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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있는 곳으로 간다…유통가, 자사 플랫폼 밖으로 판매망 넓힌다
[경제일보] 유통업계가 자사 플랫폼 밖으로 판매 접점을 넓히며 포털·SNS·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채널을 구매 경로로 연결하고 있다. 컬리는 네이버에 장보기 서비스를 열어 월 거래액을 1년 만에 약 10배 키웠고 LF는 크리에이터가 SNS에서 자사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어필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은 온라인에서 시장성을 확인한 자체 음료를 백화점 식품관과 편의점에 입점시키며 오프라인 판매망을 확대했다. 포털·SNS·오프라인 매장 등 고객이 머무는 곳에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연결해 새로운 구매 동선과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운영하는 '컬리N마트'의 월 거래액은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약 10배 증가했다. 컬리N마트는 지난해 9월 컬리의 상품 큐레이션과 배송 역량을 네이버 사용자 기반과 결합한 장보기 서비스로 컬리의 첫 외부 플랫폼 진출 사례다. 컬리는 네이버 이용 환경에 맞춰 대용량·가성비 중심의 전용 상품을 늘리고 새벽·자정 샛별배송,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무료 배송 등 편의성을 강화했다.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반복 구매 지표도 개선됐다. 단골 고객은 컬리N마트를 주 1회 이상 이용했으며 구매 고객 1인당 월 주문 건수는 오픈 초기보다 35% 늘었다. 한 번 주문할 때 장바구니에 담는 상품 수도 1년 새 22% 증가했다. 컬리 자체 상품 경쟁력도 외부 플랫폼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컬리N마트 주문 10건 중 7건에는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컬리온리(Kurly Only)' 상품이 포함됐으며 달걀·우유·두부 등 반복 구매 식재료와 밀키트·간편식 등이 주로 팔렸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의 큐레이션·배송 역량과 네이버의 기술력이 결합해 오픈 1년 만에 의미 있는 시너지를 확인했"며 "당분간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며 현재로서는 다른 외부 플랫폼으로 판매 채널을 넓힐 계획은 없다"고 했다. LF가 운영하는 LF몰은 패션 취향을 콘텐츠로 공유하고 이를 수익과 연결하는 공식 파트너십 프로그램 'LF 스타일 파트너'를 론칭한다. 파트너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자신의 SNS에 LF몰 상품을 소개하고 전용 링크를 통해 구매가 발생하면 구매 확정 금액의 5%를 리워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팔로워 수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콘텐츠와 패션 취향을 가진 이용자라면 참여할 수 있다. 파트너는 TNGT, 질스튜어트, 아떼 바네사브루노, 헤지스 등 LF 주요 브랜드 가운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후 브랜드 캠페인과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참여 범위를 넓혀 파트너 콘텐츠가 실제 판매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LF는 기존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LF몰이 운영해 온 '나만의 패션 클럽(나패클)'에서는 인플루언서가 착장과 스타일링 노하우를 콘텐츠로 소개했으며 일부 상품은 콘텐츠 공개 이후 거래액이 약 10배 증가했다. LF몰 관계자는 "최근 단순 제품 노출을 넘어 크리에이터의 취향과 경험이 담긴 콘텐츠가 새로운 구매 접점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나패클을 통해 확인한 콘텐츠 커머스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브랜드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음료 브랜드 '엘:보틀(L:Bottle)'의 첫 제품 '스파이크 제로'를 백화점과 편의점 등으로 확대하며 오프라인 유통을 본격화한다. 스파이크 제로는 롯데홈쇼핑이 약 1년간 연구·개발해 올해 1월 출시한 웰니스 음료다. 음료와 기능성 환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이중구조 용기를 적용했으며 국내산 말차와 인도산 바나바잎, 이탈리아산 애플사이다비니거 등을 사용했다. 판매 경로는 단계적으로 넓어졌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처음 선보인 뒤 쿠팡, 컬리, 네이버 등 주요 이커머스로 진출했으며 출시 이후 월평균 주문액은 70%씩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확인한 수요는 오프라인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4월 롯데백화점 최상위 VIP 등급인 ‘블랙’ 전용 라운지에 스파이크 제로를 입점시킨 뒤 에비뉴엘 등급 라운지까지 공급을 확대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1000여명이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전국 롯데백화점 식품관으로 판매처를 넓혔다. 이후 세븐일레븐까지 유통망을 다변화했으며 다음 달에는 웰니스 큐레이팅 플랫폼 '올리브베러'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엘:보틀 스파이크 제로는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시장성을 입증한 데 이어 오프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상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엘:보틀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표 웰니스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08-31 10:35:02
