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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비자 동맹…스테이블코인 이어 AI 결제까지 노린다
[경제일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글로벌 결제기업 비자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의 결제·송금 등 실사용 영역 확대에 나선다. 디지털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 사업을 넘어 기존 금융·결제 인프라와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나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결제망과 디지털자산 기술을 결합해 두나무의 사업 영역을 금융·결제 분야로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두나무는 비자와 스테이블코인 및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금융·결제 시장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비자 글로벌 마켓 서포트 센터에서 협력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번 협력은 두나무가 보유한 디지털자산 관련 기술과 비자의 글로벌 결제·자금 이동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을 중점으로 진행된다. 양사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와 글로벌 송금, 결제·정산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가능성을 검토하고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자산과 기존 금융 인프라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다만 당장 특정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양사는 현재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와 대상 국가, 출시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관련 법규와 규제 요건, 기술적·상업적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두나무가 비자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활용에 나서는 것은 디지털자산의 실제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현재 디지털자산 시장은 거래와 투자 목적의 이용 비중이 높은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와 송금에 활용할 경우 기존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등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으로, 일반적인 가상자산보다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에 국경 간 송금이나 결제·정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역시 발행 구조와 준비자산, 상환 체계 등에 따라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어 실제 금융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안정성과 함께 규제 체계가 중요하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디지털자산 거래·보관·이전 노하우를 이번 협력의 기반으로 활용한다. 블록체인 인프라와 보안, 이상거래 탐지, 자금세탁방지(AML) 등 거래소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비자의 결제·송금 네트워크와 결합해 디지털자산이 실제 금융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를 결제와 송금에만 한정하지 않고 오픈 스탠다드인 OUSD를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도 검토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을 기존 금융 시스템과 연결하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AI와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한 차세대 결제 영역도 협력 대상이다. 양사는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탐색하고 구매와 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를 비롯해 AI 결제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관련 생태계 발전 방향 등을 검토한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구매와 결제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할 경우 결제 주체와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두나무와 비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AI 기반 금융·결제와 디지털자산의 결합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협력은 디지털자산과 기존 금융망을 연결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비트라는 국내 대표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며 확보한 기술·운영 역량과 비자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가 결합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AI와 스테이블코인, 토큰화의 확산은 금융과 커머스의 작동 방식을 변화시킬 핵심적인 흐름"이라며 "글로벌 결제 분야를 선도해 온 비자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자산과 기존 금융을 연결하고,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경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8-28 0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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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차 제재 압박, 한국 기업이 또 희생양 돼선 안 된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을 겨냥한 2차 제재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는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이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석유·해운·항공·금·가상자산·기술 분야와 관련된 개인·기업·선박 60곳을 새로 제재했지만, 당장 가장 강력한 2차 제재까지 전면 시행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본격적으로 제재하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중동에 그치지 않는다. 달러 결제망과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무기로 삼는 2차 제재는 사실상 전 세계 기업에 “이란과 미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한국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이다. 북한 핵 문제와 첨단기술, 공급망,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체제에도 책임 있게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의 목적과 동맹국 기업 보호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의 대이란 압박은 이미 국제 에너지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교역 상대에 대한 제재를 경고한 뒤 국제유가는 크게 출렁였다. 지난 2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섰고, 이란산 원유 공급 차질과 호르무즈해협 불안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한국처럼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는 제재 자체보다 그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해운·물류·제조업 전반의 비용이 올라간다. 전기·가스요금과 소비자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수록 한국경제가 감당해야 할 간접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도 위험하다.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싸고 외국 선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24일에는 통항 규칙 위반을 이유로 45척의 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벌금과 억류, 화물 압류 가능성을 경고했다. 명단에는 한국 해운사와 관련된 선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2차 제재와 이란의 맞대응이 동시에 강화되면 기업은 양쪽 위험을 모두 떠안는다.