에서 212CD 4척을 2036년까지 인도하겠다고 직접 공약했다. 독일·노르웨이가 자국 도입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전용하는 방식이다. 양강 구도의 승부는 납기 연도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35년까지 4척을 독일은 2036년까지 4척을 인도할 계획으로 1년 정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80년대 영국에서 건조돼 1990년대 중고로 도입된 노후 잠수함이다. 실질적인 운용 수명이 2030년대 중반에 다다른다. 따라서 납기가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 2만2500개 일자리'… 캐나다가 진짜 따지는 것 캐나다의 선택 기준은 잠수함 성능에만 있지 않다. 누가 캐나다에 더 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남기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캐나다의 산업·기술 혜택(ITB·Industrial and Technology Benefits)이 이번 수주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이번 수주를 따낸 기업은 계약액과 동일한 규모의 경제활동을 캐나다 안에서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즉, 무기를 팔려면 그만큼 캐나다 현지에 생산·투자·고용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캐나다 카니 총리는 주요 방산 계약과 관련해 캐나다 전역에 직접적인 경제활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무기를 넘어 캐나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일자리 창출과 GDP 효과를 앞세웠다. 한화오션은 KPMG 평가를 근거로 연간 2만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 미국 달러의 GDP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CANSEC 2026'에서 한화오션은 전시장 내 ‘범캐나다 경제 전략(Pan-Canada Economic Strategy)’ 코너를 통해 캐나다와의 산업 협력 네트워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홍보했다. 단순히 무기 거래가 아닌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르블랑 노바스코샤 장관은 "문은 열려 있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와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독일은 기존 독일·노르웨이가 공동 추진 중인 공통설계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은 사업 전 주기 누적 GDP 약 86조원(860억 캐나다달러), 연인원 65만4695명의 고용 효과를 제시했다. 단, 이 수치는 누적 기준이라 한화오션이 제시한 연간 수치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팀' vs 독일 'NATO 동맹망'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국가 간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경쟁사였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손잡은 이례적인 '원팀'과, 독일이 내세운 'NATO 동맹망'의 대결이기도 하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구축함 사업 'KDDX'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선박 수주가 아니라 향후 한국 해양방산 주도권을 가르는 사업인 만큼 양보가 어렵다. 최근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사업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두 기업의 경쟁 구도는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런 두 기업이 어떻게 '원팀'으로 묶일 수 있었을까. 답은 해외 시장의 생리에 있다. 국내에선 맞수지만, 독일·노르웨이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겨루는 해외 수주전에서는 한국 기업끼리 힘을 합치는 편이 승산이 높다. 한화오션의 잠수함·특수선 역량에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건조 실적을 더해, 국내 조선·방산 기술을 하나로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추진하던 212CD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공통 언어·운용절차·군수·정비 체계를 이미 공유하고 있는 만큼 상호운용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캐나다는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의무상 미국과 보안 센서·통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대 제프리 콜린스 교수는 이미 서방 동맹 체계에 엮인 플랫폼이 운용상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CPSP 사업의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승부는 △플랫폼 검증·납기 △경제 기여 △동맹·산업 구도 세 갈래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수주에 성공하면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역을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2026-06-01 15: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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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 경영권 분쟁 봉합…윤상현 체제, 이제 성과로 답할 때
