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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정치보다 '주소 한 줄'부터 챙기라
[경제일보] 남편의 폭력을 피해 숨어 있던 30대 여성이 지난 1일 경기 광주에서 살해됐다.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보호조치까지 받고 있던 여성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제기한 이혼소장에 적힌 주소를 보고 새 거처를 알아냈다. 자신을 폭력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법원에 낸 이혼소장이 가해자에게 은신처를 알려주는 길이 됐다. 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은 소송 당사자의 생명이나 신체가 위험할 우려가 있을 때 주소와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해야 법원이 움직인다. 변호사도 법 조문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절차를 폭력을 피해 도망친 사람이 스스로 챙기도록 맡겨둔 것이다. 법은 있었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에게 닿지 않았다. 피해자는 주소를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법원은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소장에 적힌 주소를 그대로 송달했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려고 만든 제도가 그 제도를 아는 사람에게만 작동했다면 법을 만들어 놓았다는 말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 어렵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6월 이미 ‘민사소송에서의 범죄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제목부터 ‘송달 과정에서의 주소 노출 방지를 중심으로’였다. 전자소송 단계에서 개인정보 공개 문제를 미리 확인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위험은 지난해부터 문서로 경고돼 있었다. 그래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을 챙기는 자리가 대법원장 아닌가. 법원조직법 제9조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의 조직과 운영, 재판절차에 관한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대법원장이 판결 하나하나에 개입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소장을 어떻게 접수하고 어떤 개인정보를 상대방에게 보여줄지 살피는 일은 판사의 재판이 아니라 법원의 운영 문제다.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할 바로 그 일이다. 김은혜 의원은 11일 피해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필요하면 직권으로 주소 등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어떻게 다듬을지는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사건이 터진 지 열흘 만에 국회의원이 꺼낸 문제를 전국 법원의 소송과 송달 업무를 매일 들여다보는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은 왜 먼저 꺼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요즘 다른 곳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맞서면서 사법부의 권한과 독립을 내세웠다. 서면 제청과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충돌이 이어졌고 대법관 두 자리의 공백까지 현실이 됐다. 사법부의 독립도 지켜야 한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도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만한 집념과 적극성을 국민의 생명과 맞닿은 법원 행정에도 보여줬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취임하면서 “법 없이는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이 한순간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를 위험하게 만든 것은 법의 부재만이 아니었다. 있는 법도 피해자가 찾아서 신청해야 움직이는 법원의 방식이었다. 법원 문턱을 처음 밟는 국민에게 법원 내부의 절차와 신청 제도까지 알아서 공부해 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국민이 법원에 도움을 청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부터 사법의 책무다. 정치권과 부딪치며 대법원장의 권한을 말하기 전에 소장 한 장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법원의 빈틈부터 들여다봤어야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금 챙겨야 할 것은 정치가 아니다. 국민의 목숨이 걸린 ‘주소 한 줄’이다.
2026-09-11 11:19:53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소송, 재상고 기한 임박…이번주 결론 갈림길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9년 넘는 법적 공방 끝에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이 임박하면서 양측의 선택에 따라 사건이 최종 확정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은 오는 15일까지다. 다만 마지막 날이 토요일인 점을 고려할 때 민사소송법상 기한은 다음 첫 번째 평일인 17일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기간 산정 방식에 따라 초일을 포함할 경우 기한이 14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해당 기한 내에 양측이 모두 재상고하지 않거나 상고를 포기할 경우 파기환송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이 경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하며 약 9년에 걸친 법적 분쟁은 마무리된다. 반면 어느 한쪽이라도 재상고할 경우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이번 소송은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며 혼인 관계의 파탄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재산분할 규모는 각 심급을 거치며 크게 변동해 왔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단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증액하고 재산분할 규모를 1조380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일정 자금과 기여가 있었다고 보고 주식 역시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원심 판단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정 자금이 불법적인 성격을 지닌 경우 이를 재산분할 기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 범위와 규모만이 쟁점으로 남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금은 9440억원으로 산정됐다. 이는 국내 재벌가 이혼 소송에서 공개된 재산분할 규모 중 최대 수준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향방이 재상고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이 상고를 선택할 경우 대법원의 추가 판단이 불가피하며 상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기환송심 판결이 최종 결론으로 확정된다. 장기간 이어진 재산분할 소송이 이번주 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2026-08-09 14: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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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조희대, 정치보다 '주소 한 줄'부터 챙기라