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과 거래를 끊더라도 이미 체결한 계약과 운송 일정에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기존 계약을 이행하다 미국 금융·결제망에서 제재를 받는다면 피해는 훨씬 커진다. 정부가 지금부터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첫째, 미국과의 사전 협상을 통해 한국 기업에 필요한 예외와 유예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과거 대이란 제재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이나 특정 거래에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이미 체결된 계약이나 인도적 물품, 국제 에너지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거래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에게 어느 날 갑자기 거래를 끊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계약 정리와 결제 회수, 화물 운송을 마칠 시간을 줘야 한다.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야 할 핵심도 바로 이런 현실적인 피해 방지 장치다. 둘째, 기업에 명확한 제재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2차 제재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어떤 거래가 제재 대상인지, 어느 시점부터 적용되는지, 이란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제3국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 어디까지 문제가 되는지 기업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은 미국 제재 규정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정부와 금융당국, 무역기관이 공동으로 기업별 노출도를 점검하고 제재 대상 거래와 허용 거래를 신속하게 안내해야 한다. 제재를 몰라서 위반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금융권의 과도한 위축도 피해야 할 상황이다. 제재가 시작되면 금융기관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실제 제재 대상이 아닌 거래까지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과잉 준수’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거래임에도 돈을 받지 못하거나 송금이 막힐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제재 대상과 예외 거래를 명확히 하고 국내 은행에도 일관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제재보다 금융기관의 지나친 위험 회피 때문에 먼저 피해를 보는 일은 방지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넷째,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의 봉쇄와 제재 강화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중국 정유사들도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전략비축유 운용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불안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대체 운송 경로와 선박 보험, 해운기업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미 간 협상의 원칙이 중요하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외교 목표를 위해 제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자국 기업과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지킬 책임이 있다. 동맹국의 정책에 협력하는 것과 우리의 경제적 손실을 아무 조건 없이 감수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미국 역시 동맹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동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맹국 기업에 충분한 설명과 준비기간 없이 제재를 확대하면 미국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만 떨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제재에서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에 큰 역할을 하는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에는 아직 가장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충돌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미국에 분명히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제재가 필요하다면 기준은 일관돼야 한다. 경제 규모나 협상력에 따라 어떤 국가는 유예하고 동맹국 기업에는 더 엄격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이 구체적인 제재안을 발표한 뒤에야 대책회의를 여는 사후 대응이다. 제재 대상과 시점이 확정되기 전에 산업별 노출도를 파악하고 미국 재무부와 협의해야 한다. 에너지·해운·금융·건설·수출기업의 기존 계약을 전수 점검하고 피해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기업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제재 위험이 높은 거래는 계약 단계부터 미국 제재 발동 시 책임과 손실을 어떻게 나눌지 명확히 해야 한다. 결제통화와 거래은행, 선박과 보험사까지 제재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는 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한국에는 외교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다. 안보동맹을 지키면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도 줄여야 한다.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외경제 환경이 불안할수록 외교의 실력은 선언이 아니라 손실을 얼마나 줄였는지에서 드러난다. 미국의 2차 제재가 현실화한다면 한국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최종 결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예외와 유예, 결제 안전망과 에너지 공급망 대책을 지금부터 협상해야 한다. 동맹은 국익을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다.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지키면서 서로의 정당한 경제적 이해를 조정하는 관계다. 대이란 제재에서도 그 원칙은 달라질 수 없다. 제재에는 협력하되 한국 기업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선제적 외교전이 지금 필요하다.
2026-08-25 1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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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클라우드·핑거, 금융 AX 동맹…AI·금융 IT 결합해 시장 선점
[경제일보] 메가존클라우드와 핀테크 기업 핑거가 금융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겨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금융권의 AI 도입이 단순한 생성형 AI 서비스 적용을 넘어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바꾸는 단계로 확대되면서 금융 업무를 이해하는 핀테크와 AI·클라우드 전문기업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핑거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핑거 본사에서 ‘금융산업 AX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양사는 금융기관 AX 및 시스템통합(SI) 사업 공동 추진, 금융 업무 특화 AI 솔루션 공동 개발·상품화,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결합한 구독형 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 금융 AI, 모델보다 ‘업무 시스템’ 전환이 관건 금융권의 AI 전환은 일반 기업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금융사는 고객정보와 거래 데이터 등 민감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과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기존 모바일뱅킹과 계정계·정보계 시스템 등과 AI를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메가존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전환과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AI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 보안 및 운영체계 구축 역량을 제공한다. 핑거는 2010년 국내 최초 스마트뱅킹 구축을 시작으로 은행권 모바일뱅킹과 오픈뱅킹, 비대면 채널 등 금융 IT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왔다. 