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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디자인도 바꿨다'…삼성전자, 레드닷 최고상 2관왕
[경제일보]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생활 경험을 담은 디자인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사용자 맞춤형 AI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미래형 디자인 콘셉트로 글로벌 디자인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6(Red Dot Design Award 2026)' 디자인 콘셉트 부문에서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Best of the Best)' 2개를 포함해 총 8개 상을 수상했다고 14일 밝혔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디자인 시상식으로, 제품 디자인과 디자인 콘셉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부문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선정한다. 올해 최고상은 '가전 소모품 선행 콘셉트 디자인(Samsung Home Appliances Accessories)'과 AI 기반 키즈 로봇 '드리모(Dremo) & 미니모(Minimo)'가 수상했다. 가전 소모품 선행 콘셉트 디자인은 소모품의 색상만으로 관리 방법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반영구 사용 부품은 회색, 재활용 가능한 부품은 녹색, 일반 폐기 대상은 갈색으로 구분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올바른 처리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디자인은 앞서 iF 디자인 어워드 2026 금상과 IDEA 디자인 어워드 2024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 레드닷 최고상까지 받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석권했다. 또 다른 최고상 수상작인 드리모와 미니모는 AI를 기반으로 아이의 관심사와 성장 단계에 맞춘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키즈 로봇 콘셉트다. 가정용 로봇인 드리모와 휴대형 기기인 미니모가 연동돼 생성형 AI 캐릭터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래형 AI 동반자 모델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한 6개 디자인 콘셉트도 본상(Winner)을 수상했다. 수상작에는 얼굴을 분석해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관리를 제안하는 'AI 뷰티 미러(Beauty Mirror)', 사용자 상황에 맞춰 화면 구성을 자동 최적화하는 '파노라마 UX(Panorama UX)', AI가 식단 관리와 조리, 식재료 관리까지 지원하는 'AI 키친(Kitchen)', 무안경 3D 기반 대화형 플랫폼 '스페이셜 탭(Spatial Tab)', AI 홈 컴패니언 '푸코(PUCO)', 생성형 AI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플루이드 AI 디자인 시스템(Fluid AI Design System)'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제품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UX)과 디자인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인의 생활 패턴과 취향을 반영하는 초개인화 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디자인 역시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AI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 철학을 앞세워 제품과 서비스 전반의 경험 혁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외형 디자인을 넘어 개인 맞춤형 인터페이스와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며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개인의 다양성을 반영한 익스프레시브 디자인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더욱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4 13: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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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K-방산, 외교와 동맹까지 수출해야 산다
[경제일보]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는 낮은 곳에 처해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大國者下流)"고 했다. 진정한 강국은 힘만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 간다는 뜻이다. 이번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결과는 이 오래된 진리를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다시 일깨워 주었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거침없이 영토를 넓혀 오던 K-방산이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한 약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주었다. 독자 설계와 건조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철저한 납기 준수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넘지 못한 벽이 있었다. 그것은 가격도, 성능도 아닌 '나토(NATO) 동맹'이라는 국제정치의 현실이었다. 이번 결과를 단순한 수주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K-방산이 글로벌 초일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값진 예방주사라 할 만하다. 방산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산업이 아니다. 무기 거래는 군사적 상호운용성, 국가 간 신뢰, 외교 관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장 정치적인 국가 전략사업이다. 결국 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안보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이며, 방산 계약은 기업이 아닌 국가가 치르는 총력전이다. 캐나다의 선택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고,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 속에서 나토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협력하는 것이 안보적·외교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았음에도 지정학적 연대가 최종 승부를 갈랐다. 냉혹한 국제정치 앞에서는 기업의 노력과 경제적 제안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이번 수주전이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제 K-방산은 기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외교·금융 총력전' 체제로 진화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국가정보기관, 그리고 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상외교와 국방외교를 연계하고, 정보 자산 공유와 연합훈련 확대, 군수지원 협력, 기술협력, 포괄적 안보 파트너십을 결합한 '안보 패키지'를 무기 제안서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기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안보를 책임지는 동반자라는 신뢰를 심어줄 때 비로소 승률은 높아질 것이다. 정책금융 경쟁력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방산 프로젝트는 수십조 원 규모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구매국은 가격보다 장기 저리 금융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방산 특화 금융 프로그램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도 금융 지원에서 밀려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은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한계다. 동시에 전략적 외교의 지평도 넓혀야 한다. 한국은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이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누리는 상호 방위체제와 정치적 신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유럽과 북미 시장의 높은 방산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나토 표준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과 연합훈련, 군수지원 협력 등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와 기여도를 꾸준히 높여야 한다. 안보 동맹의 깊이가 곧 방산 수출의 깊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라고 했다. 현대 방산시장에서도 승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에 형성된 외교와 신뢰, 동맹의 축적에서 이미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독자 잠수함 설계 능력과 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한 방산 강국이다. 이번 좌절을 패배주의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변화다. 기술력이라는 한 축 위에 외교력과 금융, 전략적 동맹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세울 때 비로소 K-방산은 지속 가능한 세계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진화시킬 때 대한민국은 무기만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신뢰와 안보를 함께 수출하는 진정한 글로벌 방산 리더로 우뚝 설 것이다.
