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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자문에서 국내 최대 로펌까지…김앤장 53년
[경제일보] 김앤장은 법정이 아니라 기업의 계약서에서 출발했다. 1973년 김영무·장수길 변호사가 문을 연 김·장 법률사무소의 초기 고객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었다. 국내 은행과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 계약서를 검토하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자문했다. 변호사의 주된 무대가 법정이던 시절, 김앤장은 기업의 거래 현장으로 먼저 들어갔다. 53년이 지난 지금 김앤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다. 변호사만 1400명이 넘고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전문가는 2000명을 웃돈다. 2025년 매출은 업계에서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2위권 대형 로펌과도 상당한 격차를 두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규모였던 것은 아니다. 김앤장보다 먼저 기업법무 시장에 자리 잡은 법률사무소도 있었다. 김앤장이 선두로 치고 올라온 과정에는 한국 기업이 다음에 필요로 할 법률서비스를 먼저 준비하는 방식이 있었다. ◆ 판·검사 대신 기업법무 택한 김영무 창업자 김영무 변호사의 이력부터 당시 법조계의 통상적인 경로와 달랐다. 1964년 제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판사나 검사가 되지 않았다. 서울대 사법대학원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비교법을 공부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1970년대 한국 기업들은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차관을 들여오고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계약도 복잡해졌다. 국내법뿐 아니라 외국법과 국제거래에 익숙한 변호사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김영무 변호사는 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법정에서 이미 벌어진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 기업이 거래를 하기 전 계약을 짜고 위험을 줄이는 업무에 무게를 뒀다. 지금은 흔한 기업법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장이었다. 장수길 변호사의 합류는 김앤장의 빈 곳을 채웠다. 장 변호사는 고등고시를 거쳐 서울민사지법과 서울형사지법원 판사를 지냈다. 김영무 변호사가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을 맡았다면 장 변호사는 송무와 중재, 지식재산권을 담당했다. 김앤장이라는 이름은 두 사람의 성에서 따왔다. ◆ 기업이 해외로 나가자 로펌도 따라갔다 김앤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궤를 같이했다. 1970~1980년대 해외 차관과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국제금융과 외국인투자 업무가 커졌다. 기업들이 합작회사를 만들고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김앤장이 일찍 쌓은 국제거래 경험을 찾는 기업도 늘었다. 1976년 합류한 정계성 변호사는 금융 분야를 맡았다. 공기업과 기업의 해외 차입, 국제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했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의 외자유치와 금융거래를 자문했다. 1980년 입사한 정경택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와 M&A, 공정거래 분야를 키웠다. 1983년 GM과 대우자동차의 합작투자,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쌍용정유 지분 인수, 1997년 미국 P&G의 쌍용제지 인수 등 국내 기업법무 시장의 굵직한 거래에 참여했다. 기업의 거래 방식이 바뀔 때마다 김앤장의 조직도 달라졌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자 금융 전문가가 늘었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많아지자 외국인투자 분야를 키웠다. M&A가 활발해지자 기업거래 변호사를 늘렸고 공정거래 규제가 강화되자 경쟁법 전문가를 붙였다. 김앤장이 몸집을 키운 과정은 변호사를 무작정 늘린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그 시장에 맞춰 사람을 채웠다. ◆ 유명 변호사 한 명보다 팀으로 승부 김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사건을 맡는 방식이다. 대형 사건을 이름난 변호사 한 명에게 맡기기보다 사건 성격에 따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한 팀으로 묶는다. M&A 사건이라면 기업법무 변호사뿐 아니라 공정거래와 금융, 조세, 노무 전문가가 함께 들어간다. 규제가 걸린 산업에서는 해당 부처나 감독기관을 경험한 전문가도 참여한다. 현재 김앤장 공정거래 분야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경제학자, 산업 전문가,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등 150명 넘는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자본시장 분야에도 80명 이상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기업 입장에서 대형 로펌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천억원, 수조원이 오가는 거래나 회사의 존립이 걸린 사건에서는 법률 하나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와 세금, 노동, 인허가 문제가 동시에 터진다. 김앤장은 이를 한 조직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인력을 만들어왔다. 젊은 변호사를 키우는 방식에도 일찍부터 해외 경험을 넣었다. 