[경제일보]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대표 기업인 콜마그룹이 1년여간 이어진 오너가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취하하면서다. 표면적으로는 가족 간 법정 다툼의 종결이다. 그러나 산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콜마그룹이 윤상현 체제를 확정한 뒤 북미 시장 확대와 건강기능식품 사업 재정비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 취하서를 제출했다. 윤 부회장 측도 소 취하에 동의하면서 증여 주식을 둘러싼 부자 간 법정 다툼은 법원 판단 없이 끝났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오너 일가 내부의 지분 갈등이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번지는 국면은 일단 정리됐다. 이번 분쟁의 출발점은 콜마비앤에이치였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동생 윤여원 대표가 이끌던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했다.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경영을 재편하겠다는 취지였다. 윤 대표 측은 이를 경영권 개입으로 받아들였고 윤 회장이 딸의 편에 서면서 남매 갈등은 부자 갈등으로 번졌다.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 소송은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윤 회장은 윤 부회장이 합의된 승계 구도를 흔들었다고 보고 2019년 12월 증여한 콜마홀딩스 지분 반환을 요구했다. 콜마그룹 내부 갈등은 특정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었다. 지주회사 지분과 핵심 계열사 경영권, 창업주가 설계한 승계 방식이 한꺼번에 충돌한 사건이었다. 분수령은 지난해 9월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이었다.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서 윤 부회장 측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윤 부회장이 요구했던 경영 개입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후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 단독 대표 체제에서 윤상현·윤여원·이승화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올해 들어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윤 부회장은 올 3월 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윤여원 대표도 4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직만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승화 단독 대표 체제로 이동했다. 윤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의 직접 경영에서 물러나는 대신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위치를 굳혔다. 윤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 경영 전면에서 후퇴했다. 윤 회장의 소송 취하는 이 같은 연쇄 조정의 마지막 장면에 가깝다. 창업주가 법적 분쟁을 계속 끌고 갈 경우 그룹 전체의 대외 신뢰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콜마그룹은 올해 자산 5조원을 넘기며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중견기업의 경계를 넘어선 순간에 오너 일가 분쟁이 계속되는 것은 투자자와 거래처, 해외 고객사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콜마그룹에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은 성장의 훈장인 동시에 새로운 관리 부담이다. 공시 의무가 강화되고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규제에 대한 감시도 높아진다. 윤 부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은 그의 실질 지배력이 제도적으로 확인됐다는 뜻이다. 동시에 그룹 경영 성과와 지배질서에 대한 책임도 윤 부회장에게 집중된다는 의미다. 윤상현 체제의 성적표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2019년 이후 콜마그룹은 외형을 키웠다. 2019년 2조2345억원 수준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3조4912억원으로 늘었다. 자산도 4조423억원에서 5조2429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1990년 직원 4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국내 화장품 ODM 기업 중 처음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려놓은 데는 K뷰티 성장세와 윤상현 체제의 확장 전략이 맞물린 영향이 컸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콜마그룹의 본업인 화장품 ODM은 글로벌 고객사 확보와 현지 생산망 경쟁이 동시에 중요해졌다. K뷰티 수출이 커질수록 제조사는 납품처를 넘어 브랜드 성장의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연구개발 역량, 빠른 제품화, 현지 규제 대응, 납기 안정성이 경쟁력을 가른다. 콜마가 북미 생산기지를 확대한 것도 이런 시장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콜마USA 제2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제2공장은 연면적 1만7805㎡ 규모로 연간 약 1억2000만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1공장과 합치면 미국에서만 연간 약 3억개, 캐나다 법인을 포함하면 북미 전체 기준 연간 약 4억700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회사는 이를 북미 ODM 기업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한다. 북미 생산기지는 윤상현 체제의 핵심 승부처다. 미국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이다. 동시에 관세와 물류비, 현지 규제, 고객사 대응 속도가 기업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장이다. 콜마가 미국 현지에서 기초 스킨케어와 선케어 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K뷰티 브랜드와 글로벌 고객사를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이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비 투자 이후 가동률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는지가 관건이다.