2026-07-07 08: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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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정치, 파탄의 의회주의… '도(道)'를 잃은 국회에 고함
[경제일보] 대한민국 국회가 길을 잃었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숙명이지만,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건강한 경쟁이 아니라 정치의 자기 파괴에 가깝다. 대화는 실종되고 타협은 조롱받으며, 상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의회는 민의를 수렴하는 광장이 아니라 다수의 힘과 소수의 저항이 충돌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다. 이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 전체가 맞닥뜨린 심각한 위기다. 최근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나타난 다수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와 입법 독주, 이에 맞선 소수당의 무기력한 저항은 우리 정치가 의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대화와 절제, 타협을 잃어버렸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수는 숫자의 우위를 절대 권력으로 착각하고, 소수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아니라 발언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협치는 사라지고 힘만 남았다. 숫자가 정의를 대신하고, 권력이 상식을 밀어내는 순간 민주주의는 이미 병들기 시작한다. 특히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필리버스터는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니다. 다수결이 놓칠 수 있는 소수의 목소리를 국민에게 끝까지 전달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장치다. 토론이 귀찮다고 토론을 없애고, 반대 의견이 불편하다고 침묵을 강요하는 국회라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지배일 뿐이다. 효율은 행정의 가치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는 숙의와 합의에 있다. 역사는 오만한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음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성경 잠언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고 경고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민심은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다. 오늘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도 내일은 국민의 심판 앞에 설 수 있다. 민심은 배를 띄우는 물이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는 거센 파도가 되기도 한다. 노자는 『도덕경』 제9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득 채우고 또 채우는 것은 적당한 때에 멈추는 것만 못하며, 지나치게 날카롭게 갈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오늘의 국회는 바로 이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다수당은 의석을 끝까지 채우려 하고, 야당은 상대를 겨누는 창끝만 더욱 날카롭게 벼른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반드시 모자람만 못하다. 힘은 절제될 때 권위가 되고, 권력은 양보할 때 존경을 얻는다. 끝없이 채우려는 욕망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민주주의는 100 대 0의 승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를 조정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찾는 과정이다. 51 대 49로 결정되더라도 나머지 49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다수는 소수를 품을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다수의 횡포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국회의 존재 이유도 법안을 빨리 처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하고 설득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토론 없는 국회는 거수기에 불과하고, 협치 없는 의회는 민주주의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 국회가 싸우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한을 위임했다. 오늘날 정치권이 가장 크게 잃어버린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이다. 정당은 경쟁하지만 국가는 공동체다. 여야는 선거에서는 경쟁자일지라도 국정에서는 동반자여야 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적대만 남는다. 소수당 역시 국민이 선택한 헌법기관이다. 그들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은 그들을 지지한 국민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국회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 여야가 참여하는 상설 협치협의체를 제도화해 원 구성과 주요 법안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처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필리버스터와 상임위원회 토론권 등 소수 의견을 보장하는 제도를 정치적 편의에 따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셋째, 다수당은 숫자의 힘보다 책임의 무게를 먼저 생각하고, 소수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국회의원 개개인은 당리당략보다 헌법과 국민을 우선하는 의회주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더욱 절실하다. 