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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머크, 맞춤형 mRNA 암 치료제, 첫 3상 성공…국내 바이오도 '백신→항암' 전환
[경제일보] 미국 모더나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형 mRNA 암 치료제가 처음으로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달성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상용화된 mRNA 기술이 감염병 예방을 넘어 실제 암 치료 영역에서 후기 임상 단계의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더나와 머크는 19일(현지시간) 개인맞춤형 mRNA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개발코드 mRNA-4157/V940)’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평가한 INTerpath-001 3상 중간분석에서 1차 평가지표인 무재발생존(RFS)과 주요 2차 지표인 무원격전이생존(DMFS)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임상에는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고위험 흑색종 2B~4기 환자 1137명이 참여했다. 이번 치료제의 핵심은 ‘환자별 암세포의 돌연변이’를 겨냥한다는 데 있다. 환자의 종양을 유전체 분석한 뒤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신생항원(네오안티젠)을 선별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mRNA를 개인별로 설계한다. 투여된 mRNA가 체내에서 특정 항원을 만들도록 유도하면 면역체계가 해당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면역항암제가 면역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 암 공격력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개인맞춤형 암백신은 환자 암세포의 특징을 면역계에 미리 알려주는 방식에 가깝다.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을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백신과 면역세포의 억제 신호를 차단하는 면역항암제를 결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서울아산병원도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의 핵심 기술로 종양 유전체 분석과 신생항원 선별, mRNA 제작을 꼽고 있다. 다만 이번 결과를 ‘완전한 3상 성공’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회사들은 중간분석에서 두 평가지표가 개선됐다고만 발표했을 뿐 위험비(HR), 신뢰구간, p값 등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전체생존(OS) 데이터 역시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상세 결과는 향후 국제 학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따라서 실제 치료 효과의 크기는 후속 데이터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번 결과를 크게 평가하는 이유는 mRNA 기술의 적용 영역이 한 단계 올라섰기 때문이다. 기존 mRNA 산업의 상업적 성공은 코로나19 백신이 중심이었지만, 이번 임상은 개인별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암이라는 고난도 질환을 겨냥하는 플랫폼으로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모더나 주가는 발표 당일 177% 가까이 폭등하며 사상 최대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머크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내에서 모더나와 같은 후기 임상 단계의 mRNA 암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관련 기술을 준비해온 기업들은 이미 존재한다. 테라젠바이오는 유전체 분석과 AI를 결합한 개인맞춤형 암백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의 암 조직에서 신생항원을 찾아내는 ‘DEEPOMICS-NEO’와 암 조직 변이를 분석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AI 신약개발 기업 아론티어와 신생항원의 면역원성을 예측하는 암백신 디자인 플랫폼 공동개발에 나섰다. mRNA 플랫폼 기업 SML바이오팜도 개인맞춤형 암백신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대상으로 한 SBP-101과 두경부암을 대상으로 한 SBP-102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mRNA 서열 설계와 LNP 전달체 기술을 자체 플랫폼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백신연구소와 mRNA 백신·치료제 공동개발 협력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브리즈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가 암백신 공동연구에 들어가는 등 국내에서도 mRNA·나노입자·면역항암제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양사는 mRNA를 탑재한 나노입자와 면역항암제를 결합해 종양항원 특이적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을 검증할 계획이다. 정부도 관련 기반 구축에 나선 상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mRNA 기술을 감염병 백신뿐 아니라 암을 포함한 치료제로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mRNA 기반 신생항원 암백신의 안전성 평가법과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동물모델 등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개인맞춤형 암백신은 환자마다 다른 백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량생산 의약품과 달리 유전체 분석→신생항원 선별→mRNA 설계→제조→투여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사업성의 핵심이다. 국내 기업들이 mRNA와 LNP 기술만 확보해서는 부족하고, 유전체 분석과 AI 기반 신생항원 예측, 임상시험, 맞춤형 제조시설까지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야 하는 이유다. 모더나·머크의 이번 결과는 암백신 시장이 당장 국내에서 상용화된다는 의미보다 “mRNA가 암 치료 플랫폼이 될 수 있느냐”는 가장 큰 물음에 처음으로 3상에서 답을 내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에도 이제 mRNA를 코로나19 백신 기술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유전체·AI와 결합한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가 던져졌다.