익숙한 제품, 한 끗 바꿨다…꽃모양 육수·도톰 유부·토마토 크림빵
[경제일보] 식품업계가 익숙한 제품의 핵심 요소를 한 단계 바꾸는 방식으로 신제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조미료는 원물 배합과 형태를 개선하고 유부초밥은 유부피를 두껍게 해 식감과 편의성을 높이는가 하면 스테디셀러 크림빵에는 최신 트렌드를 접목하는 등 소비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더해 새로운 구매 이유를 만드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사조대림은 코인육수 '해표 한알레시피'를 전면 리뉴얼해 △남해안 멸치디포리 △사골과 한우 △꽃게와 꽃새우 △로스팅 야채와 표고 등 4종을 선보였다. 지난 2021년 출시된 한알레시피는 별도의 재료 손질 없이 한 알로 육수를 우릴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사조대림은 1인 가구와 집밥 수요 증가로 코인육수 시장이 확대되고 소비자 선택 기준도 세분화 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먼저 핵심 원물 비중을 높였다. 남해안 멸치와 디포리, 국내산 우사골과 꽃게 등 주요 재료를 사용하고 투입 원물 원료 기준으로 제품별 핵심 원물 비중을 최소 90%에서 최대 97%까지 끌어올렸다. 제품별 특성에 따라 제조 방식도 달리했다. '사골과 한우'는 국내산 우사골을 8시간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6시간 고아냈고 이번에 새롭게 추가한 '로스팅 야채와 표고'는 국내산 야채를 95도에서 60분간 구워 채수의 풍미를 살렸다. 기존 코인육수의 형태도 바꿨다. 동전 모양 대신 여섯 개의 작은 조각이 연결된 '꽃모양 링' 구조를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빠르게 녹도록 했다. 필요한 만큼 손으로 떼어 사용할 수 있어 요리에 따라 육수 농도를 조절하기도 쉽도록 했다. 단순히 한 알로 육수를 내는 간편함을 넘어 맛과 품질, 사용 편의까지 세분화한 것이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코인육수가 국물 요리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간편함을 넘어 맛과 품질까지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해 '해표 한알레시피'를 전면 리뉴얼했다"며 "핵심 원물의 맛을 살리고 제품 형태를 개선해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등 익숙한 코인육수에서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풀무원은 유부초밥의 핵심 재료인 '유부' 자체를 개선했다. 풀무원식품은 기존 제품보다 유부피를 2배 도톰하게 만든 '속밥도톰 유부초밥'을 출시했다. 신제품은 자사 '새콤달콤 유부초밥'보다 두부를 40% 더 넣어 유부 안쪽의 속밥을 두껍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고 유부 본연의 고소한 풍미도 강화했다. 두께 변화는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데도 활용됐다. 기존 유부초밥은 밥을 채우는 과정에서 얇은 유부피가 쉽게 찢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풀무원은 유부피를 두껍게 만들어 조리 편의성을 높였다. 제품 한 팩에는 달걀 6개 분량에 해당하는 단백질 43g도 담았다. '고소한 맛'과 '새콤한 맛' 2종으로 출시했으며 고소한 맛에는 참기름을, 새콤한 맛에는 벌꿀과 사과 과즙을 활용한 초밥 소스를 적용했다. 두 제품 모두 꼬들단무지와 참깨야채볶음을 함께 구성해 식감을 강화했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제품 담당자들이 소비자 후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내 AI 리뷰 분석 시스템을 통해 만족·불만족 요소를 수집한 결과 유부피가 쉽게 찢어진다는 불편을 확인했다"며 "가격 경쟁이 중심이 된 정체된 유부 시장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유부피 두께 자체를 혁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연세유업은 기존 인기 제품에 최근 유행하는 소재를 접목해 변화를 줬다. 연세유업은 '토마토 코어' 트렌드를 반영한 '연세우유 멋쟁이 토마토 크림빵'을 이날 전국 CU에서 출시했다. 토마토 코어는 음식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패션 등에서 토마토 특유의 색감과 이미지를 활용하는 흐름이다. 연세유업은 이를 스테디셀러인 생크림빵 시리즈에 적용해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비주얼과 맛을 더했다. 신제품은 둥글고 붉은 토마토의 모습을 빵으로 구현하고 내부에는 토마토와 크림치즈를 조합했다. 기존 생크림빵이라는 제품 틀은 유지하면서 외형과 맛 조합에서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최근 토마토가 식품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개성 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어 새로운 맛과 경험을 지향해온 생크림빵 시리즈에 이를 접목했다"며 "익숙한 크림빵에 토마토를 닮은 비주얼과 색다른 맛 조합을 더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했다.