파트너와 후배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맡게 하고 해외 로펌 연수도 활용했다. 정계성 대표도 1982~1983년 미국 뉴욕 셔먼앤드스털링에서 실무를 익혔다. 사건을 맡아 경험을 쌓고 해외에서 새로운 거래 방식을 익힌 변호사들이 돌아와 다시 큰 사건을 맡았다. 이 과정이 수십 년 반복되면서 분야별 전문인력이 쌓였다. ◆ 외환위기, 김앤장이 한 단계 커진 시기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기업의 지형을 뒤흔들었다. 기업들이 자산을 팔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 외자유치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해외 자본과 국내 기업 사이에서 거래 조건을 만들고 정부 규제를 검토할 법률전문가의 역할도 커졌다. 김앤장은 외환위기 이전부터 국제금융과 외국인투자 업무를 다뤄왔다. 국내 기업들이 급하게 해외 자본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미 관련 업무를 해본 변호사들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M&A 시장이 커지면서 김앤장의 업무도 금융과 외국인투자에서 M&A, 공정거래, 조세, 구조조정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김앤장 연혁에는 이 무렵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변호사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형 거래를 맡으면서 경험이 쌓였고 그 경험을 보고 또 다른 기업이 찾아왔다.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면 다시 전문인력을 늘렸다. 김앤장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법무 시장의 선두로 올라선 배경이다. ◆ 계약서에서 시작해 기업 형사사건까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 김앤장이 맡는 사건의 규모는 달라졌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는 14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필요했다. 김앤장은 4년여에 걸친 기업결합 심사와 항공 관련 인허가 자문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한앤컴퍼니의 SK스페셜티 인수 등 조 단위 거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6년 상반기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는 자문금액 26조3406억원, 68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33.27%였다. 기업자문에서 출발했지만 송무와 기업형사 분야에서도 대형 사건을 맡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재판에 참여해 1·2·3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SK실트론 사건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을 취소하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승소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소송에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73년 외국계 은행의 계약서를 검토하던 법률사무소의 업무는 이제 M&A와 공정거래, 국제중재, 개인정보, 기업형사로 넓어졌다. 기업이 겪는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로펌이 다루는 영역도 함께 넓어진 것이다. ◆ 커진 영향력, 커진 감시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자리는 사건만 많이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기업인이 정부 조사와 형사사건에 직면하면 김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법원과 검찰, 정부 부처와 규제기관 출신 전문가도 적지 않다. 김앤장의 사건 대응력이 높아지는 만큼 전관과 이해충돌을 둘러싼 논란도 따라붙는다.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의 외부인 접촉 보고 가운데 김앤장 관련 보고는 로펌 중 가장 많은 363건이었다. 접촉 보고는 사건 관계인과의 만남 자체를 기록하는 제도여서 이 숫자가 곧 부적절한 접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기관 출신 인력을 대거 보유한 로펌이 해당 기관의 규제를 받는 기업을 대리하는 문제는 늘 감시 대상이 된다. 김앤장이 커질수록 사건 수임 못지않게 이해충돌 관리와 전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중요해졌다. 고객 평가 역시 전문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김앤장은 종합평가와 전문성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서비스 평가는 3위였고 소송비용의 합리성은 6위였다. 복잡한 사건에 여러 분야의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강점이지만 비용이 높다는 평가도 피하기 어렵다. 압도적인 규모가 항상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 시장이 열리기 전에 사람을 준비했다 김앤장의 53년을 보면 몇 번의 중요한 갈림길이 있었다.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할 때 국제금융을 키웠고 외국 자본이 국내로 들어올 때 외국인투자 업무를 늘렸다. 기업 인수·합병이 본격화되기 전에 M&A 전문가를 확보했고 공정거래 규제가 강해지자 경쟁법 인력을 늘렸다. 지금은 AI와 데이터, 공급망, 경제안보, 글로벌 통상, 기업지배구조가 기업법무의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앤장도 이 분야에 전문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있다. 김앤장이 53년 동안 한 선택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복잡하지 않다. 기업이 법률 문제에 부딪힌 뒤 변호사를 찾았다면 김앤장은 그보다 먼저 그 문제를 다룰 사람을 준비했다. 1973년 외국계 은행의 계약서에서 시작한 김앤장이 국내 최대 로펌으로 성장한 데에는 그 시간차가 있었다.