두 회사가 각각 가진 ‘인프라’와 ‘금융 업무’ 전문성을 결합하는 구조다. 특히 양사는 금융기관의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플리케이션 현대화와 데이터 전환 수요를 공동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AI 활용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꾸고, 실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양사는 금융 업무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해 상품화하고, 구축 이후 운영까지 이어지는 사업모델을 추진한다. 인프라 운영과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통합해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도 사업화 대상이다. 이는 금융 AX 시장이 일회성 SI 프로젝트에서 장기적인 운영·관리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시스템은 구축 이후에도 모델 관리와 데이터 업데이트, 보안, 성능 개선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최근 코리안리재보험과도 생성형 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한 재보험 AX 협력을 추진하며 금융 분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협력에서 양사가 각각 300억원 규모의 증권 투자를 추진하는 것도 주목된다. 핑거가 3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하고 메가존클라우드가 이를 인수하는 한편, 핑거는 메가존클라우드 지분 약 300억원어치를 취득하는 구조다. 양사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자본으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국내 금융 레퍼런스 확보해 해외로 양사는 국내 금융권에서 쌓은 경험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메가존클라우드가 구축한 10개국 글로벌 거점에 핑거의 금융 애플리케이션 구축 역량을 결합해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기관 대상 사업도 추진한다. 특히 해외 금융시장은 국내와 규제 환경이 다른 만큼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의 금융 시스템 구축과 AI 적용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지 금융 규제와 데이터 주권, 보안 인증 등 국가별 장벽을 넘어 실제 수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과제다. 한편 이번 파트너십의 성패는 협약 자체보다 첫 금융 고객과 실제 매출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 AX 시장에는 삼성SDS와 LG CNS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와 핑거가 금융 업무 전문성과 AI·클라우드를 결합해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고 이를 국내 레퍼런스에서 해외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는 “핑거의 핀테크 전문성과 결합하면 금융 업무에 특화된 AX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해외 금융시장으로도 성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핑거 안인주 대표 역시 “메가존클라우드의 AI·클라우드 역량과 만나 금융 AI 분야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6-08-24 1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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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AAA 싱글게임으로 확장…"IP의 다음 10년 겨냥"
[경제일보] 스마일게이트가 글로벌 대표 게임 IP ‘크로스파이어’를 온라인 FPS에서 AAA급 싱글플레이 액션 어드벤처로 확장한다. 단순히 기존 게임의 장르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서사와 캐릭터, 전투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해 글로벌 콘솔·PC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글로벌 개발사 댓츠노문(That's No Moon)이 개발 중인 신작 ‘크로스파이어’의 제작 과정과 핵심 기술을 담은 비하인드 다큐멘터리 1편을 21일 공개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개발진 구성과 스마일게이트와의 협업 배경을 비롯해 ‘적응형 엄폐(Adaptive Cover)’ 시스템, 언리얼 엔진5 기반 그래픽 기술 등이 소개됐다. ◆ 5년 전 시작된 투자…크로스파이어의 서구권 확장 전략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마일게이트는 당시 너티독, 인피니티 워드, 소니 등에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 ‘콜 오브 듀티’ 등을 제작한 개발진이 모인 댓츠노문에 1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를 통해 북미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자사 IP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했다. 댓츠노문은 테일러 쿠로사키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와 제이콥 민코프 게임 디렉터를 비롯한 AAA급 개발진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이들이 축적한 서사 중심 게임과 슈팅 장르 개발 경험을 크로스파이어에 접목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실제 신작은 기존 크로스파이어의 경쟁형 멀티플레이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다. 서로 적대하던 두 전투 요원 ‘레일라’와 ‘크로스’가 생존을 위해 불안한 동맹을 맺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3인칭 싱글플레이 전략 액션 어드벤처다. 지난 6월 ‘서머 게임 페스트 2026’을 통해 처음 공개되면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테일러 쿠로사키는 개발 방향에 대해 “게임플레이와 내러티브가 서로 떼어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첫날부터 우리의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와의 관계 역시 개발진의 창작 방향을 존중하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 ‘엄폐’부터 다시 설계…기술이 게임성으로 연결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적응형 엄폐’다. 기존 슈팅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엄폐물에 접근해 정해진 위치에서 몸을 숨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크로스파이어는 주변 지형과 적의 위치에 따라 캐릭터의 자세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엄폐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했다. 바위나 경사면처럼 규격화되지 않은 지형에서도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몸을 낮추거나 자세를 바꿔 엄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이콥 민코프 게임 디렉터는 “적응형 엄폐는 캐릭터가 복잡한 지형과 적의 위치에 맞춰 자세를 바꾸면서 엄폐를 유지하도록 한다”며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익히고 숙련해야 하는 적극적인 기술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언리얼 엔진5의 나나이트와 루멘, 모션 매칭 기술도 활용한다. 여기에 자체 퍼포먼스 캡처 스테이지를 구축하고 영화·게임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 시네마틱 연출과 캐릭터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신작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07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는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된 대표 글로벌 IP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미 크로스파이어X 등을 통해 콘솔 시장을 두드렸지만, 이번에는 경쟁형 FPS가 아닌 서사 중심 AAA 게임으로 IP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6월 공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으로 게임의 실체와 개발 방향을 공개한 데 이어 개발 다큐멘터리까지 선보인 것은 출시 전부터 게임의 차별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와 댓츠노문은 앞으로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 적응형 엄폐 시스템, 퍼포먼스 캡처 등 개발 과정을 담은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장기간 구축한 크로스파이어 IP의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AAA 싱글플레이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6-08-21 13: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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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문한 '전략적 자율성', 한국식 답은 따로 있다