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윤 부회장에게 남은 숙제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출발점이 콜마비앤에이치였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실적 회복은 상징성이 크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한때 그룹 신사업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실적 부진과 경영진 교체 논란이 겹치면서 그룹 내 갈등의 진원지가 됐다. 이승화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 뒤 제품 경쟁력과 영업망, 수익성 회복을 얼마나 빠르게 보여줄지가 중요하다. 윤 부회장 체제는 창업주가 만들어 놓은 연구개발 중심 제조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제약과 건기식, 해외 ODM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확장보다 사업별 수익성을 점검하는 경영이 요구된다. 대기업집단 편입 이후에는 내부거래와 계열사 지원 방식도 이전보다 더 정교해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가족기업 방식의 의사결정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번 분쟁 종식은 콜마그룹에 기회다. 법정 다툼이 끝나면서 지분과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줄었다. 해외 고객사와 투자자에게도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창업주의 결단은 그룹이 가족 간 대립보다 회사의 장기 성장을 우선했다는 메시지를 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분쟁이 남긴 상처는 실적과 지배질서 개선으로만 회복된다. 윤상현 부회장은 이제 오너 일가 갈등의 승자가 아니라 대기업집단 총수로 평가받게 됐다. 북미 공장은 매출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하고 콜마비앤에이치는 분쟁의 무대에서 성장의 축으로 돌아와야 한다. 제약과 건기식 투자는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끝났지만 윤상현 체제의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6-05-29 09: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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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혼다 '우수 공급업체' 선정…북미 OE 입지 확대
[경제일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로부터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인정받으며 북미 신차용 타이어(OE) 시장 내 입지 확대에 나섰다. 27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4월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혼다자동차의 ‘2025 우수 공급업체’ 시상식에서 ‘품질 및 납기 우수’ 부문을 수상했다. 혼다는 매년 북미 지역 협력사를 대상으로 품질과 납기 대응력, 기술 경쟁력, 혁신성 등을 종합 평가해 우수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총 56개 업체가 수상 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타이어는 안정적인 공급 역량과 품질 관리 체계, 제품 개발 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3년부터 혼다와 신차용 타이어 공급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혼다 CR-V와 혼다 HR-V, 혼다 파일럿, 혼다 패스포트 등 SUV 라인업과 혼다 어코드, 혼다 시빅 등 글로벌 주력 세단 모델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혼다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미 OE 시장 공략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동화 전환과 고성능 차량 확대에 맞춰 프리미엄 신차용 타이어 공급 비중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본사 ‘테크노플렉스’를 중심으로 하이테크 연구소 ‘한국테크노돔’, 타이어 테스트 트랙 ‘한국테크노링’ 등을 운영하며 연구개발부터 성능 검증, 양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충남 태안 소재 한국테크노링은 아시아 최대 규모 타이어 테스트 트랙으로 고속 주행과 제동, 내구성, 승차감 등 다양한 주행 환경 테스트가 가능한 시설이다. 회사는 해당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별 요구 성능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8개 생산기지를 통해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투자와 빅데이터·AI 기반 품질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50여개 완성차 브랜드 고객에게 최상의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5-27 1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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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파업 땐 '도미노 충격'…최대 100조 손실 우려까지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 안팎에서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전면 셧다운은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일부 제한됐지만 생산 인력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수십조원대 피해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로이터는 약 4만8000명의 삼성전자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삼성전자 인력의 약 38%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우려는 반도체 생산라인 차질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장치산업이다. 