국민 위에 정당이 있을 수 없고, 국민 위에 국회도 있을 수 없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일 뿐이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대결보다 대화를, 독주보다 협치를, 승리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의회주의는 힘이 아니라 절제에서 완성되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꽃핀다. 지금 국회가 되찾아야 할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라 더 깊은 겸손이며,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넓은 포용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오만과 독선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아니면 상식과 협치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힘보다 품격을 기억했고, 국민은 언제나 권력보다 책임을 선택했다. 국회는 이제라도 '도(道)'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져가는 의회주의를 살리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7-03 16: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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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를 여는 두 바퀴, 지방의 자치와 내각의 협치
7월 1일,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정치적 전환점 앞에 섰다. 전국에서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일제히 출범했고, 중앙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 임명안을 재가하며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 체제가 문을 열었다. 지방정부의 출범은 권력의 공간적 분산을 뜻하고, 새 총리의 등장은 행정부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출발점이다. 이 두 흐름은 따로 움직이는 수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두 바퀴다. 새 출발의 순간에 가장 먼저 새겨야 할 가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이다. 《도덕경》은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도자의 권위는 높은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민선 9기 단체장들과 신임 총리가 가장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권력은 군림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받드는 책임의 자리다. 지방정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보여주기식 개발과 축제성 행정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지자체가 화려한 공약과 대형 사업을 앞세웠지만, 주민에게 돌아온 것은 늘어난 부채와 인구 소멸의 그림자였다. 《대학》은 “근본이 어지러운데 끝이 다스려지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의 근본은 주민의 안전, 일자리, 복지, 교육, 의료 같은 생활 행정에 있다. 도로 하나 더 놓는 것보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일이 더 절실하다. 지역 경제 역시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는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 지역이 가진 문화, 산업, 지리적 특성을 살려 스스로 먹고사는 힘을 길러야 한다. 농어촌은 미래 식품과 관광 산업으로, 산업도시는 첨단 제조와 연구개발 거점으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는 콘텐츠 산업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임기 안에 치적을 남기겠다는 조급증은 경계해야 한다. 한성숙 총리 체제에 대한 기대도 작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은 환율 불안, 고물가, 고금리, 가계부채,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 있다. 이런 난제는 어느 한 정파의 힘만으로 풀 수 없다. 새 내각이 먼저 보여줘야 할 태도는 협치의 상식이다. 야당과 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의 경고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 각부를 조율하며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한 총리는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 청년, 취약계층, 지역 주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정의 중심에 올려놓는 ‘민심의 총리’가 되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이나 정파적 이해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 전체의 상식과 국익을 기준으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공자는 정치를 두고 “정자정야”, 곧 바르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바름을 잃은 정치는 권력투쟁으로 전락하고, 상식을 잃은 행정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중앙은 지방에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되 책임 행정을 요구해야 하고, 지방은 자율성을 남용하지 말고 성과와 투명성으로 답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은 경쟁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떠받치는 동반자다. 새로운 시작은 늘 희망과 책임을 동시에 품고 있다. 민선 9기 지방정부와 한성숙 내각이 다투지 않고 오직 민생을 이롭게 하는 정치로 국민 앞에 서기를 바란다. 《도덕경》의 마지막 구절처럼 “하늘의 도는 이롭게만 하고 해치지 않으며, 성인의 도는 행하되 다투지 않는다.” 오늘의 지도자들이 이 말을 가슴에 품고 낮은 곳에서 국민을 섬긴다면, 지방의 자치와 내각의 협치는 대한민국 새 시대를 여는 든든한 두 바퀴가 될 것이다.