2026-09-08 0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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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일단락됐는데…노란봉투법 지침에 재계 '새 쟁점' 경계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제조기업의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놓으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AI·로봇 도입과 고용안정, 생산물량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와 직무·근무형태 변경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영진의 투자·기술 도입 결정과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새로운 교섭 범위로 부상하면서 주요 제조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관련 시행지침’에 따르면 경영성과급 가운데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해 지급되는 이른바 ‘N%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인수합병(M&A), AI·자동화 기술 도입 등 경영권에 속하는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근로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장소 변경, 직무 변경, 근무형태 변화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는 투자 결정 이후 생산라인 구축과 장비 설치, 인력 배치, 직무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이나 자동차 생산공정의 AI·로봇 도입 과정에서도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교섭 범위를 투자 결정 단계와 사업 집행 단계에서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주요 제조기업의 임단협에서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근로조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현대차 노조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포함했고, 올해 합의안에는 피지컬 AI·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과 오는 2027~2028년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경우 향후 AI·로봇이 생산공정에 실제 적용되면서 기존 직무가 바뀌거나 인력이 다른 공정으로 이동할 경우 새로운 교섭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 도입 자체는 경영상 결정으로 분류되지만, 그에 따른 배치전환이나 직무·근무형태 변경은 별도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반도체업계에서는 인력 이동 문제가 보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이동시키거나 생산라인에 맞춰 직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조사에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였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공장 건설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후 인력 이동이나 근무지 변경, 직무 조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해당 사안의 교섭·쟁의 가능성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 배치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에 따른 배치전환은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두고, 근무지 이동에 따른 주거비·교통비 지원 등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별도로 교섭하는 방식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침에 담겼다. 기본급이나 정액급여처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임금 항목은 별도로 판단한다. 법적 구속력은 별도의 변수다. 이번 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행정지침이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실제 분쟁에서는 투자 내용과 인력운영계획, 근무조건 변화의 구체성 등을 놓고 개별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사업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업들도 투자 결정과 인력 운영 계획, 근무지 변경이나 직무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2026-09-04 16: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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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615명 철회, 준비 안 된 개혁의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에 가겠다고 신청했던 검찰 인력 615명이 막판에 지원을 철회했다. 당초 2376명이던 특례임용 신청자는 1761명으로 줄었다. 신청자의 4명 중 1명꼴이다. 중수청 정원 2874명과 비교하면 최종 신청자는 61.3%에 그친다. 