공정이 멈추거나 인력 부족으로 관리가 지연되면 웨이퍼 폐기, 설비 재가동 지연, 후공정 일정 차질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방재시설, 배기·배수시설 등 안전보호시설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처분으로 최악의 셧다운은 막더라도 필수 유지 인력이 전체 인력의 일부에 그치는 만큼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 규모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리지만 우려 수위는 높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김 총리가 삼성전자가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한다고 언급하며 파업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 2%에서 0.5%포인트를 깎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또 삼성전자가 하루 최대 1조원 수준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정도 보도했다. 글로벌 공급망 영향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하나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D램과 낸드 공급뿐 아니라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주요 고객사 납기 일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디언은 파업이 진행될 경우 전 세계 D램 공급의 최대 4%, 낸드 공급의 3%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고객 신뢰 문제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에는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포함돼 있다. 반도체 공급 계약은 납기와 품질 신뢰가 핵심이어서 생산 차질 우려만으로도 고객사들이 물량 분산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공급 안정성은 고객사의 장기 조달 전략과 직결된다. 국내 협력사 생태계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 기업이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협력사의 납품 일정, 매출, 재고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공익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긴급조정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제한 논란이 큰 수단이다. 합법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강제 개입할 경우 노동계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 자율 타결을 우선 압박하면서 파업이 실제 경제 피해로 번질 경우 개입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방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적자 부문까지 대규모 성과급을 동일하게 보상할 경우 성과주의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실제 피해 규모는 파업 참여율, 기간, 공정별 인력 대체 가능성, 비상 운영 체계, 정부 개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100조원 손실 전망은 생산 차질과 고객 이탈, 공급망 충격, 증시 영향 등을 모두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럼에도 산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제조라인 일부만 흔들려도 웨이퍼 투입, 장비 관리, 후공정, 납품 일정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은 회사 내부의 임금 협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시험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2026-05-20 21: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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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공급망 불안 악용…업무 메일 위장 피싱 주의보
[경제일보] 안랩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 이슈를 악용한 피싱 메일을 발견하고 사용자 주의를 당부했다. 공격자는 ‘단가 인상 공문’으로 위장한 업무 메일을 보내 첨부파일 열람을 유도한 뒤 가짜 로그인 페이지에서 계정 정보를 탈취하려 했다. 안랩은 최근 단가 인상 공문으로 위장해 계정 정보 탈취를 시도하는 피싱 메일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사례에서 공격자는 협력업체가 보낸 업무 메일처럼 꾸민 뒤 메일 제목에 ‘단가 인상 공문’을 사용했다. 본문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단가 인상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아 수신자가 첨부파일을 열어보도록 유도했다. 메일에 첨부된 PDF 파일을 실행하면 공문 내용이 바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PDF 뷰어를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화면이 나타난다. 화면의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면 로그인 페이지로 위장한 피싱 사이트로 연결된다. 사용자가 PDF 뷰어 다운로드 절차로 착각해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정보는 공격자 서버로 전송된다. 