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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깃발을 누가 꽂을 것인가? 캐나다 CPSP 최대 60조원의 승부수
[경제일보] 이달 캐나다 재래식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독일의 경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이뤄 검증된 기술력과 대규모 경제 패키지로 승부하는 반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NATO 동맹의 공동 잠수함 체계와 풍부한 건조 실적을 앞세운다. 이번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건조부터 정비·훈련까지 아우르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패키지다. 북극·대서양·태평양 3개 해역에서 동시 작전이 가능한 장기 잠항·원해 작전 능력이 핵심 요구조건이다. 특히 캐나다는 빅토리아급 퇴역에 따른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납기와 높은 가동률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발표는 단순한 12척의 향방을 넘어선다. 한국이 수주할 경우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토를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승부는 ▲플랫폼의 기술력과 납기 ▲캐나다에 안길 경제 효과 ▲동맹·산업 협력 구도라는 세 갈래에서 갈릴 전망이다. 기술력의 한국 vs 실적·납기의 독일 플랫폼 경쟁력만 놓고 보면 양측은 팽팽하다. 그러나 '검증된 실적'과 '납기'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결이 갈린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Ⅲ Batch-Ⅱ는 한국 해군이 실제 운용 중인 3000t급 잠수함의 개량형이다. 작전반경 7000해리 이상, 533㎜ 어뢰발사관 6문과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췄다. 기술적 차별점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디젤 잠수함이라는 데 있다. 잠항 지속 능력과 저소음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설계다. 무엇보다 강점은 '운용 실적'이다. 지난 5월 23일 도산안창호함이 약 1만4000㎞를 항해해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하며 대양 작전 능력을 실전에서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이 성사되면 1번함을 2032년, 4척을 2035년까지 인도하고 이후 매년 추가 건조해 최대 12척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반면 독일(TKMS)이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독일·노르웨이가 공동개발한 신형 2500t에서 3000t급 잠수함이다. 차별점은 연료전지 기반 AIP로, 최장 41일을 잠항할 수 있다. 다만 212CD는 아직 양산 초기 단계로,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독일은 납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5월 28일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CANSEC 현장에서 212CD 4척을 2036년까지 인도하겠다고 직접 공약했다. 독일·노르웨이가 자국 도입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전용하는 방식이다. 양강 구도의 승부는 납기 연도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35년까지 4척을 독일은 2036년까지 4척을 인도할 계획으로 1년 정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80년대 영국에서 건조돼 1990년대 중고로 도입된 노후 잠수함이다. 실질적인 운용 수명이 2030년대 중반에 다다른다. 따라서 납기가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 2만2500개 일자리'… 캐나다가 진짜 따지는 것 캐나다의 선택 기준은 잠수함 성능에만 있지 않다. 누가 캐나다에 더 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남기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캐나다의 산업·기술 혜택(ITB·Industrial and Technology Benefits)이 이번 수주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이번 수주를 따낸 기업은 계약액과 동일한 규모의 경제활동을 캐나다 안에서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즉, 무기를 팔려면 그만큼 캐나다 현지에 생산·투자·고용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캐나다 카니 총리는 주요 방산 계약과 관련해 캐나다 전역에 직접적인 경제활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무기를 넘어 캐나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일자리 창출과 GDP 효과를 앞세웠다. 한화오션은 KPMG 평가를 근거로 연간 2만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 미국 달러의 GDP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CANSEC 2026'에서 한화오션은 전시장 내 ‘범캐나다 경제 전략(Pan-Canada Economic Strategy)’ 코너를 통해 캐나다와의 산업 협력 네트워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홍보했다. 단순히 무기 거래가 아닌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르블랑 노바스코샤 장관은 "문은 열려 있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와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독일은 기존 독일·노르웨이가 공동 추진 중인 공통설계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은 사업 전 주기 누적 GDP 약 86조원(860억 캐나다달러), 연인원 65만4695명의 고용 효과를 제시했다. 단, 이 수치는 누적 기준이라 한화오션이 제시한 연간 수치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팀' vs 독일 'NATO 동맹망'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국가 간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경쟁사였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손잡은 이례적인 '원팀'과, 독일이 내세운 'NATO 동맹망'의 대결이기도 하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구축함 사업 'KDDX'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선박 수주가 아니라 향후 한국 해양방산 주도권을 가르는 사업인 만큼 양보가 어렵다. 최근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사업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두 기업의 경쟁 구도는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런 두 기업이 어떻게 '원팀'으로 묶일 수 있었을까. 답은 해외 시장의 생리에 있다. 국내에선 맞수지만, 독일·노르웨이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겨루는 해외 수주전에서는 한국 기업끼리 힘을 합치는 편이 승산이 높다. 한화오션의 잠수함·특수선 역량에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건조 실적을 더해, 국내 조선·방산 기술을 하나로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추진하던 212CD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공통 언어·운용절차·군수·정비 체계를 이미 공유하고 있는 만큼 상호운용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캐나다는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의무상 미국과 보안 센서·통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대 제프리 콜린스 교수는 이미 서방 동맹 체계에 엮인 플랫폼이 운용상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CPSP 사업의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승부는 △플랫폼 검증·납기 △경제 기여 △동맹·산업 구도 세 갈래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수주에 성공하면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역을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2026-06-01 15: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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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탄 K-조선… 몸집 키우고, 글로벌 영토 넓히고, 플랜트 특화