[경제일보]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을 떠나며 숙제 하나를 남겼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갖고 진영 대결이나 편 가르기에 나서지 않았으면 한다는 주문이다.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관계를 서로 충돌하지 않게 발전시키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외교 수장이 한국 땅에서 한국 외교의 좌표를 거론한 셈이다. 표면만 보면 틀렸다고 할 이유는 많지 않다. 강대국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국익을 판단하는 것은 주권국가 외교의 기본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렬할수록 한국에는 오히려 더 많은 선택지와 더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문제는 중국이 말하는 ‘전략적 자율성’과 한국이 가져야 할 전략적 자율성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데 있다. 왕 부장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한국이 진영 대결과 ‘편들기’를 피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동시에 한반도 긴장을 푸는 근본적 방법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중국의 시각에서 전략적 자율성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것과 맞닿아 있다. 한국이 받아들여야 할 자율성은 조금 달라야 한다. 미국의 요구가 국익에 맞지 않을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듯, 중국의 요구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만 자율이고 중국의 전략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자율일 수는 없다. 자율성의 주어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출발점은 한미동맹의 위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현실의 위협으로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축이다. 이를 미·중 관계의 온도에 따라 조절할 거래 카드로 만들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동맹을 모든 정책에 대한 자동 동의서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최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 이후 한미는 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 기간을 11일에서 5일로 줄이고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 관계자 상당수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북미대화와 이란 문제, 한국의 대미 투자 등 자신의 전략적 이해를 계산하며 움직인다는 의미다. 동맹도 국익을 계산한다. 그렇다면 한국이라고 계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유지하되 한국의 안보와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충분한 협의와 상호 존중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동맹을 약하게 만드는 태도가 아니라 오래가게 만드는 태도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역시 감정이 아니라 계산의 영역에 놓아야 한다. 왕 부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중 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급망 안정, 인적·문화 교류 확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선전 APEC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양국 인적 교류가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계의 정상화는 한국 경제에도 필요한 일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주요 시장이고 반도체·배터리·화학·소비재 기업에는 거대한 생산·판매 거점이다.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공급망에서도 중국을 지워놓고 산업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정치적 선명성을 얻겠다고 경제적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실용외교가 아니다. 다만 중국과 협력하는 것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희토류와 흑연, 배터리 소재처럼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한국 공장을 멈춰 세울 수 있는 품목이라면 거래는 지속하되 공급선은 넓혀야 한다.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호주·캐나다·동남아·중남미의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비축과 재활용도 함께 키워야 한다. 중국과 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중국이 공급을 멈춰도 견딜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첨단기술은 더욱 세밀해야 한다. 범용 반도체와 소비재에는 시장의 논리를 최대한 존중하되 첨단 AI 반도체와 군사 전용 가능 기술에는 안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중국과의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서도 한국 시장을 여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받는 규제와 차별을 줄이라는 상호주의가 따라야 한다. ‘관계 개선’ 자체가 외교의 목표가 아니라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가 목표여야 한다. 북한 문제에서는 중국의 이번 메시지를 더 냉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왕 부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를 한반도 긴장 완화의 근본 해법으로 제시했다. 북미 사이의 불신과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 문제를 악화시킨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화가 끊긴 채 제재와 군사 대응만 반복한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미국에만 돌리는 진단은 불완전하다. 왕 부장이 서울에 있던 20일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북한의 핵무력 강화와 미사일 개발은 평양 스스로 내린 선택이다. 중국이 미국에는 정책 변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에는 같은 수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중재자로서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역할은 필요하다. 조 장관이 북한을 대화로 돌려세우는 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한 것도 그래서다. 왕 부장 역시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대화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베이징이 원하는 ‘한반도 안정’과 서울이 추구해야 할 ‘비핵화된 평화’가 완전히 같은 목표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맹자’ 공손추 하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정세가 아무리 유리해도 스스로의 전략과 내부 합의가 없으면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미·중 경쟁이라는 ‘천시’와 한반도라는 ‘지리’ 사이에서 한국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어느 나라의 요구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익의 기준이다. 미국과 동맹이라고 모든 정책에서 같아질 필요는 없다. 중국과 협력한다고 중국이 원하는 외교적 좌표에 설 이유도 없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이해가 충돌하는 곳에서는 우리의 선을 긋는 것이 외교다. 왕 부장의 ‘전략적 자율성’ 주문을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한국식으로 다시 정의하면 된다. 안보는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되 동맹 내부에서도 국익을 말한다. 중국과는 시장과 공급망, 북핵 문제에서 적극 협력하되 기술과 경제안보의 경계는 지킨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국 기업에 일방적인 비용을 요구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양쪽 모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과감하게 얻는다. 오는 11월 선전 APEC과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 원칙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정상회담 사진보다 중국 시장의 문턱이 실제 낮아졌는지, 공급망이 더 안전해졌는지, 문화·인적 교류의 비정상적인 장벽이 사라지는지, 북한을 대화로 돌려세우는 데 중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봐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은 미국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느냐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얼마나 가까워졌느냐로 잴 일은 더욱 아니다. 미국에도 중국에도 필요한 협력은 하되, 지켜야 할 국익 앞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 그것이 한국식 전략적 자율성이다. 중국이 주문한 답을 그대로 제출할 필요는 없다. 답안지는 대한민국이 스스로 쓰면 된다.