2026-08-19 11:15:06
안 보고 사도 괜찮다…컬리가 만든 '장보기 신뢰 시스템'
[경제일보] 밤에 주문한 우유와 달걀, 채소가 잠든 사이 집 앞에 도착한다. 지금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해 다음 날 아침 받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컬리는 이 낯선 장면을 일상으로 바꿨다. 2015년 '마켓컬리'를 출범하며 선보인 샛별배송은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가던 시간을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여는 시간으로 옮겨놨다. 직접 보고 만져야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여겨졌던 신선식품까지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장보기 방식도 달라졌다. '골라주는 플랫폼'…상품 수보다 선별 기준 컬리가 새벽배송과 함께 쌓아온 것은 '보지 않고 사도 괜찮다'는 믿음이었다. 장바구니에 올릴 상품을 고르는 일부터 소비량을 대략적으로 예측하고 신선도를 유지해 문 앞까지 보내는 과정까지 연결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골랐던 과정을 컬리가 대신하면서 '컬리에서 고른 상품이라면 믿고 산다'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역설적으로 컬리가 승부를 건 곳은 온라인에서 가장 팔기 어려운 신선식품이었다. 공산품과 달리 채소·과일·육류는 소비자가 직접 색과 상태를 살펴보고 고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컬리는 이 불편함을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신선식품까지 믿고 살 수 있다면 온라인 장보기 자체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컬리가 만든 새벽배송은 이제 컬리만의 무기가 아니다. 유통업계 곳곳에서 밤에 주문해 아침에 받는 서비스가 일상이 되면서 '새벽에 온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를 붙잡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10년간 ‘믿고 사는 장보기’를 구축한 컬리의 다음 과제는 그 신뢰를 효율적인 사업 구조와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컬리는 사업 초기부터 상품 수를 무한정 늘리는 방식과 거리를 뒀다. 컬리가 택한 방식은 상품 수 확대보다 엄격한 선별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매주 상품위원회를 열어 실제로 먹고 사용해보며 성분과 맛, 안전성 등을 살피고 자체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 판매한다. 소비자가 일일이 비교하고 고르는 수고를 컬리가 먼저 대신하겠다는 큐레이션 전략이다. 이 같은 선별 방식은 컬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도 이어졌다. 현재 컬리가 단독으로 선보이는 브랜드와 자체 사양으로 기획한 ‘Kurly Only’ 상품은 3000여 개를 넘어섰다. 단순히 판매 상품 수를 늘리는 대신 다른 유통채널에서는 찾기 어려운 상품을 확보하면서 ‘컬리에 가야 살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온 셈이다.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이 같은 방식은 중요한 차별점이었다. 오프라인 마트에서는 소비자가 채소 상태를 살펴보거나 과일을 직접 골라 담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화면에 표시된 정보와 판매자를 전적으로 믿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컬리는 이 과정에서 상품을 선별하는 기준 자체를 플랫폼 경쟁력으로 축적했다. 소비자가 개별 상품의 품질을 일일이 판단하기보다 컬리의 선별 기준을 신뢰하고 구매하도록 하면서 '컬리가 고른 상품'이라는 고유 인식을 만들어왔다. 이 같은 기준은 상품을 고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기획하는 자체 브랜드(PB)로 확장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KF365(KurlyFresh 365)'다. 컬리는 매일 장바구니에 담는 신선식품과 식재료를 중심으로 품질 기준을 적용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상품군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채소·달걀·축산물 등 일상 소비가 잦은 품목에서도 컬리만의 규격과 신선도 기준을 적용하면서 큐레이션을 자체 상품 경쟁력으로 연결한 것이다. 풀콜드체인에 수요예측까지…새벽배송 떠받치는 물류·데이터 컬리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잠든 뒤 더욱 선명해진다. 밤늦게 주문이 마감되면 상품을 골라 담고 냉장·냉동·상온으로 나눠 포장한 뒤 이튿날 아침까지 각 가정의 문 앞에 보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간편한 서비스지만 그 뒤에서는 신선도를 지키며 짧은 시간 안에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시스템이 움직이고 있다. 컬리는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고객의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흐르는 시간을 물류와 데이터로 관리해왔다. 김포·평택·창원에 구축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냉장·냉동·저온·상온 등 상품 특성에 맞춰 보관과 포장 과정을 구분하고 이동 과정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풀콜드체인을 운영한다. 특히 최대 규모인 평택물류센터는 각기 온도의 처리 공간을 한곳에 통합해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를 갖췄다. 물류를 움직이는 출발점은 데이터다. 컬리는 기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머신러닝 기반 수요예측 모델을 활용해 상품별 발주량과 적정 재고를 산출한다. 지역과 배송 유형, 상품, 온도대별로 수요를 세분화해 예측하고 실제 주문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예측치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신선식품은 수요를 과다하게 잡으면 폐기로 부족하게 잡으면 품절로 이어지는 만큼 무조건적인 속도보다는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필요한 물량을 정교하게 준비하는 능력이 컬리 새벽배송을 떠받치는 핵심으로 작동한다. 