2026-07-01 18: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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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 희망드림봉사단 아동시설 쿠킹클래스 진행 外
[경제일보] KB라이프, 희망드림봉사단 아동시설 쿠킹클래스 진행 KB라이프가 자사 희망드림봉사단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동보호·양육시설 삼동보이스타운을 찾아 아동들과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적 교류를 지원하고 임직원과 아동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는 KB라이프 임직원 16명과 삼동보이스타운 아동 17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1대1로 짝을 이뤄 케이크를 만들며 교류했으며 완성된 케이크는 체험에 참여한 아동뿐 아니라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들에게도 전달됐다. KB라이프는 지난해 삼동보이스타운 아동들과 아쿠아리움 체험활동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시설을 방문해 교류를 이어갔다. 행사 이후에는 아이들이 사전에 희망한 학용품과 물놀이용품 등을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함께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포용금융의 가치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함께 성장하는 돌봄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KDB생명, 소비자보호 수기·제도개선 공모전 성료 KDB생명이 '2026 소비자보호 보험금 수기 및 제도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을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고객 지향적 문화를 확산하고 현장 의견을 경영 전반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다. KDB생명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영업지원시스템 등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의 참여를 받았다. 심사는 10개 유관 부서장이 참여하는 2단계 절차로 진행됐다. 보험금 수기 부문은 진정성과 공감성을, 제도개선 아이디어 부문은 실현 가능성과 창의성, 소비자보호 효과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최종 수상작은 보험금 수기 부문 5편, 제도개선 아이디어 부문 4편 등 총 9편이다. 보험금 수기 부문 최우수상은 가족의 암 투병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을 계기로 보험설계사의 길을 선택한 사연이 선정됐다. 제도개선 아이디어 부문 최우수상은 인터넷과 모바일 창구 내 계약사항에서 약관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안한 고객에게 돌아갔다. KDB생명은 해당 제안을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반영할 계획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은 보험 상품이 지닌 상부상조의 가치와 사회 안전망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고객의 삶을 지키는 동반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교보모두지킴종신보험(무배당)' 출시 교보생명이 납입한 보험료를 생활자금 등으로 활용하면서도 사망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교보모두지킴종신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사망보장을 유지하면서 납입한 보험료를 생애주기에 따라 생활자금이나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품은 베이직형과 프리미엄형으로 나뉜다. 베이직형은 기본적인 사망보장과 자금 활용을 원하는 고객에게, 프리미엄형은 보장과 환급 기능을 강화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보험료 납입 완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객은 납입보험료 100% 상당액을 생활자금 등으로 받을 수 있다. 베이직형은 10년에 걸쳐, 프리미엄형은 10년에 걸쳐 라이프플랜자금과 계약자적립액 인출 방식으로 지급된다. 생활자금을 수령하더라도 사망보장은 유지된다. 고객은 납입보험료 상당액을 받은 뒤에도 사망 시 최초 가입금액 수준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자금을 받지 않으면 사망보험금이 추가로 늘어난다. 베이직형은 납입보험료의 최대 50%, 프리미엄형은 최대 70%까지 사망보장금액이 증가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납입한 보험료를 노후자금 등으로 활용하면서도 사망보장은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라며 "노후준비와 가족보장을 함께 고민하는 고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29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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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억 달러 투자' 한국, 하이퐁 최대 투자국 부상…신성장 동력으로 협력 고도화
베트남 북부의 핵심 경제도시 하이퐁(Hai Phong)이 한국 기업들과의 견고한 투자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퐁 경제구역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하이퐁시는 총 1838건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프로젝트를 통해 531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320여 개 프로젝트, 누적 투자액 155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FDI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산업단지와 경제특구 내에서만 168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약 146억6000만 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이끈 중심에는 LG그룹이 있다. LG그룹은 하이퐁에서 7개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총 106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50여 개 협력사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LG그룹 계열사의 수출액은 하이퐁시 전체 수출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평균 6600만 달러의 세수를 창출하고 있다. 고용 규모도 약 3만1000명에 달한다. LG그룹 외에도 SK그룹이 약 5억 달러, 현대가 약 4억5000만 달러, 희성이 약 2억7900만 달러, 행성이 약 1억3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이 하이퐁을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선택했다. 