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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고객정보 줄줄 새는 금융권, 보안은 어디에
[경제일보] 은행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출조회와 직원용 업무지원 시스템 등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이 보안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인터넷·모바일뱅킹뿐 아니라 영업과 업무 편의를 위해 외부 접속을 허용한 시스템에서도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 일부 사고에서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활용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금융권은 개인정보 접근 권한과 공격 탐지·차단 체계를 함께 점검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예가람저축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외부 공격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에서는 대출모집인용 간편조회 서비스에 대한 본인확인 절차를 우회한 접근으로 고객 2만5729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고객명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한도, 신청 상품과 금리 등 대출 관련 정보가 포함됐으며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KB국민은행에서는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에 대한 외부 침입으로 임직원 20명과 고객 99명 등 총 119명의 개인정보 153건이 유출됐다.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에서도 영업지원시스템(ODS)에 대한 비정상적인 접근으로 고객 8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주소, 연락처, 직장명 등이 포함됐으며 은행 측은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은행에서는 외주 개발직원 11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성명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등이 포함됐으며 고객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은행 측은 밝혔다. 예가람저축은행에서도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버에 대한 외부 침입으로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이 유출됐으며 피해 규모는 약 4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은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으면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시스템이다. 대출모집인은 고객의 대출 조건을 조회하고 은행 직원은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고객정보에 접근한다. 업무 편의를 높이기 위해 외부와 연결한 경로가 공격자에게는 개인정보 접근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고객정보 보호 범위도 실제 데이터가 오가는 경로 전체로 넓혀야 한다. 고객용 뱅킹 서비스뿐 아니라 직원용 앱과 영업지원시스템, 외주 인력이 이용하는 웹페이지까지 인증과 접근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어떤 시스템이 어떤 정보를 보유하고 누가 조회할 수 있는지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 사례처럼 인증 절차를 거쳤더라도 해당 이용자에게 특정 고객정보를 조회할 권한이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제시하는 제로트러스트 원칙 역시 접속 위치나 기기만으로 사용자를 신뢰하지 않고 정보자원에 접근할 때마다 신원과 권한을 검증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공격을 얼마나 빨리 발견했는지도 쟁점이다. KB국민은행에 대한 공격은 지난달 27일 오후 11시19분께 시작됐고 은행이 이를 인지한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였다. 최초 공격 이후 약 67시간41분이 지난 뒤였다. 신한은행 역시 최초 공격 15시간26분 뒤 비정상 접근을 감지했고 최종 차단까지는 30시간11분이 걸렸다. AI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은 탐지 속도의 중요성을 더욱 키운다. 국내 공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웹서버에서 AI 자율 침투테스트 도구를 의미하는 ‘ARTEX’ 문구가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해당 도구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와 공격 주체, 금융사별 사고의 연계성은 현재 조사 중이다. 해외에서도 생성형 AI와 코딩 도구를 활용해 취약점 탐색과 정보수집 등 공격 과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한 사례가 보고됐다. 금융회사들은 정상적인 업무와 이상 행위를 구분하는 탐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로그인 실패뿐 아니라 평소와 다른 시간대의 접속, 업무 범위를 벗어난 고객정보 조회,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요청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AI가 공격 과정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할수록 개별 접속 기록만으로는 이상 징후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외부에 노출된 전산시스템 전반으로 점검 범위를 넓혔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권 긴급 상황 대응 회의를 열고 은행과 카드업권에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과 서비스에 대한 자체 보안 점검을 지시했다. 금융회사들은 외부 노출 자산과 접근통제 현황, 인증 절차, 비인가 정보 조회 경로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번 연쇄 사고 이후 금융권의 보안 점검은 장비 설치 여부를 넘어 개인정보가 어느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누가 조회하며 비정상 접근을 얼마나 빨리 탐지·차단하는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자체 시스템은 물론 협력사가 구축·운영하는 서비스까지 관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를 활용한 방어 역시 접속 기록 분석과 이상 징후 탐지부터 확대하되, 금융거래나 시스템 변경처럼 위험도가 높은 조치는 사람의 승인과 복구 절차를 함께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2026-10-03 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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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이 버림받는 나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경제일보] 지난 6월 전국에서 청약통장 10만여개가 사라졌다. 하루 평균 3300개꼴이다. 2022년 6월 2859만9279명까지 늘었던 가입자는 올해 6월 2583만4034명으로 줄었다. 4년 동안 276만명 넘게 청약 대열에서 빠져나갔다. 금융상품 하나의 인기가 떨어진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청약통장은 오랫동안 무주택자가 국가의 주택정책을 믿고 가입한 통장이었다. 당장 집을 살 돈이 없어도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디면 언젠가는 새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를 얻는다는 약속이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오래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내 집에 다가갈 수 있었다. 청약제도는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을 자산으로 바꿔주는 장치였다. 국가는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10년, 20년씩 돈을 넣었다. 지금 청약통장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원이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공급면적을 33평 안팎으로 잡으면 평균 분양가가 2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내도 2억원이다.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르려면 평범한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가입 기간을 따진다. 실제 입주는 현금 동원 능력이 결정한다. 통장을 오래 유지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 당첨돼도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청약통장이 있던 자리를 부모의 재산이 차지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납입해도 당첨 가능성은 낮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회를 위해 계속 돈을 묶어두는 편이 비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장기 가입자까지 통장을 깨는 현상은 청약제도의 효용이 무너졌다는 경고다. 서울의 당첨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은 65.81점이었다.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에서 해마다 뛰었다. 