적자 원인에서 수익 기반으로…달라진 물류 역할 컬리가 택한 △직매입 △풀콜드체인 △새벽배송은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대신 그만큼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였다. 상품을 미리 매입해 재고를 보유하고 대규모 물류센터와 배송망까지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주문이 일정량 이상으로 늘기 전에는 센터 임차료와 설비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게 작용했고 이는 성장 초기 컬리가 외형 확대에도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주문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 비용 부담으로 여겨졌던 물류 인프라의 역할도 달라졌다. 컬리는 비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송파 물류센터를 철수하고 자동화 설비를 갖춘 창원·평택센터를 가동해 주문 처리 생산성을 높였다. 물류센터의 고정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처리 물량이 증가하면 주문 한 건당 비용은 낮아지는 구조다. 최근에는 기존 센터의 유휴 공간을 풀필먼트서비스(FBK)에 활용하는 등 구축해둔 물류망 자체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물류 효율화는 배송 시간대의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컬리는 2026년 2월 오후 3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당일 자정 전에 전달하는 ‘자정 샛별배송’을 도입했다. 이후 주문은 기존처럼 다음 날 아침에 배송하면서 하루에 두 번 도착 시간을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은 단순히 배송 속도를 앞당긴 데 있지 않다. 컬리는 물류센터의 낮 시간대 가동률을 높여 기존 시설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고객에게는 배송 시간 선택지를 추가했다. 이미 구축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처리 물량과 서비스 범위를 함께 확대하면서 과거 대규모 투자 대상이었던 물류망을 수익성 개선의 기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컬리 역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정 샛별배송 도입과 물류센터 운영 고도화를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뷰티·패션·리빙으로…식품 밖에서도 통하는 '컬리다움' 신선식품에서 쌓은 큐레이션 경쟁력은 식품 밖에서도 컬리의 확장 방식으로 이어졌다. 컬리는 2022년 뷰티컬리를 출범시킨 뒤 화장품에 이어 패션과 리빙까지 상품 영역을 넓혔다. 단순히 취급 품목을 늘리는 대신 식품에서 적용해온 선별 기준과 상품 발굴 방식을 새로운 카테고리에도 적용하는 전략이다. 가장 먼저 안착한 영역은 뷰티다. 뷰티컬리는 백화점 럭셔리 브랜드와 국내외 인디 브랜드를 함께 선별해 소개하면서 전체 거래액의 약 10%를 차지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잘 알려진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인지도가 낮더라도 성분과 브랜드 철학, 상품 경쟁력이 컬리 고객과 맞는다고 판단하면 발굴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식품에서 쌓은 큐레이션 공식을 뷰티에 옮겼다. 패션과 리빙에서도 동일한 방향이 이어지고 있다. 컬리는 올해 패션을 '퍼스널 쇼퍼'로 정의하고 브랜드 수와 상품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고객의 상황과 취향에 맞춰 선택지를 좁혀주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리빙에서도 생활·주방·가전 상품을 엄선해 선보이고 판매자배송(3P) 상품 역시 기존 직매입 상품과 마찬가지로 상품위원회 기준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카테고리는 확대됐지만 엄선한 상품을 제안한다는 컬리의 사업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컬리가 더 이상 새벽배송 식품몰에 머물 수 없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쿠팡을 비롯한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새벽에 상품이 도착한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송이 차별점에서 기본 조건으로 바뀌면서 상품 경쟁력과 고객 경험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졌다. 컬리 밖에서도 컬리답게…네이버와 넓히는 고객 접점 컬리의 확장은 고객을 자체 앱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문을 연 '컬리N마트'는 컬리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플랫폼에 진출한 사례다. 컬리가 쌓아온 상품 큐레이션과 샛별배송을 네이버의 고객 접점과 결합해 기존 컬리 이용자가 아니었던 소비자까지 장보기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외부 플랫폼에 나가면서 상품 구성도 달라졌다. 1~2인 가구와 상품의 희소성·성분 등을 중시하는 기존 컬리 고객과 달리 네이버에는 3~4인 가구와 대용량·가성비 상품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반영했다. 컬리는 컬리N마트 출범 과정에서 기존에 취급하지 않았던 생활필수품 등을 포함해 약 5000종을 새로 확보하고 기존 PB 상품도 대용량 형태로 구성하는 등 네이버 이용자에 맞춘 별도의 큐레이션을 적용했다. 판매 채널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고객이 달라지면 상품 구성도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컬리N마트의 올해 3월 거래액은 출시 첫 달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해 약 9배 증가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컬리에 33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해 지분율을 6.2%로 확대했고 당시 인정된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이다. 