철회자 대부분은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졌다. 중수청이 맡을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사이버범죄 등은 숙련된 수사 경험이 필요한 사건들이다.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하며 사건 기록을 다뤄온 실무 인력이 출범 직전에 대거 발을 뺀 셈이다. 정부는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을 경력채용하고 공소청 공무원을 상대로 내년 4월 말까지 추가 특례임용을 하겠다고 한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출범한다. 출범은 10월인데 인력 충원은 내년 4월까지다. 사람을 제대로 채우기도 전에 문부터 열겠다는 얘기다. 1761명도 실제 근무 인원은 아니다. 정부는 근무 희망지와 경력, 전문성 등을 따져 다시 임용 대상을 정한다. 출범 당일 중수청에서 일할 사람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경험 많은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번 철회 과정만 봐도 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검찰 구성원에게 중수청으로 갈지 공소청에 남을지 선택하라고 했지만 철회 시한인 8월 31일까지 공소청 직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어느 기관에서 일할지 결정하라면서 그 기관의 정원과 보직, 근무지, 승진이 어떻게 될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철회 시한을 앞두고 공소청의 정원 감축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직제안 윤곽이 알려지자 상당수 수사관이 잔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과 공소청을 만드는 법은 지난 3월 제정됐다. 시행일도 10월 2일로 정했다. 그런데 중수청의 조직과 정원, 인사 기준을 담은 하위법령은 8월 18일에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범 45일 전이었다. 형사소송법은 더 늦었다.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없애고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절차를 손질한 개정법은 8월 4일 공포됐다.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때였다. 수십 년간 이어온 수사와 기소의 관계를 바꾸면서 현장에서 적용할 법을 출범 직전에야 확정했다. 형사사건은 간판을 바꾸고 사람을 옮긴다고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건을 누가 맡을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은 어떻게 이어갈지, 부족한 수사는 어디에 다시 맡길지, 사건 기록과 증거물은 어떻게 넘길지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수사가 늦어진다.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자는 기다려야 한다. 증거가 사라질 수 있고 피의자 신병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구속 사건에서는 하루가 피의자의 신체 자유와 직결된다. 정부 조직 하나를 바꾸는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검찰 개혁의 명분이 준비 부족을 덮어주지는 못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겠다고 결정했다면 법과 직제, 인사와 전산, 사건 이관 절차를 먼저 갖춰 놓았어야 한다. 사람을 배치하고 실제 사건을 놓고 문제를 확인한 뒤 문을 여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10월 2일이라는 날짜를 먼저 정해놓고 사람과 조직, 절차를 그날에 맞추고 있다. 출범 한 달을 남겨놓고 인력이 흔들렸고 공소청 직제도 늦어졌다. 부족한 인력은 출범 뒤에도 계속 뽑겠다고 한다. 615명 철회는 우연히 튀어나온 숫자가 아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선택을 재촉하자 현장의 사람들이 움직인 결과다. 정부가 중수청 출범에 필요한 조건을 먼저 갖췄다면 이런 대규모 철회가 나왔을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10월 2일 이후다. 중수청과 경찰, 공소청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고 보완수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곧바로 국민에게 간다. 정부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끝이지만 피해자는 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간판을 예정된 날짜에 내리는 데 있지 않다.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제때 보호하는 데 있다.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밀린다면 이름을 무엇으로 바꿨든 실패다. 준비가 부족하면 일정을 늦추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날짜를 지키기 위해 수사기관부터 열고 부족한 사람과 절차를 뒤에서 채우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졸속이다. 정부가 10월 2일 중수청 간판을 다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이 표류한다면 그 대가는 정부가 치르지 않는다. 사건 당사자와 범죄 피해자, 결국 국민이 치른다. 615명 철회가 보여준 것은 인력 부족만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개혁을 밀어붙였을 때 누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되는지다.