[경제일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대한민국 조선업계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순풍을 맞이한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향하는 목적지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한화오션은 ‘글로벌 거점 확장’,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해양 설비 특화’를 미래 생존 전략으로 낙점했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는 세 회사가 앞으로 어떤 시장에 무게를 둘지 보여 주는 예고편과 같다. 올해 1분기 한국 조선 3사의 영업이익률은 9.4~15.3%를 기록하며 일반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통상 2~3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수익 인식 구조 덕분이다. 2022~2023년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일감이 올해 손익계산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직계열화 vs 밸류체인 확장 vs 초격차 기술…3사가 택한 미래 생존법 HD현대중공업의 핵심 무기는 ‘규모’와 ‘수직계열화’다. 1분기 매출은 5조9163억원, 영업이익률은 15.3%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중형선 전문 계열사인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견인한 또 다른 축은 ‘자체 엔진 사업’이다. 선박과 엔진을 함께 만드는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엔진기계 부문 영업이익률은 조선 부문을 웃도는 21.1%를 기록했다. 현재 약 3년 치 수주잔량을 확보한 이 부문은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 엔진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확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 매출 3조2099억원으로 2위에 오른 한화오션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LNG 밸류체인’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미국 필리조선소(약 1435억원) 인수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전문기업 다이나맥(약 8800억원)을 연이어 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미국 LNG 수출 터미널 운영사인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6.8%(1803억원) 확보다. 이는 단순히 배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LNG 밸류 체인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화오션의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1분기 739억원 적자는 아쉬운 대목이다. 대규모 해외 거점 및 에너지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철저하게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했다. 1분기 매출은 2조9023억원으로 3사 중 가장 적었지만, 재무 체력은 가장 극적으로 회복됐다. 1분기 말 기준 5000억원의 순현금을 기록하며 2012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순현금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 동력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다. 한 기당 3조~4조원에 달하는 대형 FLNG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대형 FLNG 5기를 수주해 3기를 인도했다. 또한 올해 ‘코랄 노르트’와 ‘델핀 LNG’ 프로젝트 등 최대 4기(약 12조~16조원 규모)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LNG운반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로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미래 신사업으로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꼽는다. 최근 미국(ABS)과 영국(LR) 선급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념 설계 인증을 받았고, 오픈AI(OpenAI) 등과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장밋빛 전망 이면의 과제… ‘지속가능성’ 증명해야 할 시간 조선 3사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공통의 파도도 존재한다. 우선 올해 1분기 조선 3사 모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겪었고,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와 고부가 선종(LNG선 등) 시장까지 노리는 중국 조선소의 맹추격은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노르웨이 선급 DNV가 “IMO의 넷제로(Net-Zero) 프레임워크 채택이 1년 지연됐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기후 규제 지연으로 암모니아·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선박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으로 가는 큰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라면서, “조선업이 다시 한국 경제의 효자가 됐고, 10년 뒤에도 이 호황이 이어질 때 이른바 빅3 중 누가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 3사는 각자 다른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풀어야 할 뚜렷한 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당면 과제는 ‘합병 효과 그 이후’를 증명하는 것이다. 2분기부터 도크 운영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등 본연의 체질 개선 결과가 실제 숫자로 확인돼야만 진정한 ‘규모의 경제’를 입증할 수 있다. 가장 과감한 미래 베팅에 나선 한화오션은 투자 회수(ROI)라는 긴 호흡의 싸움을 견뎌야 한다. 미국 필리조선소와 싱가포르 다이나맥 인수,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투자는 미국 LNG 밸류체인을 선점하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이다. 그 사이 견뎌야 할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적자와 특수선 사업의 실적 변동성은 경영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LNG 명가’로 거듭난 삼성중공업은 수주 변동성 극복이 핵심 과제다. FLNG는 초고부가가치 시장임이 명확하지만, 발주 건수 자체가 적어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회사 전체의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좁은 선택지다. 삼성중공업이 LNG 운반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 전반으로 분산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 중인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역시 아직은 개념 설계 인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수주와 매출 창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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