단순한 판매채널 제휴를 넘어 컬리의 상품과 물류 역량을 네이버의 고객 기반과 연결하는 전략적 협력으로 관계가 확대된 셈이다. 다만 외연 확대는 컬리가 지켜온 선별 기준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고객층과 카테고리, 판매채널이 늘어날수록 기존 컬리 고객과 다른 수요를 반영해야 하는 동시에 '엄선된 상품을 제안한다'는 정체성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컬리N마트에서도 네이버 고객에 맞춰 상품군을 새로 구성하되 일부 프리미엄 상품은 기존 컬리몰에 남겨두는 등 채널별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고객별 상품 구성을 세분화하면서도 컬리 고유의 큐레이션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확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꼼꼼한 상품 큐레이션과 풀콜드체인 물류를 기반으로 식품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고 뷰티 역시 주요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식품과 뷰티 등 본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패션·리빙과 풀필먼트서비스(FBK), 컬리N마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본업 경쟁력 강화와 FBK를 포함한 3P, 컬리N마트 등 전 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이 함께 이뤄지는 성장 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8-13 08:32:45
아틀라스 핵심 부품까지 맡나…현대모비스, 로봇 공급망 중심 부상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핵심 부품 생산을 추가로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액추에이터 공급에 이어 로봇 손과 제어·지각 모듈 등 주요 부품 협력이 확대될 경우 현대차그룹 내부 로보틱스 공급망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에 적용되는 액추에이터(구동장치)에 더해 주요 부품 5종의 양산 협력을 현대모비스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대상은 그리퍼(로봇 손), 퍼셉션(지각) 모듈, 헤드 모듈, 제어기, 배터리팩 등이다. 액추에이터는 이미 현대모비스가 공급하기로 확정된 상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계열사를 중심으로 양산 협력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기술 보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설계 정보가 외부 협력사를 통해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연구개발과 설계를 담당하고 현대모비스가 양산을 맡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 생산 경험을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제조 역량을 활용하면 대량 생산 과정에서 품질 관리와 생산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은 부품으로는 그리퍼가 거론된다. 그리퍼는 로봇이 물체를 잡거나 조작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장치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시장에서는 그리퍼가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원가에서 약 20%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품 단가와 기술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로봇 산업이 확대될 경우 핵심 부품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틀라스에 적용된 촉각 센서는 외부 압력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물체의 형태와 강도를 판단해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도 안정적으로 집을 수 있을 정도로 센서 성능이 고도화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리퍼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에 대해서는 예상 생산량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자동차 부품 생산 설비와 로봇 부품 공정 간의 호환성도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품 단가는 생산 물량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초기 생산 물량이 제한적인 부품의 경우 최소 마진을 확보하고, 향후 생산 규모가 확대될 경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구조다. 아틀라스 운영 이후 필요한 사후서비스(AS) 부품 공급 역시 현대모비스가 담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로봇 부품 공급 체계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미래 사업 축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와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 등 다양한 로봇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작업 로봇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반복 작업 보조나 위험 환경 작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부품 공급망 전략에서는 변수도 존재한다.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산 부품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규제 환경을 고려해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6-03-05 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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