탈취된 계정은 기업 내부 시스템 침투, 추가 피싱 메일 발송, 거래처 사칭, 내부 자료 유출 등 2차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피싱 공격이 단순한 악성 링크 유포에서 실제 업무 맥락을 정교하게 흉내 내는 방식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재 가격 상승, 납기 지연, 단가 조정처럼 기업 실무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활용해 정상 업무 메일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피싱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메일뿐 아니라 문자, 업무용 메신저, 전화 등 여러 채널을 활용하고 QR코드, 클라우드 공유 링크, 가짜 캡차 화면 등을 동원해 보안 장비 탐지를 우회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AI 확산 이후에는 어색한 문법이나 오탈자만으로 피싱 메일을 구별하기도 어려워졌다. 계정 탈취형 피싱은 기업 보안에서 특히 위험하다. 공격자가 가짜 로그인 페이지로 사용자를 유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만들고 경우에 따라 다중인증 코드까지 노린다. 계정이 한 번 탈취되면 공격자는 정상 계정으로 내부 메일을 보내거나 거래처를 속일 수 있어 피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 보안 수칙을 지켜야 한다. 발신자 이메일 주소의 도메인이 실제 거래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발신자가 불분명한 메일의 첨부파일이나 URL은 실행하지 않아야 한다. PC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인터넷 브라우저에는 최신 보안 패치를 적용하고 백신 실시간 감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업무 메일이라도 로그인 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반드시 URL을 확인해야 한다. 기존 사내 시스템이나 거래처 포털이 아닌 낯선 주소에서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요구한다면 입력을 중단해야 한다. 메일 본문 링크를 통해 접속하기보다 공식 사이트 주소를 직접 입력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는 임직원 보안 교육과 함께 메일 보안 솔루션, 웹 필터링, 다중인증, 계정 이상 행위 탐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로그인 위치와 기기, 접속 시간, 대량 메일 발송 등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이익규 안랩 분석팀 매니저는 “최근 중동발 원자재 수급 불안, 메모리 가격 급등 등 업계 관심이 높은 이슈를 악용해 정상적인 업무 메일로 오인하게 만드는 피싱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업무 관련 메일이라 하더라도 발신자 이메일 주소와 첨부파일, URL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웹사이트에는 개인 및 계정 정보를 절대 입력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랩 V3 제품군과 샌드박스 기반 지능형 위협 대응 솔루션 ‘안랩 MDS’는 이번 메일로 유포 중인 URL 탐지 기능을 지원한다. 안랩은 차세대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안랩 TIP’에서도 피싱 공격 동향과 보안 권고문, 침해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2026-05-15 10: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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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에 매겨진 '탄소 청구서'…포스코·현대제철, 패러다임이 바뀐다
[경제일보] 철강의 ‘가격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철광석과 유연탄, 전기료, 인건비로 귀결되던 전통적 원가 방정식에 ‘탄소’라는 무거운 청구서가 추가되면서다. 이제 쇳물 1톤을 뽑아낼 때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뿜어냈는지가 수출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고객사의 구매 조건과 자본 시장의 평가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정기간이 시작되면서, 철강 등 대상 품목의 내재 배출량은 본격적인 비용 산정 대상이 됐다. EU 수입자는 올해 수입분에 대해 2027년부터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하고, 이 부담은 한국 철강사의 수출 가격과 고객사 구매 조건을 압박하는 새로운 원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한복판에는 한국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두 거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서 있다. 현재 이들이 벌이는 진검승부는 과거처럼 ‘누가 고로(高爐)에서 더 많은 쇳물을 쏟아내느냐’, ‘누가 더 싼 값에 강재를 밀어내느냐’의 1차원적 물량전이 아니다. 앞으로의 철강 패권은 누가 더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고품질의 돈 되는 철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이를 위해 고로의 절대강자 포스코는 쇳물을 끓이는 공정 자체를 뜯어고치는 험난한 길을 택했고, 현대제철은 범(汎)현대라는 강력한 ‘캡티브 마켓(내부 시장)’을 지렛대 삼아 전기로와 자동차강판을 결합한 차별화된 전환 경로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의 포스코 vs 공급망의 현대제철”…엇갈린 ‘탈탄소’ 해법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꺼내든 승부수는 ‘공정의 근본적 혁신’이다. 기존 고로 기반의 막대한 생산 규모와 고급강 기술력은 유지하되,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저탄소 원료 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기후기술 기업 일렉트라(Electra)와 맺은 저탄소 철 생산 기술 공동개발 협약이 대표적이다. 