일반적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69점이다. 평균 당첨선이 최고점과 불과 3점 차이로 붙었다. 미혼 청년과 결혼 초기 신혼부부는 가점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면서 청약 점수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막 가정을 꾸린 부부를 뒤로 밀어낸다.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도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경쟁자의 줄만 나뉜다.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부양, 신생아 특별공급을 계속 덧붙였지만 살 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의 책임을 자격 기준 개편으로 가려온 셈이다. 추첨 물량을 늘려도 분양가가 20억원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이 계약한다. 가점에서 추첨으로 선정 방식을 바꿔도 입주 문턱은 그대로 남는다. 청약제도는 당첨자를 정할 뿐 당첨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공공분양에서도 자금력이 점수로 바뀌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납입총액으로 당첨 순위를 정하는 공공분양에서는 매달 25만원을 넣어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월 10만원과 25만원의 차이는 1년에 180만원이다. 10년이면 1800만원이다.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을 감당하는 청년에게 매달 25만원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저축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돈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2.6대 1에 달했다. 울산과 부산, 강원, 전남, 제주 등에서는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100명 가까이 줄을 서야 한 명이 당첨된다. 지방에서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집이 남는다. 서울의 청약통장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이 됐고 지방의 청약통장은 쓸 곳을 찾기 어려운 통장이 됐다. 서울의 높은 경쟁률을 청약제도의 인기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수백 명 가운데 한 명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시장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집이 부족해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지방에는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은 집이 쌓였다. 지난 5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가구였고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은 2만9350가구에 달했다.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주택이 부족하고 사람이 떠나는 곳에는 빈집이 늘어난다. 일자리와 대학, 교통망, 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에서 지방에 아파트만 지어 공급 실적을 채운 결과다. 정부의 공급 통계에서는 서울 도심의 한 채와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의 한 채가 똑같이 계산된다. 전국 공급량이 늘었다고 발표해도 서울 출퇴근권의 무주택자가 들어갈 집은 늘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계획서에 적힌 가구 수가 아니라 실제 생활권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다. 택지를 발표하고 지구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주택이 생기지 않는다.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지고 준공이 몇 년씩 밀리는 동안 전셋값과 분양가는 오른다. 주택정책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입주 시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대출을 조이고 청약 요건을 손질했다. 공급 부족은 그대로 둔 채 수요자에게 더 높은 문턱을 세웠다. 대출을 줄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고 집을 산다. 저축한 돈 2억∼3억원이 전 재산인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투기를 막는다는 규제가 실수요자의 사다리부터 걷어찼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든 뒤 청약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양가는 20억원을 넘는데 금융 통로는 막혀 있다. 당첨권만 주고 입주할 길을 닫아놓은 셈이다. 청약제도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 혼인 기간, 자녀 수, 소득, 자산, 거주 기간, 세대 구성, 주택 소유 이력을 모두 따진다. 모집공고문은 웬만한 법률 문서보다 어렵다. 한 항목을 잘못 판단하면 부적격 처리를 받고 당첨 기회까지 제한된다. 규칙이 복잡해진 만큼 무주택자의 기회가 넓어졌다면 감수할 수 있다. 현실은 반대다. 규정은 계속 늘었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었다. 청약제도 개편은 공급 부족과 고분양가를 가리는 장막이 됐다. 청약통장 금리를 조금 올리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처방도 본질을 비껴간다. 청약통장은 예금 이자를 받기 위해 만드는 통장이 아니다. 집을 분양받기 위해 가입한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당첨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데 금리 몇 푼을 더 준다고 국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청약통장 이탈은 주택도시기금에도 부담을 준다. 청약저축 자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전세자금 지원에 쓰이는 주요 재원이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서민 주거정책을 떠받칠 자금도 줄어든다. 정책 실패가 다시 정책 기반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무주택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 도심과 주요 일자리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줄이고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공공택지에서는 토지비와 개발이익을 낮춰 분양가를 억제해야 한다. 공공이 조성한 땅에서 민간 시세와 다를 바 없는 가격의 아파트를 내놓고 서민 주거정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생애 최초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 통로를 열어야 한다. 분양가와 대출한도가 따로 움직이면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의 시장으로 남는다. 가점제도 현재의 가구 구조에 맞게 고쳐야 한다. 1인 가구와 결혼 초기 가구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부양가족 수가 적다는 이유로 청년을 사실상 배제하는 제도는 저출산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청약 조건을 다시 손보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미분양을 해소하고 실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산업과 교통, 교육 정책을 주택 공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갈 이유가 없는 곳에 아파트만 짓고 청약 미달을 수요자의 선택 탓으로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대목은 1순위 가입자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통장을 유지한 사람들이 기다림을 끝내고 있다. 수년간 돈을 넣어온 가입자는 작은 금리 차이 때문에 통장을 깨지 않는다. 당첨되기 어렵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떠난다. 4년 동안 276만명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개인 사정의 합계로 넘길 수 없는 규모다. 청년이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고 신혼부부가 서울을 떠나며 장기 무주택자가 통장을 깨는 사회에서는 근로소득보다 상속과 증여가 집의 주인을 결정한다. 집을 가진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의 차이가 자녀 세대의 주거와 결혼, 출산까지 갈라놓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돈을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뎠다. 그 사이 필요한 곳의 공급은 부족해졌고 분양가는 20억원을 넘어섰으며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의 금융 통로는 좁아졌다. 청약통장을 깬 국민이 국가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주택정책이 먼저 신뢰를 잃었다. 276만개의 해지 통장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다. 정부가 읽지 않는다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청약통장만이 아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 대한민국 중산층을 만들어온 통로가 함께 사라진다.
2026-07-21 0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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