2026-09-02 1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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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노후계획도시 정비 첫발…6개 구역 1만6267가구 선정
[경제일보] 인천 연수·구월·부평 등 노후계획도시 5개 지구의 25개 아파트 단지가 선도지구로 선정돼 정비사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시작된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부산과 대전을 거쳐 인천까지 확대되면서 광역시 정비사업도 속도를 내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인천시와 인천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로 5개 지구 6개 구역, 25개 단지 총 1만6267가구가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선도지구 선정은 지난해 12월 공모에 착수한 이후 신청서 접수와 서류 검증, 심사·평가 등 약 8개월간의 절차를 거쳐 확정됐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연수·선학지구 A7구역이다. 현대1차와 연수풍림2차, 무지개마을, 한양2차 등 4개 단지 4748가구가 포함됐다. 같은 연수·선학지구에서는 연수풍림3차와 조흥, 롯데 등 857가구 규모의 A12구역도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구월지구에서는 동아·삼환1차·관교쌍용·풍림·성지·삼환관교2단지·동부 등 7개 단지 2756가구가 B1구역으로 묶였다. 갈산·부평·부개지구 A3구역에는 욱일·대동·대진·뉴서울·동아 등 5개 단지 2958가구가 포함됐다. 계산지구 A5구역은 까치마을태화·한진과 작전현대2-1·2-2차 등 3418가구 규모다. 만수1·2·3지구에서는 삼익·만수현대·금호타운·진흥 등 4개 단지 1530가구가 A4구역으로 선정됐다. 인천 선도지구 물량은 기존 1기 신도시보다도 많다. 앞서 선정된 선도지구는 분당 1만2055가구, 일산 9174가구, 중동 5957가구, 평촌 5460가구, 산본 4620가구 규모다. 지방에서는 부산 7318가구와 대전 7797가구가 먼저 선정됐다. 인천은 1만6267가구로 이들 지역을 모두 웃돌면서 단일 지자체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공모 과정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다. 총 21개 구역에서 4만6105가구가 선도지구 지정을 신청해 최종 선정 물량의 약 2.8배에 달했다. 인천시는 주민동의율을 비롯해 건축물 노후도와 주차 불편 등 정주환경 개선 필요성,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등을 종합해 대상지를 가렸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구역은 특별정비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국토부는 국토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 등 지원기구를 통해 특별정비계획 수립부터 사업 시행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민 대상 지원도 병행한다. ‘찾아가는 미래도시지원센터’를 통해 사업 시행 절차와 방식, 추정분담금 산정, 공사비 계약 등 주민 관심이 높은 내용을 일대일로 상담한다. 지방정부 협의체를 통해 각 선도지구의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주대책 등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조정할 예정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리 대상이다. 국토부와 인천시는 선도지구 주변의 주택가격과 거래량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불안을 함께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인천 선도지구 선정으로 정비사업은 대상지 확정 단계에서 실제 계획 수립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앞으로는 특별정비계획을 얼마나 빠르게 마련하고 주민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윤영중 주택정비정책관은 “인천 선도지구 선정을 계기로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부산·대전에 이어 전국 주요 광역시로 본격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는 선정된 선도지구가 인천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선도하는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업 진행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여 속도감 있는 정비사업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6-08-25 14: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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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공급에 징벌적 과세"…오세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맞불'
정부의 8·13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공방이 본격화한다.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서울시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막힌 공급·징벌적 과세, 8·13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부동산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지만, 서울 주택 공급과 세제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가 재확인되는 자리였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의원들은 이날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비거주 1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8·13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수도권 민심이 반응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민간 공급 확대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여론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오 시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다. 시장이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는 건 확실한 공급 신호가 아닌 더 징벌적인 세금과 규제"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국민이 고통받을 것을 알면서도 실패한 정책을 고집한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독선"이라며 "서울에는 이미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공급 대안이 있다. 바로 재개발·재건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가 계획 중인 정비사업만 정상적으로 진행돼도 2031년까지 31만 호를 착공할 수 있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등 아직도 사업의 속도를 가로막고 있는 핵심 규제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해 "서울에서 살 사다리를 붕괴시키고, 서울에서 나가라는 말과 진배없을 정도로 내용이 허술하고 교활하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대출을 못 하게 하고 1거주 1주택, 실거주를 세금으로 강요하는 주택 규제 등에 대한 불안, 공급 대책에 대한 불안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악재가 됐다"고 진단했다. 김재섭 의원은 "트리플 강세의 가장 큰 피해 지역 중 하나가 도봉구다. 