일렉트라는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철광석에서 불순물을 솎아내고 고체 철을 얻는 기술을 쥔 기업으로 연산 500톤 규모의 시범공장을 올해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포스코는 자사의 직접환원제철 기술에 일렉트라의 전기화학 기법을 접목해 조기 상업 생산의 길을 닦겠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 포스코가 닿고자 하는 종착지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쓰는 차세대 공정으로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다만, 실제 탄소 저감 효과는 수소 생산 방식과 전력의 탄소집약도에 좌우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에 전담 개발센터를 꾸리고 연산 30만 톤급 시험 설비(데모플랜트) 구축에 나섰다. 광양제철소에 신설되는 대형 전기로 역시 탄소 저감 강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핵심 인프라다. 포스코의 저력은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일관제철 경험과 폭넓은 글로벌 고객망에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거대한 덩치가 탈탄소 시대엔 가장 무거운 짐이다. 철강 산업의 문법 자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자본과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혁신의 기회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지난한 궤도 수정에 성공한다면,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새로운 기술 표준(Standard)으로 군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현대제철은 ‘공급망의 진화’로 맞불을 놨다. 고로의 역사와 규모 면에서는 포스코에 한발 비켜서 있지만, 이들에겐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가장 확실하고 든든한 우군이 있다. 현대제철이 앞세운 저탄소 철강 브랜드 ‘하이에코스틸(HyECOsteel)‘은 철스크랩과 HBI 등을 전기로에서 녹인 쇳물을 고로 쇳물과 합탕한 뒤 전로 공정을 거쳐 생산하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제품으로 기존 자사 고로재 대비 탄소배출을 20% 이상 줄인 것이 특징이다. 단기적으로는 주력인 자동차강판에 이를 집중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新)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의 구상은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탄소저감강판 양산에 돌입했고, 연내 강종 인증 범위를 53종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탄소저감 철강재를 국내·유럽 생산 차종에 일부 적용하고, 적용 강종과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안방선 혈투·해외선 동맹…‘녹색 쇳물’은 공짜가 아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서 드러난 양사의 묘한 역학관계다. 지난해 말 공시와 국내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제철·포스코·현대차·기아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의 투자 구조를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총 58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입,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50%)을 필두로 포스코(20%), 현대차·기아(각 15%)가 한 배를 탔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은 자동차강판과 후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경쟁자다. 하지만 국경 밖의 사정은 다르다. 높은 관세와 옥죄어오는 탄소 규제, 자국 중심주의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한국 기업끼리의 소모전은 공멸을 뜻한다. ‘안방에서는 싸우되, 해외에서는 뭉쳐야 산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탄소 원가전쟁 시대의 새로운 합종연횡을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양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포스코는 본사 철강 사업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원료비 부담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해외 철강법인 판매 확대와 원가절감 효과로 철강부문 전체 이익은 개선됐다. 현대제철의 경우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탈탄소가 기업의 명운을 건 숭고한 미래 투자라 할지라도 당장 재무제표에 찍히는 막대한 비용의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철강업계의 얄궂은 현실이다. 전기로 비중을 높인다 한들 천문학적인 전력비와 국내 전력망의 높은 탄소배출계수라는 근본적 한계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도 남는다. 진정한 그린스틸은 그저 ‘값싼 전기’가 아니라 ‘깨끗한 전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패권 전쟁은 ‘친환경’이라는 매끄러운 수사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비용과 가격, 품질과 납기, 나아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이 통째로 걸린 산업 구조의 대수술”이라고 했다. 이어 “녹색 쇳물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며 “고객사가 저탄소 철강에 기꺼이 프리미엄 지갑을 열 것인지도 미지수다. 철강사의 전환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술의 판을 엎으려는 포스코와 공급망의 룰을 바꾸려는 현대제철. 승자의 윤곽은 아직 희미하다. 과거 용광로의 온도와 크기로 군림했던 철강업의 잣대는 이제 무용지물이다. 가장 적은 탄소로, 최고 품질의 철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자만이 새로운 철의 제국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철강 거인들의 사투를 한낱 기업 간 점유율 경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는 결국 한국 제조업의 튼튼한 뼈대가 다가올 10년 뒤에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을지를 묻는 가장 엄중한 시험대다.