2026-08-21 11: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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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 외교의 좌표는 국익이다
[경제일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서울에 왔다. 중국 외교 수장의 단독 방한은 약 5년 만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은 19일 서울에서 마주 앉아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급망 안정, 인적·문화 교류 확대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을 오가는 인적 교류가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얼어붙었던 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옮길 수 없는 이웃이고, 한국 기업의 거대한 시장이며,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공급망에서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대다. 북한 문제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조 장관이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고, 왕 부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한중 관계가 움직일 때마다 되살아나는 질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질문부터 잘못됐다.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는 것과 중국과 경제·외교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양자택일해야 할 일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거세질수록 선택을 강요받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한국 외교가 모든 사안을 ‘친미냐 친중이냐’의 두 칸짜리 표에 넣는 순간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과거 한중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쓰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공식도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수출상품이면서 안보자산이고, 배터리는 산업이면서 공급망 전략이다.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원자재인 동시에 외교적 지렛대가 됐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에는 수출통제와 동맹정책이 얽혀 있다. 경제와 안보를 각각 워싱턴과 베이징이라는 두 서랍에 나눠 담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에도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우선 안보의 축은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안보의 기초였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그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크다. 이를 미중 사이의 단기적 거래대상처럼 다루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고 한미동맹의 신뢰에 의문을 만들 이유도 없다. 다만 동맹이라고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든 문제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왕 부장이 서울에 도착한 19일 조 장관은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연합훈련 규모와 기간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정부 관계자들조차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당초 11일 일정이던 연합훈련을 5일로 줄이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하기로 했다. 동맹도 각자의 국익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중동 문제, 한국의 대미 투자 등 여러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한다. 한국 역시 미국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동맹 관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맹은 서로의 국익을 솔직하게 조정할 수 있을 때 오래간다. 중국에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중국과 경제협력은 확대하되 상호주의와 공급망 안전이라는 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이 FTA 서비스·투자 협상과 공급망 안정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실용적인 접근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덜 받고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급망 안정이라는 말이 중국 의존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해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소재 하나, 배터리 원료 하나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로 막혀 공장이 흔들리는 일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중국과 안정적인 공급선을 유지하는 것과 공급원을 중국 하나에 맡기는 것은 정반대의 전략이다. 필요한 것은 탈중국도, 재중국화도 아니다. 중국과 거래하되 중국이 멈춰도 버틸 수 있는 공급망이다. 반도체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에 중요한 시장이고 한국 기업 역시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정치적 구호만으로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반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가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에 놓인 상황에서 안보와 기술유출 문제를 무시한 사업 확대 역시 위험하다. 때문에 분야별 기준이 필요하다. 범용 메모리와 소비재에서는 시장 논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첨단 AI 반도체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는 보다 엄격한 안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배터리는 중국과 거래하면서 원료 조달국을 넓히고, 핵심광물은 구매계약과 동시에 비축·재활용·대체소재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에 ‘기대할 것’과 ‘기대하지 말 것’을 구분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의 중요한 우방이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다. 왕 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이 평화와 공존의 기회를 찾아가길 바란다며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대화 복귀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을 요청하는 것과 북한 문제를 중국에 맡기는 것은 다르다. 베이징의 대북정책에는 중국 자신의 전략적 이해가 있다.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이 원하는 비핵화·평화체제가 모든 지점에서 같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왕 부장 역시 이번 방한에서 한국이 ‘근본적 이익’에 따라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된 발언이다. 