2026-08-20 07: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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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신소재 찾는다"…LG CNS, 엔비디아·메타와 'AI 포 사이언스' 참전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신약과 신소재를 설계하는 'AI 포 사이언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AI가 기업의 연구개발(R&D)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에 LG CNS는 글로벌 AI 신소재 개발 연합에 합류해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의 AI 전환(AX)을 지원하며 차세대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7일 LG CNS는 영국 AI 스타트업 커스프AI의 글로벌 협력체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 창립 멤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LG CNS는 커스프AI와 협력해 국내 산업용 신소재 개발 분야 AX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는 AI와 화학, 소재, 컴퓨팅 인프라 분야 기업 및 연구기관들이 AI를 활용해 신소재 개발 혁신을 추진하는 글로벌 연합체다. 엔비디아와 메타, AMD를 비롯해 48개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3M과 머크 등 글로벌 소재 기업들도 신소재 개발을 위해 협력체에 합류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신약과 신소재 개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갖추면서 수년이 걸리던 연구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AI 포 사이언스'는 AI 산업의 다음 격전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신소재 개발은 소재 하나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지만 개발 기간이 길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로 알려졌다. 수많은 물질 조합을 직접 실험해야 하는 만큼 연구개발에만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선별하고 실험 과정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 커스프AI는 AI와 소재 과학을 결합해 최적의 소재를 AI로 설계하고 탐색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영국 AI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약 4억5000만 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는 참여 기업들의 실험 데이터와 연구 네트워크, 컴퓨팅 인프라 등을 커스프AI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에 통합해 산업용 신소재 설계부터 발굴과 검증,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AI가 원하는 물질의 조건과 특성을 학습한 뒤 방대한 양의 후보 물질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방식이다. 실제 핀란드 화학 기업 케미라는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수년이 걸리던 신소재 개발 기간을 약 6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 AI는 약 300조개의 분자 구조를 탐색해 20개의 신소재 후보 물질을 도출하며 연구개발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LG CNS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AI 기반 신소재 연구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화학,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신소재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커스프AI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제공하고, 플랫폼 운영과 데이터 처리, 결과 검증 등을 수행하는 플랫폼 딜리버리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국내 기업들은 고가의 연구 장비나 대규모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고객사는 별도의 AI 전문 인력 없이도 플랫폼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으며, 플랫폼에 적용할 소재 데이터 처리부터 검증 결과 해석과 유지보수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고객사의 데이터는 독립된 전용 서버에서 격리·관리되며 AI 모델 학습에 재사용되지 않는다. 신소재 관련 특허 소유권 역시 의뢰 기업이 보유하도록 명확히 규정해 소재 기업들의 기술 보호 문제도 고려했다. AI 인프라 경쟁 역시 AI 팩토리를 넘어 연구개발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거 AI 경쟁이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AI 연구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신소재 개발 분야의 AX는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 CNS는 이번 글로벌 협력체 참여를 계기로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의 신소재 개발 AX를 지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련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장민용 LG CNS 화학·전지사업부장 상무는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비용과 시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국내 제조·소재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반 신소재 연구 생태계를 활용해 실질적 사업 성과를 조기에 창출할 수 있도록 AI 파트너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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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뒷전?" 보령, 우주에 쏟아부은 1000억…주주들은 '한숨'