저만 해도 당장 똑같은 평수의 전세가 1억 5천만 원이 더 올라서 내년에 계약할 때 1억 5000만 원을 더 넣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방향이 달랐다 내지는 무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재명 정부는 분명한 해답을 알고 있음에도 거꾸로 가고 있다"며 "재건축·재개발이 공급을 가장 원활하고 정확하게,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임이 이미 여러 차례 증명이 됐음에도 막아놨다"고 지적했다.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오 시장은 "집값을 잡지 못하는 책임을 용산공원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서초갑 조은희 의원은 "공원에 집을 짓기 전에 도심의 재개발·재건축부터 막힌 길을 뚫으면 된다"고 거들었다. 강서갑 당협위원장인 구상찬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은 "용산공원 재개발 금지법을 가장 열심히 하신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용산공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오 시장은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해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서울시 정책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까지 직접 참석하면서 서울시 차원의 부동산 정책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2026-08-19 1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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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공방 격화…金 '신천지 의혹' 제기, 鄭 "증거부터 내놔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의혹의 실체와 증거 공개 여부가 전당대회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 후보는 6일 자신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정도의 근거는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정 후보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허위 신고"라고 맞받으며 양측이 정면충돌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정 후보를 겨냥해 언급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정도의 근거는 충분히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나와 "합동수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제가 계엄도 예상했던 사람인데 생짜로 아무 근거도 없이 문제를 제기했겠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는 8·17 전당대회 순회 경선과 관련해 오는 15일 발표되는 호남 지역에서 승부가 결정되고 이후 뒤집히지 않으리라고 예측하면서 "마지막까지 우려하는 하나는 2022년 대선후보 경선 때 나타난 유형의 돌발 변수"라고 했다. 그는 어떤 돌발 변수를 뜻하는지를 묻는 말에 "신천지를 재점화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공장장(김어준 씨)이나 평론가 등이 '신천지 아니야?'라는 얘기들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정 후보를 향해 '반명(반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한 데에 대해선 "완결된 형태의 연합이라기보다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 각각에 핵심이 존재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연계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며 "그것의 단일 지도자가 정 후보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고, 신천지와 연계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정 후보가 당 대표 때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처리를 지연시켰다는 자신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왜 형소법 개정을 지연시켰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전당대회까지 이 이슈를 끌고 오려고 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김 후보는 이를 비롯해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한 데 정 후보의 대응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반명(반이재명)으로 봐야 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김 후보는 "진의야 어떻든 유 작가가 대통령을 흔드는 데 '노 코멘트'하면 상식이 아니지 않나"라며 "이것이 반명이고 분열주의"라고 주장했다. 또한 "'누가 대통령을 흔들어도 견제도 안 하겠구나' 생각하면 당정이 흔들리고 정권의 힘이 빠진다"며 "정 후보가 대표가 되면 정책에 힘이 실리지 않고 가장 중요한 메가 프로젝트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투표하지 못한 당원에게 추가 투표 기회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나와 친청(친정청래)계와 대립하는 상황에 대해선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자신을 향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에 대해 "근거를 대지 못하면 허위 신고"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허위 신고는 방화범 못지않은 나쁜 사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후보는 "신천지 의혹 제기에 대해 '불났다고 신고하면 방화범이냐'라는 식으로 항변하는데 허위로 신고하면 사람들 놀라고, 대피하고, 소방관들 헛출동하고…"라며 "나쁜 사람은 뽑지 말자"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김 후보가 충북도당 당원간담회에서 "신천지 개입 경고가 당을 위헌 정당으로 몰아가는 해당 행위라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며 "불조심 하라고 외치면 방화인가"라고 말한 것에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전날 열린 2차 TV 토론을 언급하면서 "김 후보는 신천지 의혹에 대한 근거를 못 댔다"며 "광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무지하고 무능했고, 대통령 팔이를 계속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사과도 안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배신에 대한 해명도, 사과도 없었다"며 "못 믿을 사람, 못 맡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게임은 끝났다"면서 "의리는 지킨 사람이 또 지키고 한 번 배신하면 또 배신한다"고 적었다. 또한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라면서 "결국 정청래는 의리를 지키고, 당원들이 정청래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김 후보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탈당한 점을 강하게 비난했다. 정 후보는 토론 당시 김 후보를 향해 "2002년의 행위는 지금도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18년간 가출했다가 집에 들어와서 집문서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집안을 흥하게 할까, 망하게 할까"라고 묻기도 했다.