2026-05-12 07: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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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파업 후 무엇을 잃었나
[경제일보] 노동은 신성하고, 연대는 자유로운 인간의 권리다. 자신의 땀방울에 합당한 몫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보편적 ‘정의(Justice)’에 부합한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과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치러야 할 민주적 과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단행되는 굵직한 파업은 결코 회사 내부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고립된 섬으로 남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얄팍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한쪽에서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전적인 ‘탐욕’이나 ‘귀족 노조의 몽니’로 매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업이 초래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그저 ‘사측의 뻔한 엄살’로 치부해 버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은 모두 ‘진리(Truth)’에서 빗겨나 있다.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하다. 반도체라는 현대 문명의 쌀을 생산하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춰 설 때, 그 파장은 일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잔혹한 청구서를 내민다. 자동차,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해외에서 벌어진 대형 파업의 궤적은 강한 노조일수록 자신들의 ‘자유(Freedom)’가 수반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사회와 정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 UAW·할리우드 파업이 남긴 공급망 붕괴의 경고 기계음이 멎은 공장은 적막하지만, 그 적막이 파생시키는 파음은 국경을 넘어 요동친다. 지난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자동차 ‘빅3’를 상대로 벌인 ‘스탠드업 파업(Stand-up Strike)’은 현대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고도 연약하게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미국 AP통신과 로이터(Reuters) 통신이 인용한 경제컨설팅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업 6주 차를 기준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무려 104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를 넘어섰다. 더욱 뼈아픈 진실은 타격의 영점이 완성차 업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파업 4주 차에 이미 리어, 마그나 등 주요 부품업체와 영세한 2·3차 협력사가 입은 임금·수익 손실만 약 26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노조가 사측의 항복을 받아내는 동안 방파제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발생한 미국 할리우드 작가 및 배우 노동조합(WGA·SAG-AFTRA)의 동반 파업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활용에 반대하고 정당한 보상 구조를 요구한 그들의 명분은 시대적 정의에 부합했다. 하지만 미국 CNN 방송과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이 전한 파업의 후폭풍은 참혹했다. 영화와 TV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등 제작 중심 지역의 일일 촬영 스태프, 소규모 외주 제작사, 심지어 촬영장 인근의 식당과 세탁소 등 지역 상권이 떠안은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의 평범한 이웃들이 파업의 가장 무거운 비용을 대신 치른 셈이다. 이들 사례들은 삼성전자에 매우 뚜렷한 시사점을 남긴다. 평택과 화성의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는 물론이고, 삼성의 메모리에 의존하는 전 세계 AI 서버·데이터센터 공급망 전체가 짙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보잉·루프트한자가 경험한 ‘신뢰 상실’의 청구서 파업의 가장 무서운 비용은 공장의 가동이 멈춘 물리적 시간이나 미지급 임금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24년 약 3만3000명이 참여한 미국 보잉(Boeing) 노조의 파업은 737 MAX, 777 등 핵심 상업용 제트기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7주간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38% 임금 인상이라는 노조 측의 승리로 타결됐지만, 회사가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보잉은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7000명 감원이라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어야 했고, 3분기에만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납기 지연’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점이다. 보잉의 위기는 반도체 납기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삼성전자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글로벌 B2B 시장에서 공급자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고객은 다음 계약에서 단가보다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따지게 된다. 이는 독일의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 사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와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루프트한자가 입은 누적 비용 2억5000만 유로 중 운항 취소 등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억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1억5000만 유로는 파업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선제적으로 경쟁 항공사로 예약을 돌리면서 발생한 ‘장부 밖의 손실’이었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들 역시 공급망 리스크가 감지되는 순간, 언제든 대만 TSMC나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 ‘18일의 멈춤’보다 치명적인 ‘내일의 상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험은 기우가 아니라 가시화된 현실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정 등을 요구하며 평택 반도체 단지 생산량의 절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18일간의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이탈과 경쟁력 하락, 나아가 자본 유출과 세수 감소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은 사측의 방어적 엄살로만 폄하할 수 없는 냉혹한 진리다. 노조가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를 지적하고, 경영진의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그들은 수만 명을 운집시킨 압도적 동원력을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다만, 수만명의 결속력이 곧바로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명분까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핵심 전략 산업의 노조일수록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과 함께 ‘우리가 라인을 멈췄을 때 이름 없는 협력사와 고객이 치러야 할 비용’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장(戰場)에서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진정 조합원들의 장기적 이익과 일자리의 안녕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보상 획득과 장기적 경쟁력 훼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잠시 멈추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언젠가 타결의 순간을 맞이하고 라인은 다시 돌아가겠지만, 한 번 훼손된 고객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치러야 할 가장 비싸고 고통스러운 청구서는 매출 손실이 아니라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고객의 신뢰”라고 했다. 이어 “사측과 노조 모두가 공멸의 청구서를 찢어버릴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6-05-08 16: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