[경제일보] 보령(대표 김정균)이 우주 사업에 1000억원 넘는 돈을 쏟아붓는 사이, 정작 제약사 본연의 경쟁력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되고 배당은 쪼그라들었다. 투자한 기업에서는 대규모 감원 소식까지 전해졌다. 오너 3세 김정균 보령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우주 베팅'이 회사의 미래를 밝힐 성장 로켓이 될지, 아니면 주주들의 돈을 우주로 날려보내는 재무 블랙홀이 될지를 두고 시장의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보령은 2022년 이후 미국 민간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 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7%를 확보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2030년 퇴역한 이후를 겨냥해 민간 우주정거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회사다. 보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4년 액시엄 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를 설립했고, 달 착륙선을 개발하는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에도 250억원을 추가로 밀어넣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우주 관련 투자 건수는 총 11건, 누적 금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모든 투자를 진두지휘한 인물이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다.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2019년 우주센터를 방문한 경험을 계기로 '우주 헬스케어'라는 비전에 꽂혔다고 알려져 있다. 2022년 취임 직후 사명에서 '제약'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액시엄 스페이스 이사회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1000억원이 넘는 회사 자금을 우주에 베팅하는 이 결단이 사실상 김 대표 한 사람의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따갑다. 그런데 성적표가 초라하다.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보령이 보유한 액시엄 스페이스 주식의 취득원가는 약 800억원이지만 공정가치는 713억원에 불과하다. 누적 평가손실만 87억원에 달한다. 비상장 기업인 만큼 향후 기업가치가 더 흔들릴 경우 추가 손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작법인의 실적은 더 참담하다. 1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브랙스스페이스는 2024년 한 해 동안 1307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0억을 넣어 1년에 1000만원 남짓을 번 셈으로,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사업 성과라기보다 연구·기획 단계에서 발생한 일회성 수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대상 기업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액시엄 스페이스는 자금난으로 직원 100여 명을 해고하고 임금도 20% 삭감했으며, 우주정거장 개발 관련 핵심 연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령이 800억원을 믿고 맡긴 파트너 기업이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영진 교체도 이어지면서 투자 회수 시점과 수익성에 대한 가시성은 더욱 흐릿해졌다. 수익 모델에 대한 물음도 여전히 답이 없다. 우주 사업의 수익 경로를 묻는 시장의 질문에 김 대표는 "투자나 인수합병(M&A) 기회를 검토 중"이라며 "성과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진출 초기에는 "언제 이익이 날지, 이익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믿고 기다려주면 만들어내겠다"고도 했다. 수년이 흐른 지금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구체적인 답은 없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연간 수십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면서 우주 연구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는 것과 달리, 보령의 우주 투자는 기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화이자나 머크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우주 연구는 수십 개의 파이프라인 중 하나일 뿐이지만, 보령에게 우주는 사실상 미래 전략의 핵심 축이 됐다. 매출 규모나 연구개발 역량에서 비교 자체가 어려운 국내 중견 제약사가 우주 헬스케어 시장의 '선도자'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주주들의 부담은 이미 현실이 됐다. 보령은 지난해 11월 김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대상에게만 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령파트너스는 보령 지분 20.85%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김 대표 측의 경영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졌지만, 기존 주주들은 자신의 지분 가치가 저절로 줄어드는 희석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우주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김 대표 일가의 지분을 늘려주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주주환원 정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3년간 배당수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같은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우주에 쏟아붓는 동안 정작 주주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사실상 없었다는 얘기다. 한 소액주주는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주는 좋은데, 주주한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제약 본업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보령은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과 영업이익·순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 중인 우주 사업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카나브 등 기존 제품군이 실적을 받쳐주고 있는 동안, 시장이 기대하는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린다. 사명에서 '제약'을 떼어낸 회사가 제약사로서의 핵심 경쟁력은 어떻게 유지하겠다는 건지, 그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판단에 대한 비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주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제약사로서 연구개발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 파트너 기업이 직원 감원과 임금 삭감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투입까지 검토한다는 건 주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19년 휴스턴 우주센터에서 품었다는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꿈의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은 주주들이다. 보령이 우주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지구에 남겨진 주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26-03-25 16: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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