2026-08-06 14: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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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할 사람도 못 정한 중수청, 10월 문부터 연다
[경제일보]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2일 문을 연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을 두고 정원 2874명 가운데 2567명을 수사관으로 채운다. 부패와 경제범죄,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까지 맡는다. 정부가 발표한 직제만 보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거대 기관은 이미 완성돼 있다. 사건을 맡을 사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8월 들어서야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시작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지원 규모를 확인한 뒤 부족한 자리를 외부 채용과 다른 기관 파견으로 메워 9월 말까지 배치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출범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람을 모집해 한 달여 만에 2800명이 넘는 수사기관을 꾸리겠다고 한다. 요리사도 못 구한 식당이 개업일부터 못 박은 꼴이다.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옮기면서 누가 그 일을 맡을지 확인하지 않은 채 출범일과 직제부터 정했다. 중수청이 맡을 사건은 정원표의 빈칸을 채운다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 회계장부에서 비자금을 찾아내고 수백 개 계좌의 흐름을 연결해야 한다. 압수수색 범위를 정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의 조사 순서를 짜며 디지털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맞춰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금융과 가상자산, 방위사업, 담합 사건은 관련 산업과 거래 관행을 익히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든다.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자금 흐름을 찾아내고 말 맞추기와 허위 진술을 가려내려면 여러 사건을 직접 다뤄본 검사와 수사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임용장을 나눠주고 업무 지침을 읽힌다고 이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 검찰에서 반부패·공공·증권범죄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은 7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수사관 정원 2567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존 직접수사 인력이 모두 옮겨도 부족하지만 정부는 그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중수청을 선택할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중수청으로 자동 배치되지 않는다.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임용을 신청해야 한다. 공소청에 남아 기존 경력을 이어갈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관으로 옮길지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국가 수사 역량의 승계를 개인의 지원에 맡겨 놓은 것이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기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직급과 보직, 승진 경로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임용된다. 봉급과 정년이 보장돼도 검사로 쌓아온 경력과 향후 보직 체계는 달라진다. 실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저연차 검사에게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검찰수사관도 지휘 체계와 승진 기준, 근무지와 담당 업무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원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검사 출신과 검찰수사관, 외부 채용 인력의 역할을 정하겠다고 한다. 담당 직무와 지휘 관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었다. 중수청의 업무는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보다 줄지 않는다. 서울청에는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반독점, 반부패, 마약, 첨단수사 부서를 두고 보이스피싱과 가상자산, 국가재정범죄를 다루는 조직도 설치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처리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까지 맡는다. 이처럼 넓고 전문적인 업무를 검찰의 희망 전입자와 신규 채용자, 다른 기관의 파견 인력을 출범 직전에 섞어 만든 수사팀에 맡기게 된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누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할지, 신규 인력을 누가 교육할지,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의견 충돌은 어떻게 조정할지 실무에서 검증된 적도 없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면 두 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의 적법성과 공소 유지 가능성을 협의할 절차를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중수청이 수개월 동안 수사한 뒤 공소청이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정에서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다시 흔들린다. 보완수사 요구가 되풀이되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면 피해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를 채용해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방안도 수사 경험의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다. 법률과 회계 지식은 필요하지만 자격증이 복잡한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경험을 대신하지 않는다.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고 증거 사이의 연결을 짚는 능력은 여러 사건을 직접 처리하면서 쌓인다. 경찰 인력을 빼 중수청을 채우면 경찰 수사 현장이 비게 된다. 경찰은 이미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미제 사건을 안고 있다. 