투자 분야를 살펴보면 전자산업이 전체의 약 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계·장비 산업이 32%, 물류 분야가 17%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화학, 플라스틱, 포장재, 섬유, 피혁 등 다양한 산업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자본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과 생산성 향상, 수출 확대, 고용 창출 등을 통해 하이퐁 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 확대 역시 하이퐁의 우수한 투자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LG이노텍 베트남 하이퐁 법인의 윤영준 부법인장은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하이퐁 투자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지리적·경제적 이점뿐 아니라 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퐁시는 이에 발맞춰 단순한 투자 유치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을 산업·물류·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도 탄 쭝(Do Thanh Trung) 하이퐁 시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투자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대표단은 기존 투자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그린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등 미래 산업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모색했다. 방한 기간 대표단은 다양한 투자진흥 포럼과 회의에 참석했으며 LG, SK, K-Water, 메가존클라우드, 퓨리오사AI, KTNF 등 주요 기업 및 기관들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서울에서 열린 ‘2026 하이퐁-한국 투자진흥 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비전이 더욱 구체화됐다. 팜 반 틱(Pham Van Thiep) 하이퐁 경제구역청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차세대 전자·반도체 △그린에너지·수소경제 △AI·클라우드 컴퓨팅·디지털경제 △국제 물류 및 유통센터 △해양경제·항만서비스·신재생에너지 등 5대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디지털 전환, ESG 경영, 친환경 산업단지 개발, 수자원 분야 등에서 다수의 협약이 체결됐으며 하이퐁 경제구역청은 총 5500만 달러 규모 신규 프로젝트 3건에 대한 투자등록증도 발급했다. 도 탄 쭝 시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투자설명회를 넘어 하이퐁과 한국 기업 간 전략적 신뢰를 재확인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이퐁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행정개혁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하이퐁 자유무역지대 출범은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과 하이퐁의 협력은 이제 단순한 제조 투자 단계를 넘어 AI, 반도체, 디지털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구축된 생산기지 중심의 협력이 앞으로는 첨단 기술과 혁신 생태계를 공유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퐁시는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신산업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하이퐁을 동남아 전략 거점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06-23 10: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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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GTA 창작자' 댄 하우저와 글로벌 IP 승부수
[경제일보] 스마일게이트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페스티벌 2026’ 무대에서 업서드 벤처스와의 글로벌 창작 파트너십을 소개했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와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의 핵심 창작자로 알려진 댄 하우저와 손잡고 신규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현지시간 지난 13일 트라이베카 페스티벌 스토리텔링 서밋 특별 세션 ‘루미너리스: 댄 하우저의 업서드 벤처스’에 공식 패널로 참가했다고 15일 밝혔다. 트라이베카 페스티벌은 영화에서 출발해 TV, 음악, 게임, 몰입형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스토리텔링 축제다. 이번 세션에는 댄 하우저와 그의 오랜 창작 파트너 라즐로가 참석했다. 이들은 비디오 게임을 넘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는 세계관 구축과 스토리텔링의 진화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도서, 코믹스, 게임 분야 파트너사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스마일게이트는 업서드 벤처스의 게임 부문 파트너로 참여했다. 글로벌 파트너 발굴과 관리를 담당하는 이이재 이사가 패널로 나서 신규 IP를 바라보는 스마일게이트의 관점과 전략적 투자자, 글로벌 퍼블리셔로서의 협업 방향을 설명했다. 양사의 협업 중심에는 ‘어 베터 파라다이스’가 있다. 업서드 벤처스가 만든 오리지널 세계관으로 오디오 픽션, 소설, 오디오북 등으로 이미 확장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AAA 오픈월드 SF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게임 퍼블리싱을 넘어선다. 하나의 세계관을 게임, 오디오, 도서, 코믹스, 영상 등으로 확장하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에 가깝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흥행 IP의 가치는 단일 타이틀 판매량보다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세계관과 팬덤에서 나온다. 스마일게이트가 댄 하우저와 손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우저는 GTA와 레드 데드 리뎀션을 통해 서사와 오픈월드 게임의 결합을 대중화한 인물로 평가된다. 업서드 벤처스는 게임 스튜디오를 넘어 오리지널 IP를 여러 매체로 전개하는 창작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는 크로스파이어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새 대형 IP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어 베터 파라다이스’는 북미 창작진의 세계관 구축 능력과 스마일게이트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다. 성공할 경우 스마일게이트가 단순 배급사를 넘어 글로벌 IP 공동 창작자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이재 스마일게이트 이사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IP를 만들어 온 댄 하우저, 업서드 벤처스와 한 무대에서 협업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 뜻깊다”며 “스마일게이트는 단순한 퍼블리싱 파트너를 넘어 창작 비전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어 베터 파라다이스가 전 세계 게임 팬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5 10: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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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유럽도 철강 빗장…제네바서 시작된 '쿼터 전쟁'