이 말 역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미국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듯 중국 역시 한미동맹이나 한국의 대외정책에 사실상의 선택지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독립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면 그 독립성은 워싱턴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베이징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국익에 따라 미국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중국에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주외교다. ‘논어’ 자로편에는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려 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동맹이라고 모든 정책이 같을 필요는 없다. 중국과 협력한다고 중국의 전략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다른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것이 외교다. 모든 사안에서 같은 편을 증명하라는 요구는 동맹에도, 협력관계에도 건강하지 않다. 오는 11월 선전 APEC은 이를 시험할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왕 부장은 조현 장관의 중국 방문도 제안했다. 관계 복원을 정상회담 사진 한 장으로 끝내지 말고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미리 정리해야 한다. 대중 외교의 성적표는 정상회담 횟수가 아니다. 우리 기업의 시장 접근성이 나아졌는가. 핵심광물과 부품 공급이 더 안정됐는가. 중국 내 한국 기업이 부당한 차별을 덜 받게 됐는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를 복원하는 데 중국이 실제로 역할을 했는가. 문화와 관광 분야의 비정상적 장벽이 줄었는가. 이런 구체적인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한미관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 주한미군과 확장억제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첨단기술 협력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몫을 얻는가. 막대한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과 일자리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가. 미국의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떠넘길 때 정부가 얼마나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가를 봐야 한다.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하게 가운데 서는 기술이 아니다. 사안마다 어디에 서야 국익이 커지는지를 판단할 기준이다. 안보에서는 동맹의 신뢰를 지키고, 경제에서는 시장을 넓히며, 공급망에서는 의존을 줄이고, 기술에서는 지킬 것을 지켜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는 미국과 공조하면서 중국의 역할도 끌어내야 한다. 하나의 문장으로 모든 외교 문제를 설명하려는 순간 현실은 그 문장보다 복잡해진다. 왕 부장의 방한을 친중 외교의 신호로 읽을 필요도, 한미동맹의 균열로 볼 이유도 없다.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해야 할 외교이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관리하는 것 역시 해야 할 외교다.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비로소 외교 노선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편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원칙이 분명하다면 미국에는 동맹으로 당당할 수 있고 중국에는 이웃으로 실용적일 수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오래된 질문을 버리고, ‘이 선택이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묻는 것. 왕 부장의 5년 만의 방한이 한국 외교에 던진 가장 중요한 숙제다.
2026-08-20 09: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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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LG와 '모두의 AI' 동맹…카톡서 금융·의료·공공까지 연결
[경제일보]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일상 속으로 확산하기 위해 LG유플러스 등 LG 계열사와 손잡았다. AI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통신·디바이스·공공 시스템·AI 인프라를 연결해 국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톡이라는 대규모 이용자 접점에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결합해 AI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카카오는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LG전자, LG CNS 등 14개 기업·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두의 AI'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주관사를 맡고 LG유플러스가 핵심 참여사로 합류한다. 이번 컨소시엄은 AI 모델부터 플랫폼, 통신, 디바이스, 공공 시스템, AI 인프라까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을 하나의 협력 체계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개별 기업의 AI 모델 성능을 경쟁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이용자 접점을 AI 서비스 확산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별도의 AI 서비스를 찾아 가입하거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에게 익숙한 플랫폼 안에서 AI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의 접근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카나나'도 활용한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한편 행정안전부와 함께 'AI 국민비서'를 선보이며 생활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온 바 있다. 이번 컨소시엄은 단순한 대화형 AI를 넘어 금융·의료·교육·고용·돌봄 등 실제 생활 영역과 AI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답변을 받는 수준을 넘어 관련 서비스를 실제 이용할 수 있도록 AI의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LG 계열사들은 카카오의 AI 서비스가 실제 대규모 이용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각자의 기술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통신망과 고객 접점을 활용한 서비스 실증과 품질 검증을 맡고, LG AI연구원은 'K-엑사원'을 기반으로 AI 모델 고도화와 안전성 검증을 담당한다. LG전자는 가전 등 생활 디바이스와의 연계를, LG CNS는 공공 시스템·데이터 연계와 시스템 통합을 지원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인프라와 플랫폼을 맡는다. 의료·금융·교육·고용·돌봄 등 생활 분야 전문기업과 기관도 참여한다. 서울대학교병원과 루닛은 건강 특화 AI의 품질을 검증하고, 원더풀플랫폼은 고령층 대상 AI 서비스의 접근성과 안전성을 점검한다. 신한은행과 자비스앤빌런즈 등은 금융·세무 분야 서비스를, 데이원컴퍼니와 크라우드웍스는 AI 교육과 데이터 품질 분야를 지원한다. 퓨리오사AI는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한다. 참여 기업을 분야별로 구성한 것은 AI 서비스를 실제 생활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AI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료·공공 등 전문 분야에서는 각 산업의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을 AI와 연결해야 하며,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카카오는 이번 사업을 통해 카카오톡의 AI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톡은 이미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AI 서비스를 별도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산시키는 것보다 기존 이용자 접점을 활용하는 방식이 초기 이용자 확보에 유리할 전망이다. AI가 일상적인 대화뿐 아니라 금융·의료·공공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플랫폼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이용자가 AI에게 필요한 정보를 묻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약이나 신청, 각종 서비스 이용까지 연결할 경우 AI가 기존 플랫폼의 새로운 서비스 접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함께 신뢰성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특히 의료·금융·공공 분야에서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용자의 의도와 다른 행동을 수행할 경우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서비스 정확도와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도 과제다. 