수사 인력을 늘린다는 계획도 충분한 신규 채용보다 다른 부서 경찰관을 옮기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경찰의 부족한 인력을 다시 중수청으로 돌리는 것은 수사기관 사이에서 사람을 옮겨 앉히는 데 그친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의 인계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형 경제·부패 사건은 기록이 수만 쪽에 이르고 계좌 자료와 압수물, 디지털 증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담당 수사팀이 바뀌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관련자들의 관계와 진술의 의미, 추가로 확인해야 할 단서는 문서만 넘겨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검찰청 폐지 이후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공소청에 남으면 새 수사팀은 사건을 사실상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늦어지고 피의자는 증거를 숨기거나 말을 맞출 시간을 벌게 된다. 범죄수익이 여러 계좌를 거쳐 빠져나간 뒤에는 사람을 보충해도 되돌리기 어렵다. 형사사건에서 시간은 행정 일정으로 계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자료는 사라지며 범죄수익은 계속 이동한다. 수사팀 교체와 기록 재검토로 몇 달을 허비하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독자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출범일까지 갖춰지지 않는다. 당분간 경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일부 기능은 개청 이후 추가할 계획이다. 사람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 처리 방식도 다듬지 못했으며 전산망마저 임시로 빌려 써야 하는데 정부는 10월 2일 개청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검찰청 폐지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검찰이 맡던 부패와 금융, 방위사업 수사를 누가 이어받아 어느 수준으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면서 수사 경험과 전문성까지 흩어버리면 그 부담은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원 2874명을 채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사가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인지 공개해야 한다. 중수청 이동을 신청한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숫자, 경제·부패·금융·마약 사건을 직접 맡아본 인력의 규모, 신규 채용자의 교육 계획을 밝혀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을 기존 수사팀과 함께 넘길지도 답해야 한다. 10월 2일에 문을 여는 것보다 검찰청이 사라진 다음 날에도 중대범죄 수사가 이어지도록 준비하는 일이 급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지휘 체계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날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숙련 수사관이 몇 명인지조차 밝히지 못한 채 출범을 밀어붙이면 국가의 수사 역량 전체가 검증되지 않은 행정 실험의 대상이 된다. 그 실험이 실패했을 때 수사를 놓친 책임은 흐려지겠지만 범죄 피해와 장기 미제 사건은 그대로 남는다.
2026-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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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 우주인재 세 자릿수 채용…20조 투자 실행력 높인다
[경제일보] 한화시스템이 약 20조원 규모의 우주사업 투자계획을 실행할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 위성 제작과 통신망 구축뿐 아니라 우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분석·활용하고 서비스로 연결할 인재까지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한다. 4일 한화시스템은 2026년 하반기 우주사업부 경력사원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은 한화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국방 인공지능(AI)·우주 분야 중장기 투자계획의 후속 조치다. 대규모 투자를 실제 연구개발과 사업 수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모집 분야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 위성용 태양전지, 위성 서비스 운영·영업·전략 등이다. 근무지는 직무에 따라 서울사업장과 판교연구소, 제주우주센터로 나뉜다. SAR 위성은 전파를 지상에 쏜 뒤 반사되는 신호를 분석해 영상을 만드는 관측위성이다. 구름이 끼거나 야간인 상황에서도 지상과 해상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국방·재난 감시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위성이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우주에서 분석·처리해 지상으로 전달하는 데이터의 양과 분석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채용 분야가 위성 하드웨어에서 통신·데이터 처리와 서비스 운영까지 폭넓게 구성된 점도 특징이다. 한화시스템이 단일 위성 개발을 넘어 관측과 통신, 데이터 분석, 서비스 판매를 잇는 우주사업 전반의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 자격은 국내외 대학 석·박사 학위 기간을 포함해 관련 분야 실무 경력 5년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다. 지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우주 인재 채용 전용 마이크로사이트에서 받고 있으며, 회사는 온·오프라인 채용 홍보를 병행할 계획이다. 앞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3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산업에 총 55조원을 투자하는 ‘AI 우주강국’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화시스템은 초저궤도 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등에 약 2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채용은 한화그룹의 우주 분야 투자를 본격화하고,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인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며 “글로벌 우주 시장을 선도할 도전적이고 역량 있는 인재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2026-08-04 1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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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제일보]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