[경제일보]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 시행을 앞두고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리는 모습이다. EU가 무관세 철강 쿼터를 기존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고, 초과 물량 관세를 50%로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관세율보다 줄어든 무관세 물량을 국가별로 어떻게 나누느냐다. 정부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브뤼셀에 잇따라 보내 EU 측과 협의에 나섰지만, 일본·튀르키예·인도·영국·우크라이나 등 경쟁국들도 쿼터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이달 스위스 제네바 협상이 한국 철강 수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을 비롯한 집행위원회·유럽의회 핵심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가졌다. 여 본부장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철강 수입 규제 강화 방안을 두고 EU 측과 논의했다. 무관세로 들어갈 수 있는 철강 쿼터는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47%가량 줄고, 이를 넘는 물량에는 종전의 두 배인 50% 관세가 매겨진다. 빗장은 분명해졌지만, 정작 수출국들의 시선이 쏠린 곳은 관세율이 아니라 '누가 무관세 물량을 얼마나 가져가느냐'다. 이 배분의 향방은 이달 중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려진다.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있는 이곳에서 EU와 주요 철강 수출국들이 마주 앉아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확정한다. 한정된 물량을 두고 치열한 자리 다툼이 예상된다. 한국도 그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여 본부장을 브뤼셀에 두 차례 보내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파트너이자 공급망 안정에 기여해 온 우방이라는 명분이 한국이 쥔 카드다. 하지만 같은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일본, 튀르키예, 인도, 영국, 우크라이나가 저마다 사활을 걸고 달려들었고, 손에 쥔 패도 한국 못지않게 두툼하다. 튀르키예는 EU와 관세동맹을 맺은 사이,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앞둔 후보국, 일본은 경제동반자협정(EPA)으로 묶인 동반자다. 명분 싸움에서 한국이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3500만톤이 1830만톤으로…EU 철강 쿼터 전쟁 현재 확정된 것은 EU 전체 무관세 물량을 줄인다는 사실뿐이다. 국가별·품목별 쿼터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국가별 쿼터가 어떻게 배분될지 구체적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지 않도록 업계 차원에서도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유럽 시장이 결코 작지 않아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철강재 월평균 수출량은 236만4444톤이다. 이 가운데 EU 27개국과 영국으로 향한 물량이 월평균 33만6682톤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줄어든 파이를 누가 더 크게 떼어 가느냐가 향후 유럽 수출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세율 인상보다 국가별 쿼터가 더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유럽도 철강부터 막는다…거세지는 보호무역 업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통상 현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철강은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아질 때 가장 먼저 규제의 표적이 되는 산업이다. 미국은 지난해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하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끌어올렸고, EU는 이번에 쿼터 초과 물량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높이려 한다. 미국과 유럽이 나란히 빗장을 걸어 잠근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남아도는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고 있다. 값싼 중국산이 밀려 들어오면서 미국과 유럽 철강업계의 위기감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EU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역내 산업 보호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 철강업계는 경기 둔화에 고에너지 비용, 탈탄소 투자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바닥을 기고 있다. 결국 미국과 유럽 모두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한 선택에 나섰다. 문제는 이 흐름이 한때의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강화와 EU의 세이프가드 확대가 맞물리면서, 세계 철강 시장은 자유무역보다 공급망 안정과 산업 보호를 앞세우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국가별 쿼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업별 타격을 가늠하기는 이르다. 업계는 일단 제네바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단순한 관세 인상이 아니다. 줄어든 무관세 물량을 둘러싼 각국의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철강 시장의 질서도 다시 짜이고 있다.
2026-06-08 18: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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