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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잠든 무역항 깨운 제주…'관광의 섬'에서 '물류의 섬'으로 항로 바꾸나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제주항이 57년 만에 국제 컨테이너 항로를 재개하며 '관광 중심 섬 경제'에서 '물류 거점 섬 경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험대에 올렸다. 중국 칭다오와 연결되는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되면서 제주가 부산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출 관문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은 지난 18일 중국 칭다오발 컨테이너선을 처음 맞이한 데 이어 오는 29일부터 주 1회 정기 컨테이너선 운항을 시작한다. 1968년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국제 물류 기능이 반세기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 제주산 농수산물과 화장품, 생수 등 주요 수출품은 대부분 부산항을 거쳐 중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내륙 운송과 환적 절차가 추가되며 물류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제주–칭다오 직항 항로가 열리면서 제주 기업들은 섬에서 바로 선적해 중국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물류비는 기존 대비 약 41.6% 절감되고 운송 기간도 최소 이틀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이 오랫동안 국제 물류 기능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화물 물동량 부족과 항만 인프라 한계 때문이다. 국제 컨테이너 항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동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선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 제주 경제 구조 역시 관광 산업 중심이어서 대규모 수출 물량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또 다른 문제는 항만 인프라였다. 제주항은 여객 중심 항만으로 운영돼 왔고 컨테이너 화물 처리 시설은 제한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최근 바뀌기 시작한 것은 제주 수출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산 감귤 가공품, 수산물, 화장품, 생수 등 지역 특화 상품의 해외 수요가 늘면서 물류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한·중 교역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동북 지역과의 교역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주–칭다오 항로가 전략적 물류 노선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항로 개설의 가장 큰 변화는 물류 경로 단축이다. 기존 제주 수출품은 대부분 제주에서 부산으로 이동한 뒤 부산항에서 다시 선적돼 중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륙 운송 비용과 환적 비용이 물류 부담으로 작용했다. 직항 항로가 개설되면 이런 중간 단계가 사라진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 1TEU 기준 물류비는 약 119만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물류비 절감뿐 아니라 신선도가 중요한 농수산물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제주 특산 수산물이나 농산물처럼 시간 민감도가 높은 상품일수록 물류 단축 효과는 더 크게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제주 직항 항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경우 제주 기업들의 수출 전략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만공사는 지난 1년간 국제 항로 개설을 위해 항만 기반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보세구역 지정과 통관 시스템 개편을 완료했고 컨테이너 전용 야적장과 냉동창고도 새로 구축했다. 항만정보 통합 시스템도 도입해 화물 처리 효율을 높였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항만 시설 개선을 넘어 제주가 국가 물류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 해상 물류는 부산항 중심 구조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 항만을 활용한 물류 네트워크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칭다오 항로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실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항로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가 관건이다. 국제 컨테이너 노선은 선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확보돼야 지속 운영이 가능하다. 물동량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항로는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제주 경제 구조상 대규모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점도 변수다. 농수산물과 소비재 중심 수출 구조만으로는 물동량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항로 안정화를 위해서는 제주 지역 산업 구조 변화와 물류 수요 확대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항로 개설은 제주 경제 구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관광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물류와 수출 기반 산업을 함께 키우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동북 지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를 활용하면 제주가 한·중 해상 교역의 보조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만공사 관계자는 "제주와 칭다오 항로 개설은 지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 될 것"이라며 "물류비 절감과 운송시간 단축 효과가 현실화되면 제주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도 "항만 인프라를 지속 확충해 제주항이 한·중 교역의 핵심 항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 1회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한 척이 만든 바닷길은 짧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단순한 항로 개설을 넘어선다. 제주가 관광의 섬에서 물류의 섬으로 경제 구조를 확장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57년 동안 잠들어 있던 무역항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주 앞바다에 새로 열린 항로는 단순한 해상 노선이 아니다. 관광 중심 경제에 머물러 있던 섬이 물류와 교역이라는 또 다른 산업 축을 향해 첫 닻을 올린 순간이다. 아직은 주 1회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한 척이 전부지만 그 배가 오가는 항로 위에는 제주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함께 실리고 있다. 작은 항로 하나가 섬의 경제 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변화는 지금 제주에서 시작되고 있다.
2025-10-2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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