카카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업과 협력해 AI 활용 문턱을 낮추고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컨소시엄은 AI 산업의 경쟁이 개별 모델의 성능을 넘어 서비스 생태계 구축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과 통신망, 디바이스, 공공 시스템, 산업별 서비스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사업을 통해 참여 기업과 기관의 기술을 연결하고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김세웅 카카오 AI 시너지 성과리더는 "이번 컨소시엄은 전 국민이 일상 속 환경에서 AI 서비스를 쉽게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과 역량을 한데 모은 협력 체계"라며 "각자의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참여사와 함께 국민 누구나 신뢰하며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8-19 15: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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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정치 일정 아닌 군사적 준비가 기준돼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환수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 속도를 내고 미래 전장에 맞는 통합 지휘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작권 환수는 언젠가 완성해야 할 과제다. 자국 군대의 전시 작전을 자국이 주도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통령 임기가 아니다.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이 연합전력을 지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한다. 현재 한미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도 원칙적으로는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임기인 2030년까지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한미가 합의한 군사적 능력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 측도 전작권 전환은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날짜가 아니라 준비 수준이다. 첫째는 정보·감시·정찰 능력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핵 위협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가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다. 위성과 정찰기, 무인기, 각종 감시체계에서 미국의 정보자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면 한국군이 전시 지휘를 주도하더라도 실질적인 작전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이다. 북한은 핵전력을 계속 확대하고 탄도미사일 능력도 고도화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려면 탐지와 요격, 지휘통제, 정밀타격까지 연결되는 대응체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전환 일정에 맞추느라 검증 기준을 낮추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는 연합지휘 능력이다.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유지된다. 오히려 한국군 장성이 연합전력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야 하는 만큼 육·해·공군은 물론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운용할 역량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통합작전 역량을 갖춘 지휘관 육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는 독자적인 군사기술과 방위산업 역량이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정찰위성, 미사일방어체계 같은 전략자산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다. 핵심 기술과 운영 인력, 유지·정비 체계를 오랜 기간 축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작권 환수를 '자주 대 동맹'의 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이 강해질수록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과 협상력도 커진다. 이 대통령 역시 강한 동맹과 독자적 국방 역량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 한미동맹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전작권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다룰 것을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훈련 비용과 함께 한국이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UFS 훈련도 이미 야외기동훈련 건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규모가 조정됐다.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는 시기에 연합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군의 연합지휘 능력을 검증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실제 한미 연합훈련은 전작권 전환 준비와 군사능력 검증을 지원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활용돼왔다. 올해 봄 실시된 프리덤실드 훈련에서도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주요 훈련 목적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한미훈련 축소와 전작권 조기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에는 더욱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야외기동훈련 규모가 줄어든다면 지휘소훈련과 시뮬레이션, 다영역 작전 훈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전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검증 역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완화해서는 안 된다. 대북 대화와 긴장 완화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군사적 대비태세를 먼저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평화를 만들 수는 없다. 평화정책과 국방태세는 함께 가야 한다. 대화를 추진할수록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능력은 더 탄탄해야 한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성과로 만들려는 유혹부터 경계해야 한다. 어느 정부가 전작권을 가져왔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 대한민국의 안보가 더 강해졌느냐다. 임기 내 환수를 위해 조건을 서두르거나 평가 기준을 낮춘다면 자주국방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 반대로 능력이 충분히 갖춰졌는데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전환을 계속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검증이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부족한 분야는 무엇인지, 언제까지 보완할 수 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실력의 문제다. 지휘권을 넘겨받는 순간부터 한국군은 전시에 한미 연합전력을 주도할 책임을 진다. 그 책임을 감당할 정보력과 무기체계, 지휘능력과 인재부터 갖춰야 한다.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춘 상태에서 동맹과 협력하는 것이 자주국방의 본뜻이다. 정부는 임기 내 환수라는 시간표보다 '준비가 끝나면 전환한다'는 원칙을 앞세워야 한다. 전작권은 정치 일정에 맞춰 가져오는 상징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책임질 군사 지휘권이다. 준비된 자주국방이 먼저고, 전환의 날짜는 그다음이다.
2026-08-19 1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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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축소 압박…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UFS는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드론과 사이버 공격,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변화한 위협까지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한반도 정세에 따라 훈련을 확대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일정 부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군사적 필요성과 한반도 안보여야 한다.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한국이 제3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합훈련을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동맹의 핵심 수단인 군사훈련이 거래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면 동맹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했는지를 한미 연합훈련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미동맹의 근간은 한반도 방위다. 한국이 중동에서 어떤 군사적 역할을 할지는 우리의 국익과 법적 절차, 군사적 능력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동맹국이라고 해서 미국이 벌이는 모든 군사행동에 자동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의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반도 방위태세와 관련된 훈련을 축소한다면 동맹을 공동 안보체제가 아니라 비용과 보상의 관계로 보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고 전쟁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무인기와 사이버 공격, GPS 교란, 정밀타격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 양국군이 실제 상황을 가정한 지휘·통제와 연합작전 능력을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 UFS가 이런 현대적 위협을 훈련에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훈련은 단순히 병력을 모아 움직이는 행사가 아니다.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과 미군이 같은 작전계획과 지휘체계 아래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훈련이 줄어들면 그만큼 실전 대비 능력을 검증할 기회도 줄어든다. 물론 훈련의 규모가 크다고 억지력이 자동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모의훈련과 지휘소훈련, 야외기동훈련을 적절히 조합하고 훈련의 질을 높이는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AI와 무인체계, 사이버전처럼 달라진 전쟁 방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훈련을 줄일지 확대할지도 군 당국의 전문적인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가 일정 부분 담겨 있을 가능성은 있다. 북미 대화 재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북한의 비핵화와 군사적 위협 감소를 이끌 수 있다면 외교적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군사적 억지력의 목적도 결국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다. 다만 대화를 위해 훈련을 조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도 있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가 먼저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긴장 완화를 만들기 어렵다. 외교적 유연성이 실질적인 안보 성과로 이어지려면 북한의 상응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의 직접 당사자는 대한민국이다. 미국과 북한이 관계 개선을 논의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 대북 제재 문제를 협상 카드로 다룬다면 한국의 국익과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훈련 조정의 범위와 조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간 개인적 관계나 미국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한미 안보정책이 좌우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맹은 정상 간 친분이 아니라 제도와 합의, 공동의 이해관계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국방 역량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핵심축이지만 미국의 정책이 언제나 한국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미국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위비나 주한미군, 연합훈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흔들린다면 한국 스스로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와 정밀타격, 지휘·정보·사이버 역량을 높이는 자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동맹이 강할수록 자강도 강해야 한다.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는 국가가 동맹에만 의존하면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오랜 기간 공동의 희생과 신뢰를 통해 동맹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 동맹을 단기적인 비용 문제나 제3국 군사행동 참여 여부와 연계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미국 역시 한국이 아시아 안보와 공급망, 경제안보에서 가진 전략적 가치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도, 반미 정서로 맞서는 것도 답이 아니다.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수준의 연합태세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군사적 근거와 국익을 중심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판단 기준은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안보환경, 양국 군의 대비태세여야 한다. 방위비나 제3국 군사행동 참여 여부가 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한미동맹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동맹을 단기적인 비용과 보상의 거래로 볼 것인가, 장기적인 공동 안보의 약속으로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되 우리의 안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맹은 조정할 수 있어도 신뢰까지 거래해서는 안 된다.
2026-08-18 11: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